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흥분한 영우가 만나는 물웅덩이마다 첨벙대는 바람에 30분 넘게 걸렸다. 처음에는 지각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웅덩이에 못 들어가게 말렸으나 이렇게 첨벙거리는걸 좋아하는데 말려지지도 않고 지각 좀 하면 어떤가 생각하니 맘이 한결 편하다. 어린이집 가는 마지막 언덕길이 있는데, 거기서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자 또 급 흥분한 영우가 차도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물을 감상하고 서있다. 아이랑 함께 다니는건 변수가 너무 많다.
또 하루는 아침에 보드판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길래 엄마 준비하는동안 그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이제 그만하고 가야된다고 하면 바로 그만 그려야 한다고 이야기해두었다. 준비하는 동안 그림을 안그리고 있길래 왜저러지 싶어 영우야 왜 안그려? 그랬더니 그리라고 신호를 줘야 그릴 수 있는 줄 알았단다. 급히 그리기 시작했으나 더 그리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그렸다고 집에서부터 어린이집에 도착하기까지 울면서 갔다.
아빠 껌딱지가 된 영우는 아빠랑 치카를 하고 싶은데 놀기도 해야해서 치카를 미루고 미루다가 아빠가 화나버렸다. 치카 안시켜준다고 했더니 아빠랑 치카하고 싶었다며 또 엉엉 울기 시작, 앞으로는 아빠랑 치카하고 싶으면 아빠가 하자고 할 때 바로바로 하기로 했으나 잘 될리가. 어느 날 저녁은 영우를 씻긴 후에 신랑이 오늘 좀 잘생겨보인다, 머리가 젖어 있어서 그런가? 했더니 옷도 입지 않은채로 안방에 달려들어가 거울을 본다. 그리고 '그러네'란다. 이 자뻑은 뭐람.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준 영우의 선물.
주말에 딸기 농장을 방문하는 어린이집 행사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막히고 산 속이라 길도 구불구불해서 도착지점을 1분 남기고 토해버렸다. 안쓰럽지만 속을 게워낸 후로는 사 온 김밥도 잘 먹고, 딸기따기와 동물 먹이주기 체험도 하고, 주변 산책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딸기 농장에 푸르니티를 입고 가야하는지 몰랐는데 입고 가야한다고 하길래 흰 옷은 딸기 묻으니 빨간 옷을 입고 가자고 했더랬는데, 친구들이 푸르니티 입고 오는걸 볼때마다 누구도 푸르니티 입었다며 엄마를 혼냈다. 주말을 보낸 월요일, 날씨가 좋으니 반팔 티셔츠 입자고 했더니 푸르니티를 입겠다며, 처음으로 입어본다며 좋아하고 등원길에 사진 찍자고 포즈도 취해주었다.끝까지 완주한 첫 영화가 생겼다. 영화를 보고싶다고 해서 도라에몽을 보기 시작했는데, 한시간 반 정도 되는 길이라서 이틀에 걸쳐 나누어 보았다. 제대로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도라에몽이랑 주인공이 헤어진 거 같은데, 서랍에서 도라에몽이 나타나지 않자 슬픈지 눈물을 감춘다. 눈물이 흐른건 아니지만 연신 눈을 비비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아이인건가.
치약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이 치약의 치가 칫솔의 치랑 같은건가?' 라고 하는데 5세에 이 정도로 유추를 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심지어 칫솔은 치가 아니고 칫솔인데(쓰고 보니 치쏠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여튼 신기하다.
배운대로 수행하는 영우가 요즘 스트레스 받는 것은 횡단보도 건널 때 엄마가 올바른 방향으로 건너지 않는 것. 여러분, 횡단보도에 화살표 있는거 아십니까? 영우가 이야기해서 처음 인지하게 되었는데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가 그려져있다. 나는 거의 항상 좌측통행을 하는데 그때마다 영우가 혼을 내서 엄마 어릴 적엔 좌측통행하는거라고 배워서 어쩔 수가 없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건 '아이 참'이라는 영우의 질책.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우는 많이 혼나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아빠가 너무 화를 많이 내는가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엄마는 금방 진정되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선생님은 금방 화를 푸시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영우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구나.
이모 삼촌에게 선물을 받았다. 범수삼촌의 케이건과 수지이모의 공룡중장비 책, 감사합니다!
- 친구들
어린이날 연휴에 대구에 내려가 성민이랑도 만나고, 엄마가 출장간 동안에는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호강하며 보냈다. 큰 초록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다람쥐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고, 하원 길에 노랑 놀이터에도 통합반 친구들이랑 뛰어논다.
하령이 누나의 새 집에 초대받아 가기도 하고, 영훈이 형과 만골근린공원에 가서 몇 시간씩 함께 뛰어 놀기도 하고, 지은이네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교회 누나들과 운중저수지에 가기도 하였다.
색깔악보와 건반에 붙어있는 색깔 스티커를 번갈아 쳐다보며 하나씩 건반을 눌러 '웃음' 노래를 끝까지 완주했다고 한다.
글자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시온이 형이랑 동물이름을 칠판 한가득 써보기도 했단다.
종달새반에 좋아하는 누나가 있는데(예뻐서 좋다고 한다) 종달새반과 같이 놀이터를 사용하는 날이라 건희누나를 보고는 '건희누나~' 목놓아 외쳐서 안아주고 반가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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