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몰라(?) 사인받을 수 있게 앨범도 준비. 오랜만에 앨범도 사고 하니 다시 팬심이 일렁인다.
동호회에서 지난 번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의 리사이틀을 함께 했을 때에도 느낌이 남달랐는데, 그 때는 내가 현악기를 연주하는 입장에서 활의 쓰임과 비브라토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좋아하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피아노 연주자들의 입장에서 감상평을 듣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나는 그간 김정원의 연주는 섬세하고 나무랄데 없지만 너무나 정석이어서 검증된만큼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 연주된 쇼팽의 곡을 쳐 본 적도 있는 동호회 멤버들은 너무나 개성있는 연주자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치는게 맞았냐, 그런 느낌을 살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연주 중간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음악에 취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는 평이었다. 내가 연주해 본 곡을 들을 때는 연주자의 해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감상평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뒷풀이까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 온 김정원은 앵콜곡 소개 때 마이크를 잡았다.
앵콜 첫번째 곡은 쇼팽 사후에 출판된 유작. 녹턴이었나..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한 곡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두번째 곡은 쇼팽의 친구였던 리스트의 장송곡이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한 살 차이지만 친구로 지내다 무슨 일인가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쇼팽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둘은 제대로 화해를 하지 못했단다. 리스트의 장송곡은 헝가리 혁명을 위해 쓰여졌지만 부제가 ‘1849년 10월’로 쇼팽이 사망한 달을 의미해, 김정원은 이 곡이 쇼팽을 기리는 곡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한다. 그렇게 들려준 리스트의 장송곡은 너무 웅장해서 연주자도, 관객들도 묵직함을 안고 돌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곡을 더 들려주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쇼팽의 녹턴 9번. 이 곡은 쇼팽이 20살 때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쇼팽의 유작과, 그를 기리는 친구의 헌정곡, 그리고 가장 찬란한 젊은 시절의 쇼팽 곡으로 마무리한 앵콜 레퍼토리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었다.
조성진이 쇼팽콩쿨 우승하기 전에는 쇼팽하면 김정원이었는데, 역시 김정원은 김정원이다.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해서 사진도 남기고 이야기도 남기고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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