2013년 7월 21일 일요일

린 인


셰릴 샌드버그가 내한하여 연세대에서 강연을 하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아시아나로 예약했다가 미국국적기로 변경하였는데 그 아시아나가 이번에 사고가 난 비행기라 귀국에서 출국까지 연일 화제가 되었다. 관심 있게 찾아보진 않았지만 강연 후 소감에 대한 몇몇 글들에선 비아냥거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가 박사이고 아빠가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나 운 좋게 30대 초반에 구글 임원이 되고 페이스북 임원이 된 사람이 세상 물정 모르고 여자들한테 돌진하라고 외친다는 것이다. 글쎄. 여대생들이 이부진 같은 여성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 정작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가 부모가 잘났다고 비난 받는건 좀 이상하다. 이 모순적인 질투심은 뭘까?
평탄하게 성공대로를 달려왔을 것이고, 가정과 일이 분리될 수 있도록 주위 도움을 많이 받으며 일상의 우리와는 다르게 살았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든 일하는 여성들이 하게 되는 많은 고민과 걱정을 다 거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소심하기도, 내향적이기도, 걱정이 많기도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녀 역시 성공한 여성들은 미움받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잘 하는 것도 드러내지 않기도 했고, 늘 두려움과 조바심이 있었다. 여성의 성공에 대한 얘기들,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얼마나 공격받을지 잘 알기에 이 책을 쓰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미국도 여성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은 우리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씁쓸하다.
가장 와닿는 부분은 일을 정말 그만두기 전에 미리 그만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하게 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미리 일에서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실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는 시점에 고민을 해도 되는데 미리 물러서게 되고 지레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업무에서는 제외되기 쉽고, 그러다 보니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기가 쉽지 않고, 출산 후 복귀하고자 할 때 놓인 선택지에는 전업주부가 되거나 별로 매력 없는 일자리로의 복귀만 남게 된다. 실제 많은 경우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 여성 리더가 없는데에는 미리 일에서 물러서고 미리 포기하는 것도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회사 생활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매일매일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완벽하게 해내야지 하는 강박증도 있다. 아마 잘 할 수 있는 것만 찾다가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을 것이다. 나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기회를 노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자신에게 맞춰야 하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했던 것도 같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배우는 능력이라는데 나를 돌아보면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제대로 되어있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를 보다보면 가끔 우리나라도 여성대통령 어쩌고 하는 소리들이 많은데 매우 짜증이 난다. 그게 적절하냐고 지금!

2013년 7월 14일 일요일

RIP, Finn

어제 저녁 7시 30분, 트윗을 보다가 내가 사랑하는 미드 Glee의 남주인공 코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아, 젊은 나이에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일이람.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사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 같고,
얼마 전, 시즌 4의 시청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즌 5와 6를 동시에 제작발표하여 제작자의 Glee에 대한 무한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 그럼 핀 없이 글리가 제작되는 것인가. 아, 레이첼은 어떡하나.
약물 치료중이었나보던데 자살은 아니기를.
RIP, Finn. 고마웠어요.

2013년 7월 8일 월요일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지난번 한솔뮤지엄에서 안도타다오의 작품을 보며 건축이야말로 기술과 예술의 결정체인거 같다라고 말했더랬다. 그런데 승효상 건축가가 이 책에서 가장 첫머리에 하는 얘기가 바로 이 이야기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건축이 공과대학이나 미술대학의 일개 학과로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건축을 공학이나 예술의 일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우리가 건축을 시지각적 대상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공간의 조직을 볼 수 있어야 건축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간의 조직이란 우리가 사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결정체라고 말했으니 좀 봐주시려나? >.<
영역을 불문하고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업을 보는 관점도 다르고 그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나 잘 쓰여진 건축책을 보면 나도 그 곳에서 그 공간에서 그 의미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으면 건축가의 철학이 조금이나마 느껴지게 되는데 건축 공부란 우리 삶의 형식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이니 그럴 수 밖에.

오네긴


말로만 듣던 로베르토 볼레와 서희의 무대. 로비에 황혜민, 문현숙 단장을 비롯하여 발레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공연 아니었나 싶다.
로베르토 볼레가 등장할 때는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나온다. 신이 내린 발레리노라는 명성에 너무 선입견 가득찬 상태로 기대하고 바라보던 중이어서 그랬는지 단지 걸어나오는 것일 뿐인데도 기품이 줄줄 흐른다.
드라마 발레라 개인의 테크니컬한 측면이 많이 부각되는건 아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발레리나를 들어올리는 것만 봐도 뭔가 남다르다. 너무나 쉽게, 우아하게, 힘들이지 않고서 해내는 것이 발레리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낼지 많이 궁금하고, 그래서 발레 팬들은 캐스팅별로 다 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로베르토 볼레가 서희를 들어올릴 때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정말 깃털처럼, 중력을 거스르고 아름다게 날고있는 것 같은 느낌. 오네긴이 바람둥이 설정이다보니 타티아나와 올가 외에도 여러명의 발레리나들과 춤을 춘다. 내 수준은 저 발레리나들 계탔구만, 인데 다른 사람들은 로베르토 볼레가 손만 잡아줘도 춤추는 모양새가 달라졌대나 뭐래나. 드라마 발레는 군무보다 스토리에 집중하는 편이라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꽤 재미있게 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무조건 1층에서 봐야하는 공연이라길래 예매한 바로 그 자리 근처에 예전에 문화사 같이했던 분들이 마침 다 모여계시는 우연이!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 많이 볼 수 있었다. 문화사 공부하고 발레보러 다니는 고상한 모임인것 같지만 실제로는 로베르토 볼레 몸을 보고 쓰러지는 유쾌한 분들이란 사실~ ;)

2013년 7월 4일 목요일

La Campanella

석 달 연속 피아노 연습 우등생이 된 신랑.
어제는 레슨을 끝내고 연습곡 중에 라 캄파넬라가 있다며 한 번 쳐보라고 한다.
우엥. 더듬더듬 치고나니 그래도 얼추 비슷한 소리가 나네 라고 한줄평가.
물론 원곡을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피아노 배운지 석 달 된 초딩이들도 칠 수 있도록 몇 소절짜리 연습곡으로 편집한 곡이다.
리스트는 이런 곡을 만들어놓고 연습곡집에 넣어놓으면 되는거냐고. 정말.
오늘 키신의 라 캄파넬라를 들으니 어제 나의 모습이 생각나 부끄럽다.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것은 지난 주 집들이에서 알게 된 물건.
두피 마사지기인데 다이소에서 단 돈 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그 스멀거리는 느낌을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으으으으
묘한 쾌감이 있다. 추천!

2013년 7월 3일 수요일

이상 앤더스


이상 앤더스를 처음 알게 된 건 이 영상을 보면서이다.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 원래 첼로 소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 이 사람은 누굴까?


이상 앤더스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의 혼혈이다. 이상은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따 이상. 한국인 어머니가 이런 이름을 지었다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일런지 충분히 짐작되리라.
혼혈이지만 너무나 한국인스러운 외모에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 드레스덴의 최연소 첼로 수석으로 당당히 자리를 꿰찬다. 심지어 그 자리는 10년여 동안 공석이었다고 하는데 그의 나이 스무 살에 최연소 수석이 된 것이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몇 번 왔었다. 최근에 데뷔 앨범을 냈는데 그 앨범에 담긴 슈만의 곡들이 모두 슈만이 드레스덴에 살 때 작곡한 곡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클라라가 당시 슈타츠카펠레 수석 첼리스트와 연주한 곡들이라고 하니 클라라와 이상 앤더스의 조합에 괜히 설렐 지경이다. 이상 앤더스도 슈만의 작품들을 연주할 때면 200년 전의 동료와 함께 연주를 하는 느낌이랜다. :)

데뷔 앨범을 냈으니 조금만 지나면 여러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겠지. 훈훈한 외모에(어쩔 수 없는 이 외모지상주의) 스토리가 있는 연주자라 꽤나 인기를 얻을 것 같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도 짧게 들어보았는데 역시 남다르다. 그의 연주가 기대된다.  

Hay Day와 We Rule

지난 주말 신랑 친구 집들이를 갔는데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 Hay Day 이야기. Hay Day는 수퍼셀이라는 핀란드 게임회사가 만든 게임인데 이 회사에서는 딱 두 개의 게임으로 대박을 이루어냈다. 하나는 육식형 게임인 Clash of Clans, 또 하나는 초식형 게임인 Hay Day. 초식형 게임이라고는 했지만 남자들도 많이 하는 게임이다. 이 회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조성문님이 블로그에 잘 정리해두었으니 참고.


나도 해 보다가 Greg의 농장을 방문해보고는 급좌절. 도저히 저렇게 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그 날로 접었다. 고레벨인 신랑 친구의 말로는 영원히 빈농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군! 사실 내가 보기엔 We Rule과 거의 비슷한 게임이라 금세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We Rule보다 더 농장형에, 수확하는 손맛이 좀 있는 정도? 
한 때 열심히 했던 We Rule의 내 왕국에는 나의 모교를 지어놓았다. 천문대가 있는 과학관을 비롯하여 상징성이 있는 건물들, 학교를 관통하는 대로와 대로를 상징하는 나무 한그루, 깨알같은 연못 분수대 구성과 설립자의 동상까지! 물론 신랑은 절대 공감하지 않는다.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하지만 애정을 갖고 한땀한땀 지었던, 지금 생각해도 특징을 살려 잘 만들었던 나의 왕국, 자기 만족의 절정이었는데 캡쳐라도 해놓을걸, 아쉽네.

2013년 7월 1일 월요일

그들은 왜 뻔뻔한가

이 책의 원서 제목은 Assholes, A theory 란다. 그것을 그들은 왜 뻔뻔한가라는 제목으로 바꿔놓고 우리사회 골칫덩이들이 어떻게 그런 뻔뻔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을까?라는 설명을 달고 있으니, 뭔가 깨달음을 줄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출판사 마케팅에 낚인 느낌이다. 
asshole이라고 불리우는 몰상식한 사람들의 행동이 결국은 특권의식 때문이라는건데 글쎄, 그다지 임팩트가 없다. 중간중간 asshole과 psychopath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사이코패스를 오직 도덕적개념이 없는 사람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직전에 싸이코패스에 대한 책을 읽은 터라 실험과 조사를 기반으로 한 책에 비해 인용을 기반으로 한 관념적인 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저자가 철학교수여서 그런지 원래 어려운 책인건지 내게는 맞지 않기도 했고, 번역자도 역량이 부족한듯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반페이지짜리 문장이 꽤나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절반만 읽고 중단했으나 혹시라도 제목에 이끌려 읽어볼까 검색해보는 사람들을 위해 비추천으로 기록해둔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에 기고하면서 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엄청나게 많은 실험을 하였고, 추정이 아니라 실험에 기반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감정이 없는, 강력범죄자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한 이유로 화이트칼라 종사자 중 고위직에도 많이 포진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과정이야 어떻든 남을 밟고 일어선 것이든, 남의 성과를 가로챈 것이든, 아랫 사람을 혹사시킨 경우이든, 성과만 낸다면 인정받는 것이고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기량을 펼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간 생각해온 사이코패스에 대한 생각이고 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무자비함, 정신적 강인함, 카리스마, 집중력, 설득력, 평정심 등이 사이코패스 지수를 측정하는 요소인데 씁쓸하게도 이러한 요소들은 모든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자질이다. 따라서 기업내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의 외향적인 성격과, 카리스마, 매력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이상적인 리더처럼 포장되어 고위직까지 쉽게 올라설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는데, 오로지 현실만을 직시하고 지금 당장 눈앞의 것에만 집중하라는 원칙은 아이러니하게도 깨달음을 중시하는 종교나 정신수양에서도 공히 주장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사이코패스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능이 있다고 한다. 다만, 뜨거운 공감 능력이 아니라 차가운 공감 능력에 우수하다.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분명히 인식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한다. 타인에게 폭력을 행할 때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공감할 수 있고, 그로부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지능지수가 높고 가장 폭력성이 강한 사이코패스라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우리 모두의 깊은 내면에는 약간씩이나마 사이코패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덱스터의 독백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어찌되었건 진화의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또한 진화해 왔고 현대의 환경은 사이코패스가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들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밟히는 쪽이 자신들인 경우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저자는 강철처럼 단단한 내면, 인생의 불행에 대한 담대한 사이코패스들의 태도를 배워야 할 자질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