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7일 수요일

1133일 흥나는 일요일

교회 두번 째 날. 지난 주에 못 가고 이번 주에 갔더니 영우 반이 확정되었다. 영우는 또 한참을 내 품에 안겨 뒷쪽에서 예배를 보았는데, 다같이 무대로 나가서 노래하고 춤추는 순서가 있어서 영우도 나가보라고 했더니 바로 쫓아나간다. 그리고는 줄곧 친구들, 형아 누나들과 매트 위에서 성경말씀도 듣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잘 보냈다. 예배가 끝나고 난 후 선생님께서 영우가 흥이 많으니 성가대를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실 정도로 잘 보냈다. 새로 온 친구로 환영받으며 가방과 찬송가 CD 등도 받아왔다.
오후에는 분당구청 앞에서 킥보드를 탈 생각에 점심은 퍼스트타워에서 먹었다. 영우랑 밥을 같이 먹으니 계속 매운 음식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떡볶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현선이네가 없어졌다. 대신 새로 생긴 분식집에 김밥, 주먹밥도 있고, 떡볶이도 있어서 시켜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영우도 맛있는지 업되서 큰 소리로 맛있어요 맛있어요를 외치며 엄청 많이 먹었다. 잘 먹는건 좋은데 부끄러움은 또 엄마아빠의 몫이로구나.
분당구청 앞에는 영우만한 아이부터 어른까지 킥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보호장비 갖추고 헬멧 쓰고 킥보드 타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귀여운지. 몇 번을 열심히 왔다갔다 하더니 지쳤다. 날씨가 좋은 날 종종 나와서 타야겠다. 잔디가 자라면 더 좋아하겠지.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는 아빠 차에 혼자 올라타더니 또 신이 났다. 차를 혼자 타고 카시트에까지 앉는 모습을 보니 많이 컸다싶다. 이렇게 흥이 넘치는 일요일이 지나고 이제는 본격적인 워킹맘 시작이다.  

1132일 마트 나들이

마트 가는데 굳이 또 죽전까지 간다. 죽전 이마트 앞에 살고 싶어하는 신랑을 위해서..는 아니고, 백화점에서 신랑 신발도 살겸해서 갔다. 영우가 가는 도중에 잠이 들어서 신발도 편히 고르고 커피 한 잔도 하며 꿀같은 시간을 보냈다.
죽전 이마트에서는 장보기에 앞서 일렉트로마트를 들러야지. 영우는 전에도 흥겨워 춤추던 스피커 앞에 가서 스피커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저음이 울릴 때마다 양쪽 스피커에 진동이 오는게 그게 재미있는지 팔을 벌려 지휘하듯이 함께 진동을 느낀다. 이번에는 RC카 체험 시간이 맞아서 영우가 좋아하는 불도저 시운전을 해볼 수 있었다. 아직 방향을 바꾸거나, 제대로 직진 또는 커브를 도는 것은 무리이지만 손에 리모컨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가보다. 운전해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으니 아이들이 리모컨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 엄마들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자기 아이에게 하는 말인것처럼, 아이에게 기다리라고 하지만 너의 아이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라는 은근한 압박이 있다.
이제 메인 활동인 장보기를 해야하는데 마땅히 살 것이 없다. 몇 가지 소소한 식품들과 와인 한 병 사고 나니 이제 뭐 사야하지 싶은데 영우가 또 이야기한다. 우유사야지. 아 맞다, 영우 우유가 다 떨어져서 우유 사러 가자 하고 나온건데 우유는 빼고 엉뚱한 것들만 샀구나.

소소한 에피소드 
- 할아버지는 대구 살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영우가 '영우는 서울 남자야~' 한다. 그래,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 남자긴 하지.
- 영우가 좋아하는 책 중에 마법사 뚱땅씨가 뉴욕에 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 표지에 내가 좋아하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나온다. 빌딩 멋지다고 영우랑 사진 찾아보고 했더니 뉴욕에 여행가고 싶단다. 영우랑 언제 뉴욕가는 날이 올까나. 냉장고에 붙어 있는 여행지 마그넷을 보면 일관되게 오사카를 콕 찍으며 가고 싶다고 했었더랬다. 뉴욕은 좀 힘들 것 같다만 오사카는 조만간 가보자꾸나.

2017년 5월 16일 화요일

3월의 문화생활

아, 이럴수가. 3월에는 일부러 찾아간 전시회도 공연도 없다. 결국 무하전은 보러가지 못했다. 4월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을지로에 약속이 있을 때 방문했던 KF 갤러리에서 본 전시회가 있긴 하다. 빈 시간에 짬을 내서 방문한거라 두 번에 걸쳐 방문해서 겨우 다 봤다.

영상과 물질 - 70년대 일본의 판화
일본의 현대 판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도 싫은데 판화라니 익숙치 않다. 주제가 영상과 물질인데, 사진을 여러장 찍어놓고 그것을 다시 판화에 심어놓는다거나 하는 방식, 물질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놓은 방식의 판화들이었다. TV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대에 블라블라~ 이 작품이야말로 물질주의를 잘 표현한 블라블라~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이우환이라는 이름 석자가 눈에 띄길래 왜 일본의 판화전에 이우환 작품이 있나 싶어 이 이우환이 우리가 아는 그 화가냐고 물어보았다. 맞고, 이우환이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우환이 일본에서 활동한 것, 심지어 꽤 인정받는 작가였다는 것, 아시아에서 시작된 미술사조가 존재한다는 것, 뜻밖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131일 다시 울면서 들어간다.

며칠 안 울고 들어가서 이제 적응 다 되었나보다 했는데 다시 울면서 들어갔다. 전 날 7시 30분까지 혼자 남아 있어서 어린이집 가기 싫어진건가 죄책감에 휩싸인다. 전날과 달리 저녁은 물말아서 시원찮게 먹은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이가 되게 하고싶지는 않아서 신랑이 6:55분에 도착했더니 영우와 둘이 남아있던 시우가 신랑을 발견하고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란다. 어제 영우가 이런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 도대체 직장어린이집의 잇점은 어디로 간걸까. 애들 다 찾아가고 혼자 노는 모습 보기 싫어서 기다리고 기다린 직장 어린이집인데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부디 3월이 적응기간이라 그런 것이길.
나의 워크샵은 9시가 넘어 끝난데다 회식까지 이어져서 이틀 연속 신랑이 영우를 재워야했다. 신랑이랑 자는게 노는거 같은지 엄청 업되서 11시가 넘도록 잠들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11시에 자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때만 해도 내가 없어서 늦게 자는 것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되서 회식에서 먼저 나왔다. 택시 타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문 열기 직전에 잠이 들었다고 한다. 복직해도 이런 일상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어린이 집에서는
영우가 엄마 보고싶다고 해서 엄마 어디 가셨어?하고 물으니 회사에 가셨다고 이야기했단다. 영우에게 엄마 빨리 오세요 해주겠다고 약속해주셨단다.

1130일 어린이집에서 7시까지 머문 날.

4월 3일부터 출근인데, 3월 31일에 팀 워크샵이 있다고 해서 31일로 복귀일을 변경하였다. 30일에 마침 약속도 있어서 드.디.어. 석식 신청을 하고 7시에 영우를 데리러 가겠다고 하였다. 신랑이 7시 반쯤 데리러 가니, 다행히 저녁도 잘 먹었고 잘 놀고 있었다고 한다. 한시름 놓이기는 하는데 영우 혼자 남아 있었다고 해서 좀 충격이었다. 신랑도 영우가 안쓰러웠는지 다음부터는 좀 일찍 데리러 가야겠다고 한다.

- 어린이 집에서는
일과 중에 엄마를 찾는 모습을 보여 오늘 저녁 먹기로 했지?엄마 일하고 계시지?하니 울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회사 갔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영우가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하여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밀가루 반죽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반죽 위에 빨대를 꽂아 후 불어보기도 하였단다. 밀가루 반죽을 숟가락 위에 올리고 '밥이예요~'라며 선생님에게 먹여주기도 했단다. 다람쥐반 친구들이 놀이하는 모습 그림을 보고 그 위에 끼적여보기도 하였는데 영우는 영우 그림을 연두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저녁을 먹어 걱정했는데 어묵 볶음을 먹어보고는 맛있다며 밥도 잘 먹었다고 한다.

1129일 추억의 블럭

엄마 가시고 나서 청소를 한 번도 안해서 매트를 들어내고 대청소를 했다. 시간은 어쩜 그리 잘 가는지, 다 정리하기도 전에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영우랑 집에 들어와서 급하게 매트 정리하고 장난감들 정리했는데 영우는 집이 왜 이렇냐고 물어보길래 청소해서 그렇다고 했다. 한참 같이 놀아주다가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와서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청소해서 힘들지' 한다. 가끔 혼잣말을 할 때 영우가 대답하는 걸 들으면 참 웃기다. 지난 주에도 어린이집 정문 입구에 흙이 좀 떨어져 있길래 어 여기는 왜 흙이 떨어져 있지?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공사하다 흘렸나보지 뭐' 라고 대답해서 빵 터졌다.
목욕을 하고 나서 내복만 입고 있겠다길래 그렇게 입혔더니 왠지 더 애기 같아서 귀엽다. 갑자기 팔 다리를 둥둥 걷더니 막 돌아다니는데 패션피플 같기도 하고, 각설이 같기도 하고,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어 333에 공유했다. 그런데! 수지형의 추억을 돋게 만들었다. (공유한 사진은 이 사진은 아니지만) 저 구석에 찍혀 있는 블럭이 수지형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블럭인데, 다시 찾아보려고 검색해보았으나 이름을 몰라서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성빈이 형이 갖고 놀던 블럭을 받은거라 오래되기도 했고, 블럭을 끼울 때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영우 혼자 만들기는 힘들지만 탱크 바퀴 만드는건 아주 좋아한다. 수지형도 갖고 놀았다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럭스블럭이구나. 검색해보니 요즘도 판매되고 있다. 어쨌든 수지형에게 추억 한조각 선물.


- 어린이 집에서는
레고블럭으로 기다란 자동차를 만들었단다. 자동차를 높게 만들어보고 '계단같지?'라며 보여주기도 하였단다. 레고로 자동차를 뚝딱뚝딱 잘 만들어서 선생님도 가끔 놀라신다고 한다. 케이크에 막대인형을 꽂아 생일축하를 해보기도 하였고, 막대인형의 옷 색깔을 알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2017년 5월 15일 월요일

1128일 안 울고 들어간 날

매일 아침 영우가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 날은 신랑이 한 건 해주었다. 글로는 잘 표현이 안되지만 '어린이집 가기싫어 가고싶어'를 느린 속도로, 빠른 속도로 말하니 영우가 깔깔 웃는다. 그리고 영우도 해보겠다고 해서 표정 연습까지 시켰다. 슬픈 표정으로 어린이집 가기싫어 하다가 갑자기 활짝 웃으며 가고싶어 하라고. 놀랍게도 교실 들어가기 직전 선생님 앞에서 슬픈표정으로 '어린이집 가고싶어!'라고 외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시는 선생님도 울지 않고 어린이집 가고싶다고 말하는 영우 덕분에 기뻐하셨다. 과연 내일도 안 울고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오후에 데리러 갔는데 실외 놀이터에서 자동차를 타며 놀고 있었다.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내가 나타나면 방해가 될까봐 나름대로는 재빨리 숨는다고 숨었는데 영우가 나를 발견하고는 엄마엄마 울었다. 내가 온 것을 모르고 계시던 선생님은 잘 놀던 영우가 갑자기 울자 당황하셨다. 영우한테 엄마 왔는데 왜 울었냐고 했더니 '엄마가 도망가서'란다. 에공 미안해.

- 어린이 집에서는
영우가 안 울고 씩씩하게 들어와서 선생님도 깜짝 놀라고 대견스러웠다고 한다. 기분 좋게 등원한 모습이 쭉 이어서 내내 씩씩하게 잘 놀고 밥도 스스로 먹으면서 '선생님 이것봐요~' 했다고 한다.
영우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와 레고로 장난감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만든 것을 주기도 한단다. 탈 것을 만들 때에는 날개를 꼭 만들어주고 한단다. 종이벽돌 블럭으로 키두 재어보았는데 영우의 머리가 닿는 곳에 영우의 얼굴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영우가 친구의 키를 재어보기도 하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