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안녕 2023

 올 해는 어쩐 일인지 인스타그램에 2023년을 정산하는 포스팅을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 정리하지 못해 일단 주요 사진들을 추려놓은 후 결국 포스팅한 것은 공연, 전시,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공연, 전시, 친구 키워드가 가장 자랑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인가보다. 한동안 공연도 전시도 친구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신랑 혼자서도 케어가 가능하고 나의 동호회 활동 덕분에 올 해 정말 충만하게 보냈다.


교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며 만든 해사 모임. 해사 콰르텟을 하기로 하고 비올라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아직 한 번도 맞춰보지 못했다. 대신 올 해에만 두 번의 음악제 여행을 다녀왔다. 봄의 통영과 여름의 평창. 휴직할 때 나의 위시리스트였는데 이렇게 이루게 될 줄은 몰랐네. 바닷가에 위치한 통영 콘서트홀은 외부도 내부도 너무나 근사했다. 특히나 합창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바라보며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평창 대관령 음악제는 피서겸 해마다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해사 친구들과는 가을에 마곡 LG아트센터에서 하는 연극도 보고 왔다.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으로 함께 한 바이올린, 피아노 리사이틀. 그리고 발레공연. 여름이 되면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갈라를 하나보다. 김기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였는데 요즘 가장 핫하다는 윤별 발레리노도 보고, 영우와 함께 발레공연을 봤다는데 의의를 둔다. 또 하나, 파크콘서트를 통해 알게 된 이자람님. 영우가 먼저 이자람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해서 급히 검색해 보았더니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노인과바다 공연이 있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얼마나 보람차던지. 아 그리고 또 하나, 동호회 송년 모임에서 만난 길병민님. 아이와 함께라면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지. 게다가 영우가 로드모지코는 그 때 몇 등 했었냐고 물어본 덕분에 길병민님도 기분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코 앞에서 길병민님의 노래를 들으며 또 눈물이 찔끔. 임윤찬의 크레센도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찔끔.

9월에는 회사 로비에서 연주를 하였다. 동호회 활동 지원 1년을 맞이하여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인데, 우리 동호회와 밴드 동호회 두 곳에서 점심 시간에 연주를 하기로 하였다. 덕분에 매 주 모여 합주 연습을 하고, 연습만 하고 헤어졌을 뿐인데 멤버들과 더 친근해졌다. 나는 희귀악기인 덕분에 3곡이나 연주하는 영광을. 연주할 때는 활이 덜덜 떨리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즐겁게 연습했고 좋은 경험이었다. 연말 동호회 송년회에서는 더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었다. 2024년의 목표는 연주할 때 비브라토 하는 것과 희경님과 앙상블 연주를 해 보는 것.

동호회에서 들은 정보로, 잠깐 이탈리아어를 배워보았다. 더 깊이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3개월만에 중단하였는데 그래도 이제 읽을 수는 있다. 다음 팬텀싱어 때는 마음에 드는 곡을 따라부를 수 있겠다. 이탈리아어를 그만 두고 화상영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영어하는 나는 정말 부끄럽다. 해마다 신년 목표로 영어공부를 내세웠으나 늘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이제 그마저도 하지 않아서 하와이에서는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 아니 못했다. 뉴질랜드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도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해두면 낫겠지 싶어서 하기 싫지만 억지로 억지로 하고 있는 중이다.

2023년에 영우는 1학기 회장이 되었다.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더니, 괴롭힘 없는 반을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도 내걸었다. 아쉽게도..2학기에는 괴롭힘과 욕설과 폭력이 있는 반이 되기는 했지만..여러가지 사정으로 영어 학원을 바꾸고, 그만 두고, 이제는 과외를 하고 있다. 부디 뉴질랜드가 좋은 자극제가 되어서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던 줄넘기가 시들해지고 하기 싫어하던 수영이 재미있어졌나보다.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검도도 하는 체육인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드디어 검도 검은띠를 따고 유단자가 되었다. 우리 집안 최초의 유단자라고 멋지다 멋지다 하고 있지만 가장 멋진 건 바로 이 작품들. 고흐 작품의 색감도, 팔레트에 표현한 불의 열기도 너무 멋지다.



올 해도 친구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내 친구들과의 음악제 여행. 영우 친구 가족들과의 여행. 1년 전부터 예약해두었다는 다빈북하우스에서 여섯 가족 캠프파이어, 윤준이와의 워터파크, 연준, 재혁이와 그 친구들과의 노블픽, 연준,선호네와 사나래글램핑, 재혁, 유민이네와 사나래글램핑, 그리고 엄마들의 염원이었던 아빠와 아이들만 가는 외갓집체험. 외갓집체험은 만족도가 높아서 시즌마다 가자고 하는데 잘 되려나. 레고랜드는 드디어 연간회원권이 종료되었는데, 종료 전에 주희랑도 가고 현수네랑도 가서 충분히 잘 즐긴 것 같다.

처음으로 친정 식구 다같이 여행을 갔다. 막내 조카랑은 터울이 좀 있다보니 다같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키즈풀빌라에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 칠순이기도 한 해였는데, 엄마가 울릉도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여행지가 없어서 아이들 데리고 울릉도까지는 무리다 싶어 우리 식구만 엄마아빠와 거제에 다녀왔다. 숙소 뷰가 좋아서 엄마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던지, 울릉도가 문제가 아니라 숙소가 문제군. 동생들 덕분에 가족끼리 칠순 파티도 잘 치렀다. 엄마아빠 건강하세요.


2023년의 마지막 날 영우에게 2024년에 기대되는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검도 가검 받을 것도 기대되고, 반배정도 기대되고, 성민이랑 뉴질랜드 가는 것도 기대되고..소소한 것부터 큰 이벤트까지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도 좀 더 기대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2024년을 맞이해야지. 뉴질랜드를 기대하며 잘 준비하고, 리프레시 휴가 생기면 또 어디를 갈까 계획하고, 림이와 호호씨 닮은 믿음이의 탄생이 기대되고, 가족과 친구와 보낼 즐거운 날들을 기대해본다. 반갑다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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