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일 목요일

2021년 상반기 회고

회고랄 것도 없이 단조롭기만 했던 5월까지의 일상, 결국 다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이긴 하지만 주요한 사유는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년 건강검진 때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는데 자궁내막증을 모니터링해 오다가 증상이 생겨서 결국 비잔정을 먹기로 했다. 호르몬약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잠을 푹 못자는거 빼고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더 주요하게는 두근거림 증상이 다시 시작되어서 신경정신과에 다시 가봐야 하나 걱정했는데 휴직 이후에는 그 증상이 없다. 역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건강검진에서 심근병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고, 그 증상에 두근거림이 포함되어있다. 다음 주에 서울대 병원 예약을 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그런 와중에 잔여백신도 맞았다!

휴직하자마자 필라테스를 다시 등록하였다. 주3회를 목표로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 기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 내 기량이 더 문제다. 언제쯤 티저 자세를 할 수 있는걸까.

그리고 친구들 만나기.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대학원 동기 언니도 만나고, 동아리 언니들도 만나고, 영우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작년에 해외여행 계모임을 하나 만들었는데 올해 처음 만났다. 만나서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좋던지, 회사 다니면서는 이럴 여유가 왜 안생기는건지, 요즘 너무 좋은 나날들이다. 친구들과 11시 콘서트도 보고, 혼자 보러 갈 생각이었던 라비던스 공연도 함께할 친구가 있었고 정말 행복했다. 아직 333을 못 만난 것이 아쉽지만 다음 주에는 드디어 만날 수 있다! 


비올라 레슨을 다시 시작하였다. 비올라도 샀다! 주 3회 정도는 연습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 주부터는 소리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지난 번 레슨 때 지적받던 것을 그대로 지적받았는데 고질적인 엄지손가락 모양도 좀 나아진 것 같다. 


책을 읽고 싶은데 짧은 글만 읽다보니 긴 글 읽는 호흡이 부족해져버렸다. 그냥 닥치는대로 읽으면 될테지만 지난 번 언어의 온도 트라우마로 아무 책이나 골랐다가 낭패를 볼까싶어 더 읽기 싫어졌다. 그러던 중 차라리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 어떻냐는 조언을 받았고, 우연에 호의가 더해져 작가 친구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이 친구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데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한 번 사보지도 않았네. 프롤로그 읽을 때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후로는 쭉쭉 읽힌다. 너무 재밌다. 어쩜 이런 글을 상상해서 쓸 수 있는걸까, 고맙다 친구야!


6월 1일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무창포에 다녀왔다. 영우가 아빠랑 인라인 스케이트 탄다고 주말에 탄천에도 몇 번 나가고, 에버랜드도 다녀왔다. 양고기의 매력에 빠진 영우와 양고기 먹으러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집합 금지가 풀리지 않으니 친구들이랑도 모여 놀 수가 없고, 7월만 기다렸는데 당분간은 어렵겠지. 방학 때 잘 놀아줘야겠다.
휴직한 한 달 동안 하고싶은거 하고 지내니 너무 좋다. 지난 번 휴직 때는 걱정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계속 잘 지내고, 블로그는 자주 못하겠지만 인스타그램에라도 잘 기록해두어야지. 신난다!



2021년 1월 4일 월요일

2020 회고

휴직 중에 맞이한 2020년.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거, 보고 싶었던 거, 가보고 싶었던 곳, 결혼 15주년 여행까지 계획하며 특별하게 보낼 줄 알았건만..

2020년 1월 말 영우와 보려고 예매한 가족뮤지컬 장화신은 고양이의 예매 취소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한 2021년 1월 초 제주도 졸업여행 비행기 티켓 취소를 끝으로 2020년이 마무리되었다.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2.5단계로 연말연시도 집콕하면서 보내고 있지만 억지로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두 달 반 정도 가정보육을 하면서 레고 놀이도 하고, 탄천도 많이 걷고, 과일도 많이 사먹이면서 잘 보냈다. 영우가 밥만 한 시간만에 먹어줬으면 더 데리고 있을 수 있었을테지만..그래도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이런 중에 친구들과 식물사랑단을 하면서 에버랜드에서 실컷 놀았다. 식물사랑단 신청하던 때에는 올 출석하려 했지만 확진자가 많은 때에는 눈물을 머금고 취소할 수밖에. 너무나 더웠던 날 물폭탄 맞던 기억,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사파리 투어하던 기억, 퍼레이드 기다리며 아빠가 사온 김밥 먹던 기억, 이 모든 걸 함께 한 친구들과의 기억이 7세 영우에게 좋았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나는 복직을 했다가 이직도 한 큰 사건이 있었다. 소소하게는 이 와중에 공연도 몇 개 보았는데, 1, 2월에 11시 콘서트를 보고 유재석의 하프 연주도 들었던 것, 피의 티켓팅이었던 조성진 리사이틀, 김선욱과 정경화의 콘서트도 보러갔다. 베토벤 250주년이라 베토벤 레퍼토리 엄청 보러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베토벤은 없었던 것이 아쉽다. 그래도 조성진에 김선욱이라니, 이만하면 훌륭하다. 그리고 팬텀싱어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으로 비올라를 배웠다. 3개월 배우고 이직하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언젠가 다시 하고 싶다. 또 다른 기쁨!

2월 이후로 사람들은 제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휴직 기간이었음에도 만났던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동아리 송년회는 물론이고 한 두달에 한번씩 만나던 333마저도 한 번 밖에 못 봤으니 ㅜㅜ 보고싶은 내 친구들. 이제는 영우친구 엄마들도 내 친구가 되어서 그들과의 만남이 위안이 될 때가 많다. 대구에도 몇 번 못갔는데 조카 돌잔치 때 대구에 갔다가 엄마, 아빠, 동생네랑 통영 여행 간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꿈만 같다. 

휴직하면서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거의 매일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두었었다. 일상이 단조로우니 요리한 사진, 아이랑 놀이한 사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매일 기록하는건 그만두었는데 어느 날 쭈욱 돌아보니 당시엔 단조로왔을지라도 기억이 새록새록하고 기분전환이 된다. 평범한 날들이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다시 기록해 두어야겠다. 

2021년은 모두에게 더 행복한 날이기를!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재미있는 직장생활

2008년, 조직이 해체된 적이 있었다. 싸이월드 시절이었던 그 때는 미니홈피에 조직장 욕을 잔뜩 적어놓았었고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좋아했던 리더와 동료들, 재미있게 일했던 시절이었기에 충격이 컸었다.

2020년, 또 조직이 해체되었다. 사실 복직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덕분에(?) 나도 회사를 이동하게 되었다. 4시간 단축근무도 포기하고, 얼마간의 주식과 스톡옵션 권리도 포기하고, 이동을 결정한 것은 다시 분석가의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이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데이터와, 그것들로 만들어나갈 일들이 기대된다. 물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한가득이지만, 지난 몇 년간 의욕없이 보냈던 시간에 비해 요며칠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회사생활 더 안할 줄 알고 세상 일 무심했다 싶어 트렌드 책도 빌려서 읽어보고, 데이터 시각화 책도 좀 읽어보고, 일본어 수업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파이썬으로 워드클라우드 한 번 그려보고, D3란 것도 알아보았지만, 결국 시각화 대세는 R인 것일까. 한숨. 

영우 학원 스케줄도 다 조정하고, 다시 야간 통합반까지 있다 오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재미있는 직장생활을 기대한다.

2020년 10월 3일 토요일

기록할만한 수면 사건

 요즘도 11시 반은 되어야 잠드는 영우. 10시 반 되면 재우러 가야하는데 부모의 의지가 약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한 주간, 9시 조금 넘어 스스로 자러 들어간 사건과 혼자 자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찍 자러 들어간 건 독감주사 맞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지만, 자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들어가다니 놀랄 일이다. 혼자 잔 건 같이 눕기는 했는데, 잠자리가 좁다며 가끔은 혼자 자고 싶은 날도 있다며 엄마는 나가라고 했다. 방에서 나온 나를 보고는 신랑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자기가 같이 잘까 하였으나, 영우가 혼.자. 자고 싶어한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엄청 칭찬하여 주었지만 또 이런 사건이 언제 발생할지는 모르겠다. 


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영어하는 영우

2월에 노부영 스타일의 영어학원 한 달 다니고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다가 5월부터 다시 나갔는데 6월에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셨다. 어쩌나 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7월부터 뮤엠영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는 매일 가는 보습학원인데 우리는 집이 멀어서 주3회 다니고 있는 중이다. 수업 중에 산만하고 방해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아직 선생님이 컨트롤 가능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거나 다니기 싫어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일찍 접한 영우는, talk talk my crayons talk 을 부르는데, talk의 발음이 좋다. 그 한 단어 발음이 좋은게 티나냐 싶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발음을 내 본 적이 없으므로..신기하기만 할 뿐.
퀴즈를 내고 있었는데 신랑이 엘보라고 이야기하자 전혀 못알아듣길래 팔꿈치라고 알려주자, 그게 어떻게 그런 발음이냐며 엘보라고 말하는데..음 신랑의 엘보와 영우의 엘보는 전혀 다른 발음이었다.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룸이라고 했더니 저건 룸(R발음으로)인데 왜 엄마는 룸(L발음으로)이라고 하냐고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혼났다.
영우가 퀴즈를 내면서 불가사리가 영어로 뭐냐고 했는데 스타피쉬라고 했다가 땡 당했다. 스따아R피쉬가 정답이란다.

그렇잖아도 요즘 말꼬리 잡아서 딴지거는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앞으로 살면서 영어발음 타박을 많이 받을테지. 요즘 파닉스 숙제하는거 옆에서 봐주는데 발음이 너무 생소해서 벌써부터 괴롭다. 아흑

2020년 7월 5일 일요일

영우 어록

육아일기가 영우 어록으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핸드폰 좀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 주기는 하는데 이어지는 투덜거림. '이 집 사람들은 다 귀찮아해. 다른 사람한테 막 시키고. 심지어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주문 받은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어린이집 7세 최대 행사인 알뜰장터가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알뜰장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진행되었던 푸르니 장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미션도 수행하면 엽전을 주는데, 엽전으로 주막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부족했는데 더 줬잖아요. 너무 좋은 추억이야'

식물사랑단에서 나비로 우화시켜보라며 번데기를 나누어주었다. 우화가 되면 그 나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에서 키우는게 좋을지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 많은 곳에 놓아주는게 좋을지 질문을 하셨다. 영우가 손을 번쩍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집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에서 키울 수 있잖아요.' 수업시간의 영우 모습을 살짝 엿본듯.

영우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해서 절취연습장을 찢어주는데 살짝 찢어졌다. 그냥 그리라고 했더니 '엄마는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어요?' 라고 한다. 나는 크게 상관 없는데? 라고 했더니 '엄마가 7살이라면요? 7살인데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겠어요?' 라고 해서 새 종이를 다시 찢어주었다.

신랑 회사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서버 이슈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아빠 재출근해야 한다고 하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 재출근? 나도 커서 해야하나?'란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걸까.

2020년 7월 2일 목요일

팬텀싱어3

팬텀싱어3 결승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 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록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지인 중에 팬텀싱어3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서만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쉽고, 이 대단한 사람들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못해 아쉽다.

나의 원픽은 존노.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를 접하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예선 영상을 찾아보았다. 청량한 목소리, 정통 성악가임에도 어떤 장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네이티브 천재 음악가이다. 뻗어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존노라면 누구와 함께해도 우승후보가 되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그의 선택은 고영열. 소리꾼이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이 사람 역시 천재다 싶다. 그가 프로듀싱한 무대들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서운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jFPQRDPKmu8 )과 결승전의 흥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4wPUa8OKbos ) 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흥타령 무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막 흘렸는데 나중에 신랑에게 추천했더니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인지 원.
그리고 황건하. 고영열이 황건하의 소리가, 음악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흥타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본선을 거치면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여 엄청난 역량을 선보여 왔는데 흥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성악발성의 존노의 경우에는 국악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여 깊은 울림을 표현하였는데 황건하는 그런 것 없이도 감정에서 발성까지 거의 국악인 같다고 느껴졌다.

결승전에 선 12인은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팀을 만났을 때 역량이 발휘되고 더욱 빛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승을 떠나 평생 함께 할 음악적 동반자들을 만난 것이니 부럽지 아니할 수가. 
어쨌든, 우승은 라비던스! 존노!!

옆에서 영우가 흥타령의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를 부르고 있다. 엄마가 팬텀싱어 본다고 조용히 책 읽고 있다. 고마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