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재미있는 직장생활

2008년, 조직이 해체된 적이 있었다. 싸이월드 시절이었던 그 때는 미니홈피에 조직장 욕을 잔뜩 적어놓았었고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좋아했던 리더와 동료들, 재미있게 일했던 시절이었기에 충격이 컸었다.

2020년, 또 조직이 해체되었다. 사실 복직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덕분에(?) 나도 회사를 이동하게 되었다. 4시간 단축근무도 포기하고, 얼마간의 주식과 스톡옵션 권리도 포기하고, 이동을 결정한 것은 다시 분석가의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이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데이터와, 그것들로 만들어나갈 일들이 기대된다. 물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한가득이지만, 지난 몇 년간 의욕없이 보냈던 시간에 비해 요며칠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회사생활 더 안할 줄 알고 세상 일 무심했다 싶어 트렌드 책도 빌려서 읽어보고, 데이터 시각화 책도 좀 읽어보고, 일본어 수업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파이썬으로 워드클라우드 한 번 그려보고, D3란 것도 알아보았지만, 결국 시각화 대세는 R인 것일까. 한숨. 

영우 학원 스케줄도 다 조정하고, 다시 야간 통합반까지 있다 오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재미있는 직장생활을 기대한다.

2020년 10월 3일 토요일

기록할만한 수면 사건

 요즘도 11시 반은 되어야 잠드는 영우. 10시 반 되면 재우러 가야하는데 부모의 의지가 약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한 주간, 9시 조금 넘어 스스로 자러 들어간 사건과 혼자 자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찍 자러 들어간 건 독감주사 맞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지만, 자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들어가다니 놀랄 일이다. 혼자 잔 건 같이 눕기는 했는데, 잠자리가 좁다며 가끔은 혼자 자고 싶은 날도 있다며 엄마는 나가라고 했다. 방에서 나온 나를 보고는 신랑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자기가 같이 잘까 하였으나, 영우가 혼.자. 자고 싶어한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엄청 칭찬하여 주었지만 또 이런 사건이 언제 발생할지는 모르겠다. 


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영어하는 영우

2월에 노부영 스타일의 영어학원 한 달 다니고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다가 5월부터 다시 나갔는데 6월에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셨다. 어쩌나 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7월부터 뮤엠영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는 매일 가는 보습학원인데 우리는 집이 멀어서 주3회 다니고 있는 중이다. 수업 중에 산만하고 방해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아직 선생님이 컨트롤 가능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거나 다니기 싫어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일찍 접한 영우는, talk talk my crayons talk 을 부르는데, talk의 발음이 좋다. 그 한 단어 발음이 좋은게 티나냐 싶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발음을 내 본 적이 없으므로..신기하기만 할 뿐.
퀴즈를 내고 있었는데 신랑이 엘보라고 이야기하자 전혀 못알아듣길래 팔꿈치라고 알려주자, 그게 어떻게 그런 발음이냐며 엘보라고 말하는데..음 신랑의 엘보와 영우의 엘보는 전혀 다른 발음이었다.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룸이라고 했더니 저건 룸(R발음으로)인데 왜 엄마는 룸(L발음으로)이라고 하냐고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혼났다.
영우가 퀴즈를 내면서 불가사리가 영어로 뭐냐고 했는데 스타피쉬라고 했다가 땡 당했다. 스따아R피쉬가 정답이란다.

그렇잖아도 요즘 말꼬리 잡아서 딴지거는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앞으로 살면서 영어발음 타박을 많이 받을테지. 요즘 파닉스 숙제하는거 옆에서 봐주는데 발음이 너무 생소해서 벌써부터 괴롭다. 아흑

2020년 7월 5일 일요일

영우 어록

육아일기가 영우 어록으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핸드폰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 주기는 하는데 이어지는 투덜거림. '이 집 사람들은 다 귀찮아해. 다른 사람한테 막 시키고. 심지어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주문 받은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어린이집 7세 최대 행사인 알뜰장터가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알뜰장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진행되었던 푸르니 장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미션도 수행하면 엽전을 주는데, 엽전으로 주막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부족했는데 더 줬잖아요. 너무 좋은 추억이야'

식물사랑단에서 나비로 우화시켜보라며 번데기를 나누어주었다. 우화가 되면 그 나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에서 키우는게 좋을지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 많은 곳에 놓아주는게 좋을지 질문을 하셨다. 영우가 손을 번쩍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집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에서 키울 수 있잖아요.' 수업시간의 영우 모습을 살짝 엿본듯.

영우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해서 절취연습장을 찢어주는데 살짝 찢어졌다. 그냥 그리라고 했더니 '엄마는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어요?' 라고 한다. 나는 크게 상관 없는데? 라고 했더니 '엄마가 7살이라면요? 7살인데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겠어요?' 라고 해서 새 종이를 다시 찢어주었다.

신랑 회사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서버 이슈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아빠 재출근해야 한다고 하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 재출근? 나도 커서 해야하나?'란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걸까.

2020년 7월 2일 목요일

팬텀싱어3

팬텀싱어3 결승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 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록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지인 중에 팬텀싱어3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서만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쉽고, 이 대단한 사람들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못해 아쉽다.

나의 원픽은 존노.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를 접하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예선 영상을 찾아보았다. 청량한 목소리, 정통 성악가임에도 어떤 장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네이티브 천재 음악가이다. 뻗어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존노라면 누구와 함께해도 우승후보가 되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그의 선택은 고영열. 소리꾼이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이 사람 역시 천재다 싶다. 그가 프로듀싱한 무대들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서운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jFPQRDPKmu8 )과 결승전의 흥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4wPUa8OKbos ) 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흥타령 무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막 흘렸는데 나중에 신랑에게 추천했더니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인지 원.
그리고 황건하. 고영열이 황건하의 소리가, 음악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흥타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본선을 거치면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여 엄청난 역량을 선보여 왔는데 흥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성악발성의 존노의 경우에는 국악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여 깊은 울림을 표현하였는데 황건하는 그런 것 없이도 감정에서 발성까지 거의 국악인 같다고 느껴졌다.

결승전에 선 12인은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팀을 만났을 때 역량이 발휘되고 더욱 빛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승을 떠나 평생 함께 할 음악적 동반자들을 만난 것이니 부럽지 아니할 수가. 
어쨌든, 우승은 라비던스! 존노!!

옆에서 영우가 흥타령의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를 부르고 있다. 엄마가 팬텀싱어 본다고 조용히 책 읽고 있다. 고마운 녀석

2020년 6월 9일 화요일

영우 어록

7세 영우 어록을 기록할 때가 되었다. 점점 귀엽지 않은 말들만 하게 되는 날이 올테지.

어느 날 영우가 이야기한다. '나이 달라도 친구일 수 있어요' 나이 다른 친구 누구? 라고 하니 '333 이모들 그리고 차이나는 클래스 만든 사람'이란다. 333 이모들 보고싶다.

영우는 잘 때 자꾸 얼굴을 더듬는다. 영우 엄마 얼굴 자꾸 만져서 엄마가 빨리 늙으면 어쩌지 했더니 '갱년기 한 번 오겠죠'

스쿼트 머신을 샀는데 조립이 필요하다. 아빠 옆에서 돕는다며 공구를 다루는데 예상외로 잘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잘한다고 칭찬하니 '내 원래 이런 남자라고요'

어느 날 영우에게 선물이 있다고 하니까 두 손을 꼭 쥐며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는 법'

다큐멘터리에서 엄마새가 아기새에게 먹이 주는 것을 본 후에 영우 밥 먹이면서 너무 아기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뭐'

뭐 때문이었지, 신랑이 시리한테 물어보고싶다고 했더니 '시리? 시리는 샐리보다 더 멍청이 아닌?' 이런 취급을 받다니, 시리야 공부 좀 더 해라.

슈가맨에 자자가 나왔다. '버스 안에서'를 듣는데 놀고 있던 영우가 TV로 시선을 돌리며 '뭐 이렇게 신나는 노래 다 있냐?'

양치하면서 하도 돌아다니고 쾅쾅거리길래 화를 냈더니 '엄마는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요?'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걸 좋게 보는 분도 있었다. 자기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바로바로 해주니까 부모가 폭주할 때 제어가 되지 않냐며. 내가 움찔한 포인트도 그것.

하루생활을 바르게 하면 천원씩 받기로 하면서 바르게가 뭘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엉덩이 떼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밥 먹는거, 책 하루에 5권 읽는 거, 그리고 11시 전에 자는거 어떠냐고 했더니 '11시 전에 자는거 그건 무리예요'

2020년 6월 1일 월요일

레고 사랑

가정보육 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레고 놀이를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또 레고 놀이를 하는데 오늘은 엄마도 꼭 로봇 하나는 만들었으면 한단다. 그러면서 영우는 그 날 본 유튜브 영상에서 만들어낸 새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합체하는 로봇들도 만들어낸다.
괜히 자극받은 나도 트랜스폼하는 것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앞서서 바퀴를 달기는 했는데, 바퀴를 달게 되니 레고의 방향이 고정되어서 몸통과 연결을 할 수가 없다. 쩔쩔매고 있으니 영우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문제점을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엄마, 제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둬서 만들어둔 게 있어요. 그건 지금은 없지만 만들어봤기 때문에 또 만들 수가 있어요.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몸통을 만드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문제를 해결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로봇 머리가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 어색하지 않게 운전석까지 만들어두었다. 그것을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또 신나서 부품을 찾아준다. 덕분에 오랜만에 칭찬 받는 변신로봇 완성. 아빠한테도 엄마가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오늘 영우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내가 도와줄게 라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의 놀이 관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영우의 말과 태도에 정말 감동받았다.

2020년 5월 31일 일요일

돌덩이 사랑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노래는 하현우의 돌덩이. 플레이시키는 사람은 영우.
이태원 클라쓰 OST였다고 하는데, 웹툰을 너무 재미있게 보는 바람에 드라마를 안 봤더니 전혀 몰랐다. 팬텀싱어3에서 돌덩이를 부른 팀이 있어서 처음 듣게 되었는데 노래가 너무 멋있어서 따로 찾아들었더니 팬텀싱어를 함께 본 영우도 돌덩이에 반해버렸다. 그러다 복면가왕에서 방패가 부르는 돌덩이를 또 듣게 되자 따라 부르는 지경까지. 일주일 내내 우리 집은 돌덩이를 부르는 영우 목소리로 가득찼다.
바이브에서 돌덩이를 틀어달라고 하면 다음 곡으로 이태원 클라쓰 OST 아니면 복면가왕에서 하현우가 불렀던 노래들을 이어서 틀어주는데, 일상으로의 초대 듣고 깜짝 놀랐다. 전반부에는 신해철처럼, 후반부에는 하현우의 색깔 그대로 부르는데 4년 전에 불렀던 곡을 지금 온식구가 들으며 감탄하는 중.
 
팬텀싱어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Fu_ugdRufjc
하현우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8vP7Nk8sQBk
복면가왕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fMPLYPzhtA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등원 시작

가정보육한 지 8주가 되었다. 지난 주부터 긴급보육을 보낼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긴급보육으로 등원하고 있던 영우 친구의 다리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제대로 보육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신랑한테 계속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이유없이 영우한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긴급보육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다시 고민이 되었다. 신랑도 내가 짜증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저녁 긴급보육을 보내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그리하여 오늘 등원을 하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부디 별 일 없기를.

지난 8주간 영우는 거의 매일 레고 만들기를 하였다. 학습도 좀 시켜보려고 시도하였지만 서로 스트레스만 쌓여서 결국 포기했다. 토도수학을 재미있게 해서 토도영어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영우는 다른 놀거리들이 많으니 토도영어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나는 계속 토도영어 하라고 닥달하게 되어서 결국 앱을 삭제했다.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었고 재미있게 보내기도 해서 기록해둔다.

책 만들기 : '늑대의 비밀'을 시작으로, 카툰 형식의 '퀴즈풀이 놀이풀이', 미로책인 '놀멍쉬멍 미로찾기' 세 권을 만들었다.
줄넘기와 자전거 : 줄넘기는 여전히 한 번 밖에 못 넘지만 가끔씩 들고 나가서 뛰어본다. 윗 집 누나의 자전거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한 번 타보았다. 몇 번 더 태워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옥상 캠핑 : 옥상에 올라가서 캠핑의자, 돗자리 깔고, 어느 날은 텐트도 치고 윗집 아이들과 놀았다. 두 달간 윗집 덕을 많이 봤다.
쿠키 만들기 : 믹스를 한참한참 전에 사두었는데 얼마만에 실행을 한건지. 너무 좋아해서 한 번 더 만들어보았다.
친구들과 영상통화 : 어린이집 친구가 한 번 놀러오기는 했지만, 다같이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은 일. 5명이 영상통화를 하였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경험.
킥보드 : 나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걸 최소화하고 싶어서 킥보드로 이동해보았다. 체력이 될까 싶었는데, 정자동까지 판교까지 어렵지 않게 다녀왔다. 덕분에 분당 이사오고 난 후 처음으로 탄천의 봄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발치 : 아랫니 두 개가 빠졌다. 처음으로 치아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는데, 영구치가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빠진 자리에는 벌써 영구치가 반 이상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전래동화 : 승우형아한테 받은 책이 많은데 쌓아두고만 있다가 전래동화를 처음 읽게 되었다. 심청전을 읽은 후 발레 심청을 보여주었더니 더 재미있어한다. 이제 제법 글밥이 많은 책들을 읽게 되었다.

이대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2020년 4월 6일 월요일

영우 어록

이제 7살이 되면서 어른처럼 대화하는 영우. 몇 가지 웃겼던 대화들.

떨어지는 꿈을 꿨단다. 키 크려고 그러나? 했더니 '짧았지만 좋았던 인생을 이렇게 끝내야하나' 하는데 깼다고 한다.

대보름에도, 생일에도, 무슨 소원 빌건지 물어보면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거란다. 계속 빌 수 있게 되면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러냐고 했더니 계속 빌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단은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겠단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니 뭐 좀 시켜볼까 싶어서 놀면 뭐해 공부도 좀 하고 그러는거지 라고 했더니,
'놀면 재밌짆아요. 엄마는 어린이의 마음도 몰라요? 엄마는 어린이일때가 없었어요? 왜 영우 마음을 몰라요. 엄마 어릴때는 영어 공부 싫어했죠?' 라고 뼈를 때린다.

영우가 놀이터나 위층 아이들 만날 때나 친구들 만날 때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잘난척을 한다. 곱셈이나, 한자나, 역사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나 아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너는 아냐고 어떨 때는 7살인데 이것도 아직 모르냐는 발언도 한다. 그래서 한 번 잡아두고는 모두의 관심사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누구는 줄넘기를 잘하고, 누구는 영어를 잘 하고, 누구는 자전거를 탈 수 있고 그런거다, 영우는 지금 한자나 숫자에 관심이 많아서 남들보다 빨리 안 것 뿐이다, 등등 이래저래 잘난체 말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네 겸손하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런 뜻을 알다니?

신랑한테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미니탁자를 좀 갖다달라고 하니 미니탁자 한 쪽만 들어올려서 위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그대로 바닥에 쏟아버린다. 그것을 지켜 본 영우가 '아빠, 그건 영우나 할 짓인데' 란다. 나도 공감.

픽토그램 중 이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통화버튼 누를 때 전화기 모양. 신랑이 영우에게 이렇게 생긴 전화기 본 적 있어? 했더니 '호텔에 있잖아요' 한다. 참 부족할 것 없는 삶일세.

영우 습관을 좀 개선하고 싶어서 스티커 제도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영우는 장난감 좀 치우고 스티커 받으라니까 '받아서 쓸데가 없잖아요. 장난감만 늘리지, 그럼 더 어지럽히기만 하지. '라 하고 결국 치우지 않습니다.

밥을 한 시간 넘게 먹으니 이 또한 괴로운 일인데, 우리 밥 먹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식탁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냐고 하자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어디예요' 한다. 그래, 부족함 없이 먹고 사는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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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1일 수요일

줄넘기

가정보육 시작하게 되면서 윗집과 왕래를 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활동적이다. 6살, 8살이다보니 6살 동생도 누나 따라 이것저것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 따라 등산도 가고, 줄넘기도 하고, 최근에는 8세 아이가 자전거도 하루만에 배웠다고 한다.
그간 같이 나가서 놀자는 제안이 몇 번 있었지만 집돌이 영우는 늘 거절해오다 처음 함께 나가서 논 날, 누나 줄넘기를 빌려서 해보게 되었다. 보기에는 쉬워 보였겠지만 생각처럼 안되었겠지. 그런데 영우가 잘 못하는 모습을 내가 계속 촬영을 하자 짜증이 난 것 같다. 몇 번 연습해 보다가 잘 안되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서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더 하고 싶은데 엄마가 못 놀게 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사실은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잘 안되는데다, 그걸 촬영까지 하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나서 울었을 것이다. 지난 번 한자 모의고사를 풀 때에도 문제를 잘못 읽어서 합격점수보다 하나 더 틀려서 대성통곡을 하였는데, 그래서 결국 11시 넘어서까지 모의고사를 하나 더 풀고 한 문제만 틀리는 성과를 냈다.
욕심이 있는데다 잘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지는 것, 잘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큰일이다. 운동은 엄마아빠 유전자를 받았다면 못하는 것이 기본인 것을 받아들여야 할텐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울면서 보낼지. 
어쨌든 줄넘기 주문했다.

2020년 3월 4일 수요일

영우의 표현력

어린 시절부터 적확한 표현을 잘 써서 빵빵 터지게 하더니 이제는 너무나 성숙한 표현을 한다.

생일 전 날,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아빠가 나이는 많지만 힘 닿을 때까지 열심히 알아줄게 하면서 들어갔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영우가 얼어 있는 마음 한구석이 녹는 것 같단다. 왜 마음 한구석이 얼어 있냐고 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해서, 그 시절이 그리운데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마음이 얼어 있다고 한다.

엄마랑 오래오래 영원히 살거라고 해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영우는 살아서 경험해볼 수 있는 모든 재미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죽고싶단다. 그렇다고 해서 신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명령을 하고싶지는 않다고 한다. 엄마아빠가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면 애기인데 말이지.

밥 먹다가 갑자기 자기는 히말라야에 가서 살거라고 한다. 박사가 되어서 히말라야에 있는 영원의 샘물을 연구하여 영원히 살 수 있게 할거라고 한다. 그렇게 연구했는데 영원의 샘물이 영원히 살 수 있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쩌냐고 했더니 그러면 지금 조사를 하겠다고, 특별집의 친구들과 함께 조사를 해보니 가짜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7세가 확률 이야기하는거 들을 때마다 웃기다.

참, 영우에게는 상상속의 작전본부가 있다. 본부의 친구들은 어린이집 친구들이기는 한데 나름대로 열심히 설정을 해두었다. 5살 때는 본부였는데 6살 때는 특별집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어느 날은 어제 새벽에 전봇대마다 점프하며 훈련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히말라야 샘물 조사도 투명팔찌로 본부에 연락하여 금세 마무리하였다.

2020년 3월 3일 화요일

가정보육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한 일상.
할 말은 많지만 나까지 말을 얹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가정보육을 통해 발견한 것과 만 6세 영우의 성장을 기록해둔다.

1. 목소리가 크다. 평소에도 하원할 때면 목이 쉰 상태일 때가 많은데, 소리 많이 질렀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한다. 지켜보니..친구들과 나누는 일상 대화 시에도 목소리가 너무너무 크다. 내 기준으로 볼 때는 소리 지르는 것과 비슷한 톤으로 종일 이야기를 나누니 목이 쉴 수 밖에
2. 미디어에 대한 욕심이 없다. 미디어 노출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볼 수 있어서인지, 영상에 마구 빠져들지는 않는다. 그만하라고 하면 크게 실랑이 벌이지 않고 그만둘 수 있는 것 같다. 아빠가 게임을 할 때에는 하고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리긴 하지만.
3. 그리기에 관심이 많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동영상이나 많이 보고 레고나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그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지난 달에 미술 체험수업 갔을 때 선생님께서 관찰력도 있고, 입체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또래보다 뛰어나다며 재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설마 정말로 화가가 되는건 아니겠지?

영우는 이제 110cm가 되었다. 엄마아빠에게 존댓말을 쓴다. 한자에 관심이 많고, 영어학습도 시작하였다. 애정 표현도 많이 해서 늘 이쁘다. 어른스러운 표현을 많이 해서 우리도 영우를 다 큰 아이처럼 대할 때가 많은데 울기도 많이 우는 애기일 뿐, 많이 안아줘야할 때이다. 그러나 밥을 1시간 반씩 먹어서 괴롭기 그지없다. 밥 먹을 때마다 화를 내게 되서 하루 세 번씩 스트레를 받는 것 빼고는 꽤 좋은 나날들이다.

밥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영우가 잘 먹는거라고 하면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햄, 김, 계란이지. 어린이집에서 점심 저녁을 먹던 아이 밥을 챙겨먹이는건 정말 힘든 일이라 대충 스팸이나 구워주려고 했는데 어린이집 엄마들이 밥 먹이는 이야기를 보고는 죄책감이 들어서 나도 소고기를 구워주었다. 고기 못 먹겠다며 안 먹길래 다시 계란을 구워주었으나 1시간이 넘도록 밥이 절반가량 남아있어 화가 났다. 영우한테 특별히 화를 내진 않았지만, 밥 때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신랑은 야채 먹이지 말고 그냥 햄이랑 김이나 주며 지가 먹을 때까지 냅두라고 하지만 그게 잘 되나. 잘 해먹이지도 못하면서 스트레스만 받는다. 어린이집 도와주세요!

2020년 2월 16일 일요일

나의 근황

아래는 2019년 11월 13일에 작성중이다가 완성하지 못한 글이다.
다시 보니 조금 부끄럽네. 관심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시간내서 슬슬 해봐야지 했으나 지난 2달간은 넷플릭스의 스캔들을 정주행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부끄러울 것 없는데 부끄러워하는 이것이 나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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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의 근황이 궁금한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나의 근황을 먼저 보고하자면..

결국 몸에 탈이 나서 10월 말에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되었고,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 12월부터는 외부활동을 할 수 있기를.

퇴원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게임을 삭제한 것. 그동안 나의 여가시간을 좀먹던, 아니 통째로 가져가버렸던 게임들을 드.디.어. 삭제했다. 다른 놀 거리를 찾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땡볼님의 유튭을 보았다. 그동안 모아놓은 영상들이 많고도 많았는데 가장 먼저 열어본 것이 나랑 상관없는 '한국인이 미국회사에서 많이 듣는 소리와 대처법 : https://www.youtube.com/watch?v=qxsXgODmbAM ' 이라니 인정하기는 싫지만 난 여전히 미국회사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좋아요 찍어놓은 것을 보면..과거에는 중구난방이었는데, 최근 1년간을 보면 책 소개, 학습 동영상 소개, 건강 운동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 이제 관심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시간내서 슬슬 해보자.

아이가 없던 시절 친정에 가면 동생과 엄마아빠는 꼭 근교에 나들이 일정을 잡아두었고 이곳 저곳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은 아이들끼리 놀게 두는 것이 편하니 주로 집에서 만나게 되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지금을 추억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사진도 많이 남겨두고 싶다.
마찬가지로 어머님이 건강하시던 시절은 가족모임이 있을 때 나들이를 하기도 했고, 사진들도 남아있다. 영우와 나들이를 하고싶은 마음이 가득하실텐데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니 지금 상황이 안쓰럽다. 영우 올라오면서 사진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성장앨범은 중단했는데 다시 만들어서 갖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영우를 만나기 이전은 몇 개의 이벤트가 있고 그를 기록하기 위한 사진들이 있다면,
영우를 만난 이후는 매일의 일상이 이벤트가 되고 매일을 기록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우리 집 첫 가족회의

마지막 글이 2019년 7월이구나.
해가 바뀌어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말로부터 비롯된 에피소드 때문이다. 
만 6세를 열흘 앞두고 있는 2020년 2월 15일의 영우는 잠자리에서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 라고 한다. 나는 뭔가 오글거리는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엄마아빠가 영우와 행복하게 살려고~ 어쩌고 하는 말을 했는데, 영우는 그게 아니라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예로 드는 것이, 우유 쏟은 거, 케찹 쏟은 거여서, 그런건 아무 일 아니라고 달래주었더니 그게 아니라 영우 말고 다른 아이가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왜 영우가 태어났을까란다. 으악,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엄마아빠가 영우를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영우가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다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영우. 어찌어찌 달래주기는 했지만 영우 마음을 좀 더 달래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되어 소집된 가족회의.
회의록은 이하와 같다.

Agenda : 영우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서운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점 공유
시간 : 2020년 2월 16일 일요일
회의 배경 : 2월 15일 저녁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질문으로 영우의 가슴아픔을 다독여주기 위해 가족 회의를 주재함

회의 내용
영우 : 엄마가 앞으로는 화를 많이 안 내고, 아빠도 화를 많이 안냈으면 좋겠어요. 친절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혼내고 그러는게 안 좋았어요.
엄마 : 친절하게 혼낼 수는 없다.
아빠 : 혼내지 않고 벌을 주겠다.
영우 : 말로 혼나기보다는 몸으로 벌을 서는 것이 좋다.
아빠 : 시간이 구별되기. 놀 때는 놀고, 먹을 때는 먹고, 씻을 때는 씻기만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영우 밥숟가락 크기를 절반으로 해주면 좋겠다.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뜻대로 안되는 것에 대해 바로 울음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 : 감정이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울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모가 먼저 알려주자.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OK. 다른 바람은 먹어보지도 않고 안 먹겠다고 하거나, 한 번 맛 보고 뱉는거 안했으면 좋겠다.
영우 : OK. 그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빠 : 영우 밥을 한 시간씩 먹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밥 먹는 시간은 줄어들기 어려우니 밥 양을 줄이자. 대신 간식을 늘리자.
영우 : OK.

Next Action
1.영우 식사량 조절
2.벌상 제도
벌: 영어/주산 숙제 안하면 스티커 -1. 식사 60분 지나면 밥 치우고 스티커 -1.
상: 책 1권에 스티커 1. 잠들기 전 장난감 정리. 샐리가 씻으라고 할 때 제대로 씻을 경우.
위 벌상은 시간이 지난 후 수정 가능.스티커 100개에 장난감 1만원 상당. 장난감 금액 결정은 영우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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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한 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울음바다가 펼쳐졌다.
영우는 내가 왜 태어난걸까를 무기로 삼을 생각인가보다.
그리고 영우의 질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엄마는 영우 때문에 좋았던게 있었냐고 했는데 내가 버벅거렸다. 아..아들이 자꾸 나를 시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