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9일 수요일

855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하면서 택배 아저씨를 만났는데 영우가 택배 아저씨한테 우리 아빠 어디있어요?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한테도 아빠 어디있냐며 요즘 부쩍 아빠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 짠해라. 우리 신랑 얼마나 짠할까.
어린이집에서 배변 훈련을 시키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완전 빵터졌다. 옷이 젖을새라 웃옷을 꼭 부여잡고 소변기 앞에 바짝 붙어서서 소변을 보고있는 사진이었는데 그 자세와 엉덩이를 드러낸 뒷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큰 웃음 줄 수 있는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집에서도 배변팬티 입고 조금씩 연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동생이 다리를 긁고 있었더니 가려워? 하더란다. 가려우니 긁어달라고 했더니 우유 하더니, 우유를 다 먹고 나서 정말로 긁어주더라지 뭔가.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 줬냐고 하니 선생님이 가르쳐줬단다. 아직 영우가 하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순 없지만 뜻밖의 상황에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툭 던지는 말은 정말 신기하다. 네 하고 대답하는 것도 참 귀엽다.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4월의 문화생활



문득, 갑자기, 예술의 전당 앱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라 바야데르의 취소표 두 장이 포착되었다. 신랑이 바빠서 같이 갈 사람이 정해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바로 구매. 몇 년 째 성인 취미발레를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는데 요즘 뮤지컬만 봐서 발레가 보고싶었다는 럭셔리한 발언을 남기며 약속이 성사되었다.
최근에 유니버셜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보았던터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니키아 역을 내 사랑 이은원이 했기 때문에 엄청난 편견이 작용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아름답고 멋지다. 의상, 무대, 조명, 무용수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다. 국립발레단에 감동받은 친구는 이후의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을 전부 예매할 기세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조금 늦게 내려왔더니 무용수들이 짐 싸서 나오는 타이밍이 되었다. 이 날 부상으로 춤은 못 추고 왕 역할을 한 이재우랑 사진도 찍고 이은원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기다리면 이렇게 사진찍을 수도 있구나! 기분 좋았던 날!

3월의 문화생활

3월에는 영화만 두 편 보았네. 귀향과 주토피아.

귀향.
귀향을 본 사람들이 힐링된다고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보기 전에는 위안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고 어떻게 힐링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싶었더랬다. 보고 나니 왜 힐링된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주토피아.
주토피아 역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코드를 숨겨놓았는데 아마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훨신 많았으리라.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가 어우러져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퍼스타 가젤이 트랜스젠더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찡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강추.

2월의 문화생활

육아일기 적는것도 매번 밀리기만 하니 문화생활 한 것은 뒷전이다. 너무 오래전에 다녀와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 가려면 마음 먹고 가야하니 명절 전 날, 기름 냄새 풀풀 풍기며 전시회 두 개를 숙제하듯이 보고왔다.



대영박물관전은 흥행을 위하여 '대영박물관'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인간, 또는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하는 전시였다. 기원전 몇 천 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소재를 통해 표현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묘한 경험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살면서 인도의 작품들을 이렇게 볼 수 있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어 인상적이었다.
인상주의전은 뜻밖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아니, 나는 인상주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감흥이 없다니, 그동안 풍경화를 너무 많이 보았던 것일까? 사실주의부터 야수파까지 시대별로 잘 구성되어 있었고, 그렇다보니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왔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생각나지 않고 잘 접할 수 없는 독일의 인상주의 작품들이 왔다는 것이 신선했었다.
전시회를 다 둘러본 후에 신랑에게 대영박물관전이 더 좋았다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이 느낌은 일본 미술관 투어에서도 이어졌다. 일본의 미술관 투어 여행은 나중에 다시 시간 내서 포스팅하도록 해야겠다.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요즘 나는 우울하다.

숙제처럼 육아일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나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드나보다.
요즘 나는 우울하다.
이 회사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일이 많다, 힘들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며칠 전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그 이후로 더 우울해졌다.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되었으니 시니어로서 성과를 내라, 언제까지 일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거냐, 일이 많으면 효율적으로 일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하라는 주문이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쨌거나 열심히 일 해 왔는데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건가, 회사 다니기 싫다, 이직을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머리로는 시니어로서 앞으로 해나갈 일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겠다 싶지만 마음으로는 괴롭고 또 괴롭다.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가 영우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일거라 믿어서였는데 아직도 영우를 데려올 날은 요원하기만 하고, 내 삶은 전보다 행복하지 않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난 놓을 수 없겠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채로 살아가겠지.

853일 맞을 준비가 된 아이?

아침에 사진이 올라왔는데 엄마가 맴매를 들고 있고 영우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어서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상황을 설명하자면,
빌면서 네~ 하고 있는 영우.
앞으로 말 잘 듣겠습니다 해라 하니까 네~ 때리지 말까 하니까 네~ 그래 용서해준다, 또 그러면 이걸로 맞는다 하니까 네~ 하는 영우. 이렇게 대답 잘하는 순한 양이 있을까.
알고 보니 물을 쏟았는데 영우가 스스로 맴매를 들고 와서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한다. 흠, 어린이집에서 맴매로 맞는건 아니겠지? 이렇게 맞을 준비가 잘 되어있다니~ ㅎㅎ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28개월 리뷰

언제부터 말을 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말을 잘 하는 영우. 무언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은 거의 '알아'이다. 정말 아는걸까 그냥 하는 말일까 궁금한데, 사실은 알긴 뭘 알겠나 그냥 하는 말일거라고 생각하는데, 가끔씩 모르는건 모른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면 정말 다 알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영우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줄때마다 '아아~'라고 하는데 듣고 있으면 정말 귀엽다. 마찬가지로 정말 알아듣고 아아~라고 하는건지 매우 궁금하다. 질문을 했을 때 그대로 반복해서 말을 한다면(예를 들어, 우리 밖에 나갈까? 하면 우리 밖에 나갈까 한다.) 그것은 긍정의 표현이다. 싫을 때는 아니아니 아냐아냐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좋을 때는 반복해서 말을 따라한다.
한글 자음과 알파벳을 읽고 말할 수 있다. 영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파벳송을 즐겨 부른다. 숫자도 1~12까지는 아는데 세어보라고 하면 몇 개씩 빼먹어서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역시 정확히는 아니지만 시계보는 것에 대한 감은 갖고 있다. 긴 바늘을 기준으로 대략 몇 시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색깔들은 영어로도 알고 있다.
여전히 반찬을 골고루 먹지는 않는데, 이거 먹어보자 하면 아니아니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엄마가 먹이실때는 안 먹는다고 하면 야단을 치며 밥도 먹지 말라고 하시는데 그러면 받아먹기는 한다고 하고, 고기 많이 먹어야 아빠처럼 키가 큰다고 얼러가며 먹이신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먹기 시작한 반찬은 감자채볶음. 첫술에 받아먹지는 않지만 생선도 억지로억지로 먹기는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뜻밖에도 다슬기국을 한 그릇 뚝딱 잘 받아먹기도 한단다. 며칠 전에는 손이 닿지 않던 전등 스위치에 손이 닿기 시작해서 영우 키가 많이 컸네 했더니 영우 고기 많이 먹어서 키가 컸어요 하더란다. 말은 참 잘해요. 그래도 최근 몇 번의 외식에서도 밥을 다 잘 먹긴 했으니 다행이다.
배변훈련이 생각보다 원활하진 않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응가는 변기에서 할 때도 많아서 기저귀 떼기가 수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도 산책, 낮잠 등의 스케줄이 있으니 기저귀를 채우지 않기 좀 애매한가보다. 배변팬티 입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바지를 벗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한다. 외출할 때 무슨 색 옷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패션리더인데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일까, 배변팬티가 작아서 입기 싫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큰 걸로 사줘야 하는 것일까.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를 닦고 다니더니 약간 깔끔떠는것이 보인다. 손에 무언가가 묻으면 닦을 때까지 그 손을 쓰지 않고 한 손만 사용해서 논다. 며칠 전에 어린이집에서 흙놀이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왼 손으로 흙을 파헤쳤는지 왼 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고, 그 손으로 삽질을 하기는 싫었는지 왼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오른 손만 사용하여 삽질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너무 깔끔떠는건 좋지 않지만 더러운 것보단 낫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그네와 미끄럼틀 타기. 그네는 타고타고 또 타고 지겹지도 않나보다. 요즘은 터널 미끄럼틀이나 경사가 있는 미끄럼틀도 탈 수 있다. 산책할 때에는 횟집의 수족관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인도어 활동 중에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아이패드. 여전한 아이패드 사랑으로 화상통화하기 어렵다. 내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에는 귀신같이 게임 아이콘을 찾아내서 누르는데 클래시 로얄을 지운터라 요즘은 디즈니 매직 킹덤을 좋아한다. 기차가 달리는 것은 보고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나보다. 무한반복해서 보면서 칙칙폭폭 달려요, 가자, 출발 등 추임새도 잘 넣는다. 한 번은 잘못 눌러서 다른 사람의 킹덤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내가 갖지 못한 롤러코스터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작은 기차라며 너무 좋아하길래 이 재미없는 게임을 계속하면서 나의 킹덤에도 롤러코스터를 만들어주었다. 가상세계에서라도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이것은 정상적인 엄마의 마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