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8일 화요일

20211227

 기록할만한 사건


1. 영우가 차려준 아침. 의자를 끌어다 그릇을 꺼내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숟가락도 찾아온 후 그릇에 씨리얼과 우유를 부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격의 순간이다.

2. 첫 스노보드. 올해 시즌권을 구매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걱정은 기우였다. 많이 넘어지기는 했지만 쓱쓱 잘 내려온다. 이튿날은 스키를 탔는데 신랑 표현으로는 스키신동이라고, 특별히 가르친게 없는데도 혼자 잘 가더라고 한다. 이렇게 셋이 스키장을 누비는 날이 오다니 또 감격이다.



2021년 10월 27일 수요일

낭독극

시작은 친구네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콩국수를 먹은 날이었다. 친구가 수업이 있다고 하여 헤어지려는 순간, 마을 문화센터 수업이니 같이 들어보자고 하였는데 그것이 낭독극이었다. 낭독극이라니, 그런 극이 존재한다니, 난생처음 인지한 단어이다. 자기 소개를 하고, 주어진 역할대로 대본을 따라 읽으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영우가 며칠 전 성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성우 경험은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연기학원을 등록해줄까 그러고 말았는데 낭독극이라면 딱 아닌가! 영우한테 이야기하니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모여서 연습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한달 여 지난 후, 줌으로 연습을 시작하였다. 영우는 카톡음향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모두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잘하였다. 줌으로 연습할 때에는 영우의 역할이 없을 때 그냥 놀게 두었는데 집합 연습을 하게 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큰 역할도 없는데 2시간은 너무나 긴 것이다.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고 있으라고 하면 자기 차례에도 전혀 집중을 못하고, 그래서 책을 치우면 매 순간 장난을 쳤다. 누군가는 귀엽게 봐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공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연습 내내 스트레스였다.

드디어 공연 당일. 가기 전에도 내내 집중해서 딱 두 번만 잘 하자고 이야기하였으나 리허설 때 역시나 산만하기 그지 없었다. 연출가 선생님이 영우가 돌아다녀도 카메라는 출연자를 비추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셔서 조금 위로가 되었다. 쉬는 시간에 또 이야기 나누고 이야기 나누어서일지, 영우도 본 공연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일지, 공연이 실시간 송출될 때에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돌아다니는건 계속 했지만 극에 큰 방해는 되지 않은 정도이고 영상을 통해서 보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끝까지 마음 졸이면서 진행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끝났다.

영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일기를 쓰자고 하였다. 영우는 본 공연 때는 엄마한테 야단 덜 맞은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일기에는 낭독극이 끝나서 이제 화요일에 아무 일정 없다는 것, 그래서 놀 수 있다는 것을 신나게 써놓았다. 영우가 원해서 시작한 것 같은데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었구나. 그래도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아있을거라 믿는다. (사실 끝나서, 화요일에 이제 서현동 가지 않아도 되어서, 나도 마음 편하고 후련하다. )


- 아래 영상에서 낭독극을 확인할 수 있는데..나는 정말 너무나 늙고 못생겼다..카메라를 통해 보니 더욱 괴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V3TzYM34il8

- 낭독극이 예정보다 늦게 공연되면서 9월 행사에는 어린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게 되었다. 줌으로 실시간 송출되었는데 기사까지 나면서 영우가 정말 뿌듯해 하는 경험이 되었다. 

https://snvision.seongnam.go.kr/14546

2021년 10월 12일 화요일

친구들이 막 대하는 것 같아서 슬픈 8세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다.

수아 동생인 5세 수현이가 영우, 수아, 윤준이가 만들어 놓은 모래구조물을 부셨다고 한다.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부셨다고 한다. 그래서 영우가 수현이를 끌어내는 바람에 크게 혼이 났다. 뒤이어 밀치는 것 같은 행동을 또 하는 바람에 다시 혼이 났고 오해였던 것으로 결론 났지만 영우는 마음이 크게 상했다. 왜 원인을 제공한 수현이는 아무도 혼내지 않고 자기만 혼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몸에 터치를 하게 되면 원인 제공자보다 터치한 사람이 더 잘못한게 된다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여전히 속상하다.

더 나아가서 왜 자기만 맨날 형이라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냐고 한다. 성민이나 재희와 있을 때 영우가 더 많이 혼나고 형이니까 양보하라고 하는 것이 속상하다고 한다. 혼낼 때 '형이니까' 라는 표현은 안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런 표현을 많이 하시다보니 감정이 쌓였나보다.

교실에서 세 걸음 뒤에 영우 자리가 있어서 영우가 뒷걸음질쳐서 걸어가고 있다가 앞으로 걸어오는 다른 친구와 부딪혔다고 한다. 영우도 잘못이 있는 줄은 알겠지만 좀 부딪혔다고 큰 소리로 화를 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며 요즘 친구들이 영우를 막 대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은 슬프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우선적으로 잘 다독여줬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줄까, 위로를 해줄까라고 물어봐서 영우는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네 알겠어요. 그런데 이제 위로받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엉엉 울었다.

친구들이 왜 막 대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어나가면 안될 것 같아서 그만했는데 어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았다. 요즘은 막 대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하고 스트레스도 별로 없다고 한다. 엄마가 바로 위로를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니 '왜요? 엄마가 잘 위로해주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한다. 바로 위로를 해줘야 했는데 객관적으로 이야기 먼저 해서 마음이 더 슬프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하니 그래도 나중에 위로를 해줘서 괜찮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더 위로를 받는다.


2021년 9월 27일 월요일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의 여행 에세이에 뉴욕이 등장한다. 나는 또 설렌다. 미국병이 도진다.

(파리에서 장기 여행중인 아톡님 글을 보고는 별 감흥이 없고 그다지 부럽지도 않다. 가 보지 못한 곳이어서인가, 큰 맘 먹고 계획했으나 취소된 여행으로 더 심드렁해진건가, 막상 가 보면 좋긴 좋을테지?)

아무튼 정세랑님이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신랑과 나눈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코로나 상황이 좀 안정이 된다면... 내년 겨울에 서부로 장기 여행을 가련다. 산타바바라 인근으로 갈 것이다. 우리 세 식구는 캘리포니아의 겨울을 만끽하고 올 것이다. 

일단 선언은 했다.



20210927

 기록할 만한 사건들


1. 지난 금요일에 참여한 글마루데이 행사의 기사가 성남시 소식지에 실렸다. 줌으로 실시간 송출되는거라 장비들을 보니 이런 행사에 또 참여할 기회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기사까지 실릴 줄이야. 엄마가 시켜서 참여한 거긴 하지만, 씩씩하게 피아노 치고, 인터뷰도 잘하고, 기사에 실린 사진까지 보니 뿌듯하긴 하다. 영우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https://m.snvision.seongnam.go.kr/14546


2. 드디어 혼자서 그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매번 밀어주어야 했는데 갑.자.기. 그네를 타고 있다. 이제 놀이터에서 엄마를 부르는 일이 더 줄어들겠지. 친구들과 더 신나게 놀 수 있겠지.


3. 영우가 엄마 무섭다고 울면서 피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후배들에게, 어쩌면 선배에게도? 좀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영우에게는 큰 소리 낸 적이 별로 없었다. 오늘도 뭐 내가 진짜 화가 난 건 아니고, 몇 개의 사인이 제대로 맞지 않아 일이 커진건데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영우가 무서운 엄마를 처음 보았다.

2021년 8월 30일 월요일

나의 방학 생활

다시 책을 읽었다.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마지막 4부 2권을 남겨 두니 뭔가 끝내기 아쉬워서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부터. 수지형 블로그에서 재미있다는 평을 보고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소설가의 흡입력에 빠져서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도 읽었다. 지금은 최근작이자 여행 에세이인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를 시작했는데 여행 에세이인지라 왠지 더 기대가 된다.

친구가 책에서 읽은 어떤 영양제 이야기를 하길래 얘는 또 어떤 책을 읽고 팔랑거리나 싶었는데 의외로 하버드 교수가 쓴 책이라 나 역시 권위에 취해 읽은 노화의 종말. 나이가 들면 당연한 현상인 노화를 사망원인 중 하나인 질병일 뿐으로 인식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편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데 효과적인 약물들을 발견하였고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8월부터 NMN을 먹고 있다 ㅎㅎ

위스퍼 네트워크라는 소설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전세계 어디나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유사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 변호사 작가님 멋있어요.

김하나의 동거인인 황선우의 인터뷰 엮음집인 멋있으면 다 언니. 나도 멋진 언니가 되고 싶었는데... 멋진 엄마라도 되어 보자라고 압박하면 안되겠지.

공연을 보았다.

김선욱의 지휘는 처음이었는데 그 열정을 어쩔거야. 첫 곡은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함께 한데다가 전 곡 암보까지 해서 탈진해 쓰러지는거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피아노 연주만 들어도 좋았을텐데 뒤돌아 선 김선욱의 지휘봉 끝을 따라가며 오케스트라에 시선을 주고, 다음 순간을 예상해볼 수 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원래는 신랑과 영우와 함께 보는 첫 공연이기를 희망해서 좀 아쉽기도 하지만, 함께 볼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8월의 성남 마티네 콘서트는 발트앙상블이라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현악 연주자들의 연주였다. 첫 곡이 드뷔시의 달빛이었는데 현악으로 달빛을 들을 기회가 앞으로도 있을까? 차이코프스키의 곡 역시 처음 들은 것 같은데 악기들의 음색이 잘 드러나고 주고받는 소리와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비올라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 때는 들으려 애써도 듣기 어려웠는데 현악기만 있으니 소리가 잘 들려서 정말 좋았다. 일부러 현악 앙상블 공연을 찾아 보지는 않을텐데 잘 기획된 정기공연을 보게 되니 이런 기쁨이 있구나.


성남 아트센터에서 기획하는 아카데미 수업도 있다. 영우가 수강한 이야기가 있는 코딩 수업도 아트센터 기획인데, 아이들 대상 수업에 실기도 있고 성인 수업도 다양한 편이다. 7월에는 미술 애호가 및 콜렉션이라는 수업과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 수업을 들었다. 미술 애호가 수업은 실제 내가 작품을 구매하려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세계 유수의 컬렉션 및 경매에 대해 알려주는데 새로운 지식들이 많아 재미있게 들었다. 9월에 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어서 신청은 안했는데 커리큘럼이 좀 변경되면 이 선생님 수업을 또 들어보고 싶다.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은 미술 감상 입문에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말 가볍게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9월의 주제가 그리스 신화여서 신청을 했는데 아무래도 9월은 바쁠 것 같아서 취소를 했다.

9월이 바쁠 것 같은 이유는 우리 아이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를 신청했기 때문. 그리고 추석 전 주에 제주도에 간다. 한달 살기 하러가는 영우 친구 따라 가는건데 그 사이 4단계가 풀린다면 제주도에서 더 머물수도. 그리하여 9월에는 마티네 공연도 취소를 했는데..조성진 공연 예매를 시도하다가 이선좌 한 번에 매진되서 슬프다. 



영우의 첫 번째 여름 방학

 한 달간의 여름 방학이 끝났다. 코로나로 어디 제대로 놀러가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란 예상대로 제대로 된 휴가는 즐기지 못했지만 영우는 실컷 놀면서 잘 보냈다.

 우선 방과후 교실을 8월부터는 그만두었다. 덕분에 나의 자유 시간은 없어졌지만... 하고싶은 활동을 시켜줄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병원 다녀오는 날이 있을텐데, 하교 시간 맞춰서 못 데리러 가면 어쩌냐고 했더니 혼자 알아서 집에 오겠다고 자신한다. 개학한 지금은 횡단 보도까지만 데려다주고 혼자 오가는 연습 중이다. 

 방과후 교실을 그만두면서 영어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영우가 먼저 뮤엠영어를 이야기해서 더 알아보지 않고 뮤엠영어에 등록하였다. 영어는 참으로 하기 싫어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이끌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비해 숙제는 잘 하고 있는 편이다. 

 학원 말고는 성남아트센터에서 방학 특강으로 기획한 이야기가 있는 코딩 수업을 들었는데 실제 코딩을 하는건 아니고,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코딩과 관련된 주제들을 끄집어 내고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전도펜을 사용해서 회로 만드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나머지 수업들은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당분간은 줌수업은 신청하지 말아야겠다.

 방학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뭐냐고 물어보니 대구에 간 거란다. 성민이랑 재희랑 노는게 너무 좋다며, 겨울 방학은 두 달일거라고 하니까 그럼 겨울 방학엔 대구 가는거 2주로 부탁해요라고.

 학습만화를 읽기 시작하면 그림책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진다. 방학 중에 학교에서 책 읽는 모습을 패들렛에 올리는 미션이 있어서 숙제 핑계로 읽게 하였다. 대구 있을 때 빼고는 하루에 두 세권씩은 읽은 것 같아서 보람차다.


 8월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첫 날에는 하기 싫다고 하더니 지금은 축구하는 날을 기다린다. 이제 유니폼도 생기면 더 재미있게 할테지. 그리고 해동검도를 시작하였다. 영우가 좋아하는 친구가 해동검도를 하고 있었는데 영우도 친구와 하고 싶어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수련 중 명상 시간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 등록하였다. 도복이 멋져서 너무나 좋아한다. 영어 학원 갈 때도 벗고싶지 않아 할 정도이다.


 그리고 탄천에 나가서 운동도 했다. 인라인을 타기도, 킥보드를 타기도. 자주 나간 것 같은데 주 2회 정도였네. 어느 날 탄천에서 모인 세 가족. 결국 울면서 끝났지만 영우는 그저 해맑다.

 
8월에는 친구들 집에 초대받기도 하고, 우리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학원 끝난 후에는 놀이터에서 친구랑 매일 놀다 들어왔다. 최고로 좋을 때지. 그나마 동네에 친구가 많으니 이렇게라도 놀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우의 문화생활을 위해 7월에는 브라스밴드와 김선욱 연주를 예매해 두었었다. 브라스밴드는 신나는 공연이 될 것 같아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작한 지 20분 만에 응가가 마렵다고..트럼펫 소리가 너무 커서 갑자기 응가가 마려워졌단다. 응가 후 다시 입장하여 젤 뒷줄에서 보는데 어찌나 산만하던지, 주변 관객에게도 미안하고 영우도 더 이상 공연을 볼 수가 없어서 퇴장했다. 아직 공연은 무리겠다 싶어서 우리 세 식구 함께 보려고 했던 김선욱 공연은 친구들과 보는걸로.
 피카소전도 예매해 두었는데, 주말에는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집으로 돌아오고 대신 친구와 투탕카멘전에 가 보았다. 역시 평일에 활동을 해야하는 것. 아이들 가이드도 따로 있고,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한 시간 반이나 보았다. 친구랑 함께 보니까 가능했지 엄마아빠랑만 있었으면 집에 가자고 백 번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전쟁기념관까지 둘러보는 성공적인 하루였다.



 다음 방학 때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쓰고 보니 이 정도도 훌륭했다 싶네. 이제 즐거운 학교 생활을!





2021년 7월 18일 일요일

초등학생 영우

이제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아무래도 마스크 쓰고, 친구들이랑 놀지도 못하게 하고, 쉬는 시간도 5분 뿐이라 학교 생활이 영 재미없는지 학교 안가면 안되냐는 말을 내내 달고 살았다. 돌봄 교실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가 다니겠다고 했다가 마음이 오락가락하나보다. 

돌봄교실에서 피아노, 영어를 하고 있다. 피아노는 꽤 실력이 늘어서 아는 곡을 건반 짚어 음을 찾아가며 쳐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름대로 작곡도 해보았고, 왼손 반주를 할 뿐만 아니라 변주도 한다. 영어는 뮤엠영어에서 기초 파닉스를 한 덕분에 레벨 테스트할 때 기본소리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2학년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영어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생활기록부를 적어주시는데 집중을 잘 못하고 장난을 많이 쳐서 수업 태도 면에서는 주의를 많이 받고 있고, 수업을 따라가는건 잘하고 있다고 한다. 수영도 3개월 배우다가 그만두었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거, 하기 싫어서 엄살 부리는건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어찌나 안쓰럽던지, 팔다리에 좀 더 힘이 생긴 후에 다시 시켜야겠다. 그래도 덕분에 물에서 잘 놀 줄은 알게 되었으니 위안으로 삼는다.

올해도 푸르니 친구들과 식물사랑단을 한다. 그런데 작년과 프로그램이 좀 겹쳐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푸르니 친구 덕분에 어린이 천문대 수업을 함께하게 되었다. 이 친구들과 운동도 함께 하면 좋을텐데..우선은 축구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바둑과 체스 수업을 하고 있다. 나는 바둑은 전혀 모르는데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영우에게 체스를 이길 수가 없어서 영우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데, 수학은 이미 너무 선행이 되어 있어 1학년 때는 더 시키면 안될 것 같고 영어는 너무나 싫어한다. 억지로 억지로 리딩게이트를 시키고 있는데 공부하는 습관을 잡아줄 수 있을까. 그런데 학교 가니 확실히 글 쓰는 수준이 달라졌다. 글씨도 예쁘게 써서 깜짝 놀랐다. 그 중에 가장 놀랐던 것은 독후감인데 저렇게 글을 길게 쓸 수 있다니?






여전히 레고사랑이 넘치는 영우. 베란다 한켠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었더니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레고로 만든 체스 기물을 가지고 체스 두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주말 사이 공작교실 책을 보며 뚝딱뚝딱 만든 작품들. 이런걸 보고 있으면 미술학원을 꾸준히 다니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집 근처 도서관에 다시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책을 매우 재미있어 해서 예약해둔 책이 도착하면 집돌이의 본분을 잊고 집 밖을 나간다. 가장 최근의 큰 사건은 돌로 제 손가락을 찧은 것ㅜㅜ 이제 일주일 지났는데 손톱이 빠질 것 같다고 하신다. 아휴휴ㅜㅜ




이번 주 원격 수업이 끝나면 드디어 방학이다. 4주니까 금방 지나갈 것 같아서 큰 걱정은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또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 가장 아쉽다. 이것 저것 시켜볼까 했는데 운동도 거부, 온라인 강좌도 거부해서 그냥 잘 놀아봐야겠다.


2021년 7월 1일 목요일

2021년 상반기 회고

회고랄 것도 없이 단조롭기만 했던 5월까지의 일상, 결국 다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이긴 하지만 주요한 사유는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년 건강검진 때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는데 자궁내막증을 모니터링해 오다가 증상이 생겨서 결국 비잔정을 먹기로 했다. 호르몬약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잠을 푹 못자는거 빼고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더 주요하게는 두근거림 증상이 다시 시작되어서 신경정신과에 다시 가봐야 하나 걱정했는데 휴직 이후에는 그 증상이 없다. 역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건강검진에서 심근병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고, 그 증상에 두근거림이 포함되어있다. 다음 주에 서울대 병원 예약을 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그런 와중에 잔여백신도 맞았다!

휴직하자마자 필라테스를 다시 등록하였다. 주3회를 목표로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 기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 내 기량이 더 문제다. 언제쯤 티저 자세를 할 수 있는걸까.

그리고 친구들 만나기.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대학원 동기 언니도 만나고, 동아리 언니들도 만나고, 영우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작년에 해외여행 계모임을 하나 만들었는데 올해 처음 만났다. 만나서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좋던지, 회사 다니면서는 이럴 여유가 왜 안생기는건지, 요즘 너무 좋은 나날들이다. 친구들과 11시 콘서트도 보고, 혼자 보러 갈 생각이었던 라비던스 공연도 함께할 친구가 있었고 정말 행복했다. 아직 333을 못 만난 것이 아쉽지만 다음 주에는 드디어 만날 수 있다! 


비올라 레슨을 다시 시작하였다. 비올라도 샀다! 주 3회 정도는 연습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 주부터는 소리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지난 번 레슨 때 지적받던 것을 그대로 지적받았는데 고질적인 엄지손가락 모양도 좀 나아진 것 같다. 


책을 읽고 싶은데 짧은 글만 읽다보니 긴 글 읽는 호흡이 부족해져버렸다. 그냥 닥치는대로 읽으면 될테지만 지난 번 언어의 온도 트라우마로 아무 책이나 골랐다가 낭패를 볼까싶어 더 읽기 싫어졌다. 그러던 중 차라리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 어떻냐는 조언을 받았고, 우연에 호의가 더해져 작가 친구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이 친구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데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한 번 사보지도 않았네. 프롤로그 읽을 때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후로는 쭉쭉 읽힌다. 너무 재밌다. 어쩜 이런 글을 상상해서 쓸 수 있는걸까, 고맙다 친구야!


6월 1일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무창포에 다녀왔다. 영우가 아빠랑 인라인 스케이트 탄다고 주말에 탄천에도 몇 번 나가고, 에버랜드도 다녀왔다. 양고기의 매력에 빠진 영우와 양고기 먹으러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집합 금지가 풀리지 않으니 친구들이랑도 모여 놀 수가 없고, 7월만 기다렸는데 당분간은 어렵겠지. 방학 때 잘 놀아줘야겠다.
휴직한 한 달 동안 하고싶은거 하고 지내니 너무 좋다. 지난 번 휴직 때는 걱정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계속 잘 지내고, 블로그는 자주 못하겠지만 인스타그램에라도 잘 기록해두어야지. 신난다!



2021년 1월 4일 월요일

2020 회고

휴직 중에 맞이한 2020년.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거, 보고 싶었던 거, 가보고 싶었던 곳, 결혼 15주년 여행까지 계획하며 특별하게 보낼 줄 알았건만..

2020년 1월 말 영우와 보려고 예매한 가족뮤지컬 장화신은 고양이의 예매 취소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한 2021년 1월 초 제주도 졸업여행 비행기 티켓 취소를 끝으로 2020년이 마무리되었다.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2.5단계로 연말연시도 집콕하면서 보내고 있지만 억지로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두 달 반 정도 가정보육을 하면서 레고 놀이도 하고, 탄천도 많이 걷고, 과일도 많이 사먹이면서 잘 보냈다. 영우가 밥만 한 시간만에 먹어줬으면 더 데리고 있을 수 있었을테지만..그래도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이런 중에 친구들과 식물사랑단을 하면서 에버랜드에서 실컷 놀았다. 식물사랑단 신청하던 때에는 올 출석하려 했지만 확진자가 많은 때에는 눈물을 머금고 취소할 수밖에. 너무나 더웠던 날 물폭탄 맞던 기억,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사파리 투어하던 기억, 퍼레이드 기다리며 아빠가 사온 김밥 먹던 기억, 이 모든 걸 함께 한 친구들과의 기억이 7세 영우에게 좋았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나는 복직을 했다가 이직도 한 큰 사건이 있었다. 소소하게는 이 와중에 공연도 몇 개 보았는데, 1, 2월에 11시 콘서트를 보고 유재석의 하프 연주도 들었던 것, 피의 티켓팅이었던 조성진 리사이틀, 김선욱과 정경화의 콘서트도 보러갔다. 베토벤 250주년이라 베토벤 레퍼토리 엄청 보러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베토벤은 없었던 것이 아쉽다. 그래도 조성진에 김선욱이라니, 이만하면 훌륭하다. 그리고 팬텀싱어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으로 비올라를 배웠다. 3개월 배우고 이직하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언젠가 다시 하고 싶다. 또 다른 기쁨!

2월 이후로 사람들은 제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휴직 기간이었음에도 만났던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동아리 송년회는 물론이고 한 두달에 한번씩 만나던 333마저도 한 번 밖에 못 봤으니 ㅜㅜ 보고싶은 내 친구들. 이제는 영우친구 엄마들도 내 친구가 되어서 그들과의 만남이 위안이 될 때가 많다. 대구에도 몇 번 못갔는데 조카 돌잔치 때 대구에 갔다가 엄마, 아빠, 동생네랑 통영 여행 간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꿈만 같다. 

휴직하면서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거의 매일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두었었다. 일상이 단조로우니 요리한 사진, 아이랑 놀이한 사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매일 기록하는건 그만두었는데 어느 날 쭈욱 돌아보니 당시엔 단조로왔을지라도 기억이 새록새록하고 기분전환이 된다. 평범한 날들이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다시 기록해 두어야겠다. 

2021년은 모두에게 더 행복한 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