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고 해서 부산에 계신 신랑 큰어머니댁에 영우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언덕 위에 포크레인 몇 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요즘 영우가 중장비차에 심취해 있어서 실제로 보여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은 보았으나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포크레인이 있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머릿속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영우가 갑자기 빨간 포크레인 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우 포크레인 봤냐고 하니까 봤다고 하는데 색깔까지 정확히 빨간 포크레인이라고 하니 눈썰미가 있긴 하구나 싶다.
큰어머니댁에 도착했는데 마침 큰댁의 막내딸, 내게는 사촌형님?도 내려오시는 길이라고 한다. 신랑에게는 사촌누나라서 가까운 사이이지만 사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나면 사촌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친척 결혼식에서 얼굴만 몇 번 봤지 길게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큰 아이 돌잔치에 갔던거, 둘째 아이 낳고 조리하러 큰댁에 와있던거 정도가 생각나는데 그 아이들이 벌써 11살, 9살이 되었다. 영우랑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놀 수 있겠나 싶었는데 웬걸, 형아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형아들 허리춤까지밖에 안되는 영우가 양 팔 가득히 형아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뒹굴면서 몸으로 놀기도 하고 졸졸 따라다니면 정말 좋아하는게 눈에 보였다. 형아들이랑 생애 첫 윷놀이도 했는데 차례를 기다리라고 하면 제법 기다릴줄도 알고, 윷모도 몇 번 해서 승기를 잡는듯하다가 삼연도를 하는 바람에 패배했으나 꽤 재미있게 노는 듯 했다. 형아들이 과일을 손으로 집어먹으니 '포크로 먹어'라며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착하고 영우를 이뻐라해줘서 영우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
부산까지 왔는데 바로 올라가기 아쉬워서 요즘 핫하다는 더베이 101에 갔다. 뭐 특별한 건 없었으나 영우에게 크레이프 케잌을 먹였더니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신랑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한다. 드디어 달달한 디저트의 세계를 맛본 나영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구경도 하러 갔는데 예전에는 별로 안 무서워하더니 이번에는 무서워한다. 영우를 안아서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내려놓았더니 돌아보며 손을 잡자고 한다. 나중에 한다는 말이 '혼자는 무서워 손잡으면 안무서워' 하는데 또 한 번 빵 터진다. 사실은 발음이 무서워가 아니고 무섭어이고 사투리 억양까지 있어서 그 빵터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던 부산 나들이었지만 큰어머니, 큰아버지도 영우 재롱 보며 즐거워하시고 영우도 형아들 만나서 즐겁고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영우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에휴.
2016년 2월 29일 월요일
714일 명절나기
설날. 큰 집에서 사촌오빠의 아들인 도윤이랑 만난 영우. 도윤이는 영우보다 13개월 빠른데 이 정도 터울의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같아서 투닥거린다고 한다. 이 날도 서로 영우거야, 도윤이거야 하면서 갖고간 장난감들을 만지고, 뺏고, 싸우고, 울고 그랬나보다. 그러다가도 헤어질땐 손 잡고, 안녕하고 안아줬다고 하니 애들은 애들인갑다.
저녁에는 동생네도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영우를 본 제부들은 이렇게나 말을 잘하게 되었다고 놀란다. 입으로 똑딱똑딱 소리도 낼 줄 알고, 종알종알 말도 잘 하고, 밥상 앞에서 제어도 잘 해서 이제는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참, 영우가 좋아하는 카드놀이가 있는데 신랑한테 카드놀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도 신랑이 아이패드에서 아이콘을 못 찾자 직접 가리키며 "이거 아이가" 한다. 이 사투리를 어쩔겨.
저녁에는 동생네도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영우를 본 제부들은 이렇게나 말을 잘하게 되었다고 놀란다. 입으로 똑딱똑딱 소리도 낼 줄 알고, 종알종알 말도 잘 하고, 밥상 앞에서 제어도 잘 해서 이제는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참, 영우가 좋아하는 카드놀이가 있는데 신랑한테 카드놀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도 신랑이 아이패드에서 아이콘을 못 찾자 직접 가리키며 "이거 아이가" 한다. 이 사투리를 어쩔겨.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2월의 문화생활 - 조성진
드.디.어. 그 날이 왔다.
5시 퇴근 찬스를 써서 6시 반에 오픈하자마자 티켓을 찾고 식사를 하고 왔더니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이렇게 혼잡한 예당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간 전석 매진된 공연을 안 본 것도 아닌데 이 날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티켓을 못 구한 사람들이 로비에서 스크린이라도 보겠다고 와서 그런걸까? 게다가 암표상까지!
예전에 조성진 연주를 들었을 때 엄청 감동받은건 아니라서 크게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물론 콩쿨 영상을 찾아보고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렘은 없었달까? 앞서 콩쿨 6위 입상자부터 연주를 시작하는데 내가 듣기엔 다 비슷한 수준인데 선곡에 따라서 박수를 많이 받고 못 받고가 결정되는 모양새였고 오케스트라 효과도 크게 좌우되는것 같았다. 평소에는 연주자들의 과한 감정 표현이 보이면 좀 부담스러웠는데 케이트 리우의 감정선을 보니 뭔가 답답하고 목석같기도 하고, 감히 내가 이런 평을 하면 안되는거겠지만 이런 불편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믈랭은 꽤나 열정적인 것이 느껴졌는데 내가 순위에 대한 편견을 갖고 들은 것은 아니겠지?
드디어 조성진. 피협 1번을 연주했는데 새롭게 느껴지는건 2악장이었다. 그간 피협 1번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1,3악장만 귀에 들어왔는데 2악장이 이렇게 좋았구나 싶다. 바순 소리도 너무 좋고, 이것이 협연자의 힘인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먼저 끝이 나고 오케스트라가 마무리하는데 이건 뭐 아몰랑 박수인가, 피아노가 끝나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거다. 지휘자가 손내리기 전에 치는 안다 박수는 많이 봤지만(안다 박수도 상당히 별로다. 여운이란걸 좀 느끼게 해주면 안되겠니?)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치는 박수는 난생처음. 이것 참. 이게 뭔지.
어쨌든 좋은 연주에, 끝없는 박수가 이어지고, 드디어 앵콜. 예상했던대로 폴로네즈를 앵콜로 연주해주었는데 폴로네즈는 실제로 보고 들으니 정말 감동이었다. 모두가 다 아는 곡을 저렇게 잘 쳐내다니,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우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돌아오는 길에도 조성진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언젠가 조성진의 베토벤을 들을 날이 올까 기대된다. 수지형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밤.
12월의 문화생활 -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루벤스에 포커스되어 있지만,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의 소장품들이다. 처음엔 리히텐슈타인이라고 하길래 행복한 눈물의 로이 리히텐슈타인인줄 알았는데;; 리히텐슈타인이라는 국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정작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은 비엔나에 있다고 한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생략한다.
보통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라면 루벤스 작품은 거의 없게 마련인데 이번 전시는 루벤스 작품이 꽤 많다. 루벤스의 제자들과 친구들의 작품도 많고 대형 작품도 많아서 볼거리가 꽤 많다. 17세기 플랑드르를 메인으로 하여 루벤스 뿐 아니라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브뢰겔 가문의 대를 이은 작품들과 풍경화, 정물화 등이 볼만하다.
문화사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르네상스가 지속되는 300년간 역사화, 초상화가 중심이다가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가 탄생한 것이 17세기 네덜란드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것은 정물화에도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바니타스, 프롱켄(은제 식기, 조개 껌데기 등 과시용 정물), 꽃 정물화가 있다고 한다. 굳이 처음 알았다고 쓴 것은 꽃 정물화가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하였고, 당시 꽃은 엄청난 사치품이었기에 역시 과시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뢰겔의 아들인 얀 브뢰겔이 꽃 정물화의 대가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풍경화 역시 미술사상 최초로 하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림에 담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화가라고 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전시회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하늘은 우울한 색감으로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편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색감마저도 다르게 보인다. 미술사에 네덜란드가 등장할 때는 딱 17세기 뿐인데, 당시의 풍경화가 200년이나 지난 후에 컨스터블이다 바르비종파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덕분에 19세기 프랑스의 인상파도 존재하게 되었으니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어느 방엔가, 긴 스토리가 담겨있을 것 같은 작품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검색해보니 루크레치아의 죽음을 그린 작품이었다. 그림을 첨부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온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칼을 들고 자살하려는 여인의 그림을 본다면 루크레치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문화사에서 들은 얘기로는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세 명의 여인이 클레오파트라, 유디트, 루크레치아이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들이 그려졌다고 한다. 루크레치아의 죽음으로 인해 로마가 공화정을 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알았는지.
이 외에도 가구나 그릇 등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데 아름다운 그릇은 나폴레옹의 누이가 쓰던 그릇이라고 한다. 중앙박물관에 환기가 잘 안되는 것 같은 냄새가 나서 오래 있기가 힘들었는데 리뷰 쓰다보니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그리고 근처에 르번미라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는데 특색있고 맛있었다. 여기도 다시 가보고 싶네 그려.
국립중앙박물관, ~2016.04.10
2016년 2월 6일 토요일
712일 열 나는지 볼까?
엄마가 오전에 옥상에 빨래를 널고 내려오시는데 날씨가 꽤 추웠나보다. 실내로 들어오셔서는 날씨가 추워서 손도 차갑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네라고 말씀하시니 영우가 열 나는지 볼까? 하면서 엄마 이마에 손을 대더란다. 그리고 내가 잠깐 볼까? 하면서 TV쪽으로 다가가며 뭔가를 찾는 것 같길래 체온계 찾나보다 싶어 체온계가 있는 서랍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체온계를 꺼내더니 자기 귀에 대보고, 할머니한테도 대보고는, 열 없어 하더란다. 지난 주에 영우 열 날 때 우리가 했던걸 그대로 흉내내며 할머니 열을 체크한 영우. 오늘도 빵터지는 즐거움을 준다.
710일 친구 생일
어린이집 친구 성민이의 생일이다. 어린이집 카페에 올려진 사진을 보는데 아이들이 나란히 생일상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빵 터졌다. 다음 사진은 다른 반 형아 누나들도 함께한 사진이었는데, 선생님이 만세를 시키고 사랑해요도 시켰나보다. 그런데 영우 반 친구들은 가만히 서 있고 영우랑 형아 누나들만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만세를 하고 사랑해요를 하고 있다. 아우,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시키는대로 잘 하고 영우 월반해야겠구나~ ㅎㅎ
그리고 생일 파티가 끝난 후에 영우가 성민이를 안아주며 생일 축하한다고 해줬나보다. 저녁에 화상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더니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곧 영우도 생일인데 친구들과 즐겁게 생일파티하자~
그리고 생일 파티가 끝난 후에 영우가 성민이를 안아주며 생일 축하한다고 해줬나보다. 저녁에 화상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더니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곧 영우도 생일인데 친구들과 즐겁게 생일파티하자~
706일 일상
영우가 이제 노래를 제법 잘 부른다. 박자를 못 맞춰서 빠지는 가사도 많지만 반주 없이도 부를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는 곰 세마리, 악어떼, 개구리 송, 나비야. 곰 세마리는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이 무한반복 될 때가 많긴 하지만 가끔 율동도 곁들여 노래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금요일부터 콧물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이 날은 하루종일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콧물만 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열까지 나서 걱정이었다. 체온계에 39도가 찍힌 모습은 처음이라 많이 걱정됐는데, 잘 때도 많이 보챌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열이 더 오르지도 않았고 잠도 잘 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콧물은 나고 있는 중.
이번 주에 영우의 사투리는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뿟다, 아니가? 이런 말 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미끄럼틀->미끄럼털이라고 발음하지 않나, 쌀->살이라 발음하지 않나, 대구에서 자라고 있긴 하구나 ㅜㅜ
금요일부터 콧물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이 날은 하루종일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콧물만 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열까지 나서 걱정이었다. 체온계에 39도가 찍힌 모습은 처음이라 많이 걱정됐는데, 잘 때도 많이 보챌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열이 더 오르지도 않았고 잠도 잘 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콧물은 나고 있는 중.
이번 주에 영우의 사투리는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뿟다, 아니가? 이런 말 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미끄럼틀->미끄럼털이라고 발음하지 않나, 쌀->살이라 발음하지 않나, 대구에서 자라고 있긴 하구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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