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9일 목요일

1060일 킥보드 설움

동생의 증언에 따르면, 영우는 오늘 킥보드 때문에 울었다고 한다. 형아들이 킥보드를 타고 노는데 같은 반 친구인 지민이는 타게 해주고 영우는 못타게 해서 억울해서 울었나보다. 
할머니가 예전에 날씨 따뜻하면 킥보드 사준댔는데, 오늘 영우가 날씨 따뜻하냐고 물으니 따뜻하다고 했으면서, 할머니가 날씨 따뜻한데 킥보드 안사준다고, 거짓말했다고 이모한테 일렀나보다. 억울한 표정 가득,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길래 동생이 옷이 얇아져야 따뜻한거라고, 두꺼운 잠바 안 입고 얇은 옷 입으면 사줄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수긍했단다. 
이틀 전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 간 곳에도 킥보드가 있어서, 씽씽 잘 달렸다고 하던데 매일매일 타고싶나보다. 그 억울한 표정과 울먹울먹한 표정 뭔지 알 거 같아서 너무 웃기다. 따뜻한 봄이 오면 킥보드 많이 타자 영우야.

2017년 1월 16일 월요일

12월의 문화생활

에르메스, 파리지앵의 산책
한동안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었던 에르메스의 전시. 사실 전시보다는 디뮤지엄에 생겼다는 아이엠버거가 더 궁금해서 간거였는데, 휴직 후 첫 평일 일정이라 한가한 전시장과 식당을 기대했으나 웬걸. 아이엠버거도 30분 대기, 에르메스 전시도 입장을 위해 4명씩 줄서서 대기, 평일에도 핫 플레이스는 핫핫핫하구나.
에르메스 전시에 대한 온라인상의 체감은 서울 사람 중에 안 가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는데 정작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 파리에 가본 적이 없어서인가 에르메스에도, 파리지앵의 산책이란 컨셉에도 와닿는게 없었다. (아이엠버거는 아주 맛있었다.) 그렇지만 사진 한 장 투척.
서울시향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김한과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이번 주에는 무슨 공연이 있나 살펴보다가 발견한 공연인데, 아는 곡만 연주해주는 공연은 흔치 않으므로 덥썩 예매했다. 게다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다니 기대하지 않을수가 없다. 김한은 차세대 클라리넷 연주자인 것 같은데 특유의 몸동작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되었으나 연주는 괜찮았다. 앵콜곡은 클라리넷으로 이런 곡도 연주할 수 있다는, 꽤나 기교가 필요한 곡을 연주해서 관객들의 호응이 엄청났다. 그런 기교 아니더라도 클라리넷의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가 참 좋았다.


1056일 (원격) 책 읽어주세요

영우랑 화상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한 발로 서며 영우 잘하지 자랑을 한다. 이에 질세라, 요즘 요가 수업을 듣는 나는 나무자세를 보여주며 엄마는 이것도 할 수 있다 자랑을 한다. 영우도 따라 하겠다며 두 손을 머리 위로 합장하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잠시 비틀거리다가, 체육시간에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 양 손을 열중쉬어하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자세로 자랑을 마무리하였다.
아이패드 카메라를 앞뒤 전환해가며 동작을 보여주니 신이 났는지 또 다른거 보여달라고 한다. 문득 영우 책 정리해 놓은 것이 생각나서 자리를 옮겨 책장을 쭉 훑어주었다. 읽어주세요 하길래 나도 내용이 궁금했던 바바파파 책을 꺼내었다. 이종사촌에게서 유아용품, 옷, 책, 장난감을 정말 많이 물려받아서 나도 조카에게 바바파파 전집을 선물하였었는데 그 중에 몇 권이 다시 영우에게 돌아왔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내용도 꽤나 재밌다. 어떤 모양으로도 변신하는 바바파파네 가족 이야기, 어렸을 적 TV로 정말 재미있게 봤었지.
원격으로 카메라 비춰가며 읽어주는데도 영우는 꽤 집중해서 보더니만 또 읽어달라고 한다. 핑크색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골라냈더니 그 핑크색 말고 핫핑크색으로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들의 책은 표지 색깔도 중요한 것이로군. 또 한 권 읽어주고 그만 읽으려고 했으나 또또 읽어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고른 책은 한자 사전. 영우야 이 책은 한자 공부하는거라 어려울 거 같은데라고 했지만 읽어달란다. 첫 페이지는 노래 가 '歌', 노래 가라는 소리를 듣더니 영우는 노래하겠다며 피아노 앞으로 노래하러 가버렸다. 이렇게 원격 책읽기는 끝.

2017년 1월 13일 금요일

1053일 철봉

영우가 제일 좋아하는 체육시간이 있는 목요일, 어린이집에서 올려준 사진을 보니 철봉을 했나보다. 지난 번 식당 놀이방에 갔을 때 슬라이더를 제법 잘 잡고 오래 버티길래 팔 힘이 좀 생겼나보다 생각하긴 했는데, 철봉에도 잘 매달려있다. 팔과 다리를 걸어 거꾸로 매달려보기도 하고, 친구랑 누가 오래 매달려있나 시합도 하고, 사진의 표정을 보니 정말 신나하는 것 같다. 철봉에 매달린 사진을 보고 앞으로 노는게 더 거칠어질까봐 걱정하는건 그저 기우이길.

1050일 머리카락

유난히 머리카락을 싫어하는 영우는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빨리 치워달라고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외친다. 머리카락이 손에 묻기라도 하면 질색을 하며 빨리 떼어 달라고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외친다.
통화를 하는 중에 또 머리카락이 손에 붙은 것을 발견했나보다. 머리카락을 외치는데 할아버지가 TV 보시느라 못 알아채자 '뱀, 뱀, 뱀' 하면서 손을 쭉 뻗어 할아버지 앞으로 달려나간다. 뱀이라니, 엄청 긴 머리카락인가보구나, 나의 머리카락을 흘리고 왔나보구나 싶어서 '영우야 엄마 머리카락인가보다, 미안해' 했더니 '엄마 머리 자르고 와' 한다. 헉, 그렇게나 싫은 것이냐.

1049일 다시 서울로

일주일이 휙 가버렸다. 시댁 모임이 있어서 아침을 먹고 일찍 나서야했는데, 일주일동안 같이 지냈으니 영우도 좀 아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쿨한 영우, 엄마아빠 오늘은 일찍 갈게 했더니 '응, 안녕'이란다. 이렇게 쿨한 영우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마아빠랑 서울에서 살면 좋겠지?에 대한 답이다.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화제를 돌려버린다. 이번에도 물어봤는데 대답을 않자 신랑이 아직 좋을지 안 좋을지 잘 모르겠지? 했더니 긍정한다. 그러게 영우도 우리랑 사는게 걱정되겠지.
시댁에서 영우랑 화상통화를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 고모부께 안녕하세요 인사도 잘하고 사랑해요도 잘한다. 식사하면서 지난 11월에 영우가 큰고모 내외 이름을 잠깐 듣고도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화상통화하면서 고모부 이름을 이야기해서 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특히나 고모부께서 아주 기뻐하셨다. 나중에 용돈 두둑히 받을 수 있을만큼 점수를 딴 듯.

1048일 업된 영우

요즘은 트렘폴린에서 많이 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웬일인지 방방방방 신이 났다. 너무 업되서 뛴다 싶더니 동물농장 만든다고 가져다 놓은 블럭 박스로 머리가 빨려들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을 쓸 틈이 없었는데, 블럭 박스 안에 블럭이 많이 들어있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 아팠을듯. 영우는 울지는 않았다. 좀 놀란 것 같기는 한데 스스로 업되서 방방거리다가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안 아픈척을 했다.
방방거림이 끝난 후에는 안아달라고 난리더니 높은 곳에 숨겨두었던 찰흙놀이를 발견하였다. 오랜만이니 같이 해보자 싶어 꺼내줬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잘 뭉쳐지지 않고 바스러지는 것도 있고 말라버린 것도 있다. 부스러기 떨어지니 한 자리에서 놀았으면 좋겠는데 업된 영우가 그럴 리가 있나, 온 거실에 찰흙 부스러기를 떨어뜨리고 다닌다.
그렇게 노느라 낮잠도 안 자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성민이가 놀러왔다. 성민이랑 뛰어다니고, 주방놀이하고, 또 방방이도 타고, 그러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역시 간식을 덜 먹이면 밥을 잘 먹고, 잠이 올 때까지 안 재우면 알아서 쉽게 잠이 드는거로군.
한시간 여 자고 일어나서는 바구니로 얼굴을 가리고 '성민이야?' 해보란다. '성민이야?' 하면 바구니를 내려서 얼굴을 보여주는데 '영우네~' 해주면 꺄르르 넘어간다. 몇 번을 해도 재미있는지 수십번씩 바구니를 올리고 내리더니 다음날까지도 이 놀이가 이어진다. 성민이인지 영우인지 맞추기 놀이를 하면서 업되어 있다가 집에 가는 성민이 잘 가라고 안아준다는게 그만 기우뚱 넘어져버렸다. 성민이 넘어진 곳에 뾰족한 물체는 없어 다행이었다. 온종일 업된 영우였는데 큰 사고 없이 하루를 마무리해서 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