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수족구의 계절. 어린이집에 수족구와 구내염이 엄청나게 발병한다. 밤에 자려는데 영우가 혓바닥이 이상하다고 하고 열도 좀 나고 목도 아프다고 하길래 구내염인 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구내염은 아니라고 한다. 긁어내 보시더니 피곤해서 혓바늘이 돋은거라고 해서 등원을 시키긴 했는데 며칠동안 목이 아프다고 잠도 설치고 밥도 잘 못 먹었다. 주말에 드디어 목 아프다는 이야기 없이 밥을 잘 먹게 되고, 어느 날은 집에 와서 저녁을 또 먹기도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아래 사진은 참외를 깎아 두었더니 혼자 식탁 위로 올라가서 다 먹어버리던 날, 몰래 찍은 사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7월의 마지막주 쯤에 영우 입술에 수포가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수족구나 구내염은 아니라고 해서 등원시켰는데 저녁에 씻기면서 보니 손가락에도 물집이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수족구이구나 싶어서 친정엄마께 헬프를 쳤다. 다시 병원에 가보니 수족구가 아니고 그냥 물집이라고 한다. 입술물집도 약을 먹으니 쑥 들어갔다. 병원에서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 계속 수족구가 의심되었는데, 지나고 보니 영우가 늘 주먹을 쥐는 습관이 있는데 올 여름 너무 더워서 땀이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여름내내 물집이 생겼다 없어졌다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이 되어서야 손이 깨끗하다.
계속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전부터 영우를 말 잘하는 아이로 기억을 해주셨더랬다. 영우가 귀 모형을 보면서 달팽이 어디있냐고 찾으니 선생님이 신기해하시며 모형을 앞으로 꺼내서 달팽이관을 보여주신다. 회전의자에 앉으면서 척추가 고정해주기 때문에 이렇게 돌릴 수 있어요 하니 선생님이 얘 천재 아니냐고 하신다. 어디 책에서 봤나봐요 했더니 '책에서 봤겠지, 그런데 그걸 말로 꺼낼 수 있는건 달라' 하시며 놀라는 표정을 지으시는데 난 왜 자랑스러워도 될 타이밍에 부끄러운걸까.
디즈니 만화 카(Car)를 보았다. 이런 만화는 아직 영우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은 집중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카에서 본 것처럼 남이 이기는 것을 축하해주기로 하였다. 만화를 본 기념으로 수지 이모가 선물해준 카 셔츠를 입고 등원하자고 하니 매우 신나하였다. 며칠동안은 기름을 먹으면 어떻게 엔진이 움직이는지, 번개처럼 달리는 자동차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들떠 있었다.
어린이 집에서 여름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못하고, 다른 친구가 수족구 걸리는 바람에 못하고, 비가 와서 못하고, 결국 예정된 5번 중에 2번 밖에 못했네. 교회 여름성경학교에서도 물놀이를 하였는데 엄청 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펌을 하였다. 승우형이 펌한 것을 보고 귀여워서 미용실에서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10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해서 펌을 위한 머리 기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드디어 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10분은 무슨, 순수하게 말고 있는 시간이 10분인 것이고, 머리 감고 말리고 중화하고 하는 시간을 다 포함하니 1시간 20분 걸렸다. 영우도 힘들어서 축 처져 있었는데 곱슬곱슬한 머리를 보더니 표정이 확 바뀌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지 파마 금세 풀릴까봐 걱정이다. 자다가 깨서 앉아있길래 누우라고 자자고 했더니 머리 풀어질까봐 못 눕겠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파마 안풀렸는지 거울 보고 체크해서 크게 웃었다. 잘 어울려서 예전의 직모머리 사진을 보면 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에서 호저를 만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해가 진 후 빅토리아피크 산책로를 걷고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짐승 소리가, 그것도 무언가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소리가 들려서 둘러보았더니 우리가 가야 할 앞길에 엄청나게 큰 고슴도치가 쓰레기통 옆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중이다. 난생 처음 보는 그 동물이 온순한지, 육식인지, 사람을 공격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마침 조깅나온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고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왜 그런 동물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호주에만 있는 캥거루를 예로 들며 다양하고도 그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는데, 정리도 잘 안됐을 것이고 어버버했을테지. 그 이야기를 듣던 영우가 '엄마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하는거야?' 라고 한다. 휴,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AK 백화점 시계광장에 여름맞이 인테리어를 구성해 두었는데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는 판을 여러 개 설치해두었다. 시선을 빼앗는 이쁨이 있어서 영우도 보자마자 달려가서 관찰을 한다. 한참을 보더니 '중력이 있는데 어떻게 올라가?'라고 물어본다. 아, 참 기특한 질문이다.
관찰력도 늘고 그림 실력도 늘고 만들기 실력도 늘고 엄마아빠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었고, 어린이 집에서 관찰일지 적은 것도 너무 귀엽고, 레고로 만든 배는 생각한 그대로 만들어내서 놀라웠고, 숫자도 꽤나 디테일하게 만들어내서 기특했다.
- 친구들
영우의 가장 좋은 친구, 아빠와 바다탐험대 옥토넛 뮤지컬을 보았다. 경험 부족으로 자리를 잘못 잡아서, 옥토넛 탐험대들이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손을 잡아주는데 영우 자리까지는 오지 않아서 속상했나보다.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집에 와서도 흔들흔들 콩콩콩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다.
주희, 수정이, 수아랑 두 번이나 키즈카페에서 놀았다. 또 문 닫을때까지 놀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 덥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아이들 먹는 양이 엄청나다. 엄마들이 아이들 몫으로 덜어내는 양이 어른 양과 차이가 없다. 영우도 더 잘 먹어야 할텐데......
교회 집사님의 플룻 독주회에 초대를 받아서 같은 조 집사님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중에 아이들이 키즈카페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예당 덕분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한 시간. 영우는 주찬이, 주하누나랑 신나게 놀고는 율이에 대한 사랑이 주찬이에게로 넘어가서 또 한동안 주찬이 이야기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대구에 내려가서 성민이랑 놀았다. 우리 집에는 없는 그것, 율이네와 성민이네는 있는 그것, 플레이도를 갖고 놀면서 또 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래서 내가 플레이도를 사지 않는 것인데 저렇게 좋아하면 하나 살까 싶기도 하지만 좀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성민이와 잘 놀다가도 엄청 싸운다. 좀 더 크면 더하겠지. 그래도 함께 놀 수 있는 또래가 있으니 좋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과일, 야채 가게를 구성해서 놀이하기 위해 천사점토를 만져서 과일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판매대에 올린 뒤 선생님이 '나영우 농부님께서 만들어 주신 싱싱한 앵두랍니다~'라고 하자 매우 수줍어하면서 도망갔단다.
자두가 팩에 담겨있는 화보를 보더니 '선생님 영우도 저렇게 팔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락앤락 그릇에 수박 2개, 사과 2개 넣어서 팩으로 판매하였다고 한다. 락앤락 통에 넣은 과일은 아주 잘 팔려서 선생님이 똑똑하다고 이야기해주시자 기분 좋아했다고 한다.
음식점을 구성해서 요리사가 된 영우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햄버거를 쥐어주면 '이거 드세요'!라고 하며 직접 만든 요리를 손님들에게 권해주었단다. 손으로 햄버거를 쥐어주는 영우에게 장난스럽게 '요리사님 손 씻으셨어요? 이거 깨끗한 햄버거 맞지요?'라고 물으니 부끄러운듯 웃어보이다가 싱크대로 달려가 손 씻는 모습을 흉내냈단다.
연아누나의 생일을 맞아 생일편지를 만들어주는데, 빨간색 색연필로 아주 커다란 케이크와 촛불을 그려주고 음표들을 그려주었단다. 이건 무엇이냐고 묻자 생일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주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주황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던 선생님에게 다가와서 '모르는 마을'이라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였단다. 그 책에서는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가 빨래를 해주고, 커다란 개가 가로수이고, 여치가 버스처럼 다니는 등 온통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점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읽어주며 '에엥~? 여기는 이렇게 되었데~' 라고 이야기하자 영우가 '진짜 모르는 마을이 맞네~'라고 맞장구쳐서 선생님이 한참을 웃으셨다고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