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간의 전시, 공연 관람 중 빠진 것들 요약 감상.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 덕수궁 미술관
체코의 문화예술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큰 기대없이 갔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전시 막지막 날이어선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체코 작가를 모르니 그림도 잘 모르는 것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동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 큐비즘이나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 기법 같은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사조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미술사에 영원히 남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국미술 300년전 : 국립중앙박물관
미국의 역사는 300년이 안됐는데 미술은 300년?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이 포함되었고, 미술품 뿐만 아니라 가구나 공예품도 있어서 흑백영화 속에서 보던 미국의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다. 특히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지아 오키프, 잭슨 폴록, 로스코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많아 꽤나 구색을 갖춘 전시회라 할 수 있겠다.
역시 마음에 드는 것은 인상주의 그림. 메리 카사트의 따뜻함이 넘치는 작품도 좋고 서전트의 뤽상부르 공원은 파리에 대한 동경을 더한다. 풍경화에만 집중하는 평소와는 달리 인물화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는데, 맥유인가의 어린 두 자매를 그린 그림은 한동안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을 장식하였다.
잭슨 폴록의 부인 리 크래스너의 작품을 보면서 도슨트가 하는 말이, 폴록이 워낙에 유명했으니 그냥 그의 명성을 듣에 업고 그의 사조를 따르기만 했어도 충분히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그녀는 그녀만의 스타일을 창조해냈다고 하였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남편이 유명하니까 똑같이 하면 될거다라는 발상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거지? 대중들은 그것을 인정해줄거라고 생각하나? 괜한 반발심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그녀 역시 폴록을 만나기 전 이미 천재 예술가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유리 마슈메트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체임버 앙상블 (손열음 협연) : 5/29
유리 마슈메트가 얼마나 유명한지도 모르고, 그저 손열음의 바흐가 궁금해서 예매했는데 유리 마슈메트는 비올라 연주자로서는 세계 탑클래스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연주한 곡들에 대해 애호가들은 저렇게 쉽게 연주해버리다니,하며 감동받은 모양인데 난 아무런 평가를 할 수가 없다. 그 주에 계속 피곤하더니만 엄청 졸았기 때문. 예습없이도 클래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란 나의 오만에 대해 반성한다.
J.S.Bach Piano Concerto No.1, BWV1052
Schubert Arpeggione Sonata in Aminor, D.821
Paganini Concerto for Viola in A Minor
P.I.Tchaikovsky Serenade for strings, Op.48
신세계 토요콘서트 (서민정 협연) : 6/15
그냥 갑자기, 요즘 디프레스되어 있기도 하고, 골드회원 종료 시점이 다가오기도 하고, 일정 없는 토요일이 싫기도 하고, 그래서 이틀 전 급히 예매한 신세계 토요콘서트. 또 마찬가지다. 내내 졸아서 아무 평가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 분장을 한 배우가 나와서 10여분간 연기를 하는데 정말 싫었다. 그것만 보고 졸다니, 그건 더 싫다.
F.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W.A.Mozart Symphony No.40 in g minor, K.550
다음 예정된 공연은 7월 7일, 오네긴. 발레리노의 탑클래스인 로베르토 볼레와 ABT의 서희가 커플로 출연한다. 로베르토 볼레 때문에 발레 애호가들은 지금 난리났다. 그때도 설마 또 졸지는 않겠지. 이 와중에 김기민이 홍콩문화센터에서 백조의 호수 게스트 출연한다고 하니 엄청엄청 땡긴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지금 즐길 수 있는거나 충실히 즐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