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8일 화요일

2018년 8월의 영우

8월의 첫 3일은 어린이집 방학이다. 방학 기간 중 성민이가 놀러와서 주말까지 5일을 함께 보냈다. 미리 예약해 둔 앤서니 브라운 뮤지컬도 보고, 현대백화점에 가서 도라에몽도 만나고,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갔다. 모르고 갔는데 옥토넛을 주제로 아쿠아리움을 꾸며놓아서 두 아이가 엄청 즐거워했다. 대중교통으로 코엑스까지 갔다오려니 넘나 힘든 것. 둘이 붙여만 놓으면 마냥 신나게 잘 놀 줄 알았는데 장난감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특히나 서로 때릴 때는 정말 무서웠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힘들었던 날들이었지만 이것도 아이들에게는 다 추억이겠지.



요즘은 눈으로 본 것을 구체화하여 잘 표현한다. 하루는 자동차를 모델로 두고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잘 그려서 놀랐다. 이것이 첫 정물화인가. 어린이 집에서도 옥토넛 친구들과 바나클 대장을 잘 그린다고 한다. 몬스터주식회사를 보고 난 후에는 괴물들을 그리는데, 특히 마이크 그리기를 즐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햄버거 세트를 그리는데 흠뻑 빠져서 매일 저녁 햄버거 세트를 그려서 알림장에 올려달라고 하고, 다람쥐반 선생님이었던 박진주 선생님께도 갖다 드리고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쓸 때,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 때 실수하는 것을 잘 못참는다. 아마도 예민한 아이라서 더 그런거 같은데 실수하는게 별 일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줘야겠다. 엉엉 울면서 '아빠 내 마음을 모르겠어?'라고 하는데 난 왜이렇게 웃긴지.

신랑이 미래 건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https://1boon.kakao.com/scientist/103 신기하다~ 했었는데 영우가 자석블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건물을 크게 만들어서 달아보려 하니 자꾸만 떨어져서 결국은 작은 건물을 만들어 성공하였다. 작은 건물이 성공하는 것을 보더니 처음에 실패했던 건물과 작은 건물 중간 사이즈로 또 한 번 도전해보아서 성공했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다.

햄버거 세트를 그리는데 푹 빠지더니만,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한다. 야밤에 감자튀김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먹어서도 안된다고 했더니 대성통곡을 한다. 그래서 어느 불금에 쉑쉑을 방문. 머쉬룸버거인가? 패티 대신 버섯과 치즈를 튀겨 사용한 베지버거가 있는데 그걸 주었더니 정말정말 잘 먹는다. 감자튀김도 정말 잘 먹는다.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흘릴까봐 컵으로 달라고 했더니 영우가 가서 콘으로 달라고 한다. 주문 받으시는 분이 당황해서 컵으로 드릴지, 콘으로 드릴지, 가격표를 못 찍고 계신다. 이제 취향 따라 주문도 척척이구나. 손에 물집이 자꾸 생기니까 주먹 쥐지 말라고 하니 '이게 내 취향인데'라고 한다. 취향이니 존중해야 하나;

티파니의 페이퍼플라워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영우가 뭐냐고 물어본다. 반지 이뻐서 보고있다고 했더니 영우가 사준단다. 무슨 돈이 있냐고 했더니 저금통에 있는 돈으로 사준다고 한다. 그 돈 다 꺼내야 할 수도 있는데, 영우 돈 전부를 엄마 반지 쓰는데 써도 되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저녁에 신랑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가격을 찾아보았더니 저금통은 무슨, 영우가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받은 용돈 전부 합쳐도 살 수 없다. 못 살 것 같다고 하니 세상의 모든 돈을 모아서 사주겠단다. 기특한 녀석, 마음은 고맙네.

시댁에 갔다가 나는 333 모임이 있어서 광화문으로 가야했는데, 함께 경찰박물관에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했다. 1년만에 왔더니 1년만큼 더 큰 영우가 더 즐기며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는 전 층을 다 탐방해보아서, 사진만 찍는게 아니라 게임도 해보고, 퀴즈도 맞추어보았다. 교통안전수칙 퀴즈를 하는데 3번 해서 다 만점을 받아 신나하던지, 처음 받아보는 점수인가. 그리고 잠시 포시즌에 드러 333 이모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레전드 사진도 남긴 후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신랑에게 '나는 여기가 마음에 쏙 들어' 하더란다. 애들도 좋은 건 다 아는 법이지. 

오랜만에 교회 멤버들과 네이버에 갔다. 다래끼 때문에 좀 아쉽긴 하지만 1년만에 가족사진도 찍었다. 네이버 행사 담당도 나름 변화를 주려고 하는지 몇 가지 바뀐 것들이 있었는데 캘리그라피를 가족당 하나가 아니라 하고싶은 사람들에게 다 해주었다. 아이들이 생각한 문구로 캘리그라피를 받아왔는데, 영우가 그 글자들이 예쁘고 신기했는지, 저도 집에 와서 글자를 만들어본다. 이 날도 6시 문 닫을때까지 열심히 놀다 나옴.

다래끼가 한 참 간다. 다래끼가 잘 낫지 않고 약도 다 먹어서 안과에 다시 가보았다. 영우가 눈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잘 씻어주지도 못했더니 딱지가 좀 붙어있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딱지를 떼 주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다래끼를 짜셨다. 그리고 항생제를 받아서 먹였는데 빈 속에 먹어서인지 오전 내내 상태가 안좋았다고 한다. 많이 힘들어하고 오전내내 언어영역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점심 먹기 전에 손을 씻기 위해 깼는데 먹은 것도 없는데 약간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약은 먹어야 하겠기에 점심은 먹여달라고 했는데 속이 너무 안좋다고 하면서 세 숟가락 먹고 바로 누었다고 한다. 자꾸 눕고 싶다고 하고 피곤하다고 해서, 오전 내내 잤는데도 낮잠 시간에 바로 잠들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영우가 고생이 많네.

- 친구들
고기리 쪽 계곡이 좋다고 하길래 수아네와 함께 갔다. 알고 보니 그곳은 고기리도 아니었고, 그리하여 계곡 근처도 아니었다. 만나기로 한 카페 옆에 계곡이라기보다는 물길이 있기는 했는데 이번 여름 비가 안 온 바람에 물이 없어서, 정말 물이 하나도 없어서, 작은 웅덩이 하나 있는데 너무 더러워보여서 못 들어가게 했더니 영우는 울면서 돌아왔다. 수영복까지 입혀서 갔는데 아쉽다.
수아와 헤어지고 은기네를 만나러 교통박물관에 갔다. 교육프로그램도 신청해서 듣고 전시장도 뛰어다니고 둘이 잘 논다. 아쉬운 것은 날이 너무 뜨거워서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체험하기 어려웠다는 것. 먼저 도착해서 놀고 있던 은기네와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 집에 가서 좀 더 놀다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용산에서 하는 로봇 전시회가 있어서 용산 은기네 집을 방문했다. 은기네서 점심 먹고 한참 놀다가 로봇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는 조악하고 별로였다고 한다. 그래도 5세 아이들 수준에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을 듯.
승우형아, 연우누나를 만나 동탄 챔피언에서 한참 놀다 왔는데 사진이 없네. 동탄이 확실히 아이 키우기에는 좋은 환경인 듯 하다. 챔피언도 판교보다 더 넓고 어른들 쉴 공간도 많았다. 또 책을 가득 받아왔다. 바바파파 책 내용이 길기도 하고 좀 어렵기도 한데 좋아하며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8월 마지막 날. 은기네와 무창포 여행을 다녀왔다. 8월의 친구는 은기구나^^ 첫 날은 물에 들어가보기도 했는데 둘째 날은 오전에 물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뻘밭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어딜가나 삽 하나만 있으면 마냥 즐거운 아이들. 진흙 웅덩이에서 점프하는 페파피그처럼 뻘밭에서 점프점프하며 즐거워했다. 영우는 무창포 여행이 재미있고 더러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 어린이 집에서는
진석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김치는 맛이 매콤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진석이가 고기도 매운것 같다고 표현하자 '아~ 갑자기 아빠가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 고기가 매우면 기름에 조금 묻혀서 먹으면 된다 했어'라고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어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한참 웃었다고 한다.
1학기 사진에 재미있는게 있었다고 했더니 뭐냐고 물어봐서 윤슬이 누나랑 결혼하는 사진이 있다 얘기했더니 고개를 숙이며 에휴하더라고 알림장에 썼다. 선생님이 영우에게 안아달라고 하면 에휴~하면서 안아줄 때가 많단다. 선생님이 영우를 많이 예뻐하는거 아는지 물어보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 장난을 치게되신단다.
쌓기 영역에 빅와플블럭과 벽돌블럭으로 구성한 버스 곁에서 승무원이 된 영우는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어떤 정류장인지 이야기해주었단다. 영우에게 무슨 버스에요? 라고 물으니 '마을버스예요, 이매 마을버스'라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한다. 정류장이 어디인지 몰라 승객들이 버스 안에서 두리번거리자 '이번 정류장은 청구아파트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고 한다.
주말에 뭐했는지 물어보자 다래끼가 터지고 교회에 못간게 기억에 남는지 선생님에게 자세히 이야기했다고 한다. 영우에게는 나름 진지한 이야기였는데 표현하는 영우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웃음이 터져버리셨다고 한다.
유니트블록을 연결하기도 하고 경사로를 세워서 만든 뒤 자동차를 굴렸을때 자동차가 또르르 내려가자 즐거워하며 놀이에 참여했다고 한다. 형님과 길 모양을 만들 때 조금 의견이 다르면 '아니 그렇게 만들면 무너지잖아요!'라고 저도 모르게 형님들에게 나오는 존댓말때문에 귀여워서 한참 웃으셨단다. 수조작영역에서는 자동차 번호판과 같은 숫자를 찾아 대응하고 주차해주는 놀이를 해보았다고 한다. 3,4자리 숫자였는데 같은 숫자를 아주 잘 찾았다고 한다.
역할쌓기 영역에서 비행기를 구성하여 놀이할 때 필요한 여권을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영우는 여권도안을 오린 뒤 초록색 색지에 붙여주고, 여권 도안 속 내용들에 맞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주었다고 한다. 생년월일에는 본인이 태어난 달인 '2월'이라고 적어주고 사진은 내일 붙여주려고 제공하지 않았는데 네모칸 안에 스스로의 모습을 그려넣기도 하였단다. 그리고 완성된 여권을 선생님에게 보여주며 '이거 정말 멋있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아 한참을 웃으셨단다.
수과학 영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교통기관'이라는 제목으로 그래프를 제공해주었는데, 영우는 혼자 앉아서 친구들의 사진을 하나씩 붙이며 누가 어떤 교통기관을 좋아할지 예측해보고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영우는 어떤 교통기관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자 '비행기~ 왜냐면 내가 일본 갔거든요~'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녁식사시간에 선생님과 자신의 식판을 번갈아 보다가 '선생님 그런데 왜 선생님은 밥이랑 김이랑 같고, 우리는 밥이 더 많아요?'라고 표현하여서 웃기면서도 감탄하기도 하셨단다. 보통은 왜 선생님은 김이 많냐고만 하는데 영우의 경우 정확히 비교되는 표현을 사용해서 놀라셨단다. 그래서 초롱새반 친구들에게도 김을 충분히 더 주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요즘 구체화된 것들을 그리기 좋아하는데 나름대로 특징들이 살아있어서 가끔 놀라기도 하신단다. 조용한 놀이 시간에 우주를 그러셔 깜짝 놀라셨단다. 그 우주 나도 좀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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