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친구네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콩국수를 먹은 날이었다. 친구가 수업이 있다고 하여 헤어지려는 순간, 마을 문화센터 수업이니 같이 들어보자고 하였는데 그것이 낭독극이었다. 낭독극이라니, 그런 극이 존재한다니, 난생처음 인지한 단어이다. 자기 소개를 하고, 주어진 역할대로 대본을 따라 읽으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영우가 며칠 전 성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성우 경험은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연기학원을 등록해줄까 그러고 말았는데 낭독극이라면 딱 아닌가! 영우한테 이야기하니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모여서 연습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한달 여 지난 후, 줌으로 연습을 시작하였다. 영우는 카톡음향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모두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잘하였다. 줌으로 연습할 때에는 영우의 역할이 없을 때 그냥 놀게 두었는데 집합 연습을 하게 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큰 역할도 없는데 2시간은 너무나 긴 것이다.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고 있으라고 하면 자기 차례에도 전혀 집중을 못하고, 그래서 책을 치우면 매 순간 장난을 쳤다. 누군가는 귀엽게 봐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공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연습 내내 스트레스였다.
드디어 공연 당일. 가기 전에도 내내 집중해서 딱 두 번만 잘 하자고 이야기하였으나 리허설 때 역시나 산만하기 그지 없었다. 연출가 선생님이 영우가 돌아다녀도 카메라는 출연자를 비추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셔서 조금 위로가 되었다. 쉬는 시간에 또 이야기 나누고 이야기 나누어서일지, 영우도 본 공연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일지, 공연이 실시간 송출될 때에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돌아다니는건 계속 했지만 극에 큰 방해는 되지 않은 정도이고 영상을 통해서 보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끝까지 마음 졸이면서 진행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끝났다.
영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일기를 쓰자고 하였다. 영우는 본 공연 때는 엄마한테 야단 덜 맞은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일기에는 낭독극이 끝나서 이제 화요일에 아무 일정 없다는 것, 그래서 놀 수 있다는 것을 신나게 써놓았다. 영우가 원해서 시작한 것 같은데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었구나. 그래도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아있을거라 믿는다. (사실 끝나서, 화요일에 이제 서현동 가지 않아도 되어서, 나도 마음 편하고 후련하다. )
- 아래 영상에서 낭독극을 확인할 수 있는데..나는 정말 너무나 늙고 못생겼다..카메라를 통해 보니 더욱 괴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V3TzYM34il8
- 낭독극이 예정보다 늦게 공연되면서 9월 행사에는 어린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게 되었다. 줌으로 실시간 송출되었는데 기사까지 나면서 영우가 정말 뿌듯해 하는 경험이 되었다.
https://snvision.seongnam.go.kr/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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