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6일 목요일

2018년 6월의 영우

6월이 되면서 5세 이상, 2개로 나뉘어 운영되던 통합반이 합쳐졌다. 덕분에 다람쥐반에서 파랑새반으로 배정이 되었던 수정이, 주희랑도 함께 통합반에서 논다. 그런데 이제는 각자 취향이 생겨서인지, 뛰어놀만한 환경이 되지 않아서인지, 예전만큼 함께 노는 모습은 없어보인다. 6개 반이 통합반을 함께 하면서 7시 무렵에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20분가량 책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 내에 하원을 많이 한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하원하고 나서부터 각자 흩어져 놀게 되는데, 책 읽는 시간에 데리러 갔더니 하나도 못 놀았다며 엉엉 울어버리는 영우를 어찌하리오. 조금 더 늦게 데리러 가는 수밖에.

아침에 삐요삐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함께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라서 경찰차인 삐요삐요 외에 소방차, 래미콘 등의 다른 책들이 있는데 우리 집에는 경찰차만 있다. 그런데 영우가 다른 책들도 읽어달라고 한다. 다른 책은 없는데? 하니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어달라고 한다. 급 당황. 그래도 이런 요구는 처음이라 래미콘으로 집 짓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더니 정말 신나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런 능력은 젬병이라 빠르게 마무리했더니 아니라며, 이 책은 훨씬 더 길다며 더 읽어달라고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집 짓는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더니 블록으로 같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집을 다 지을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되어야만 했다. 점심 시간에 신랑을 만나 산책하면서 책 이야기를 했더니 이미 전날 신랑도 경험한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이야기를 빨리 마무리하면 더 해야한다고 한 것까지 똑같다. 웃겨라. 어쨌든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고 주의깊게 들을 줄 아는게 재미있다.
어느 날은 7시 전에 기상을 하였다. 해적을 물리친 순풍호와 태극호 이야기를 좋아해서 계속 읽어달라고 할 때였는데, 아침부터 순풍호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해적을 물리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 제법 이야기에 몰입할 줄 아나보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질문의 수준도 높아진다. 별 이야기도 읽고, 우주 그림들도 보고 하다보니 우주는 왜 있는건지 물어본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왜 있는건지, 중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 참 적응안된다. 뭐라고 답했는지는 노코멘트.

영우가 갖는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는데 내가 영우가 하는 말을 못들은척 할 때가 많단다.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잘 들어주면 좋겠단다. 그리고 영우는 왜 매일매일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거냐고, 저녁 안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런 말 들으면 짠하지만..막상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더 놀겠다고 난리니 잊어버리자.

고모댁에 가서 놀다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엄청 잘그린다. 지난 달 수지가 선물해준 책을 읽고 또 읽더니만 잘 묘사하였다. 그리고 색깔이 옅어 잘 안보이지만 다른 하나는 영우의 몸을 그린 것이다. 저렇게 몸의 일부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나는 너무 신기하다. 형님도 깜짝 놀라시며 영우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표현하는 것을 보면 미술에 소질이 있나 싶을 정도.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로 잠자기 전 동화를 듣는다. 희망은 듣다가 잠드는 것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너무 집중해서 듣는 바람에 한 시간동안 들어도 잠이 들지 않는다. 좀 쉽게 재워보고자 했던 것은 보기좋게 실패.
가위질이 제법 늘었다. 선을 따라서 잘 오려낸다. 동그랗게 따라 오리는 것은 꽤 커서까지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제법 잘 한다. 종이접기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샀는데 아직은 혼자 만들기 너무 어렵다. 가끔 영우가 만든 책이라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달라고 한다. 즐거운 영우.



- 친구들
오랜만에 지우형과 소명이가 집에 놀러와서 놀았다. 그리고 교회친구 율이네 집에도 놀러갔다. 자주 만나는 교회 친구들이 다 여자친구들이라 남자친구랑도 어울리기를 바랬는데 드디어 또래인 율이와 놀 기회가 생겼다. 율이랑은 케미가 잘 맞는지 한 번도 싸우거나 큰 소리 나지 않게 잘 놀고, 잊을만하면 내 친구 손율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2주 연속 수요일 휴일이 있어서 영훈이 형을 만나서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예슬이 혜원이네랑 양평에 가기도 했다. 또 하루는 예슬이네랑 건너건너 아는 집들과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고 동탄의 카핑이라는 카페에도 가서 저녁까지 함께 먹고 돌아왔다. 성민이가 놀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회도 같이 가고, 화담숲에서 하는 반딧불이 체험도 하였다. 반딧불이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있고 특별한 경험이라 어른들도 좋았다.





- 어린이 집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던 중에 돌고래가 빙글빙글 돌며 묘기부리는 모습을 보더니 '이거 장난감이예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진짜 돌고래라고 말해주자 무척 놀라워했다고 한다.
과학영역에서 돋보기로 사슴벌레를 관찰했다고 한다. 발이 몇 개가 있는지, 껍질의 색과 모양은 어떤지 이야기해주고, 젤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는데 사슴벌레가 가만히 있자 아쉬워했다고 한다.
주원이와 함께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내용에 무척 집중을 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꼬리를 돌려주세요'라는 동화책을 볼 때에는 여우가 꼬리를 돌려달라며 애원하는 장면에서 정말 여우의 감정을 느낀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였단다.
식사 시간, 특히 점심 시간에는 잠이 몰려오는지 눈이 반쯤 감긴채로 식사를 하여서 식사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역할쌓기 영역에서 병원 놀이를 하다가 의사가운과 파랑색 안경을 끼고 '선생님~ 이것 봐바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자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거울을 보면서 계속 안경 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검은 이, 하얀 이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마친 후 수평저울에 검은 이, 하얀 이를 넣어 무게를 비교해보았다고 한다. 무게 비교에도 관심이 있다니 선생님께서 기특하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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