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한솔뮤지엄


오크밸리에 새로 생긴 한솔뮤지엄.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기대보다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 콘크리트와 물을 이용한 전형적인 안도 타다오 스타일의 건축물이다. 신랑한테 누구 작품이게? 했더니 바로 맞추더라는! 콘크리트 벽면을 돌자마자 대형 구조물과 물위에 지어진 뮤지엄이 자태를 드러내는데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건축가도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을테지. 수상 테라스에서의 커피 한 잔도 운치있고, 뮤지엄 동선을 따라 관람하다보면 나의 발자취를 계속 확인할 수 있게되는 구조도 멋있다. 곳곳에 쉴 공간이 많고 공간마다 외부를 볼 수 있게 해놓아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컨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솔이 제지회사이다 보니 원래 종이박물관을 운영했다고 한다. 거기에 이건희 누나인 한솔제지 이인희 명예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을 내놓아 뮤지엄을 만들었다. 뜬금없이 의자도 전시되어 있고 어찌보면 산만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컨셉에는 충실했던 것 같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등의 유명한 한국 화가들 작품이 꽤나 많았고 미술책에서 보던 지원의 얼굴도 반가웠다. 현대작가 작품도 많았으나 역시 서양이나 동양이나 현대미술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종이박물관에서 닥나무를 이용한 종이 만들기 영상을 보았는데, 뜬금없이 닥나무가 mulberry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 멀버리 BI의 그 나무가 닥나무였구나 >.<

마지막으로 제임스 터렐관. 사실 제임스 터렐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언제 또 한솔뮤지엄에 와보겠나 싶어 통합권을 사서 들어갔다. 첫번째, 두번째 관은 일출/일몰 시간에 보아야 한다는데, 터렐관 입장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뭐지, 그런데 왜 입장료를 받고 여길 들여보낸거지, 지금 뭐 보여주려고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던지. 7월부터 멤버십 회원들만 대상으로 일몰 시간에 프로그램을 만들거라고 한다. 살짝 기분 나빴는데 세번째 관을 들어가면서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빛을 활용해서 그런 공간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니,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빛의 연금술사라 불리우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인터넷상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결국 언젠가는 멤버십 가입해서 일몰 프로그램 꼭 감상해 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나왔다.


매번 예술의 전당이나 북적거리는 전시회만 다니다가 서울을 벗어나 한가로이, 좋은 작품들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기대했던 패랭이꽃이 다 져서 아쉬웠고, 자작나무 숲이 있어 반가웠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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