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867일 일상

며칠째 날이 너무 덥다. 대구는 얼마나 더울까. 영우는 더위를 잘 견디고 있을까 걱정이다.
통화를 해보니 열감기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얼굴과 몸에 열꽃이 피기는 했다. 더울까봐 걱정하고 있는줄 아는지 갑자기 부채를 갖고 오더니 우리한테 부채를 부쳐준다. 그러면서 선풍기도 켜놨고, 에어컨(영우는 리모콘이라고 이야기했지만 ㅎㅎ)도 켜놨고, 부채도 부치니까 안덥단다.
어제부터는 알람을 맞춰놓고 소변을 누게 하고 기저귀는 아예 벗겨놓으셨다고 한다. 배변팬티도 두꺼워서 얇은 바지만 하나 입고 있는데 잘 가리고 있나보다. 기저귀 하고 있으면 답답하고 더울텐데 이 참에 기저귀 잘 뗄 수 있으면 좋겠네.

865일 일상

결국 열감기에 걸려버렸다. 안쓰럽게 축 처져있길래 엄마가 해열제를 먹이셨다고 하는데 다행히 좀 나아졌나보다. 우리랑 통화할 때에는 꽤 괜찮은 컨디션이었는데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잠은 잘 못잤나보다.
자동차를 갖고 놀다가 바퀴가 빠졌는데 그걸 스스로 끼웠다. 성격 급한 아이가 그걸 딱 맞추어 끼워넣을 수 있었다니 놀랍다. 지난번 리액션 부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번에는 '영우가 혼자서 자동차 수리를 했구나' 하며 열심히 박수를 쳐주었다.
이 날은 영우가 전화를 금방 끊지 않아서 꽤 긴 시간동안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신랑이 게임하느라 잠깐 한눈 파는 것을 느꼈나보다.(몰아쓰다보니 헷갈렸는데 게임하느라 한눈 판 것은 다음날이었다. 이 날은 영우는 뭐했어? 뭐할거야? 물어보고 아빠는 탱크 몰거야 라고 이야기해준 것이었다고 한다. 신랑이 정정해줌.) 그래서 아빠는 지금 탱크 몰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탱크? 하더니 갑자기 '아빠는 뭐하는 회사야?' 한다. 아이, 깜짝이야. 아빠는 게임 만드는 회사라고 이야기해주기는 했는데, 아~ 대답하기는 하는데 회사가 뭐라고 생각하는걸까? 무엇이 궁금한걸까? 이렇게 일찍 무슨 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지 몰랐네.

864일 병원

월요일부터 기침을 조금씩 하더란다. 비오는 일요일에 밖에 너무 오래 있었나? 기침이 심하지는 않았는데 이 날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열이 좀 있었나보다. 아침에도 엄마아빠가 기침이 더 심해지면 병원가야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영우가 병원 가겠다고 난리를 피웠나보다. 일부러 기침을 콜록콜록 하면서 병원가자고 했다지 뭔가. 그래서 열도 있었다고 하니 오후에 병원에 들렀단다.
영우에게 병원은 어떤 의미인가 몰라. 대기하는 동안 자동차 타면서 놀고, 진료받는동안 울지도 않았다고 한다. 우리한테 의사선생님 만났다고 자랑도 한다. 병원 가는 길에 여름철 안전관련 캠페인중인 여경분들을 만나서 부채도 받고, 시장에 가서 물고기 구경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일상이 즐거운 우리 영우, 아프지 않아야 할텐데.

860일 일상

이 날은 사자보러 가고 싶단다. 다른 날 같았으면 동물원에 갔을텐데 다음날 건강검진 때문에 일찍 올라가야해서 따로 일정을 잡기가 애매하다. 동물원 외출을 못하는 것이, 일찍 올라가야하는 것이 미안해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중간한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는 않길래 놀이터에 나갔다. 그네는 타고 또 타도 재미있나보다. 비가 안 온 덕분에 질릴때까지 그네도 타고 모래 위에 그림도 그리며 놀았다.
비가 오길래 잠깐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영우가 알파벳송을 부른다. 평소였다면 영우가 알파벳송을 부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폭풍 칭찬을 해주실테지?우리가 무반응을 보이자 알파벳송을 한 번 더 부른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혼자 박수~ 하면서 손뼉을 친다. 아, 우리는 너무 리액션이 부족하구나. 칭찬을 먹고 자라는 아이에게 이렇게 무반응을 보였다니 다시 한 번 반성한다.
반성할게 하나 더 있구나. 다음 주에 할 일들이 쌓여있어서 금요일 퇴근길부터 기분이 굉장히 안좋았다. 세상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을 한다지. 딱 내가 그랬다. 영우를 눈 앞에 두고도 내일 출근해서 일할 걱정 하느라 마음껏 놀아주지 못하고, 웃어주지 못하고, 호응해주지 못했다. 이게 다 뭐라고, 뭣이 중헌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다시 한 번 반성한다. 영우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충실히 보내야지.

859일 할아버지 생신

아빠 칠순이다. 아빠가 벌써 70 할아버지가 되었다니 실감이 안난다. 어릴 적 생각하던 70세 할아버지와 아빠의 지금 모습은 꽤나 큰 괴리가 있긴 하다. 아빠 환갑 때는 유럽여행 보내드렸는데 엄마 환갑 때는 영우 땜에 아무데도 못가시고, 아빠 칠순에도 아무데도 못가신다. 내년엔 엄마아빠 결혼 40주년인데 부디 두 분 여행 가실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가족들과 한정식 집에서 간단히 점심 먹는걸로 대신했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점심시간에는 멈춘 덕분에 영우는 식당 주변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한정식집은 오히려 영우가 먹을만한게 없어서 새로운 반찬 먹여보는 것은 실패. 영우한테 계속 할아버지 생신이다, 노래불러드리자 이야기해두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생일축하노래도 영우 빼고, 케잌도 영우 빼고 다 먹었다. 그래도 할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난생처음 박하사탕을 먹어본 날.
참, 이제 영우가 성민이를 많이 건드리진 않는다. 자기 장난감 만지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 질투는 없으니 다행이다. 성민이가 점퍼루에서 노는동안 영우는 트램폴린에서 놀고, 성민이 옆에 다가가서도 건드리지 않고 보기만 한다. 이제 좀 크긴 컸나보다.

858일 일상

영우가 보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같이 놀아주고 싶어서, 5시 퇴근 찬스를 쓰고 퇴근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차가 엄청 막힌다. 4시간 넘게 걸려서 9시 넘어서 겨우 도착했다. 아 속상해.
영우는 우리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해준다. 사촌에게서 받은 옷을 갖고 갔는데, 백을 보더니 장난감 사온건지 궁금했는지 '엄마 뭐가져 왔어요' 한다. 그리고 옷을 하나하나 다 꺼내본다. 장난감이 아니라서 좀 실망한 눈치?
낮에는 자석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노는데 원하는 모양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그라미를 잘 그리고 싶나본데, 그러고 보니 늘 동글동글한 모양을 그리지만 시작점과 끝점을 잇지 못하기 때문에 동그라미 그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가보다.
내일은 뭐하고 놀까 했더니 공룡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한다. 하고싶은건 해줘야지 싶어서 공룡공원을 검색해 보지만, 그 정도 시설에 입장료 만원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바로 포기. 하고싶은거 다 해볼 수 있게 해주는건 쉽지 않은 일이구나.

2016년 6월 30일 목요일

6월의 문화생활

피가로의 결혼.
요즘 영화관마다 차별화를 위해 명화 재상영이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해주는데 메가박스에서는 오페라를 상영해준다. 매년 MET 오페라를 상영해오다가 이제는 유니텔 클래시카 오페라도 추가되었다. 팀에서 보러가기로 해서 무난하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카르멘을 보려고 했는데 피가로의 결혼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 상영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http://www.megabox.co.kr/?menuId=specialcontent-classicHome&majorCode=02&minorCode=0208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인데 팀원들과 보는 거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들 재미있었다며 다음 공연도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오페라 가수들의 풀이 한계가 있다보니 주인공이 미남 미녀가 아니어서 좀 낯설긴 했지만 400년 전에도 출생의 비밀이 담긴 막장 드라마가 인기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극장에서 보는 오페라는 생동감은 좀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자막 덕분에 내용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야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지난 해 국립발레단이 초연하고 세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대부분의 발레는 비극이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이다. 발레를 보면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선도 까다롭고 표정 연기도 많은데 기존의 공연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도, 연기를 하기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통 발레를 보는 것도 늘 감동이지만 이렇게 유쾌한 작품 하나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웠던 시간.  

이재효 전시.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이재효 작가의 전시. 이재효 작가의 이름을 인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작품을 보면 아~ 할 것 같다. 그만큼 요즘 큰 건물들의 로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무로 만든 작품만 알고 있었는데 못으로 만든 작품도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었고, 그 외에도 낙엽이나 돌 등의 자연소재 작품이 많다.
두 개의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에 작품을 두었는데, 전시실의 로비에는 작가의 작품을 의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고 야외에서는 작품에 매달려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해두었다. 손대지 마시오가 아니라 마음껏 매달리고 일상의 가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니 참 인상적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낙엽을 엮어 만든 길과 빛을 이용한 돌 작품, 가느다란 나무 줄기들로 만들어졌으나 마치 복슬복슬한 털 같은 느낌의 작품,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의 자연스런 현태를 그대로 활용한 작품 등 볼거리가 많았다. 몽환적인 느낌과 자연 친화적인 익숙한 느낌도 참 좋았다. 좋았던 날 좋은 작품을 만나 더 좋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