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말로부터 비롯된 에피소드 때문이다.
만 6세를 열흘 앞두고 있는 2020년 2월 15일의 영우는 잠자리에서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 라고 한다. 나는 뭔가 오글거리는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엄마아빠가 영우와 행복하게 살려고~ 어쩌고 하는 말을 했는데, 영우는 그게 아니라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예로 드는 것이, 우유 쏟은 거, 케찹 쏟은 거여서, 그런건 아무 일 아니라고 달래주었더니 그게 아니라 영우 말고 다른 아이가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왜 영우가 태어났을까란다. 으악,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엄마아빠가 영우를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영우가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다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영우. 어찌어찌 달래주기는 했지만 영우 마음을 좀 더 달래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되어 소집된 가족회의.
회의록은 이하와 같다.
Agenda : 영우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서운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점 공유
시간 : 2020년 2월 16일 일요일
회의 배경 : 2월 15일 저녁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질문으로 영우의 가슴아픔을 다독여주기 위해 가족 회의를 주재함
회의 내용
영우 : 엄마가 앞으로는 화를 많이 안 내고, 아빠도 화를 많이 안냈으면 좋겠어요. 친절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혼내고 그러는게 안 좋았어요.
엄마 : 친절하게 혼낼 수는 없다.
아빠 : 혼내지 않고 벌을 주겠다.
영우 : 말로 혼나기보다는 몸으로 벌을 서는 것이 좋다.
아빠 : 시간이 구별되기. 놀 때는 놀고, 먹을 때는 먹고, 씻을 때는 씻기만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영우 밥숟가락 크기를 절반으로 해주면 좋겠다.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뜻대로 안되는 것에 대해 바로 울음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 : 감정이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울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모가 먼저 알려주자.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OK. 다른 바람은 먹어보지도 않고 안 먹겠다고 하거나, 한 번 맛 보고 뱉는거 안했으면 좋겠다.
영우 : OK. 그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빠 : 영우 밥을 한 시간씩 먹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밥 먹는 시간은 줄어들기 어려우니 밥 양을 줄이자. 대신 간식을 늘리자.
영우 : OK.
Next Action
1.영우 식사량 조절
2.벌상 제도
벌: 영어/주산 숙제 안하면 스티커 -1. 식사 60분 지나면 밥 치우고 스티커 -1.
상: 책 1권에 스티커 1. 잠들기 전 장난감 정리. 샐리가 씻으라고 할 때 제대로 씻을 경우.
위 벌상은 시간이 지난 후 수정 가능.스티커 100개에 장난감 1만원 상당. 장난감 금액 결정은 영우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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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한 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울음바다가 펼쳐졌다.
영우는 내가 왜 태어난걸까를 무기로 삼을 생각인가보다.
그리고 영우의 질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엄마는 영우 때문에 좋았던게 있었냐고 했는데 내가 버벅거렸다. 아..아들이 자꾸 나를 시험한다.
회의한 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울음바다가 펼쳐졌다.
영우는 내가 왜 태어난걸까를 무기로 삼을 생각인가보다.
그리고 영우의 질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엄마는 영우 때문에 좋았던게 있었냐고 했는데 내가 버벅거렸다. 아..아들이 자꾸 나를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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