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5일 월요일

1127일 물집

밤에는 할머니 보고싶다고 많이 울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분이 좋다. 라디오를 틀었는데 흥겨운 왈츠에 신랑과 영우가 같이 손 잡고 춤을 춘다. 아기코끼리와 함께 등원하는 첫 날이지만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울음이 멈추지는 않는다.
오후에 어린이집에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영우 울음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영우가 원장실 앞에서 울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손에 물집이 잡혀서 양호선생님이 바세린을 바르고 있는 중이었다. 낮잠을 잘 못자기는 했지만 뜨거운 것에 데이거나 한 적이 없는데 간식 시간에 갑자기 손이 가렵다고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우에게 물어보니 가려워서 깨물었다는데 아무리 봐도 화상 물집같다. 병원에 갔지만 의사선생님도 화상처럼 보이는데 화상이 아니라고 하면 원인을 알 길이 없다며 밴드를 붙여주고 만다. 물집이 터지면 터지는대로, 안터지면 안터지는대로, 다시 안와도 된단다. 별 일 아니라서 그런거겠지만 뭐지 싶다.

영우는 놀라서 그렇지 아프거나 한건 아니라 금세 진정이 되었고, 위로겸 병원 옆 빵집에서 빵을 샀다. 비가 오기 시작해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가까운 거리라고 택시가 안잡힌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우산 쓰고 영우를 어떻게 데리고 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한 대가 잡혔다. 거리가 가까워서 호출에 응하는 차들이 없던데 감사하다고 했더니 전화받다가 실수로 누르셨단다.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짧은 거리라도 가는게 낫지 않나 싶은데 승차거부는 카카오도 개선이 안되는구나.  
무엇 때문이었나, 영우에게 엄마 뭐 해야되니까 잠깐 혼자 놀고 있으라고 했더니 '혼자는 안 놀아. 영우는 멈춰있어' 한다. 그러게 혼자 노는게 뭐가 재미있겠나,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요즘도 영우 혼자 놀게 두고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많다. 놀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주먹 가위 보로, 주먹 가위 보러 무얼 만들까~ 오른손은 주먹, 왼손은 가위, 달팽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율동을 함께 하니 귀여워 죽겠다. 내가 빵 터지며 좋아하니까 몇 곡 더 해준다. 저녁에 신랑한테도 보여줬는데 신랑도 빵 터지고, 보고 또 봐도 귀엽다.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 주신 은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 어린이 집에서는
종이벽돌 블럭으로 집을 만드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영우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 낮잠을 자지 못해 토닥여주면 눈이 감기다가도 '혼자 잘래' 하며 토닥이지 말라고 한단다.
까꿍판에서 영우 얼굴을 찾아보는 놀이를 하였는데 영우가 한 번에 찾길래 어떻게 한번에 찾을 수 있었냐고 물으니 '그냥 여기 있을 것 같았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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