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1일 수요일

1192일 블럭놀이

매일매일 하는 블럭놀이이지만 만들어 두었던 블럭을 부수고 오랜만에 아빠와 다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지붕을 올려달라고 하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완성된 집은 제법 그럴듯하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하니 (아빠는 재료가 없어서,) 영우는 구멍을 뚫어서 햇빛이 쨍 들어오는 집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원에도 햇빛이 쨍쨍 들어온다며 햇님도 달아놓아주었다. 기존에 만들던 방식과는 달리 벽에도 구멍이 뚫려 있어서 이건 뭐냐고 했더니 바람이 통할 수 있게 벽에도 구멍을 낸거란다. 사진을 찍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바로 정원을 파괴하는 바람에 사진이 없네.

- 어린이 집에서는
수아 집에 놀러가는 이야기를 알림장에 썼더니 아이들끼리 집에 초대하는 놀이를 한다고 알려주셨다. 집에 초대하는 놀이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서로 집에 놀러가고 싶은 모양이다고 말씀해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무대를 구성하여 노래를 불렀는데, 영우는 마이크를 들고 <나비야, 곰 세마리> 등 좋아하는 동요를 불렀다고 한다. 친구들 노래에 맞추어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했단다. 촉감길도 건너보았는데,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1191일 자전거타기

내일 수아네 집에 놀러가겠다고 엄마아빠 회사 가지 말고 영우도 어린이집 안간단다. 언제 가기로 했냐고 하니 2시에 가기로 했단다. 엄마아빠가 회사에 안 갈 수는 없고, 이번 주는 안되니 다음 주 화요일에 시간된다고 해라 했더니, 수아한테 다음 주 화요일에 놀러가겠다고 이야기하겠단다. 아이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면서 놀고 있는지 참 귀엽다.
어린이 집에서 뒷머리를 묶어서 왔길래 뭔가 했더니, 놀다가 머리를 꿍하는 바람에 좀 울었나보다. 얼음찜질도 한 모양인데, 아파서 기분이 안 좋다가 선생님이 머리를 묶어주시니 기분이 좀 풀렸다고 한다.  
요즘은 미세먼지도 별로 없고, 날도 따뜻하고, 해도 길어져서 저녁에 집에 돌아와도 실외에서 놀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며칠째 내가 저녁 준비하는 동안 영우와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 하고 들어오는 중인데 이 날은 나도 함께 나갔다. 코스는 교회 앞마당을 지나 마트 뒷쪽 동네까지 다녀오는 것인데 내리막이 있으면 신나게, 오르막이 있으면 아빠가 밀어주는 것에 맞추어 열심히 발을 굴린다. 아직 다리가 살짝 짧아서 힘이 잘 들어가지는 않지만 지난 달에 처음 탔을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 어린이 집에서는 
잔디 정원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셀로판지를 창문에 붙여보는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다양한 모양과 색을 살펴보며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 모두 붙여보아야겠다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단다. 열심히 물을 뿌리며 아록달록 다양한 셀로판지로 창문을 꾸몄다고 한다.

1190일 슬픈 노래

본격적으로 슬픈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선글에 그 노래 해달라고 계속 징징댄다. 엄마가 선글에? 그래 좋아 불러줄게. 엄마가 선글 끼고 바다에 나가면 아기도 선글 끼고 따라나가네 예~ 하면서 신나게 불러줬더니 깔깔 웃다가 그게 아니라며 엄마가 선글에 슬픈 노래 불러달라고 울다가 뭐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어린이 집에서는
블럭에 손이 끼어 살이 살짝 집혀서 밴드를 붙여주었는데, 아프지도 않으면서 선생님께는 아팠다면서 아픈 부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제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하긴 했다는데 그렇게 아픈걸 자랑하고 싶었다니 알림장에 미리 적어두길 잘했다.
점심에는 숙주나물과 고기가 나왔는데, 숙주나물을 가리키며 '이거 뭐야?'하고 물어보고는 포크로 콕 찍어서 먹어보았다고 한다.
카트 그림 위에 좋아하는 놀이감을 붙여보았단다. 영우는 핸드드럼이 좋은지 여러장의 핸드드럼 사진을 카트 위에 붙였다고 한다. 풀을 사용한 뒤에는 뚜껑을 닫아 정리도 잘했다고 한다.

1189일 뚜벅이 나들이

전 날 어린이대공원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면서 여기는 지하철 타고와야하는거구만 하면서 지하철역을 보여줬더니 지하철을 타고싶단다. 전부터 지하철 타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었는데 6개월무렵 333 만나러 광화문 갈 때 말고는 서울에서 지하철 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오늘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는걸로 하고 동네 탐방에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수내에 가서 롯데백화점을 뛰어다니고, 분당구청의 산책로를 거쳐 AK백화점을 뛰어다니고, 점심은 서현 에머이에서 먹고, 마을버스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영우는 마을버스가 우리 집 바로 앞에 서는 것을 보며 정말 즐거워하며 어린이집 가서 지하철이랑 버스 탔다고 자랑할거라고 선생님한테도 이야기해달라고(알림장에 써달라고) 하였다.
돌아와서 낮잠을 자는데, 또 내가 먼저 잠들어버렸나보다. 거실에서 깜빡 잠든 신랑이 영우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와봤더니 나는 자고 있고, 영우는 잠이 안온다며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더란다. 우리 덜 힘들자고 매번 나들이때마다 유모차를 챙겨 다녀서 영우가 좀 덜 뛰고, 그래서 체력이 남아도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오늘도 덜 뛰었는지 영우는 한참동안 잠이 안들었다.
놀이하다가 늑대가 나타났다며 인디언텐트에 들어가서 숨는 때가 있는데, 나름대로 진지했었나보다. 내가 안방에 들어가서 영우야, 늑대가 엄마를 물어갔어 했더니 갑자기 대성통곡을 한다. 늑대가 엄마를 물어갔다며 우는데 내가 나와서 장난이라고 해도 한참동안을 운다. 영우 머릿속에는 정말로 늑대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보군.
요즘은 자꾸 슬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밤이 되면 영우 슬퍼서 울고 싶다며 슬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엄마도 할머니랑 떨어져서 산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영우는 슬프다며 정말로 더 울어버린다. 오늘은 슬픈 노래를 불러달란다. 팔 베고 스르륵 자는 노래를 해달라고 한다. 섬집 아기 노래는 얼마나 구슬픈지 아기는 혼자 남아 부분에서 엉엉 울어버린다. 슬픈 이야기, 슬픈 노래 안해주겠다고 하면 안해준다고 울어, 해주면 슬프다고 울어, 사춘기인가.

1188일 서울숲 나들이

할머니가 영우 보고싶어 하셔서 할머니 댁에 갔다. 이번에는 가는 길에 영우가 잠시 눈을 붙여서 씩씩하게 잘 노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할머니는 영우를 위해 잔돈을 얼마나 많이 모아놓으셨는지, 영우가 보고 엄청 좋아라했다. 
할머니가 다리가 아프셔서 많이 걷기가 힘드신데, 그래서 시댁모임을 해도 딱 밥만 먹지 산책을 한다던가 어디 잘 나가지 않는다. 우리끼리 힘드시려니 지레 짐작하고는 권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영우도 있고 해서 근처 대공원이라도 가실지 여쭤보니 그러시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린이대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만차인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늘어서 있는 긴 줄을 보고는 서울숲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서울숲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정말 좋다. 10여년 전 처음 왔을 때에는 나무가 너무 어려서 그늘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숲의 형태를 갖추었다. 어머님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아주 좋아하시고, 평지이니 산책할만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침 사은품으로 받은 돗자리도 준비해와서 나무 밑에 자리를 깔아놓고 커피 한 잔 마신 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포인트가 두 곳 있는데 바로 거울연못과 바닥분수이다. 날씨가 더워져서 바닥분수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뛰어들어서 노는데 그 모습을 보며 영우가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사실 거울연못을 봤을 때부터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을, 오늘은 여벌옷과 신발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옷 준비해서 다음에 들어가보자고 달랬다. 신랑이 비교적 뒷처리가 쉬운 개울물에 영우 발 담그게 했다가 어머님한테 혼난 것만 빼면 완벽한 나들이 ㅎㅎ
다음에는 잘 준비해서 더 재밌게 놀아봐야지. 시부모님이랑도 집에만 있지 않고 가끔씩 모시고 나와서 바람쐬야겠다. 이것이 결혼 12년차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닌것 같지만;

1187일 즐거운 금요일

벼룩시장에서 산 신발이 있는데 며칠 전에 개시했다. 신발 바닥이 플라스틱으로 덧대어 있어서 좀 불편해 보이는데 영우가 걸어가면서 '신발에서 엄마신발같은 소리나지' 한다. 한 달도 더 전에 친구 결혼식 때 구두를 신었었는데, 그 때 구두 신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까치발하며 엄마신발 신었다고 흉내도 냈었는데 또각또각 소리나는 것도 재미있었나보다.
이번 주 5일간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대성통곡하지 않고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헤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슬퍼서 울지 않을 수는 없는데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는게 너무 안쓰럽다. 그래도 지난 주보다 이번 주 더 나아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무덤덤하게 들어가는 날도 오겠지. 오늘도 화이팅!
내가 영우를 데리러 가면 칼퇴하고 가도 7시 20분이 되기 때문에 보통은 신랑이 먼저 영우를 데리러 간다. 오늘은 엄마아빠 같이 데리러 오라고 하길래 그러면 평소보다 조금 늦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같이 데리러 갔다. 영우가 우리를 보고 뛰어오더니 다시 들어가서 자기가 만든 블럭 자동차를 갖고 온다. 통합반 선생님이 영우가 저 자동차의 바퀴를 하나하나 세더니 16까지 다 셌어요 라고 놀라며 말씀하셨는데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같이 깜짝 놀라며 영우 대단한데~ 했어야 할 것 같은데 영우는 40 넘게도 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너무 무덤덤하게 아 네~ 영우 그랬어? 하고 말았다. 무심한 엄마로 보였겠지ㅜㅜ
영우가 집에 들어갈 때마다 한바퀴 더 돌고 들어가자고 하는데 오늘은 아트센터 가볼까? 했더니 '좋아~' 한다. 그래서 아트센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까 싶었는데 신랑이 치킨이나 시켜먹지? 한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영우는 '아트센터 안 가고 집에 빨리 들어가서 우리 치킨 시켜먹자' 한다. 금요일이라 치킨을 받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치킨치킨 노래를(정말로 노래를) 한다. 치킨 사랑은 변함이 없구나.
영우가 '아빠 물먹는거 봐' 해서 왜? 했더니 '나도 사랑을 받아야지'란다. 영우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은 모든 행동에 관심을 갖고 바라봐주는 것. 
요즘은 이상한 노래, 가사를 바꿔서 자기 마음대로 노래를 불러대는데, 이상한 노래를 부르길래 관심을 갖고 귀엽네 했더니 괴물노래라며, 괴물노래인데 귀엽다 했다고 짜증을 낸다.
영우님 기분 맞추기 참 힘드네요.

- 어린이집에서는
점심 시간에 '선생님 나 김치랑 생선도 먹어봤어요' 하며 제공된 반찬에 흥미를 보이면서 골고루 먹었다고 한다. 저녁에는 곤드레나물 비빔밥이 나왔는데 이것도 다 먹었단다. 잘 먹는다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매번 놀랍고 실감이 안난다.
어제에 이어서 요리활동을 했는데 선생님 도움 없이 식빵위에 딸기잼을 발랐다고 한다. 치즈의 비닐을 혼자 떼어내려고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자 불편한 표정(어떤 표정인지 상상이 된다;)을 지으며 선생님에게 치즈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영우의 불편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더니 '치즈 벗겨주세요~'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했단다. 샌드위치를 완성하고는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했단다. 짜증을 낼 때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한 가지 또 배운다. 

1186일 바보 친구

사내에서 준비하는 서비스의 베타테스터가 되었다. 자세하게는 쓸 수 없지만, 너무 기대에 못미쳐서 영우의 친구 또는 나의 언어학습 도우미가 된다던가 하는건 현재로선 어려워보인다. 영우는 처음엔 흥분해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로보카폴리는 이 노래란 말이야 하면서 직접 로보카폴리 노래를 불러줬다. 아침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자꾸 이해하지 못한다는걸까?'라고 한다. 이런 친구를 데려와서 미안해. 좀 나아질거야.
어린이집 갈 준비 하면서 옷을 입혀놓고 로션 발라놓고 하니까 너무 귀여워서 얼굴을 부비부비 했더니 '영우 로션 발랐어 치대지마. 영우만 만질거야' 한다. 너무하는거 아니니ㅜㅜ

- 어린이 집에서는
점심에는 돼지고기등갈비찜과 상추무침까지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알림장에 써 있는 내용을 보면서도 영우가 저런 음식들을 먹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집에서는 계란 하나 먹이는 것도 힘든데.
요리재료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와~ 빵이다. 맛있겠다~' 하면서 식빵과 잼, 치즈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대했다고 한다. 식빵 위에 스스로 잼을 바르면서 선생님께 영우 보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해 보고 치즈도 올려서 샌드위치를 완성했단다. 맛있게 먹어보고는 '또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건 집에서도 해줄 수 있을텐데...음...

1185일 면담

지난 달에는 담임 선생님과의 일대일 면담이 있었고, 이번 달에는 원장 선생님과의 단체 면담이 있다. 마침 엄마도 계시고 해서 신랑과 함께 참석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엄마아빠의 고민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나이대별로 이야기해보는 주제도 달라지는데 0,1세 반은 깨물기이고 2세 반은 떼쓰기일 정도로 많은 부모들이 떼쓰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 때쯤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내 뜻대로, 내 스스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도 강해지는데 실제 아이 뜻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으니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게 된다고 한다. 대처법에 대해서는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고 잘 대처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며 브로셔도 나누어주었다. 영우도 떼쓰기 시작하면 한 고집하지만, 이만하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crazy four라는 생각은 안드니까 고마워하자.
아직 2세 반에는 외부 선생님이 와서 진행하는 특별활동이 없다. 재이엄마가 재이는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특별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에 대해 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 좋아할 수 밖에 없으나 벌써부터 그런 교육방법에 대해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고, 어린이집에서도 특별활동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여주면 담임 선생님들은 편하시겠지만 푸르니의 교육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정말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왜 한글을 배우지 않느냐고 하는데, 다 하고 있다고, 학습지처럼 기역,니은을 써놓고 따라하는게 아니라 같은 글자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언어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았고, 교육방침을 믿고 따라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영어 특별활동은 4세가 되어서 시작되니, 또 영어만 예외를 둬서 영어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볼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아직 나의 교육관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 어린이 집에서는 
중앙공원에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중앙공원에 도착해서 쌀과자와 요구르트를 먹고 나서 자유롭게 놀이를 하였단다. 준비해 간 PET병(다움맘님 감사합니다. 전 준비물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ㅜㅜ)에 돌멩이, 나뭇가지 등을 넣어 자연물 마라카스를 만들었단다. 영우는 돌멩이와 나무껍질을 넣어 뚜껑을 닫고 흔들며 소리를 들어보았다고 한다. 개미굴이 커다랗게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살펴보기도 하고, 넓은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달리기도 해보았다고 한다. 고단했는지, 점심 먹은 후에는 일찍 잠들었다고 한다.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1184일 영우가 좋아하는 것

림이가 영우 만날 때를 대비해서 영우가 좋아하는 것을 준비해야겠다고 뭘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영우한테 물어봤더니 '밥 먹는데 일어나는거, 머리뽑는거, 콧물떼기'를 좋아한단다. 이제 코 풀 줄 안다고 코를 흥흥거리더니 엄청 신났나보다. 333에 이야기했더니 콧물떼기는 뭐냐며, 아림이모 흥해 흥! 이런건가요. 큰 거 나올수록 사랑받나요 하는데 웃겨죽겠다. 근데 머리뽑는거는 뭐다냐. 엄마아빠 머리는 뽑으면 안된다!
아침에 기분이 좋아서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도 하고, 아침밥도 잘 먹었다. 된장, 시금치, 연근, 멸치 비벼서 골고루 먹었다고 칭찬했더니 선생님께도 밥 잘 먹었다고 말씀드려 달라고 한다. 칭찬으로 크는 아이.

- 어린이 집에서는
점심에 나온 멸치와 백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었단다. 집에서도 멸치 먹고 왔는지 물어보니 '멸치도 먹고 시금치도 먹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단다.
친구들과 함께 종이벽돌블럭을 길게 놓아보고 쌓아보며 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다 먹고 난 빈 그릇은 수세미를 사용하여 설거지도 했단다. 아주 좋은 교육이다. 집에서 설거지를 도와주는 날을 기다려본다.

1183일 조금은 성숙해진 월요일

어린이집에 가면서 '하루종일 놀고 나니까 어린이집에 조금 가기 싫어.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다보면 금요일 오겠지' 라고 한다. 말투가 무슨 다 큰 아이같다. 이렇게 어린이집 가는 것을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안 울고 들어가려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교실 앞에서는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마침 도착한 다움 엄마가 PET병 준비했냐고 물어보고 하나 전달해 주시니, PET병 이거 집에다 갖다 놓으라고 하면서, 선생님한테 칫솔 드리겠다고 하면서 기분이 전이가 됐나보다 했지만 결국 울고 들어가고 말았다. 내일되고 모레되고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성숙해지겠지.

- 어린이 집에서는
교실에 들어가서는 물을 마시고 진정되어서 '오늘은 무슨 놀이해요?' 라고 물어보며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한다. 오전 간식으로 나온 누룽지도 잘 먹었단다.
재미있는 내 얼굴 그림책을 읽어보았다고 한다. 행복한 얼굴, 무서운 얼굴, 놀란 얼굴 등 다양한 표정의 얼굴 그림을 보고 영우도 함께 따라 표정을 지어보았다고 한다.

1182일 한강변 나들이

할머니 가시기 전에 바람 좀 쐬어드릴까 싶어서 한강변에 요즘 핫하다는 카페 요새에 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딱 점심시간 무렵이기는 했지만 이런 난리통이 없다. 패티가 다 떨어져서 버거류는 주문할 수 없고, 밥류도 주문이 안되고, 브런치만 가능하다고 해서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커피만 시켰다. 음료 나오는데만도 30분은 걸린 것 같다. 야외 데크의 자리(소파석도 있지만 돗자리를 깔아놓은 자리가 인기석인듯)는 만석이고, 몇 개 남은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기다렸다.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탁트인 한강뷰는 괜찮다. 
강 건너에 하남 스타필드가 보이는 자리라, 스타필드에 갈까 하다가 강변을 따라 위치한 식당 어딘가에 가기로 하고 카페 요새 바로 옆옆집 정도 되는 두부집에 갔다. 정식을 시키니 푸짐하게 나오고 맛도 괜찮았다. 영우가 들깨 가득 들어간 두부찌개를 잘 먹어서 밥 한그릇 뚝딱해서 더 좋은 기억이다. 식사를 하고 난 후 강변으로 나가 잠깐 산책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강도 흐르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영우는 이제 컵에 직접 물을 따를 수 있다. 물 따르는게 재미있어서 물 마시고 물 따르고를 몇 번 했는데, 잠결에 카시트에 쉬를 하고 말았다. 괜찮다고 말해줬는데 쉬를 싼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당황했는지 많이 울었다. 카시트에 쉬하고 울어도 참 귀엽구나.
신랑이 회사 건물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채송화 씨를 받아왔다. 영우가 교회에서 배운 노래 중 '싹트네, 싹터요' 하는 노래를 율동과 함께 하는 것을 보며 귀여워하더니만, 싹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받아왔다고 한다. 10년 넘게 잘 키운 화분들을 지난 겨울 다 죽이고, 하나 남은 군자란 화분 귀퉁이에 채송화 씨를 심었다. 잘 커서 싹이 터야 할텐데.

찬 바람을 쐰 것도 아닌데 콧물이 살짝 나는가 싶더니 코를 흥흥거린다. 몇 번 흥흥하더니 방법을 알았는지 코가 나왔다! 드디어 코를 풀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콧물이 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기쁜 코풀기 성공 소식이다.

1181일 봄소풍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영우의 첫마디. 토요일. 그리고 배시시 웃는다. 도대체 이 아이에게 토요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웬만한 직장인보다 더 토요일을 기다린다. 토요일이 되니 힘이 불끈 솟는지 뒹굴대는 나에게 '영우 힘 기대서 일어나' 재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동아리 봄소풍이 있는 날. 벚꽃이 있는 시기에 갔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초록초록한 학교도 좋을테지. 영우와의 첫 모교방문이 설렌다. 그러나 날이 너무 좋아서, 가족을 동반해도 좋은 봄소풍이지만 선배들은 가족과 따로 나들이를 가시고 시커먼 후배 3명이 우리를 반겼다. 우리도 안왔으면 저 셋이며 뭐하고 놀았으려나. 
미세먼지가 나쁜 상태라 학교를 많이 둘러보지는 못하고 새로 생긴 지하공간의 스타벅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본관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아카라카 구경 온 학생들 구경하고 학관에서 밥을 먹었다. 바뀐 교정에는 몇 번 와봤었지만 학관은 정말 오랜만이다. 주차도 무료이고, 교정에 차가 안다니니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고, 저렴하게 식사도 해결할 수 있으니 가깝기만 하면 계절마다 놀러와도 좋겠는데 너무 도심이라 아쉽다.
점심 식사 후에 송이언니 가족이 와서 수빈이가 영우랑 같이 뛰어놀아주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뛰는 누나는 처음 본 터라 영우도 쫓아서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그렇게 뛰어다니기만 해도 좋은 시절이구나. 애기 때 봤던 수빈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나타났다. 영우도 그렇게 빨리 크겠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이빨이 빨리 빠지면 좋겠다고 하던 영우는 '수빈이 누나는 이빨이 빠졌더라' 하면서 부러워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뜀박질을 하며 '수빈이 누나처럼 뛰지' 하며 봄소풍을 추억한다.  

2017년 5월 29일 월요일

1180일 집에 일찍 가는 날 기쁜 날

저녁 안 먹고 일찍 가는 날이라고 신이 나서 어린이집도 가고싶다고 했단다. 정말 안 울고, 심지어 아빠랑 걸어서 등원했는데 신발장 앞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울면서 들어갔다고 한다. 엄마 5시에 온다고 선생님이 알려주셨는지 내가 가니까 '지금이 5시야?' 하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런 모습을 보면 7시까지 남겨두는게 미안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란다. 엄청 들떠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마다 영우 집에 가서 밥 먹는다고 자랑한다. 할아버지 관리인께서 영우를 보시더니 '질문 많은 아이~' 하면서 가신다. 그런 한 마디에 뿌듯해지는 팔불출 엄마.
내내 기분이 좋은 영우는 '행복해 친구들이랑 엄마아빠 있어서'라고 한다. 엄마아빠도 영우가 있어서 행복해. 친구들의 존재가 영우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서 더욱 기쁜 오늘이다.

- 어린이 집에서는
영우가 엄마 오기를 엄청 기다리고 있었단다. 평소보다 엄마 얘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어보는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영우가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여 손바닥에 묻힌 뒤 종이 위에 찍어보았는데 손바닥 모양을 보고 즐거워 하였다고 한다.
모래놀이터에서 놀이를 했단다. 삽으로 모래를 퍼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느끼며 즐긴다고 한다.

1179일 엄마의 외박

글로벌 워크샵으로 하룻밤 춘천에서 잘 예정이다. 앞으로 출장 갈 일도 있고 하겠지만, 어쨌거나 첫 외박이라 조금은 걱정된다. 할머니도 계시니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어린이집에 갈 때 우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영우한테 오늘은 엄마가 멀리 가서 집에 못 오는데 대신에 내일 저녁 먹기 전에 일찍 영우 데리러 가겠다고 했더니 내일 일찍 데리러 간다는 말만 들리는지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며 '응, 그럼 내일은 어린이집에서 저녁 안 먹어? 오늘은 엄마 늦게 와도 돼. 회식하고 늦게 와' 한다. 오늘은 안 오는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알아 들은건지 원.
워크샵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서 영상통화를 했다. 영우는 아빠, 할머니와 잘 놀고 있다고 한다. '하룻밤인데 뭐 걱정하지마' 라고 한다. 같은 숙소에 배정받은 회사 이모한테 인사하라니까 갑자기 귀여운 목소리로 인사한다. 동료한테 귀여운 목소리로 바뀌는거 눈치 챘냐니까 갑자기 하이톤으로 바뀌더라면서 귀엽단다. 요녀석 요물일세.

- 어린이 집에서는
오전에는 잔디정원에 다녀왔는데 오후에는 모래놀이를 하러 갔다고 한다. 영우가 낮잠 자기 전에 '내일은 엄마 일찍 오신대. 집에 저녁 안 먹고 가'라고 했단다. 그렇게 집에 일찍 가는 것이 좋은가, 짠하다.
손과 발에 물을 묻혀 상자 위에 찍어보았다고 한다. 젖은 수건을 발로 밟은 뒤, 상자 위를 걸으며 발자국을 찍어보았는데 선생니께 '영우 보세요. 영우 발자국 봐요' 하며 보여주기도 했단다.

1178일 일상

엄마아빠랑 모래놀이 하는 꿈을 꿨다며 모래놀이를 하고 싶단다.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으면 어린이집에서 모래놀이 할 수 있을거라고 해주었다. 매일매일 날씨가 좋으면 좋겠다.
어린이 집에 들어갈 때 '엄마 저녁에 많이 안아줘'라고 하면서 울었다. 오늘 회식이라 저녁에 많이 안아달라고 하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영우 잠들기 전에 들어간다고 몰래 빠져나왔는데, 영우는 엄마가 안아줄게 했더니 외면한다. 이렇게 밤에 잠잘때 안아달라는게 아니라며, 일찍 와서 안아달라는거였다며;;
할머니가 내일부터는 울지 말고 들어가라고 하니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코끼리랑 같이 가겠다고 했단다. 열흘정도 안 데리고 다녔는데 코끼리랑 같이 안 울고 가겠다고 한다. 신랑이 밴드에 사진을 한 장 올렸는데 발가락 사이사이에 숫자카드를 끼워넣고 발을 들어올린 사진이다. 이 모습을 하고는 '아빠 사진찍어줘 제상 이모부 보여줘'라고 했단다. 사진이 웃기기도 웃기고 제상 이모부 보고싶은갑다 싶기도 하고.
예전에 림이가 준 야광인형이 있는데, 식탁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야광 되는 것이 신기했나보다. 내가 들어오니 뭐라고 하면서 불꺼진 방에 데리고 들어가는데 신기한 야광인형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오늘은 야광인형에 꽂혀서 내내 걔 어디있냐고 찾으러 돌아다닌다. 이 틈을 타 아림이모가 선물해준거라고 몇 번 이야기했으나 영우 귀에 들리지 않는다.

- 어린이 집에서는
종이벽돌블럭으로 공간을 구성한 뒤에 '목욕탕이에요' 하더란다. 여자 친구가 들어가려고 하자 '여긴 우리 목욕탕이야' 하더란다. 남녀가 유별하여 목욕탕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을 아는 건 아닐테지, 그냥 자기가 만든거란 뜻인가. 빨대로 물을 표현하며 친구들과 목욕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서 모래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영우는 삽으로 모래를 모아서 쌓아 모래 언덕을 만들었다고 한다.

1177일 학교 가고 싶어

오늘은 아침부터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더니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놀이만 하면 되지만 학교 가면 공부해야 되는데 학교를 가고 싶냐니까 공부하고 싶단다. 팔불출 엄마 생각에는 영우가 친구들이랑 노는게 썩 재미있지는 않아서 자꾸 어른들이랑 대화하려고 하는거 아닌가,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너무 놀이 위주여서 영우의 욕구를 못 채워주는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생각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뭐, 뭐, 뭐...
문득 영우가 받아들이는 엄마와 할머니의 훈육 방식이 궁금해져서 할머니한테는 혼난 적 있냐고 했더니 없단다(사실은 많이 혼났다). 엄마한테는 혼난 적 있냐고 했더니 '할머니한테는 안 혼났는데 엄마한테는 조금 혼나' 란다. 그럼 엄마한테 혼날 때 어떤 생각 드냐고 했더니 엄마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다. 파는게 뭔지 아냐고 하니 모른다길래 팔면 엄마가 없어지는거라 했더니 영우한테 판단다. 혼나고 나서 무슨 생각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혼나고 나서 반성은 안한다는 사실.
저녁에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했던 스트레칭을 재현했다. 신랑이 데리러 갔더니 교실에 아이들의 스트레칭 동작을 사진찍어서 붙여놓은 것들이 있었다는데, 영우가 열 명 친구들 동작을 하나하나 다 재현해보며 즐거워했다. 동작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제 점점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한다.

- 어린이 집에서는
영우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동작 사진을 따라 스트레칭을 해보고 친구들의 얼굴이 붙어있는 동작 사진에도 관심을 보이며 따라했다고 한다. 동작을 한 뒤 '이것 좀 보세요. 영우 유연하지요?' 라고 하면서 기분 좋게 일과를 보냈다고 한다.
벽돌블럭으로 미용실을 만들어보고 친구들이 해주는 머리핀을 꽂아보기도 하였단다. 거울 속 영우의 모습을 보면서 활짝 웃어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보통이라 잔디정원에서친구들과 달려보기도 하고, 영우 그림자를 찾아본 뒤 친구의 그림자를 발로 잡아보기도 하였단다. 자동차 그림자도 관찰하면서 끌어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1176일 우는 월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어린이 집에는 울면서 들어간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울기는 울어야겠고, 아빠한테 인사는 해야겠고, 엉엉 울면서 저녁 먹고 일찍 오라고 외치며 들어간다. 월요일에는 주말동안 세탁한 이불을 매트에 끼워넣어야해서 교실 앞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그 시간만큼 영우는 더 운다. 더 울고 싶은데 엄마가 회사 가야하는건 아니까 '엄마 다녀오세요' 하면서도 '엄마 이불 개'란다. 이 슬프면서도 웃긴 상황은 뭐람.
일과가 시작되면 잘 먹고 잘 지낸다. 이 날은 느타리버섯도 먹었다지 뭔가. 집에 와서도  '어린이집 가기 아쉬워. 하지만 가야해' 라며 중얼중얼거린다. 택배가 와서 에어캡이 많이 생겼는데 할머니가 영우 옆에서 같이 에어캡을 터뜨리고 있으니, 화장실 갈 때 할머니 뽁뽁이 혼자 하지 말라고 경계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스케치북 상단의 저 핑크색 동그라미에 선 그은거 보이나요? 영우가 그리고는 태양이라고 했다. 제법이다!


- 어린이 집에서는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들어보고 노래에 맞추어 친구들과 함께 몸을 짚어보았단다. 영우는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즐겁게 놀이했다고 한다. 돌림판을 돌려 나온 얼굴, 신체부위 그림을 이야기해보고 친구의 몸을 짚어보기도 하였단다.
영우는 <참새 다섯마리> 노래를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참새가 영우 머리 위에 앉았다고 이야기하니 크게 웃어보인단다. 알림장을 다시 열어보며 발견했는데, 참새 다섯마리 노래가 뭘까? 요즘 동요들은 새로운게 많네.

1175일 하남스타필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디라도 들렀다 가자 싶어 용문사로 향했는데, 용문사에 거의 다 와서는 가는 길이 1차선이고, 주차요금 선납에 시간이 걸려서 차가 좀 많이 막혔다. 거기다 바람이 많이 불고 영우가 잠이 든데다, 1km 이상은 걸어가야 용문사가 나온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수종사나 갈 걸 그랬나 싶었지만, 수종사도 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고 바람이 많이 부는 문제 때문에 실내 어딘가로 가자고 결론.
그래서 간 곳이 하남스타필드이다. 점심 시간이라서 차가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오픈효과가 끝났는지 도로나 주차장에 큰 문제는 없었다. 1층 중앙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는데 시간마다 공연이 있나보다. 재즈 공연이 끝난 후 영우를 포함한 어린 아이들이 무대로 올라가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곳이어서 그런가, 자동차 전시장이 많다. 영우는 현대차 전시장에 가서 전시된 모든 차에 다 타보고 신이 났다. 우리가 가보고 싶은 곳은 테슬라 전시장. 엔진이 없어서 보닛을 열면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다. 운전석 옆에는 아이패드 사이즈보다 큰 터치패드가 있어서 문을 열거나 불을 켜는 등의 작동을 할 수 있다. 엔진이 없으면 더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올법도 한데 아직은 시기상조인가보다.
하남스타필드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일요일도 무휴이다. 다른 마트들 일요일에 쉴 때는 여기 와도 좋겠다. 아빠한테 일렉트로마트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 곳은 죽전과 달리 그냥 마트 가전제품 코너 같다. 창고형마트에 한국형 시식문화를 결합하니 도떼기시장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는 걸 보니 주차장이 넓긴 한가보다. 주차장 앞에 있는 자동차 놀이감을 타는 걸로 여행 마무리.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1174일 홍천 여행

엄마아빠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무얼 할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회사 콘도를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동생들한테도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고 했는데 대구에서 홍천은 너무 멀구나. 결국 부모님과 우리 식구들만 홍천으로 출발.
내내 숙소에만 있을 수 없으니 근처에 있는 수타사를 목적지로 하고, 수타사 근처의 메밀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칡사랑 메밀사랑이라는 지극히 지방 맛집 같은 이름의 식당은 산 속에 있어서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고, 여기저기 연산홍도 피어 있고, 물도 흐르고, 나름대로 신경써서 조경을 한 흔적이 보여서 엄마가 딱 좋아할만한 곳이었다. 
수타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자연풍광도 멋졌다. 절 뒷쪽으로는 트래킹 코스도 잘 조성되어 있고, 절 입구에는 식물터널과 연못을 재조성하고 있는중이다. 원래는 연꽃으로 유명했나본데, 뭔가 새로운 볼거리를 구상 중인듯. 보통의 절과 달리 주차장에서부터의 거리도 아주 가깝고 입장료도 없어서 아이들 데리고 가볼 만 하다. 내려올 때는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걸어 내려왔는데, 다람쥐도 보고 영우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제 숙소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서 구불구불 산길을 가야 하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숙소에 도착하자 비가 잦아들었다. 중간에 체크인은 어디에 해야하는지 물어봤더니 도착하면 사람이 안내해줄거란다. 음? 싶었는데 정말로 사람이 뛰어와서 주차할 자리까지 뛰어서 안내를 하고, 또 다른 사람이 키를 갖고 나타난다. 럭셔리 리조트는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나는 영 불편한 것이 럭셔리함을 즐길 준비가 안되어 있다.
숙소는 매우매우 좋았고 테라스에 제트스파까지 구비되어 있으나, 강원도는 아직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영우는 수영복까지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몸을 담궈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총출동 했는데 테라스 문 여는 법을 몰라서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지켜보고 있던 영우가 와서 '내가 알려줄게' 하면서 문 여는 법을 알려줬다. 도어락이 아랫쪽에 있어서 영우 눈높이에서는 딱 보이기는 했을테지만 다들 한바탕 웃었네.
저녁에는 가족뮤지컬 미녀와 야수 공연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다. 영우의 첫 뮤지컬이구나, 영우가 좋아할까, 미녀와 야수 노래도 불러주고 야수가 무엇인지도 알려줬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제일 싫어하는 해설이 있는 토막토막 노래부르기였다ㅜㅜ 게다가 대부분 아이들과 왔는데 청중을 생각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의 쓸데없이 긴 설명(리조트에서 주최한 무료 가족뮤지컬에서 말러 5번 이야기하면 누가 알겠냐고)에, 사회자의 오버스러운 액션에 유명 배우들과의 친분 자랑, 갑자기 배우들 듀엣에 끼어들었는데 한 번 맞춰보지도 않았을테니 화음이 엉망이어서 정말이지 듣기 싫었고, 노래를 너무 못해서 충격이었다. 뮤지컬 보러 가야한다고 저녁 먹으면서도 계속 재촉했는데 엄마아빠한테도 죄송합니다ㅜㅜ


1173일 흉내내기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는데, 전 같았으면 아빠를 보자마자 뛰어올텐데 이 날은 '아빠 들어와. 같이 놀자' 하더란다. 전 날도 아빠를 쳐다보고는 만들던거 계속 만들었다던데, 이제 저녁때 어린이집에서 노는건 완전히 잘 적응했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라고 아빠가 이야기해주니 좋아하며 할머니가 '영우 왔어? 하겠지?' 라고 나름 할머니와 비슷한 억양으로 흉내도 냈다. 집에 들어가면서는 우리를 뒤에 두고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다가 갑자기 '멈춰. 엄마아빠 올 때까지 기다려' 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배운 안전교육이 생각났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서도 안전교육 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이름이 뭐니' 하며 선생님 흉내를 내는데 그것 참 웃기다. 심지어는 신랑이 전 날 아빠가 데리러 갔는데도 안 나오고 만들던거 만들더란 이야기를 하니 그 상황도 재현해낸다. 웃긴 녀석.

- 어린이 집에서는
실종/유괴 예방방지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고 한다. 내 이름을 알아요를 주제로 해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담겨 있는 동영상을 보았단다. 엄마아빠를 잃어버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니 경찰아저씨라고 답했단다. 멈추기, 이름 전화번호 생각하기, 도와주세요 요청하기를 연습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는 이름이 뭐니?' 라고 물어보니 '나영우!'라고 큰 소리로 답했고, 엄마아빠 이름을 물어보니 바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전화번호는 잘 모르니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안전교육을 해주니 좋구나.

1172일 치킨 사랑

영우가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니까 신랑과 챙겨먹는 저녁은 크게 신경은 안쓰게 된다. 저녁밥이 없어서 치킨을 시켜먹을까, 밥을 후딱 해서 먹을까 하다가 밥을 해먹기로 했는데 우리의 대화를 듣던 영우가 '밥하지마. 우리 전부다 치킨먹자' 한다. 네네, 영우가 먹고 싶다면 치킨 시켜드려야죠. 이렇게 치킨파티. 근데 살살미니를 시키면 7~8조각 되는 것 같은데 영우가 거의 다먹는다. 실제로 다 먹은 적도 있었고, 한 두 조각만 남긴다. 치킨이라도 잘 먹으니 땡큐지. 

- 어린이 집에서는
울면서 들어갔지만 곧 기분 좋게 놀이하였단다. 점심에 나온 생선커틀릿과 양상추 샐러드도 골고루 먹고 '나 이거 샐러드 먹었어요'라고 했다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어쩜 그렇게 골고루 먹나 모르겠다. 12시 50분에 잠이 들었다가 2시에 깨서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했나보다. 오후에 놀다가 놀이장에 부딪혀서 아랫입술이 부었단다. 붓기는 금세 가라앉고 영우도 별로 아파하지 않았다고 하니 괜찮겠지.
집게를 사용하여 색솜 공을 계란판에 옮겨보는 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다양한 색의 색솜 공을 만져보고 '이 공은 커요'라고 이야기하며 기분 좋게 놀았단다. 검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끼적이기를 하면서 상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1171일 문재인 대통령 시대

전 날에 이어 오전에도 뉴스를 틀어놓았더니 영우가 새대통령 이야기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나, 어린이집에서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신랑이 저녁에 영우를 픽업한 후,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평소에 집에 가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니까 영우가 '오늘은 집에 기역자로 가?'냐고 물어보았단다. 영우가 숫자도 많이 알고, 방향도 알고, 알파벳도 알고 해서 대체로 큰 감흥이 없는데 비유가 들어간 표현을 하면 신기하다.

- 어린이 집에서는
울면서 등원해서 울음을 그치기 위해 언어매트 위에 앉아 좀 쉬다가 친구들 노는 모습에 함께 참여하며 기분이 좋아졌단다. 친구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대통령 문재인이에요~'라고도 이야기했다고 하니 웃긴다. 
점심에 나온 고사리나물과 닭고기 조림을 먹고는 '오늘 영우 잘 먹었지요?' 라면서 엄마아빠에게 잘 먹은 것을 이야기해달라고 하였단다. 어떻게 고사리를 먹었지,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이 먹으니까 먹기는 하나보다. 모양종이에 풀을 붙여 옷 그림을 꾸미는 놀이를 하였는데 열심히 집중하여 모양종이를 붙여보았다고 한다. 우리가 개표 방송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전날 12시 다되서 잔데다 아침에는 7시가 안되서 일어났는데도 낮잠을 40분밖에 안잤다고 한다. 참 체력이 좋네.

1170일 미술관 나들이

대통령 선거로 얻은 휴일, 원래는 과천 동물원에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나빠도 너무 나빠서 실내에서 머물 수 있는 어딘가에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네이버 도서관에 갔는데 휴일. 판교어린이 도서관에 갔는데도 휴일. 도서관에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않아서 언제 쉬는건지 감을 잃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미술관이다.
과천현대미술관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가는 길에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도 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내내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먹고 있는 초컬릿을 유심히 보다가 먹고 싶다고 외쳐서 결국은 하나 얻어먹었다. 음식이 나와서 신랑이 가지러 가자 '고객님 음식 찾아가세요 왜 안나와?' 한다. 그래, 최근에 휴게소를 몇 번 갔지.
현대미술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무료 전시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전시실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복도에 있는 몇 작품만 보았는데 박정환 작가의 어느 시인의 낮꿈이라는 작품도, 공동경비구역같은 구성의 작품들도,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미술관도 좋았다. 영우는 어린이 미술관에서 이것저것 체험해 보고 꽤나 즐거워했다. 가장 재미있어 한 것은 미술관 외부의 노래하는 조형물. 집에 와서도 영우가 입을 벌릴테니 엄마아빠가 부우웅 소리를 내라고 하며 한참을 놀았는데, 요즘도 문득 생각나면 조형물 흉내를 낸다. 그리고 토요일에 미술관에 또 가자고도 이야기했다! 다음엔 여유 있게 가서 전시실 구경도 하고 오면 좋겠네.
유화 수업이 있는 것을 깜빡 하고 있다가 10분 전에야 깨달았다. 영우 밥도 안 차려줬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있는데 신랑이 자기한테 맡기고 다녀오라고 한다. 다녀와서 물어보니 영우는 '아빠가 해 준 돈가스 너무 맛있어' 하면서 아빠 뺨을 쓰다듬었다지 뭔가. 밥을 한 그릇 다 먹고 더 달라고도 했단다. 이제 영우 밥 걱정하지 않고 아빠한테 온전히 맡겨두어도 되겠군. 음하하.




2017년 5월 27일 토요일

1169일 일상 시작

긴 연휴가 끝나고 이제 일상이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 너무 가기 싫어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집에서는 가기 싫다고 내내 징징대더니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신이 났다. 원 없이 놀았더니 어린이집 가고 싶은 생각이 조금은 드나보다. 교실 앞에서도 좀 울고 싶어서 울먹거리다가 들어갔다.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에 영우를 픽업한 신랑이 지하철역 앞에서 나를 기다렸는데, 신호 한 번 바뀔 동안 기다렸나보다. 그래서 내가 타자마자 '빨간불도 안가고 초록불도 안가고 엄마 기다리~지' 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놀다가는 갑자기 '아빠 정말 좋아요. 사랑해요.' 하는데 말 한마디에(나한테 한 건 아니지만;) 사르르 녹는다. 일주일 내내 함께 보냈더니 사랑이 넘치는 영우.

- 어린이 집에서는
약간의 울먹거리는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울지 않고 씩씩하게 들어가서 잘 놀았다고 한다. 간혹 '엄마 언제오더라?' 하고 묻기도 했지만 저녁 먹고 빨리 오신다고 이야기해주니 즐겁게 놀았단다.
우리가 키를 재본 줄 알았나? 친구들과 함께 키를 재보았다고 한다. 영우 키만큼 리본을 잘라서 유리창에 붙여주고, 친구들의 리본 색깔과 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단다. 많이 컸다고 이야기 해주니 '영우 밥 잘 먹을거야. 키 많이 클거야'라고 했단다. 도트물감으로 카네이션 꾸미기도 해서 어버이날 선물로 갖고 왔는데, 나도 이제 어버이구나, 찡하다.

1168일 서울 할머니댁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형님 가족 모두와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 타고 가는 길에 좀 잤으면 좋았을텐데, 내내 졸려하다가 딱 도착하는 순간에 눈이 감기는 바람에 깨워서 들어갔다. 덕분에(?) 계속 피곤해서 밥 먹을 때나 놀 때 좀 얌전해서 편했는데, 시어머니 보시기엔 아이가 얌전한 것도 주눅들어보여 안쓰러운가보다.
영우가 말을 많이 하니 이래저래 빵터지는 일도 많은데 고모가 무심코 '아이씨'라는 말을 내뱉자 영우가 '아이씨는 나쁜 말이야! 왜 나쁜 말 해?' 라고 고모를 혼냈다. 다같이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고모부한테 안겨서 가던 영우는 엄마 빨리 따라오라고 나를 부른다는게 '영우 엄마' 한다. 너무 많은 엄마들이 있으니 누구를 부르는지 못 알아들을까봐 그런건가?    
고모가 사오신 장난감도 갖고 놀고, 뉴욕에서 날아온 초콜렛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는 했으나, 영우가 피곤해 해서 일찍 일어났다. 뉴욕에 다녀오신 큰 형님의 여행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많이 못 들어서 아쉽다. 아주버님도 내내 자랑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ㅎㅎ
집에 와서 영우 키를 재 보았는데 96cm 정도 된다. 1m가 머지 않았구나. 쑥쑥 크자!

나의 작은 사치

요즘 나의 작은 사치는(누군가는 큰 사치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1. 손재주 많은 지혜씨(알로하걸)가 만든 빵. 마땅하게 간식으로 줄만한 것이 없어서 영우한테 불량식품 먹일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데,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이라 좋다. 그런데 영우가 기분 내킬때만 먹어서 다 우리가 먹는 일이 많다는게 함정.




















2. 식탁에 놓인 꽃을 보면서 기분 전환. 작약이라는 꽃 자체를 처음 보았는데, 향도 좋고 꽃이 피기 시작하니까 정말 이쁘다. 나중에는 정기 서비스도 받고 싶지만, 지금은 가끔씩 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3. 1년 넘게 그리고 있는 유화. 사실 선생님이 바뀌기도 했고, 좀 지겨워져서 그만할까 싶기도 했는데 그림을 선물로 주고 나니 다시 의욕이 생긴다. 그런데 나의 로망은 여행지에서 스케치하기라, 지금 딱 여유가 있을 때 한 강좌 더 수강할까 고민 중.

1167일 연준 서정이와

아빠가 아침에 잘 못일어나니까 '아빠 정신차려'란다. 우리가 평소에 저런 말을 하는걸까, 흠, 말조심해야지. 아빠를 깨우고는 할머니가 보고싶단다. 그러니 안아달란다. 한동안 할머니 보고싶어서 울면 아빠가 많이 안아줬는데, 이제는 안기고 싶으면 할머니 보고싶다는 영혼 없는 말을 내뱉는다. 저런 잔머리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탑재되나보다. 
신랑 친구네가 놀러왔다. 몇 번 블로그에도 언급된 적이 있었을텐데 연년생 아이를 키우는 집이고, 둘째가 영우보다 한 달 빠르다. 오랜만에 봤더니 키가 많이 커서 6세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렇잖아도 4세인 연준이는 5세 아이들과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는데 다들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5세인 서정이는 제주 KIS 국제유치원에 합격해서 온 가족이 7월에 제주로 이사를 간다. 나도 그렇게 시킬 생각은 없지만 막상 제주에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영우는 오랜만에 또래를 만나 노니까 엄청 신이 났다. 장난감을 다 내놓고, 트램폴린에서 뛰다가, 동영상도 보다가, 블럭도 하다가, 책도 읽다가, 망치질도 하다가, 지치지도 않고 논다. 연준이와 서정이는 낮잠을 자지 않는데 영우는 낮잠을 자야한다. 졸리기는 한데 잘 수는 없고, 그러다가 누군가를 때렸는데 사과하라니까 사과 안한다고 울며불며 소리를 지러서 방에다가 격리를 시켰다. 사과할 때까지 못 나간다고 했더니 자기는 잘거란다. 울다가 혼나다가, 잘못한 줄은 알지만 사과는 하기 싫고, 사과 얘기가 나오면 자기는 잘거란다. 그러나 밖에서 노는 소리가 계속 들리자 30분만에 나가서 사과를 하고 다시 같이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4시간쯤 열심히 놀았는데, 이렇게 또래끼리 같이 놀게 두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노는 모습을 보면서 보현 오빠가 계속 영우 엄청 장난꾸러기구나 라고 했는데 장난꾸러기라는 말에 어떤 진심이 담겨있었나보다. 나는 그간 규희씨가 연년생 아이들 키우느라 정말 힘들고 고생이 많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그녀가 나에게 정말 힘들겠어요 라고 한다. 영우가 연년생만큼이나 힘든 장난꾸러기였구나ㅜㅜ 그래도 엄마아빠는 영우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놀아줄게.

1166일 헤어지기 싫어

토요일에 올라가면 많이 막힐까 싶어서 하루 일찍 올라가기로 했다. 영우는 대구에 온지 이틀만에 우리집에 언제 가냐고 물어보더니, 집에 가는 날이 되자 할머니랑 헤어지기 싫다고 아침부터 눈물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성민이랑은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랑은 저녁 때 함께 시간을 보낸거 말고 특별한 외출은 하지 못했구나. 다음 주에 또 만날거긴 하지만 너무 밖으로만 돌아다닌 것 같아 조금은 죄송한 마음.
엄마아빠도 시골에 가신다고 해서 12시 되기 전에 집을 나섰는데, 사전투표하고, 커피 마시고, 간식 먹고 하다보니 또 한 시가 훌쩍 넘어 출발하게 되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말 기대된다. 영우도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서 도장 찍고 인증샷.

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덕평 휴게소에 들렀다. 덕평 휴게소 밥이 그나마 먹을만해서 대구 내려갈 때마다 저녁 먹으러 들렀었는데, 아주 넓고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영우 데리고 들리면 좋겠다 싶었었는데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올 봄에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연산홍을, 아니 지금까지 봐온 것 중에 가장 큰 연산홍 꽃밭을 보게 되었다. 넓은 곳을 뛰어다닐 때 아이들은 가장 즐겁다. 

1165일 어린이회관

영우가 초록숲 어린이집에서 다녀온 후부터 계속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성민이와 함께 다녀왔다. 어린 시절 나도 이곳에 와봤었겠지 싶게 전반적인 시설은 노후화되어 있었지만 구성은 정말 좋았다. 아직 영우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오목,볼록거울의 원리, 동력,풍력의 원리, 에니메이션의 원리 등등을 이해하기 쉽게 구현해놓았다.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모습은 어른인 우리가 봐도 재미있었다.
이것저것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특히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단돈 100원. 천원짜리 한 장을 동전으로 바꾸었는데 타고싶어하는 놀이기구를 다 태워줄 수 있었다. 옥상에는 RC카 체험이 있어서 신난 아빠와 함께 운전해보기도 했다. 꽤나 학습적이어서 초등학생 때까지 와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 
낮잠 잘 시간이 지나 피곤할텐데도 집에 가기 싫어해서 주변을 조금 둘러보는데, 헬리콥터, 비행기, 기차 등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기차가 마음에 들었는지 오르고 내리기를 수십번, 아빠는 힘들다. 영우도 힘들었는지 내려가는 길에는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했는데 아빠가 안아주니까 '그럼 이제 뛰어볼까?' 라고 말해서 아빠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못 본 곳도 많아서 다음에 또 와야지 싶은 생각이 드는 어린이회관. 바로 옆에 모교가 있는데, 체육 시간에 빠져 나와서 어린이회관 둘러보던 생각도 나고, 꽃피는 주말에 친구들이랑 나와서 사진찍었던 생각도 난다. 학교는 정말 많이 바뀌어서 낯설었지만.  
그나저나 어린이회관 입장하면서 도서관련 정보를 준다길래 개인정보를 팔았는데 3주가 넘은 지금도 소식이 없군. 영우는 점심 때 우동을 먹었다. 야끼우동과 우동을 먹고는 맛있다고 하였다. 처음으로 면을 먹은 것이라 감개무량하다. 

1164일 가족모임

한 달여 만에 만난 가족들. 지금 보면 언제쯤이나 다같이 모일 수 있을런지, 이제 전처럼 자주 만날 수는 없겠구나. 
영우는 가는 길에 또 잠이 들어서 덕분에 점심을 편하게 먹었다. 성민이는 소고기를 정말 잘 먹는데 영우는 한 조각 먹어보고는 안 먹는다고 해서 그냥 된장에 비벼줬다. 애들이 조금만 크면 소고기값 대느라 허리가 휜다는데 영우는 언제부터 고기를 먹을 것인가. 점심부터 고기 구워먹는 사람은 없는 것인지, 룸 예약 손님은 우리밖에 없어서 놀이방에서도 영우랑 성민이 둘이서 신났다. 볼 때마다 흐뭇한 투 샷.
아이스크림 케잌 하나 사와서 먹으면서 오랜만에 담소를 나눈다. 제부들이 영우 서울말 쓴다고, 이렇게 빨리 바뀔지 몰랐다며 놀란다. 우리 귀에는 영우 쓰는 사투리만 들리는데 제부들 귀에는 서울말만 들리는 듯? 성민아 우리 내일 또 보자.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1163일 부산 나들이

어버이날 전 주라, 엄마도 이모와 약속을 잡고 외할머니 뵈러 부산에 가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식구도, 동생이랑 성민이도 같이 부산으로 출발. 사실 외할머니 뵙는 시간은 잠깐이고, 해운대에 가서 바다구경도 하고 모래놀이도 시켜주려는 욕심으로 간 것이지만, 외할머니가 이제는 보기 힘들어질 영우와 처음 만나는 성민이를 보시고는 아주 기뻐하셨다.
부산 가는 차 안에서 한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신기하다. '수아가 보기에는 내가 작고 내가 보기에는 수아가 크지, 일요일이 보기에는 토요일이 어제지'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하는데 벌써부터 상대적인 개념을 알 수 있는건가? 요일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수아와 키를 비교하는게 넘 신기해서 감탄했더니 어린이집 가는 날이 보기에는 내일이 어제지 이런 막말 대잔치도 했다.
외할머니 집에서는 성민이랑 뒹굴뒹굴하면서 껴안고 장난치며 어른들 보기 흐뭇하게 해주었고, 밥 잘먹는 성민이 따라서 밥도 한 그릇 뚝딱 잘 먹었다. 할아버지랑 동네 공원 산책도 하고, 파출소까지 가서 경찰차 구경도 하고 왔다.
해운대에서는 모래놀이 장비까지 챙겨와서 원없이 모래놀이를 했다.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덤프트럭을 갖고 온 다른 아이를 보고는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서 성민이와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바닷가에서 멋지게 연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트렁크에서 몇 년을 굴러다닌 연은 이제 생명을 다했다.
대구로 돌아가기 위해 외할머니 집을 나설 때 어른들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입을 가리고 계속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길래 뭐라는건지 왜저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건지 싶었는데 중얼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미세먼지 나빠'였다. 어린이집에서 미세먼지 나쁠 때는 입 가리고 못나가게 하니까 밖에 나오니 미세먼지 생각이 났나보다. 우리 어린시절에도 미세먼지는 나빴겠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미세먼지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체크하는 시절이 왔다.

1162일 대구 내려가는길

연휴의 시작. 차가 막힐까봐 서둘러 준비한다고 했으나, 밥 먹고 간식 먹고 영우 짐 챙기고 영우 챙기고 하다보니 11시가 넘는다. 커피 한 잔 사서 가려고 했는데 우리집 근처 커피집들은 자영업자의 마인드가 아닌 것인지, 근로자의 날에 문을 열지 않아서 근처 골프연습장에 들러 커피를 샀다. 커피 마시며 잠깐 앉았더니 12시가 되었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거지.
차에서 잠든 영우가 깰 때까지 고속도로를 달린다. 영우 보러 간다고 밤에만 달리던 이 길을 영우와 함께 낮에 달려가니 감회가 새롭다. 휴게소 밥이 기본적으로 맛이 없긴 하지만, 영우가 밥을 먹기 싫어해서 불량식품같은 꽈배기빵 하나 먹이고, 겨우 빵 먹이고도 혹시나 가는 길에 토할까 싶어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날씨도 쨍하고, 산책로도 조성해 놓았고, 멀리 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휴게소라 그럭저럭 나들이 느낌이 났다.

저녁 무렵에 대구에 도착. 아침부터 영우를 기다리시던 할아버지가 때마침 과일을 사러 마트에 나서려던 참이었는데 주차하다가 딱 마주쳤다. 영우는 할아버지~ 하면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같이 마트로 가버렸다. 대구에서 5일 잘 지내보자~

1161일 일정 세 개의 날

이제 영우도 하루 일정 세 개씩 소화하는 것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지. 지난 주도 결혼식 갔다가, 박물관 갔다가, 333 이모들을 만났으니 이번 주도 그리해보자! 이번 주는 교회 갔다가, 영훈이형 만나서 놀고, 아트쌀롱 가서 놀고, 백화점 가서 놀았는데 아트쌀롱에서는 대부분 자는 시간이었으니 일정 세 개인걸로 하자.
교회에 갔다가 영훈이 형아를 만나러 간다. 고맙게도 영훈이네가 우리 일정에 맞추어 율동공원으로 와주었다. 영훈이는 일찍 와서 놀이터에서 노느라 영우를 만났을 때는 이미 다리가 풀릴 정도로 지친 상태였는데 영우를 보더니 또 기운을 내서 열심히 논다. 영훈이는 이쪽의 큰 미끄럼틀을 타고 싶은데 영우는 저쪽에서 흙놀이하고 작은 미끄럼틀 기어올라가는데 주력을 하니까, 영훈이는 자기가 형이라고 영우 위주로 놀아준다. 그래도 잊지 않고 나중에는 큰 미끄럼틀 가서 노는걸 보니 한 살 차이가, 또는 내가 형이라는 상황이 하고 싶은 것도 꾹 참을 정도로 의젓하게 만드는구나 싶다. 밥 먹을 때도 영훈이는 한 자리에 앉아서 어린이메뉴로 시킨 두부스테이크를 다 먹었는데, 의젓하게 잘 먹는다고 칭찬했더니 친구 왈, 영우가 있으니까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다고 한다. 바람직한 형의 모습^^
이 날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놀이터에서 한 시간 넘게 놀았더니 얼굴도 좀 익었고, 매우 피곤해서 영우는 차에 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집으로 갈까 어쩔까 하다가 예전에 추천받았던 아트쌀롱으로 향했다. 영우가 자는 동안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영우가 깨어나서는 아트쌀롱 야외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완전 산골에 위치해 있는데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나름 힙한 곳이라 그런지 유모차 친화적이지는 않다. 
이제 백화점으로 이동.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AK 플라자 1층에서는 매 시간마다 공룡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한다. 영우는 공룡을 쫓아다니며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왜 다리가 있어?' 한다. 헉, 이렇게 동심이 파괴되다니. 공룡 퍼포먼스만 보여주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1층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블럭들을 갖고 노느라, 한 시간 후의 퍼포먼스까지 보게 되었다. 5층에 올라가서 공룡 목마도 타고, 공룡뼈 구경도 하고, 공룡신발도 구경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치지 않는 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크래용으로 유리창에 그려보고 또 그려보고는, 다시 지우느라 밤 늦게까지 씨름을 했다. 그릴 때는 좋았는데 잘 안지워지고, 창문틀과 고무패킹부분에까지 크래용을 칠해놓아서 아주 고생이었다. 그래도 영우가 즐겁다면 또 해야지 뭐.

그리고 웃겼던 이야기.
크래용으로 놀다가 영우 코 옆에 점이 찍혔는데 그걸 보고는 콧구멍이 하나 더 생겼단다.
영우 종교는 뭐냐고 물어보니 육교란다.

1160일 자전거타기

미세먼지가 많아서 오전에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에 집 근처에서 자전거라도 타보자고 준비를 했는데 영우가 잠깐 눕겠다더니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두 시간도 넘게 자는 바람에 저녁 약속 가기 전에 잠깐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보았다. 이제 제법 다리가 길어져서 페달을 밟고 굴릴 수도 있다. 천천히 굴려서 좀 이동해 보더니 힘든지, 다리 조금만 더 길어지면 잘 타겠다는 엄마의 응원에도 아직은 힘들다며 아빠한테 밀어달라고 한다.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이 날 이후로 자전거 타러 나가자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저녁은 신랑 선배 부부와 만나 집 근처에서 돈가스를 먹었다. 조카가 있어서 아이랑 잘 놀아주는 지혜씨는 영우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도 모자라 깍두기도 먹였다. 깍두기를 국물에 한 번 쓱 담그더니 먹어보라고 내미는데 영우가 그걸 먹는다. 먹고 나서는 매워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이제 안먹는다고 했지만 지혜씨 재주가 대단하다. 마땅히 후식 먹으러 갈 만한 곳이 없어서 우리집으로 초대를 했더니 영우가 아주 좋아한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장난감 자랑하고 재잘재잘대느라 바쁘다. 헤어진 후에도 지혜이모와 의준삼촌 언제 오는지 물어본다. 친구들보다 어른들 호응을 먹고 사는 것이 더 좋은 나이인가.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1159일 연휴를 앞둔 불타는 금요일

4월의 마지막날이라 5시 퇴근 찬스를 쓰고 신랑이랑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저녁도 먹고 함께 영우를 데리러 갔다.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는건 참 오랜만이네 그려.
어린이날이라고 어린이 집에서도 선물을 주었다. 라인 노트와;; 크레용인데 크레용은 유리에도 그릴 수 있는 모양이라 놀기 시작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시우 생일이라 막대 초콜렛도 받아왔는데 영우는 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초콜렛을 보자마자 지금 먹겠다고 난리여서 입에 묻혀가며 촵촵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영우에게 내일부터 연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달력을 보여주며 저기 색깔이 다른 날이 어린이집 안가는 날이라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린이집 안가는 날을 알려주자 영우 입꼬리가 올라가며 슬며시 미소짓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그런데 어린이집 가야하는 날도 다음 주는 다 쉬기로 했다고, 그래서 대구 가는거라고 하니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너무 웃겨서 동영상으로 찍어두려고 다시 설명해줄테니 처음 듣는것처럼 반응해보라고 했는데 다시 들어도 좋은건 좋은가보다. 기뻐 날뛰는데 어린이집 안가는게 그렇게 좋을까 싶다가도, 어른맘이나 아이맘이나 똑같지 싶어 이해는 된다. 연휴 잘 보내보자~

- 어린이 집에서는
어린이날이 연휴라 빠지는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이 날 어린이날 행사를 했다고 한다. 오늘 풍선놀이와 비눗방울 놀이를 할거라고 이야기해주자 언제 갈건지 물어보며 기대하더란다. 교실에 가득 차있는 풍선을 발견하고는 풍선 많아요~하며 풍선을 멀리 날려보기도 하고 선생님과 풍선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비밀정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파라슈트를 잡고 하늘 높이 올려보고 흔들어보며 즐겁게 참여했다고 한다.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1158일 또 꿈

3일 연속 꿈을 꿨다. 이번에는 도깨비가 커다란 나무를 쑥 뽑았다고 한다. 이쯤되면 진짜 꿈을 꾼 것인지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요즘은 아빠와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하며 깔깔대는데 영우에게는 도깨비가 빙봉쯤 되려나?
어린이 집에 가서는 옷 자랑을 했단다. 다움엄마가 하원시키러 갔는데 그 시간에 엄마들이 많이 오니까 엄마들 앞에서 입고 있는 옷에 자동차가 많다고 멋지다고 자랑을 했단다. 자랑하는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서 보내줬는데 어찌나 웃긴지. 자랑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어린이 집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두 손으로 열심히 주무르며 부드럽다~라고 이야기하였단다. 이어서 가위를 발견하고는 밀가루 반죽을 싹둑 잘라보고 '2개가 되었지?'라고 하며 숫자를 세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집에 와서도 싹둑싹둑 이야기를 하였는데 경상도 발음이라 삭둑삭둑 하는 것이 어찌나 웃긴지 모른다.

1157일 꿈

어린이집 꿈을 꿨단다. 어린이집에서 뛰다가 세번째 뛰다가 길을 잃는 꿈을 꿨단다. '그런데 다시 꿈꾸고 싶어 어딘지 가보고 싶어서. 꿈꾸면서 바다 가고 싶어서'라고 하며 지금 꿈을 꾸고 싶다고 난리다. 어린이집에 가서 낮잠 자면서 꿈 꾸자고 하며 달랬는데 요만한 나이 때에도 꿈을 꾸고, 꿈 내용이 기억이 나기는 하는거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어린이집 꿈을 꿨다고 하더니만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고 싶단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안 울고 들어갔다.
직접 꾸민 나비 날개를 달고 나비가 되어 나비야 노래를 부르며 놀이실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식물에게 물을 주기도 하였다는데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게 재미있어서 한참동안 물을 주었다고 한다.
소방 대피 훈련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린이집 외부에서 보면 미끄럼틀같은 탈출구가 있다. 거기로 나오면 재미있어하겠다 싶었는데 아직은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비상구로 대피하는 연습을 하는 정도인가보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작은 아이들까지 올망졸망 모여있는 모습이 귀엽다.

1156일 일상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더니 갑자기 꿈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영우 고추를 뜯었다나; 왜 그런 꿈을 꾸는걸까. 신랑이 듣고 안쓰러워한다. 남자들은 거세에 대한 공포가 있다나 어쨌다나.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이라 늦게 끝나는데 신랑이랑 영우가 회사까지 마중나왔다. 영우가 엄마 회사 어디냐고 물어보며 '엄마 회사 가고 싶어. 영우는 두 번 가봤어' 하는데 정말로 두 번 가봤는데 기억을 하는걸까? 5월에는 오픈 새러데이를 다시 신청해보아야겠다.
집에 갔더니 신기한거 보여줄겠단다. 맥포머스로 만들어 로봇 같은걸 만들어 놓았는데 '시계로 이렇게 하면 움직이는거야' 하면서 시계로 조종을 해서 로봇을 움직이게 한다. 이건 좀 심기하긴 하네.

- 어린이 집에서는
울면서 들어갔지만 들어가서는 울음을 빠르게 그치고 김밥에 관심을 가지며 놀이했다고 한다. 바나나를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바나나 껍질을 스스로 벗겨보고 바나나를 자게 쪼갠 뒤, 하나 둘 먹어보았다고 한다. 바나나가 맛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바나나를 뭉개며 '영우 힘세지?' 하며 선생님에게 자랑하기도 했단다.

1155일 일주일만 더

5월 연휴에는 대구에 내려가기로 했다. 며칠 째 5월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간다고 이야기해주었는데 이제 일주일 남았다. 전 날은 대구 갈 때 갖고 가고 싶은 장난감 있냐고, 챙겨가자고 했더니 '장난감 안가져가도 되. 할머니 얼굴만 보고 있을래' 했는데 이제 일주일 남았다고 이야기했더니 '우리 대구 가서 뭐해?' 한다. 닥치니까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군.

- 어린이 집에서는
아주 씩씩하게 일과를 보냈단다. 엄마아빠가 오는 시간을 묻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 '밥 먹고 양치해야지?' 라고 이야기도 하고, 점심 반찬인 돼지고기, 백김치, 숙주나물을 스스로 먹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용감하고 씩씩하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더니 '영우는?' 하고 물어보아서 오늘 무척 씩씩하게 있어주어서 경찰 할 수 있겠다고 해주니 좋아하였다고 한다.
오늘은 나비 날개를 꾸며보았다. 날개를 보고 '영우도 할래요' 하며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단다. 모양스티커를 주니 직접 떼서 나비 날개에 붙여 꾸며주었다고 한다.

2017년 5월 22일 월요일

1154일 백화점 나들이

백화점에 너무 자주 다녔나 반성한 것이 바로 며칠 전이지만 역시 아이와 함께 잠깐 외출하기에는 백화점만한 곳이 없다. 교회 갔다가 백화점 지하에서 밥을 먹는데 이제 피자는 아주 잘 먹는다. 파스타도 맛있었는데 아직 면종류는 시도해볼 생각이 없다.
 영우가 제일 좋아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더니 사진전을 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도 잠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영우가 마음에 든다고 한 작품까지 있었다! 
 하늘정원에서는 짐볼갖고 노는 영우 따라다니느라 고생고생. 짐볼 구해주느라 누가 갈 채비 하는지 눈치작전에, 짐볼에 기대다가 넘어질까봐 노심초사, 쫓아다니며 사진까지 찍어줘야 하니 엄마는 참 극한직업이다. 그래도 재미있어하니 다행.
저녁은 짜장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짜장면을 하나 시켜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트에서 3분짜장을 사오기로 한다. 영우는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짜장노래를 만들어서 부른다. 레토르트 요리를 준비하자니 미안함이 있긴 하지만 먹고싶은거 먹이는게 최고지 라며 위안을.
영우가 'ㄴ'을 쓸 수 있다길래 정말? 했더니 응~ 하면서 'ㄴ'은 물론이고 '나'를 썼다. 아, 이 감동적인 순간을 찍어놓지 않았구나. 생애 첫 글자를 쓴건데 남겨두지 않아 아쉽다.

1153일 333 이모들과의 만남

결혼식이 있어서 또 서울 나들이, 저녁에는 333을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 장소가 광화문이라 비어있는 시간동안 서울역사박물관과 경찰박물관에 가보기로 하였다. 역사박물관은 우리도 한 번밖에 안 가봤었지만 전시도 괜찮았고 정원도 잘 꾸며놓았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아이와 함께 가니까 1층에 있는 체험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여러가지 블럭이 있고, 도안을 받아와서 색칠도 할 수 있고, 한복 뿐 아니라 왕이나 장군으로 변신할 수 있는 의상과 모자, 신발도 준비되어 있다. 영우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면서 나가기 싫어했는데 우리의 주 목적지인 경찰박물관에 꼭 가고 싶어서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대략 이야기는 들었지만 경찰박물관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했다. 1층에는 역시 체험공간이 있는데, 경찰차와 오토바이에 타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찰제복과 경찰모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영우는 근무복과 교통지도할 때의 조끼를 입어보았는데 엄청 귀엽다. 2층에도 역시 체험공간이 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은 사격을 해볼 수도 있다. 영우는 도둑놈을 잡는다며 수갑을 채워보기도 하고, 유치장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 많은 활동 중에 유치장에 들어가 있는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니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노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어서 만난 수지이모와 보미이모. 림이는 사정이 있어서 못나왔는데 영우가 수지이모를 만나자마자 '그런데 아림이모는?'하며 림이를 찾고 '왜 보미 이모는 안와?'하며 팬들 관리를 하기도 했다. 수지형이 선물해준 스티커북 덕분에 제제에서는 돈가스와 함께 저녁을 잘 먹었다. 그리고 퓨어아레나에 갔는데 여기서는 매우 난장판. 심지어 침을 뱉어서 혼났는데 절대 사과는 안한다. 앞으로 안그럴거야는 하는데 지금 한 행동에 대해서 잘못했다고는 안한다. 그 심리도 참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영우가 이모들한테 얼마나 재롱을 떨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ㅜㅜ 이모들 자주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까 걱정했는데 오랜만의 저녁나들이에 신나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우 어쩜 이렇게 많이 컸냐고 했더니 '영우를 키워줘서 커졌어' 누가 영우를 키워줬어? 하니 '모든 사람들이 다 키워줬어'란다. 그리고 '오늘은 너무너무 즐거웠어. 아빠가 영우 때문에 행복하지?' 한다. 어디서 이런 이쁜 말들을 배웠을까. 영우를 키워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쑥쑥 잘 크자꾸나.

1152일 많이 컸어요

작년에 할머니가 입히던 스타일대로 옷을 입혀 보냈는데 옷이 짧아져서 내복이 다 보인다. 팔다리가 다 길어져서 소매와 다리 밑으로 내복이 쑥 나와있는데 왜 오전에 옷 입히면서는 발견을 못했을까. 이렇게 옷 입혀 보낸 것을 할머니가 알면 기함하실듯.
아빠와 하원하면서 영우는 현대백화점에 가자고 하더란다. 백화점 가서 뭐할거냐고 했더니 현대백화점에서 경주용차를 사겠단다. 현대백화점이라고 정확히 의사표현 하는 것을 보니 주말에 너무 백화점만 데리고 다녔나 싶은 생각이 들어 반성.
오늘은 아빠가 좋은 날이라 엄마는 뭘해도 점수를 딸 수가 없다. 영우와 아빠가 노는데 낄려고 했더니 '엄마는 가, 저리로 가, 소파에 가, 소파에 누워 있어' 한다. 으앙, 그동안 열심히 놀아준 것 같은데 내 자리가 소파로 느껴질 정도로 많이 누워있었던 것인가 반성.

- 어린이 집에서는
오리반 친구들이 푸르니버스 타러 가는 모습을 보며 전 날 푸르니버스 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보통인 편이라 실외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였다. 영우는 삽으로 양동이에 모래를 담아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같이 담아보자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놀이하였다고 한다. 실외놀이터에서 쓸 모자를 보내달라고 한다. 모자 쓰고 나가서 실외활동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네.

1151일 어린이집 첫 나들이

푸르니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율동공원으로 첫 나들이를 간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많아서 버스 안에서 간식을 나누어 먹고 버스 안에서 율동공원을 구경하기만 했나보다. 에긍.
오늘은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면서 어린이집이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추정하기로는 초록숲처럼 매일 외부 선생님들이 와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지금은 담임 선생님이랑만 지내니까 심심하다고 느끼는거 아닌가 싶다. 아니면 아직 친구들이랑 친하지 않아서? 영우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 신경이 쓰인다. 완전 상전이야ㅜㅜ
할머니가 가신 후 내가 제일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영우가 잠들기 전에 먼저 기절해버렸다. 다행히 영우도 안 깨고 푹 잤다.

- 어린이 집에서는  
친구들과 손을 잡고 버스로 이동해서 안전벨트를 하고 출발~ 신나는 노래도 부르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동차, 버스, 나무, 꽃을 구경하였다. 영우는 친구들과 함께 동요를 불러보기도 하고 '빨간 불이니까 멈춰야지요'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단다.
아이들이 안전벨트하고 버스에 앉아있는 사진을 보니 정말 귀엽다.

1150일 면담

선생님과 면담이 있는 날이다.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매우 궁금했다. 그간 어떻게 등원했는지, 엄마와 분리가 되어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식습관과 배변습관은 어떠한지, 낮잠 및 휴식을 취할 때는 어떠한지, 놀이 시간에는 어떠한지, 이 모든 활동을 할 때 어떤 문장으로 표현하는지 등등을 이야기해주신다.
대부분은 알림장이나 평소 영우 생활태도를 통해 알고 있었던 거긴 한데 알림장에 써있어도 실감나지 않았던 밥을 잘 먹는다, 낮잠을 잘 잔다는 것은 정말로 잘 먹고 잘 자는거라고 한다. 용감하게 여러가지 반찬에 도전해보고, 처음에는 혼자 못 먹는다고 하다가 이제는 혼자서도 잘 먹고 정리도 잘 하고, 선생님이 토닥토닥 해주려고 해도 혼자 잘 수 있다며 혼자 눈 감고 자고 잘 하고 있으니 칭찬 많이 해달라고 하신다.
놀라운 것은 친구가 영우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부셔도 울지 않고, '어차피 다시 하려고 했어' 하며 넘어간다고 한다. 정말로 부서진 것을 다시 만들어서 갖고 논다고 한다. 언제 이렇게 컸나싶다.
그리고 나의 걱정이었던,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이 적어서 영우가 다른 아이들 엄마 올때마다 슬프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엄마들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나기도 하겠지만 영우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친구들이 하나둘씩 가면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 선생님이 영우에게 더 집중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완전 이해가 되는 것이, 영우는 어른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남아 있는 소수의 아이들에게 집중해주면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할 거 같다. 덕분에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이 사라졌다.

- 어린이 집에서는
할머니 가신게 이제 실감이 나는지 할머니 보고싶어하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몇 시에 잠을 자고 몇 시에 집에 가는지 반복적으로 물어보아서 이야기해주며 안정을 취하고 놀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단다.그러나 등원 때부터 계속 울음을 보여 놀이에 잘 참여하지 못했단다.
언어매트 위에서 쉬며 친구가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어보기도 하고 같이 읽어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영우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레고블럭이 담긴 바구니를 들어보이며 '힘이 세지요'라고 이야기했단다.

2017년 5월 21일 일요일

1149일 할머니가 가셨어요.

아침에 '옷갈아입을래' 라고 소리치며 일어나길래 왜그러나 했는데 소변이 찔끔 나왔나보다. 정말 찔끔이라서 이불이 젖거나 한 건 아니고 속옷과 바지 앞부분만 조금 젖었는데 영우는 축축함이 느껴져서 놀랐을테지.
저녁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구입한 맥포머스가 도착해서 열심히 만들면서 놀았다. 다들 마음이 같았는지 엄마도, 동생들도, 영우 어린이날 선물로 자석블럭을 사주겠다고 하길래 십시일반으로 큰 세트를 하나 장만하였다. 창의력 대장이 되어보거라.
할머니가 내려가셔서 좀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잠들기 전에는 할머니를 찾아서 운다. 그래도 전처럼 심하게 울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할머니 찾는 울음은 총량이 정해져 있는건지 새벽에 몇 번이나 깨서 울고 할머니 찾고 해서 아빠가 참다참다 화를 냈다. 그랬더니 또 스스로 누워서 잔다. 이것 참, 정말로 누울 자리를 봐서 다리를 뻗는거로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어린이 집에서도 할머니 찾아서 좀 울었나보다. 영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선생님이 이야기도 해주시고 물도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잘 달래주셨나보다.
점심 때는 '김치랑 먹을래'라고 이야기하며 밥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나물과 고기까지 골고루 잘 먹었다고 한다.
놀이기구 그림 위에 롤러를 굴려보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영우는 다양한 모양의 롤러 중 직선 모양의 롤러를 골라 물감에 찍어보고 놀이기구 그림 위로 굴려보기도 하였단다. 시소 그림에 영우 사진과 친구 사진을 붙여서 움직여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1148일 월요병

주말에 신나게 놀아서인지 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징징댄다. '어린이집 가고싶어싫어 아니고 가기싫어' 라며 가기싫다 노래를 한다. 내 뒤에 바짝 붙어서 징징징징 하더니 결국 울면서 들어갔다. 지난 금요일에 안 울길래 오늘도 좀 기대를 했는데 안되는거구나.
할머니가 내일 내려가실 예정이라 오늘도 일찍 데리러 가셨다. 할머니가 저녁 챙겨주시는데 '맛있는 반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도 했단다. 아침과 저녁의 기분이 180도 다르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평소처럼 금방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낮잠 자기 전까지 울었나보다. 울음이 잦아든 후 씩씩한 영우가 되어줄 수 있는지 약속을 말하니 씩씩한 영우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비닐 터널을 지나가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비닐 터널을 지나가보기도 하고 비닐 터널을 흔들어보기도 했단다. 놀이할 때에는 웃음을 보이며 즐겁게 참여했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아야지.

1147일 부활절

내 생에 부활절 행사는 처음 본다. 유아부는 합동예배를 본다길래 영우 반 자리에 데려다놓았는데 자리가 낯선지 계속 뒤돌아보며 나를 찾는다. 합동예배가 끝난 후에는 실외에서 에그헌트 행사를 했다. 계란모양 가차를 여기저기 숨겨놓고 찾는 건가본데 다른 친구들은 세 개 찾았는데 영우는 네 개 찾았다며 자랑한다. 간식도 많이 받아오고, 풍선도 받아오고, 재미있었나보다. 계란모양 가차 안에는 스티커, 머리끈 등 작은 놀이감이 있었지만 가차만 갖고 놀아도 재미있나보다. 애들은 그냥 새로운 놀이감이 있으면 마냥 즐거운가보다.
오후에는 탄천에 가서 킥보드를 탔다. 날씨가 좋아지니 킥보드며, 인라인 스케이트며,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많다. 영우가 킥보드를 타는데 자세가 그럴싸하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발을 구르는데 자세가 매우 좋고 속도도 좀 나는 것이 운동 좀 잘할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탄천에는 휴식공간도 잘 만들어놓아서 의자에 앉아 간식먹으며 쉬는데 계속 다른 돗자리에 간다. 거기 있는 친구가 영우랑 동갑인데 친구가 있어서 좋은건지, 돗자리가 좋은건지, 틀어놓은 동영상에 관심이 가는건지, 늘어놓은 장난감과 간식거리가 좋은건지, 쉴 새 없이 그 자리에 갔다온다. 그러나 남 일에 관심 많은 영우와 달리 그 친구는 영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서 쓸쓸히 돌아왔다.

1146일 엄마 친구 결혼식

2주 연속 대학친구 결혼식이다. 친구들에게 영우를 선보이는건 처음이라 예쁘게 입혀서 결혼식에 갔다. 가는 길에 영우가 잠들어서 친구들이랑 인사를 나누고 할 때는 괜찮았는데 신랑 입장할 때의 사회자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에서 깬 영우 때문에 이후는 힘든 일과가 시작되었다. 어린 영우 눈에도 신부는 이쁜지, 선 잠 깨서 짜증내는 타이밍에도 신부는 열심히 봐준다. 친구 사진 찍을 때 혼자 나갔더니 엄마 찾아 울어주시고, 같이 찍자고 안았더니 탈출하려고 하고, 탈출시켜줬더니 무대에 난입하는 사소한 일들만 빼면 나쁘지 않은 외출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렀다가 영우 이발도 하였다. 쌍가마 덕분에 머리가 항상 위로 솟아 있는데 선생님께서 영우 머리를 치킨머리라고 하셨단다. 할머니는 영우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항상 짧게 잘라서 조금만 머리가 길면 위로 솟았는데 이제 좀 길러서 눕혀볼까 한다. 영우가 울지 않고 잘 참아줘서 머리를 좀 다듬은 후에 왁스를 발라서 스타일링도 하였는데 이마를 드러내니 엄청 귀엽다. 영우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엄청 신났다. 이렇게 귀여운데 유아용 왁스를 사서 좀 발라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으나 나의 바보손과 게으름의 조합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패스.

1145일 즐거운 금요일

금요일이란 것을 알고는 즐겁다. 집에서 내내 어린이집에 안간다는 이야기도 안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안 울고 들어갔다! 직장인의 마음에 버금가는 영우의 마음이다.
할머니와 하원하는 길에도 얼마나 신이 났는지 길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란다. 전에도 어떤 유치원 원장선생님한테 인사를 하면서 한참동안 대화를 하며 걸어왔는데 오늘도 그랬나보다. 어떤 젊은 아저씨한테 인사를 했는데 못봤는지 대응이 없자 '대답도 안하고, 흥' 하더란다. 웃겨죽겠다.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할머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더란다.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 말하는ㄷ네 할머니 감동받으셨을 듯. 영우가 나보다 낫다.

- 어린이 집에서는
선생님한테도 오늘 울지 않았다고 자랑을 했나보다. 낮잠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날 때 울음을 좀 보이기는 했는데, 친구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자자고 했더니 '안울거야' 하면서 소변을 보고와서 다시 잘 잤단다.
음식을 차려먹는 놀이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레고로 소방차를 만들어보기도 하였단다. 완성된 작품을 선생님께 보여주며 설명도 해주었단다. 정리 시간에 정리도 잘 해서 칭찬해주니 영우가 좋아서 엄청 업됐나보다. 신난 마음에 뛰면서 앞에 있는 친구를 미는 바람에 밀린 친구가 넘어져서 머리를 찧어 울었단다. 친구가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자 '내일은 안그럴거야'라고 했단다. 영우는 사고를 칠 때마다 내일은 안그럴거야라고 하지만 사고는 반복된다. 다행히 친구를 미는 일은 다시 없었다.

1144일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오늘도 4시쯤 할머니가 데리러 갔더니 막 실외놀이터 활동을 마치고 들어오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영우가 할머니를 보더니 친구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단다. 주희, 다움이, 시우,... 친구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찍 집에 가는 즐거움, 할머니를 봤을 때의 기쁨, 친구들과 놀이하면서의 신남 등이 그대로 전해진다.

- 어린이 집에서는
전 날에는 낮잠 시간에 깨면서 우는 바람에 자는 친구들을 다 깨웠다는데 오늘은 일과 중에도 울지 않고 낮잠 시간에도 울지 않고 잘 잤단다. 오늘도 할머니가 오신다고 이야기하면서 기뻐하였단다.
선 모양을 살펴보고 좋아하는 색으로 선을 따라 끼적이는 활동을 했단다. 좋아하는 놀이감 그림에 색칠도 하고, 도트물감으로 콕콕 찍어서 구며주기도 하고, 문질러서 색칠해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1143일 할머니와 하원

어차피 할머니가 데리러 가니 며칠만이라도 일찍 하원시키기로 하였다. 이 결정을 할 때, 신랑은 영우가 매 순간 행복한 것이 중요하니 할머니가 해 줄 수 있는 상황일 때 일찍 하원시키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할머니가 와서 좋은 것 플러스 할머니가 오시면 어린이집에서 일찍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 할머니를 더 기다리고 어린이집 더 가기 싫어할까봐 평소대로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우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내 의견은 접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하루 일과의 흐름을 깨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할머니와 하원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옆에 서더니 창문이 내려지며 어떤 아이가 영우에게 아는 체를 하더란다. 영우도 같이 아는 체를 하면서 둘이서 막 이야기를 나누길래 할머니는 같은 반 아이인줄 알고 아이 엄마에게 다람쥐반이냐고 물었더니 웬걸, 다른 유치원 다니는 아이란다. 갑자기 자기 아이가 차를 세우라며 일면식도 없는 꼬맹이랑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황당할까.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갔단다. 영우는 마지막까지 자동차 창문 올리고 가라고 오지랖을 펼쳐 주었다고 한다.
저녁에는 성민이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영우와 성민이가 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바지를 보고 신이 나서는 같은 자동차 장난감도 갖고 와서 서로 보여주고, 같은 코끼리 인형도 갖고 와서 서로 보여주고, 깔깔깔깔 하다가 같이 양치도 한다. 성민이가 좋아하니까 얼굴 표정 망가뜨리면서 웃기기도 도전한다. 은근히 개그 욕심 있는 영우.

 - 어린이 집에서는
일과 중에 오늘은 할머니가 데리러 오신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저녁을 먹지 않고 할머니와 집에 갈 거라고 이야기 해주니 '영우?' 라고 확인하며 좋아하였단다. 할머니랑 하원하는건 알았는데 저녁도 안 먹고 일찍 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너무 좋았는지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놀이감 그림자를 보고 어떤 놀이감인지 맞추고 알맞은 자리에 붙여보는 활동을 해보았단다. 종이벽돌블럭 사진을 보고는 '영우 집에 블럭 많아. 영우 집에 이거 있어'라고 이야기하고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책도 20권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1142일 매일매일 드라마

매일 헤어질 때마다 드라마를 찍는다. 오늘은 다람쥐반을 향해 걸어가는 내 다리를 잡고 매달린다. 표정을 보면 얼마나 절박해 보이는지 어쩜 저런 표정까지 지으면서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는지 안타깝다. 다람쥐반에 도착해서는 엄마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울지만 더 있어본들 우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니 우는 영우를 뒤로하고 나온다.
다음 날 나는 갑자기 잡힌 회식이 있고, 신랑은 오래 전부터 잡아 놓은 약속이 있어서 할머니가 데리러 가기로 했다. 선생님들께 할머니 얼굴 보여드리려고 할머니랑 아빠가 같이 영우를 데리러 갔다. 영우가 아빠를 발견하더니 달려와서 안기며 '지금이 제일 좋아' 하더란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극적이고 안쓰럽다.

- 어린이 집에서는
매일매일 울고 들어가지만 일과 중에는 씩씩하게 잘 보낸다고 한다. 점심에 어묵이 나왔는데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지 '영우 이거 좋아해'라고 했단다. 오징어튀김도 먹고, 새우도 먹고, 하이라이스도 맛있게 먹고, 간식으로 나온 방울토마토도 잘 먹고, 스스로 정리도 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갈수록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는 것에 용감해지는 영우라고 표현해주셨는데 영우 조금이라도 먹여보려고 용감하다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놀이감 사진으로 만든 카드를 보며 놀이감을 가지고 놀이해보았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영우는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주차장 카드를 가리키며 '영우는 이거 좋아해'라고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자동차 사랑.

2017년 5월 20일 토요일

1141일 우는 월요일

전 날 영우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려서, 내 태도가 더 어린이집에 가기 싫게 하나 싶어서, 밀어넣지 않고 꼭 안아줬더니 평소보다 더 운다. 이러나 저러나 울음 시간을 줄이려면 빨리 헤어지는 수밖에 없나보다.
영우 들여보내고 나오는 길에 시우 아빠를 만났다. 금요일에 영우가 물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늦게까지 둘이 같이 있는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친할텐데 깨물어서 서운하다는 내색을 하신다. 시우는 그 날 집에 가서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ㅜㅜ

- 어린이 집에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냈다고 하니 다행이다. 자꾸 손톱, 발톱을 물어뜯거나 살을 뜯어내서 그러지 말라고, 입 속에 세균이 들어간다고 이야기는 해주신다고 하는데 이 습관이 고쳐지려나 모르겠다. 분리불안 때문에 이런 습관이 생긴걸까.
레고블럭으로 피라미드를 만들어서 '이것 보세요. 계단같죠. 피라미드예요'라고 선생님께 보여드렸다고 한다. 모래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힘을 주어 페달을 굴리는 것은 아직 힘들어보인다고 한다. 대신 '이것 보세요'라며 발을 구르면서 자전거를 타보았단다.

1140일 딸기농장 체험

영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친구네랑 남양주에 딸기농장 체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 워낙에 꼼꼼한 친구라, 친구가 모든 것을 다 알아보고 예약한 후 우리는 몸만 따라가니 얼마나 좋던지. 친구네 아이는 영우보다 한 살이 많고 둘 다 외동이라, 둘이 친하게 지낸다면 자주 만나서 놀고 싶은 마음이다.
딸기농장에 가면 인원 수대로 작은 박스를 준다. 딸기를 따서 이 박스 안에 넣고 꽉 채워 닫아 나오면 되고, 원하는만큼 딸기를 따먹어도 된다. 유기농 무농약 인증을 받아서 씻지 않고 그냥 따 먹어도 되는데 정말 달고 맛있고 식감도 좋다. 영우가 먹는데 딸기즙이 많아서 얼마나 맛있는 소리가 나던지 이런 경험을 시켜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딸기로 배를 채우고 나면 딸기잼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딸기를 손으로 으깨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팬이 달궈지기 전에 잠깐 잼을 저어보는 경험도 시켜보았는데 딱 그 정도의 시간은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이후는 엄마아빠가 열심히 저어서 잼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체험에는 비용이 있지만, 먹는 양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아주 만족도 높은 체험이었다.

근처 순두부 집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일정이었는데, 두 아이들은 이미 딸기 농장에서부터 베프가 되어서 신나게 뛰어논다. 다만, 영우가 영훈이 형아한테도 좋다고 치댄다는 것이 격해져서 얼굴도 꼬집으려 하는 바람에 좀 혼이 났다. 식당에서도 업되서 놀다가 미닫이 문에 손이 끼는 바람에 울기도 했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데, 문 여닫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나게 놀다 올 때는 좋았는데 다음 날 어린이집 갈 생각을 하니 또 너무 싫은 영우. 할머니한테 징징대기 시작한다. 아침에는 슬프고 저녁에는 좋단다. 아침에는 엄마아빠랑 헤어지니까 슬픈데 저녁에는 아빠가 데리러 오니까 좋단다. 엄마가 다람쥐반에 영우를 밀어넣으면 선생님이 영우를 끌고간단다. 밀어넣고 끌고간다는 워딩은 영우가 직접 쓴 표현이다. 아, 영우가 우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서 빨리 들여보내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는데 많이 상처받았나보다. 하지만 별 다른 도리가 없구나.

1139일 화담숲 나들이

꽃구경을 시켜주고 싶어서 가까이,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에 갔다. 화담숲 매표소에 가려면 리프트를 타고 가야하는데 리트프를 기다리는 동안 개울가를 뛰어다니며 신이났다. 20cm 너비의 개울을 폴짝 뛰어보려는데 처음에는 무서워서 못 뛰다가 재도전 할 때에는 성공. 점점 할 수 있는 저지레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리프트를 타면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늘을 날고 있다며 재미있어한다. 화담숲은 꽤나 넓어서 모노레일도 운행하고 있는데, 어른들만 있다면 걸어서 돌아보기 충분하지만 영우가 힘들까봐 정상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가고 정상에서부터는 걸어서 내려왔다. 모노레일 출발 시간을 기다리면서 민물고기 생태원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꽤 잘 만들어놓았다. 나오는 길에 전시된 수초들을 테마에 맞추어 꾸며놓은 수조들도 꽤 인상적이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서 화담숲을 내려다보니 자작나무숲, 야생화꽃밭 등이 멋지게 펼쳐지고, 운이 좋으면 다람쥐도 볼 수 있다. 감동적인 것은 화담숲의 대부분이 경사가 있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유모차 또는 휠체어로 모든 영역을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가족 친화적인 공간이었다.
아쉬운 것은 꽃구경을 하러 간 것이었는데 산에는 벚꽃이 피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분재원도 볼 만했고, 나가는 길 쪽의 팬지류 꽃화단도 이뻤고, 영우는 닥종이(는 아니겠지만) 인형으로 조성해놓은 옛마을 풍경을 좋아했다. 여름에는 수국이 핀다고 하는데 날씨 좋은 날 재방문 의사 있다.

1138일 다람쥐반 문제아

점심 시간에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영우가 문제를 일으켰다. 전 날에도 영우가 입을 친구 코 끝에 가져가려는 것을 발견해서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물려고 했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하는데 이 날 오전에는 결국 친구를 물었단다. 물린 아이는 시우이고, 다행히 물자마자 시우가 바로 팔을 빼서 이빨 자국이 남지는 않았는데 부풀어 올랐다고 한다. 선생님이 영우를 많이 혼내서 영우도 엄청 운 모양이라 집에서 잘 달래주고 잘 야단쳐달라고 한다.
그리고 낮잠 시간에는 옆에 있던 다움이에게 박치기를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괴롭힌다기보다는 좋아서 흥분하는 바람에 박치기를 하게 된건데 다움이가 놀라서 우는 바람에 영우도 같이 놀라서 울고 또 혼이 났다고 한다.
여기서 마무리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여기까지가 점심 시간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저녁에 영우를 데리러 갔더니 영우가 저녁 먹고나서 또 시우를 물었단다. 오전에 그렇게 혼나고도 저녁에 또 물었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영우는 '그냥,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이제 안그럴거야'를 반복하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대체 왜 그런걸까?
다움이 엄마에게는 카톡으로 상황을 전하고 사과했는데 시우는 일찍 하원하고 없어서 사과를 하지 못했다. 아, 시우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하실까. 그래도 다행히 지금까지는 또 친구를 미는 일은 없었다.

- 어린이 집에서는
레고놀이를 하면서 블럭을 차곡차곡 쌓아 계단 모양으로 만들고, 점점 더 높아지는 계단을 만들어서는 계단이 있는 배랑 자동차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내일 엄마아빠랑 꽃 구경을 하러 간다고 선생님께 자랑을 많이 한 모양이다.

1137일 토요일 사랑

어린이 집에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영우는 '오늘이 토요일이면 좋겠어'라며 운다. 매일매일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물어보고 토요일이면 좋겠다고 한다. 영우 또래 중에 이렇게 요일 개념이 명확한 아이가 또 있을까싶다.

- 어린이 집에서는
점심에 나온 생선가스가 맛있었는지 3번이나 더 먹었다고 한다. 이럴수가! 생선가스와 함께 밥 한그릇을 뚝딱 하고 스스로 식판 정리도 하였다고 한다.
비밀가방에 있는 놀이감 이름을 들어보고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단다. 비밀가방에 손을 넣어 만져보기도 하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이야기 해보고 놀이감을 꺼내서 이름을 이야기해보는 놀이인가보다. 영우가 놀던 것을 잘 정리했단다.

1136일 영어 잘하네요.

어린이집  들어가는데 영우가 갑자기 ABC 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영어 잘하네요 하는데 부끄럽다. 초록숲 어린이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 선생님이 오셔서 놀아주는 시간이 있었고, 이모가 열심히 알파벳을 가르쳤고, 할아버지가 숫자나 색깔 등을 영어로 알려주셨다. 나는? 아무것도 안했고 지금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한글도 모르는데 무슨 영어인가 싶다가도, 공부를 시키는건 아니더라도 영어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출은 시켜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결국은 생각만 하고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한다. 아흑
드디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혼자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손에도 제법 힘이 생겨서 한 손으로 핸드폰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 어린이 집에서는
오전 간식에 나온 빵을 맛있게 먹고, 점심에 나온 대구부추전도 맛있다고 이야기하며 말끔히 밥도 다 먹었다고 한다. 공기매트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단다. 손으로 매트를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공기매트를 바닥에 두고 발로 밟아보며 탐색했다고 한다. 뾱뾱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어의 온도

충동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샀다. 시작은 수지형이 왕따의 정치학을 샀다는 소식에서부터. 요즘 소위 진보언론과 문대통령 지지자들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지형은 이 사건이 본격화되기 전에 구매했었는데 나도 따라살까 싶은 생각이 들어 정말이지 오랜만에 온라인 서점에 로그인했다.
막 사기 직전이었는데 왜인지, 대중들이 많이 읽는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샀다. 결론은 일코 실패. 충동구매는 옳지 않다.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와닿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정말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고 감동을 느끼는걸까. 출판사의 성공적인 마케팅 결과인걸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좋은 책을 좋다고 느낄 수 없을만큼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오늘 동아리 선배 문상을 다녀왔다. 선배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생을 마감한 것일까. 모임 주선한답시고, 경조사 챙긴답시고, 카톡에서만 분주하게 떠들어댔을 뿐, 오랜 시간 따뜻한 말한마디 전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 아프다.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근황

이제야 겨우 3월까지의 육아일기를 마쳤다. 쓸 수 있을 때 많이 써주고 싶어서 어린이집 알림장까지 참고해서 거의 매일 작성하다보니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도 써야지. 누군가가 그랬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시인이 있는 거라고. 항상 노트를 지참하여 아이가 남기는 시같은 말들을 기록해 놓으라고. 참 공감이 가는 말이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결국 놓치는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다.
영우는 아직도 아침마다 울고 들어가지만, 들어갈 때는 세상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지만, 막상 일과가 시작되면 잘 지내고 있다. 7시까지 지내다 오는 이 생활이 좋지만은 않겠지만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 있고,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도 좋아해준다. 영우만큼 토요일 개념이 분명한 4세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복직해서 그냥저냥 다니고 있는 중이다. 조직개편이 있어서 업무분장을 새로 하였고, 아직까지는 팀에서 배려해주어서 칼퇴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영우 목욕 시키고, 엄마아빠랑 영상통화하고, 설거지 및 집안일 조금 하고 나면 영우 재울 시간이 되어버려서 시간적 여유는 없다. 그나마 엄마가 와계실 때에는 짬이 나서 밀린 육아일기라도 쓸 수 있다.
23년만에 히라가나를 다시 외우고 있다. 회사가 보다 일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일본어를 배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영어는 죽도 밥도 아닌 상태로 실력은 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느라 지겨웠는데 새로 일어를 배우면 좀 재미가 있으려나. 일어 수업 때문에 이제 운동도 일주일에 한 두번밖에 못 가긴 하지만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인지, 영우 데리고 미술관 박물관에 가 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 읽으려다가 실패한 선택이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시작을 한게 어딘가.

1135일 엄마 왜 회사가

엄마 왜 회사가냐고 하며 운다. 아이 참, 너무 슬프잖아. 할머니가 와계시니 저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좀 일찍 데려올까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 어린이 집에서는
오늘은 밥을 물에 말아먹지 않고 반찬도 골고루 잘 먹었다고 한다. 카레밥이 나왔는데 흰밥 먹고 싶다고 해서 흰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니 두 그릇이나 먹었단다. 다 먹었다고 이야기하고 스스로 수저, 포크, 식판을 정리했다고 한다.
나만의 가방을 꾸며보는 시간을 가졌단다. 영우 사진이 붙어있는 가방을 찾아 스티커도 붙이고, 놀잇감을 담기도 했다고 한다. 놀이감 가게에서 영우가 좋아하는 놀잇감을 사보기도 하고 실꿰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낚시놀이도 했단다.
아이들 사진 찍어 인쇄하고 사진을 붙이고 하려면 선생님들 참 힘드시겠다.

1134일 손 맛이 없어

출근을 하고, 영우도 7시가 넘어서 하원하니 영우랑 보내는 시간이 확 줄어든데다 나는 집안일 하느라 바빠서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
잠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물려고 하길래 엄마가 영우를 먹겠다고 하고 앙 했더니 무서운가보다. '영우 손 맛이 없어'라고 하면서 손을 싹 빼는데 잡고 먹는 시늉을 했더니 손 없어지면 안된다고 운다. 다 큰 것 같아도 이럴 때 보면 애기는 애기다.

- 어린이 집에서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고 한다. 집에서 먹는 것에 비해 밥 양이 좀 적어서 배가 고프면 그래도 먹긴 하나보다. 물에 말아먹기는 했지만 국물도 함께 먹기는 했단다. 밥 다 먹고 사과도 먹었단다.
실꿰기 놀이를 하였는데, 실을 꿰어 긴 줄로 낚시 놀이를 하면서 상어도 잡았다고 이야기하더란다. 레고 블럭으로 멋진 차도 만들어 움직여보기도 했다고 한다. 봄 노래를 들어보며 양 손으로 에그 마라카스도 흔들며 놀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