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안녕 2023

 올 해는 어쩐 일인지 인스타그램에 2023년을 정산하는 포스팅을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 정리하지 못해 일단 주요 사진들을 추려놓은 후 결국 포스팅한 것은 공연, 전시,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공연, 전시, 친구 키워드가 가장 자랑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인가보다. 한동안 공연도 전시도 친구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신랑 혼자서도 케어가 가능하고 나의 동호회 활동 덕분에 올 해 정말 충만하게 보냈다.


교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며 만든 해사 모임. 해사 콰르텟을 하기로 하고 비올라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아직 한 번도 맞춰보지 못했다. 대신 올 해에만 두 번의 음악제 여행을 다녀왔다. 봄의 통영과 여름의 평창. 휴직할 때 나의 위시리스트였는데 이렇게 이루게 될 줄은 몰랐네. 바닷가에 위치한 통영 콘서트홀은 외부도 내부도 너무나 근사했다. 특히나 합창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바라보며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평창 대관령 음악제는 피서겸 해마다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해사 친구들과는 가을에 마곡 LG아트센터에서 하는 연극도 보고 왔다.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으로 함께 한 바이올린, 피아노 리사이틀. 그리고 발레공연. 여름이 되면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갈라를 하나보다. 김기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였는데 요즘 가장 핫하다는 윤별 발레리노도 보고, 영우와 함께 발레공연을 봤다는데 의의를 둔다. 또 하나, 파크콘서트를 통해 알게 된 이자람님. 영우가 먼저 이자람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해서 급히 검색해 보았더니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노인과바다 공연이 있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얼마나 보람차던지. 아 그리고 또 하나, 동호회 송년 모임에서 만난 길병민님. 아이와 함께라면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지. 게다가 영우가 로드모지코는 그 때 몇 등 했었냐고 물어본 덕분에 길병민님도 기분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코 앞에서 길병민님의 노래를 들으며 또 눈물이 찔끔. 임윤찬의 크레센도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찔끔.

9월에는 회사 로비에서 연주를 하였다. 동호회 활동 지원 1년을 맞이하여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인데, 우리 동호회와 밴드 동호회 두 곳에서 점심 시간에 연주를 하기로 하였다. 덕분에 매 주 모여 합주 연습을 하고, 연습만 하고 헤어졌을 뿐인데 멤버들과 더 친근해졌다. 나는 희귀악기인 덕분에 3곡이나 연주하는 영광을. 연주할 때는 활이 덜덜 떨리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즐겁게 연습했고 좋은 경험이었다. 연말 동호회 송년회에서는 더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었다. 2024년의 목표는 연주할 때 비브라토 하는 것과 희경님과 앙상블 연주를 해 보는 것.

동호회에서 들은 정보로, 잠깐 이탈리아어를 배워보았다. 더 깊이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3개월만에 중단하였는데 그래도 이제 읽을 수는 있다. 다음 팬텀싱어 때는 마음에 드는 곡을 따라부를 수 있겠다. 이탈리아어를 그만 두고 화상영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영어하는 나는 정말 부끄럽다. 해마다 신년 목표로 영어공부를 내세웠으나 늘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이제 그마저도 하지 않아서 하와이에서는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 아니 못했다. 뉴질랜드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도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해두면 낫겠지 싶어서 하기 싫지만 억지로 억지로 하고 있는 중이다.

2023년에 영우는 1학기 회장이 되었다.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더니, 괴롭힘 없는 반을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도 내걸었다. 아쉽게도..2학기에는 괴롭힘과 욕설과 폭력이 있는 반이 되기는 했지만..여러가지 사정으로 영어 학원을 바꾸고, 그만 두고, 이제는 과외를 하고 있다. 부디 뉴질랜드가 좋은 자극제가 되어서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던 줄넘기가 시들해지고 하기 싫어하던 수영이 재미있어졌나보다.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검도도 하는 체육인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드디어 검도 검은띠를 따고 유단자가 되었다. 우리 집안 최초의 유단자라고 멋지다 멋지다 하고 있지만 가장 멋진 건 바로 이 작품들. 고흐 작품의 색감도, 팔레트에 표현한 불의 열기도 너무 멋지다.



올 해도 친구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내 친구들과의 음악제 여행. 영우 친구 가족들과의 여행. 1년 전부터 예약해두었다는 다빈북하우스에서 여섯 가족 캠프파이어, 윤준이와의 워터파크, 연준, 재혁이와 그 친구들과의 노블픽, 연준,선호네와 사나래글램핑, 재혁, 유민이네와 사나래글램핑, 그리고 엄마들의 염원이었던 아빠와 아이들만 가는 외갓집체험. 외갓집체험은 만족도가 높아서 시즌마다 가자고 하는데 잘 되려나. 레고랜드는 드디어 연간회원권이 종료되었는데, 종료 전에 주희랑도 가고 현수네랑도 가서 충분히 잘 즐긴 것 같다.

처음으로 친정 식구 다같이 여행을 갔다. 막내 조카랑은 터울이 좀 있다보니 다같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키즈풀빌라에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 칠순이기도 한 해였는데, 엄마가 울릉도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여행지가 없어서 아이들 데리고 울릉도까지는 무리다 싶어 우리 식구만 엄마아빠와 거제에 다녀왔다. 숙소 뷰가 좋아서 엄마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던지, 울릉도가 문제가 아니라 숙소가 문제군. 동생들 덕분에 가족끼리 칠순 파티도 잘 치렀다. 엄마아빠 건강하세요.


2023년의 마지막 날 영우에게 2024년에 기대되는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검도 가검 받을 것도 기대되고, 반배정도 기대되고, 성민이랑 뉴질랜드 가는 것도 기대되고..소소한 것부터 큰 이벤트까지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도 좀 더 기대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2024년을 맞이해야지. 뉴질랜드를 기대하며 잘 준비하고, 리프레시 휴가 생기면 또 어디를 갈까 계획하고, 림이와 호호씨 닮은 믿음이의 탄생이 기대되고, 가족과 친구와 보낼 즐거운 날들을 기대해본다. 반갑다 2024년!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공부습관

영우가 좋아하는 것. 검도와 축구,농구,수영 등의 운동. 검도는 항상 좋다고 하지만 나머지 운동은 그만하고 싶어할 때도 있고 잘 될 때는 좋아하는 정도.
싫어하는 것은 영어. 뉴질랜드 워케이션을 계획하면서 좀 나아질까 했으나 기대된다고 말한 지 하루만에 숙제하기 싫다고 우는 일상이 반복되어서 학원을 그만 다니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학교에서 하는 리딩게이트를 매일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마저도 40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회사 일하다 보면 하라고 시키지 못할 때도 있고, 시켜도 안할 때도 많고, 안 하면 그만이니까 습관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못한건 다음 날 벌충하기로 했다. 
이번 주 월요일, 하라고 해도 안하고 놀더니 내일 두 배로 해야 한다고 하자 또 울기 시작한다. 고작해야 영어 30분, 수학문제집 두 장, 국어문제집 두 장인데 언제까지 이걸로 실랑이를 해야 하는가. 하기로 약속한 것을 하지 않으니 화를 냈는데 울면서 자기도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한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몰아붙였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안 시키고 제대로 훈육도 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괴로운 날이다.
엄청난 걸 하라는 것도 아닌데. 휴.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20231202

 오늘 기록하려고 하는 것은

오랜만에 오프라인 쇼핑을 하는 동안 지겨워하는 영우와 시간을 보내야 해서 2024년 수능 수학 1번 문제를 풀어보았다. 세제곱근을 이해하고 있고, 소인수분해를 이해하고 있으니 한 번 이야기 해 본 것인데 거듭제곱 법칙까지 이해하여서 노트 없이 말로만 설명해주었는데 이해를 했다. 대단하다. 수 감각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선행을 시키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 해야 할까.

쇼핑을 하고 아동의류샵을 지나다가 기모가 들어간 바지를 집어들며 이런 거 입을래? 물어보았더니 싫단다. 왜냐고 했더니 패션이 마음에 안 든단다. 엄마는 어떠냐고 해서 그냥 따뜻하면 입는거지 패션이 뭐 대수냐고 했더니 그것은 패션 테러라며, 역시 엄마는 밀라노에 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밀라노에서는 패션 테러를 하면 200만원을 내야 한단다.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블로그의 존재

영우가 블로그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며칠 전 블로그를 업데이트 한 터라 신랑이 블로그를 보다가 과거의 어느 날 육아일기를 읽으며 재미있어하자 영우가 와서 뭔지 함께 읽어본다. 사진이 있는 글에서는 이 옷, 이 그림들 생각난다고 하고 몇몇 에피소드 역시 기억난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다며..다시 기록해 달라고 한다. 시간이 없다고 하니 지금 쓰라고, 지금은 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하니 그럼 토요일 같은 때 쓰라고 한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인 지금 끄적이고는 있는데 요즘 남기는 주옥같은 멘트들은 다 휘발되어 버렸지. 다시 소소한 기록을 남겨보아야겠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김정원 Last Chopin

회사 동호회에서 김정원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단체관람하였다.
혹시 몰라(?) 사인받을 수 있게 앨범도 준비. 오랜만에 앨범도 사고 하니 다시 팬심이 일렁인다.

동호회에서 지난 번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의 리사이틀을 함께 했을 때에도 느낌이 남달랐는데, 그 때는 내가 현악기를 연주하는 입장에서 활의 쓰임과 비브라토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좋아하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피아노 연주자들의 입장에서 감상평을 듣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나는 그간 김정원의 연주는 섬세하고 나무랄데 없지만 너무나 정석이어서 검증된만큼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 연주된 쇼팽의 곡을 쳐 본 적도 있는 동호회 멤버들은 너무나 개성있는 연주자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치는게 맞았냐, 그런 느낌을 살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연주 중간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음악에 취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는 평이었다. 내가 연주해 본 곡을 들을 때는 연주자의 해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감상평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뒷풀이까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 온 김정원은 앵콜곡 소개 때 마이크를 잡았다.
앵콜 첫번째 곡은 쇼팽 사후에 출판된 유작. 녹턴이었나..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한 곡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두번째 곡은 쇼팽의 친구였던 리스트의 장송곡이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한 살 차이지만 친구로 지내다 무슨 일인가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쇼팽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둘은 제대로 화해를 하지 못했단다. 리스트의 장송곡은 헝가리 혁명을 위해 쓰여졌지만 부제가 ‘1849년 10월’로 쇼팽이 사망한 달을 의미해, 김정원은 이 곡이 쇼팽을 기리는 곡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한다. 그렇게 들려준 리스트의 장송곡은 너무 웅장해서 연주자도, 관객들도 묵직함을 안고 돌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곡을 더 들려주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쇼팽의 녹턴 9번. 이 곡은 쇼팽이 20살 때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쇼팽의 유작과, 그를 기리는 친구의 헌정곡, 그리고 가장 찬란한 젊은 시절의 쇼팽 곡으로 마무리한 앵콜 레퍼토리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었다. 
조성진이 쇼팽콩쿨 우승하기 전에는 쇼팽하면 김정원이었는데, 역시 김정원은 김정원이다.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해서 사진도 남기고 이야기도 남기고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2023년 파크콘서트

올 해 파크콘서트의 마지막 주자는 잔나비. 이틀 전부터 줄을 섰다는 이야기, 오늘 7시 반에 줄 서기 시작해서 오후 3시 반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 등을 미리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잔나비 공연에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실시간 유튜브를 볼 뿐. 그렇지만 두 번의 공연을 보았다.

첫 번째 공연은 이자람.
워낙에 유명한 소리꾼이라(여둘톡에서 이자람은 손열음과 함께 장군님이라 불리운다.) 꽤나 궁금하긴 했지만 공연을 애써 찾아 예매하러 가지는 않을 것이라 파크콘서트 라인업에 있길래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보고 난 소감은 '와, 너무 좋아서 블로그에 남겨야겠다'였는데 이제서야 글을 쓰니 그 날의 감동도 많이 잊혀져버렸네. 
전반부에는 얼마전까지 공연을 했었던 창작 현대극 '이방인의 노래'의 앞 부분을 해주었고, 후반부에는 춘향전, 심청전 등의 일부를 해주었다. 소리를 해주었다고 해야하나, 연기를 했다고 해야하나. 옛 판소리만 들어봤지 현대극은 처음 경험하였는데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각각의 표정과 몸짓과 소리가 어쩜 저렇게 재주가 많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느 공연이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판소리의 격정적인 소리, 한이 담긴 소리, 또 연기까지 한 시간 반동안 끌어내는 것이 괜히 장군님으로 불리우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자람 스스로도 판소리라는 쉽지 않은 장르를 일부러 시간 내서 보러 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오신 분들 너무나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했는데,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을만한 공연이었다. 공연 말미에 관객석에 불을 켜 주니 시작할 때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괜히 찡하기까지했다.



두 번째 공연은 코리안 드럼 - 영고.
KBS 아나운서라는 사회자의 설명으로 알았는데 국수호라는 한국무용가의 공연팀인가보다. 해외에서는 자주 초대받는 팀인 것 같은데 국수호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다. 지난 번 이자람과 마찬가지로 애써 찾아볼 것 같지는 않지만 실연을 보면 너무 좋을 것이 예상되지 않는가.
역시나 좋았다. 다양한 북과 북소리와 연주자의 힘과 열정. 젊은 연주자들이 많아서인지 상모 돌리기나 재주를 넘는 볼거리도 많았다. 그저 북을 칠 뿐인데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공연으로 박수가 끊이지를 않았다.




라포엠과 성남시향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나가기 싫어하는 영우 설득하기 힘들 것 같아서 두 개만 골랐는데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공연을 함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미디어 시간 늘려주는 것으로. 


2023년 5월 17일 수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하와이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
년 괌
(5)   2015년 뉴욕

(6)   2023년 하와이

예전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를 올렸었지. 그 이후 뉴욕에 한 번 더 다녀왔고, 이번에 하와이에 다녀왔다. 이제는 유럽에도 한 번 다녀왔을 법한데 여전히 미국 사랑.. 여행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에 림림이가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가게 되어서, 여행의 성격이 달라서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 전에 정리를 해서 보여주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내년 겨울에는 서부에서 장기여행을 하겠다'고 선언한 2021년 글을 다시 보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이번 하와이 여행도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소멸되기 시작할, 유럽에 가지 못해 소멸될 위기에 처한 나의 마일리지 때문에 이리저리 보너스 항공권을 살펴보니 1년 후 일정으로도 하와이 이코노미 말고는 마땅한 티켓이 없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동아리 선배 언니가 하와이에서 결혼한다는 것이 아닌가. 3개월 후 티켓이 있으려나 했는데 있다? 이것은 하와이에 갈 운명이네 하고 바로 티켓팅했다. 언니 만난 다음 날 티켓팅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그 정도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좀 놀라셨을 듯. 

여행은 여행지에 가서도 좋지만 계획부터 신나는 법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흥이 안 난다. 아직도 숙소를 안 정했냐, 아직도 일정을 안 짰냐는 이런저런 주변의 구박을 받아가며 신랑의 진두지휘 아래 숙소 예약을 마쳤다. 9박 예정이라 빅아일랜드를 꼭 가라는 조언도 있었고 그 정도 일정이라면 섬 하나 찬찬히 돌아보기도 빠듯하다는 조언도 있었는데, 돌아보면 오아후에만 있기를 잘했다 싶다. 일정 중에 숙소를 한 번 옮기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건 또 타는건 힘들지. 그래서 우리는 렌터카 없이 오아후에서만 9박을 보내다 왔다.

숙소는 프라이스 라인의 익스프레스 딜을 이용해 4성 '아웃리거 리프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서 5박, 3.5성(? 3성이겠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서 4박을 했다. 아웃리거 리프는 와이키키 서쪽이고 많이들 가는 쉐라톤과 가깝다. 호텔에서 바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고, 1층에는 작은 규모의 야외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었다. 일회용품 천국인 하와이의 호텔이지만 생수는 준비해주지 않아서 비치된 텀블러에 정수기 물을 받아서 다녔는데 호텔을 옮겨보니 층마다 정수기가 있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이었던지. 그리고 넉넉히 준비해주는 캡슐커피도 맛있었다.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는 와이키키 중심부에 있어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변 뿐만 아니라 모든 곳을 다 가볼 수 있다. 여긴 모르고 예약했는데(택시기사님이 알려주심)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이라 오가며 승무원들도 볼 수 있었고, 한국인 투숙객도 많은 편이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영우가 와플 만들어 먹는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수영장은 있으나마나할 정도로 작아서, 영우가 맞은편에 보이는 호텔들의 수영장들을 내려다보며 매우 부러워했다.

첫 5박은 일정을 거의 잡지 않았다. 선배언니 결혼식이 가장 큰 일정이기 때문에 액티비티를 끼워 넣기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숙소가 좋다고 하니 호텔을 누리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잘 한 결정이었다. 작다고 생각한 수영장이었지만 자쿠지도 두 개나 있어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수영장과 자쿠지를 잘 이용하면서 놀았다. 힐튼호텔에서 하는 불꽃 놀이도 보았고, 알라모아나 센터에 가서 쿠키도 사고(호놀룰루 쿠키를 잔뜩 샀는데 호놀룰루 쿠키는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로스에 가서 캐리어와 신발(영우가 좋아한 바슈!)도 샀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선배 언니의 결혼식. 날씨가 아쉬웠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장소에서 드라마에서나 보던 미국식 결혼식에 참석해서 신부의 증인도 되어보고 아름다운 사진도 많이 남겼다. 결혼식 후에는 크루즈 피로연에 초대해 주셔서 맛있는 음식과 멋진 공연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 숙소는 와이키키 중심가에 있었기 때문에 맛집도 많고,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술집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액티비티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 둘러볼만한 시간이 없었다. 첫 날은 걸어서 갈 수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 호주처럼 특색있는 동물들이 있는건 아니지만 넓고 넓은 동물원에 맹수들이 어느 정도는 여유롭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저 멀리, 어느 바위 뒤에서 쉬고 있는 동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름의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반얀트리가 많아서 야자수만 보이는 곳보다 더 이색적이다.
다음 날 차로 한 시간 반 가량 걸려 도착한 곳은 쿠알로아 랜치. 쥬라기공원, 로스트 등의 작품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고 목장이라고 하는데 부지가 넓다보니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UTV(다인승 ATV)를 탔는데 운전을 한 신랑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거대한 산맥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며 비포장 숲길을 달리는 경험은 어디서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다만..흙먼지가 엄청나니 꼭 고글을 써야할 것이고, 제일 앞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면 엄청난 배기가스로 시커매지는 얼굴을 각오해야 한다. 이 외에도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영화투어, 승마, 짚라인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 체험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대자연을 보고만 있어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영화 up의 오프닝 영상에 나오는 그 화산섬들과 똑닮은 산들이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펼쳐져 있다.
다음 날은 폴리네시안 마을에 갔다. 쿠알로아 랜치보다 더 멀어서 전 날 갔던 길을 다시 돌아보며 이동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민속촌 같은 곳에 가서 원주민들의 문화를 영우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였는데, 나는 폴리네시아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폴리네시아는 특정 나라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오세아니아 인근에 있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큰 나라가 뉴질랜드이고 사모아, 피지, 통가, 하와이 등이 폴리네시아에 속하고 약 6개 섹션에 이 나라들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거나 체험해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 폴리네시아인은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민족이어서 사모아에서의 나뭇가지로 불지피기 체험은 신랑을 좌절하게끔 했다. 그 밖에도 전통낚시, 카누타기, 타투, 전통춤 배우기 등 많은 체험을 해볼 수 있었으나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마지막은 공연으로 마무리 하였는데 하나의 스토리에 주요 국가의 전통춤을 녹여내서 볼만했다. 크루즈에서 본 공연들과 큰 결은 같아서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고, 화끈하게 불을 사용하는 공연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9시라, 우리는 셔틀버스로 이동했지만 운전해서 와이키키로 돌아오려면 매우 힘든 일정일 것 같다. 북쪽으로 숙소를 옮기거나 하는 날에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그리고 마지막 날은 대망의 헬리콥터 투어! 원래는 한 시간짜리로 예약했는데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흔들림에 예민한 신랑이 좀 자신 없어해서 45분 투어도 변경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영우가 멀미를 해서 헬기에 라면의 흔적을 뿜어놓았다. 그래도 투어를 시작한 후 금방 토해서 이후에는 속이 편해졌다고 한다. 영우는 안됐지만, 헬리콥터에서 바라보는 하와이의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와이키키는 진짜 일부였을 뿐, 와이키키 바다도 예쁘다 했었는데 곳곳마다 아름다운 스팟이 너무나 많았다. 헬리콥터는 처음 타봐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지기는 했는데 조종사가 좌우 45도 이상씩 기울이기도 할 때는 음..힘들었다. 내 옆에 탄 커플은 페이스타임으로 부모님께 하와이의 바다를 보여주었다. 나중에 참고해야지.







마지막으로 음식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은 없는데..어딜 가도 언제 가도 줄을 서야 하는 곳이 많아서 예약이 필수이다. 첫 5박을 할 때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아침을 먹기가 애매했다. 오전 9시가 넘으면 맛집에도 스타벅스에도 코나커피 집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영우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타입은 아닌데 그나마 로코모코와 스테이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드랍스터는 못 갔지만 크루즈에서 랍스터를 먹을 수 있었고, 유명한 포케 맛집은 못 갔지만 숙소 옆 식당의 모든 음식이 맛있어서 포케도 몇 번이나 먹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님이 하와이에서만 파는 맥도날드 코코넛파이를 추천해주었는데 바로 옆이지만 결국 못 먹고 왔다. 그렇지만 아사이는 많이 먹고 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했으나 1일 1아사이를 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 마지막 날 저녁 영우 생일 저녁 식사로 간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작은 생일케이크를 서비스로 제공해주어 홍콩에서의 생일 저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렇게 10살 영우의 생일여행 마무리.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팬텀싱어4

팬텀싱어4의 결승전 진출 12인이 결정되었다.

애석하게도(?) 나의 원픽이 아직 없다. 

어쩔 수 없이 시즌3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데..내 기준에서는 존노와 같이 목소리만으로도 악기가 되는 사람이 없어보인다. 게다가 존노는 성악가임에도 이미 모든 장르를 다 사랑하고 소화해내는 사람이었지. 목소리만으로 보면 서영택의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데 2%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성악가가 성악만 했던 바른생활 사나이 느낌..그나마 이승민 정도가 다양한 음악을 즐겼던 사람으로 여겨진다.

시즌3의 국악인 고영열과 같은 포지션으로 이번에는 김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역시 내 기준이지만..지금 김수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고영열의 천재성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김수인도 국악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훌륭한 음악가이지만 처음 고영열과 존노의 무대를 보았을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다.

시즌3 때 최성훈에 대해서 나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남성4중창 경연 대회에서 카운터테너가 어울릴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노와 멋진 무대를 몇 번이나 보여줬지만 최종 결승 멤버가 될거라고 생각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이동규와 오스틴킴을 보니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시즌4는 얼마나 밋밋한 방송이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카운터테너의 목소리가 들어감으로써 성부가 풍부해짐은 물론이고 곡의 해석도 훨씬 파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최성훈은 보조의 느낌이었는데, 이동규와 오스틴킴은 4중창의 한 멤버로 역할을 다 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최성훈을 다시 보는 것처럼 신선함이 없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둘의 매력이 빛났다.

여러모로 시즌3에 비해 아쉬움이 있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저음부 성악가가 모두 탈락했다는 점이다. 김문정과 윤종신의 입김이 너무 센 것인가. 5인 중에 결승티켓 한 장 남았을 때 이기현이 올라가려나 생각했는데, 그도 탈락했으니 저음부는 노현우와 이승민 둘뿐이다. 앞으로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저음부가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무대가 많지 않았다는 점, 이제는 팬텀싱어 키즈가 생길만큼 음악인들의 스타등용문으로 인식되어 유채훈같은 스토리가 있는 음악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도 왠지 아쉽다. 그래서 이동규도 본인의 결승진출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팬텀싱어의 빅팬이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이지 절대 실망한 것이 아니다. 12명 뿐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음악인들이 멋진 무대를 많이 보여주어서 너무나 즐거웠다. 남은 결승 무대도 기대된다. 나의 원픽은 없지만(현재로서는 정승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만 :p), 모두를 응원한다!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코로나 재감염

이럴수가. 또 코로나라니.

우선, 지난 주에 영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병원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비염임 것 같다고 해서 비염 약만 받았는데, 수요일에는 목도 아프다고 하고 기침도 했다. 약을 받아왔고, 연휴를 맞이해서 대구에 내려가는 도중 문득 조카들과 아빠한테 옮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우가 손꼽아 기다린 대구가는 일정을 취소할 순 없어서 그냥 강행했는데 그날 밤, 엄청난 일이 생겼다. 가래가 많이 생겨 불편해진 영우는 가래를 내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 평소라면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내는데 생각처럼 가래가 잘 올라오질 않으니 계속 기침을 하다가 과호흡이 온 것이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쳐대니 엄마는 너무 당황하시고 잠시 응급실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진정을 시켜야할지 몰랐는데 신랑이 침착하게 등을 계속 두들겨주어서 가래는 내려가고 영우도 진정되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모두 당황했지만 영우가 상황을 이해하고 진정해서 잘 마무리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난 후 내게도 목아픈 증상이 찾아왔다. 나는 당연히 영우한테서 감기가 옮은 것이라 생각하고 대구에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돌아오는 날 아침에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아팠는데 영우도 전 날 겪은 일이라 '엄마 그거 5시쯤 되면 목소리가 돌아올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응원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7시간을 함께 밀폐된 공간에서 보냈다. 그런데 목이 점점 아프다. 빨래를 개면서, '사람들이 면도칼을 삼키는듯한 통증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인걸까? 나도 정말 아픈데'라고 했더니 신랑이 목을 들여다봐주었다. 작년 코로나 때 최악의 통증을 겪었던 신랑은 목에 구멍이 열개 뚫린 것 같은 염증을 경험하였고 나한테는 4~5개의 구멍이 보인다고 했다. 이 염증들이 터지면 더 아플 것이라고 예언을 하였다. 이전에는 영우 감기가 옮은 것이라고 확신하였는데, 이제는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검사결과 나만 양성. 영우와 신랑은 음성.


이렇게 선명하게 두 줄이 되는거구나. 처음에는 이 선을 보고도 뭔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우와 신랑이 음성인 것도 너무 이상했다. 다음 날 병원에서도 나만 양성, 영우와 신랑은 음성. 둘 다 증상이 있어서 학교와 회사에 가지 못한채로 집콕의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지만 목이 너무 아프고 기침이 심했다. 특히 밤새 기침이 나는 탓에 너무나 힘들었고 탄툼으로도 목통증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수요일이 되자 목아픔과 기침이 조금 덜해졌다. 이제 나아가고 있는건가 싶었는데 오후가 되자 갑자기 눈이 충혈되었다. 눈꼽도 자꾸 끼었다. 이것이 눈으로 온다는 그 코로나인가 싶었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눈에 찌르는듯한 통증이 생기면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통증이 사라져서 눈이 떠지면 거울을 보았다. 염증이 터지면서 나온 고름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눈가로 흘러나오면서 눈꼽이 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녁 내내 아팠다 나아졌다 하는 것이 반복되자 내일 아침에 눈이 제대로 떠질 것인지가 걱정되었다. 그치만 밤새 기침으로 눈을 뜰 때마다 눈을 씻을 수 있어서 눈을 못 뜨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안과를 가야하나 싶기는 했는데 회사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중에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아픈게 아니라면 눈을 보여줘야 하므로 격리해제된 후에 안과를 가라고 했다. 그리고 목요일이 되니 전 날처럼 눈이 자주 아프지 않아서 이대로 낫나 싶기도 했다. 금요일이 되니까 목아픔과 기침이 확연하게 나아졌다. 이제 살아났다 싶어서 염언니한테 회복소식도 전했다. 그런데 밤이 되니 다시 눈통증이 오면서 토요일 아침엔 눈꼽으로 눈이 붙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다시 기침이 잦아지고 있다. 일요일 현재, 새벽에 기침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제때 일어날 수도 없었다. 지금 상태가 1차 코로나 때 겪은 통증 정도인 것 같다. 1차 때도 격리해제 후 3주는 지나서야 이제 다 나았나보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이대로 3주는 더 아프게 되려나. 내일부터는 업무도 해야하는데 걱정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의무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영우한테 옮기면 안되기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눈 아플 때 말고는 틈틈이 브리저튼 외전인 샬롯 여왕도 보고, 웹툰 정주행도 했다. 시차를 두고 나와 같은 증상을 보였으나 계속 음성인, 영우의 놀아달라는 외침을 받아줘야 했던, 그리고 오늘 회사 행사로 출근까지 한 신랑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함께 잘 회복할 수 있기를.

아직 코로나가 진행중이지만 결론은 재감염된다고 덜 아픈 것 아니다. 눈으로 오는 코로나의 증상은 결막염이라고 한다. 항염 항생 점안액을 쓰면 금방 낫는다고 한다.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기록하고 싶은 2022년

2023년 1사분기가 끝나가는데 뜬금 없는 2022년 이야기.

기록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있어서 계속 방치되고 있는 나의 블로그 생각이 났다.

여행도 다녀왔으니 틈날 때 써보아야지.


2022년을 기록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2021년 말에 간 것이긴 하지만 겨울시즌 영우의 스키, 보드 경험. 시즌권을 산 것에 비해서는 많이 못 갔지만 영우가 좋아하는 운동이 또 하나 생겼다. 2023년에는 친구랑도 한 번 다녀왔다.

연초에 풀배터리 검사라고 불리는 검사를 해보았다. 예상대로 지능은 높다고 한다.

글램핑을 많이 했다. 덧붙여 영우 친구들과 함께 여행도 자주 갔다. 연준이네와 서핑도 하고, 다섯 집이나 함께 한 양평 글램핑, 주희네와 함께 한 레고랜드+키즈풀빌라, 연준이 선호네와 함께 한 양평 글램핑, 엄마와 아이들만 함께 한 럭셔리 글램핑.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좋은 시간들이었다.

여러가지 경기에 참여하였다. 검도 심사도 이제 오프라인으로 하고, 축구대회를 시작으로 체스, 바둑 대회까지. 재미있는 경험으로 기억되길.

포켓몬 가오레에 푹 빠져 한동안 열심히 했는데, 돗자리마켓에서 판매도 했다.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매출도 내고, 영업도 잘 하는 영우.


아빠가 요도암 판정으로 수술 후 항암을 하셨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많은 만남을 가졌다. 오랜 친구인 성은이를 만났고 복직을 했다. 다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져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탄천 산책을 시작했다.

팟캐스트 여둘톡을 듣기 시작했다. 여둘톡에서 추천해 준 노브라웨어도 사 입고, 책도 읽고, 술도 사고, 음식도 사고, 여러가지 콘텐츠도 경험해보고. 한 때는 여둘톡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일상이었다. 볶아치지 말라면서 왜 다들 그렇게 열심히들 사는지.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 덕분에 10년 만에 골프채도 잡아 보고 술도 함께 마시고 여행도 함께 갔다. 해사 친구들과 아이 없이 여행도 처음 가보았다.

회사 동호회를 시작했다. 클래식 악기 연주 동호회인데 희귀악기인 비올라를 소지한 덕분에 가입되었다. 처음으로 해 본 합주는 재미있었다. 동호회 연주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회사를 연말까지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제 코로나도 끝나가니 더 열심히 놀고 싶은데, 지금 나는 또 힘들다 힘들다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