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재미있는 직장생활

2008년, 조직이 해체된 적이 있었다. 싸이월드 시절이었던 그 때는 미니홈피에 조직장 욕을 잔뜩 적어놓았었고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좋아했던 리더와 동료들, 재미있게 일했던 시절이었기에 충격이 컸었다.

2020년, 또 조직이 해체되었다. 사실 복직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덕분에(?) 나도 회사를 이동하게 되었다. 4시간 단축근무도 포기하고, 얼마간의 주식과 스톡옵션 권리도 포기하고, 이동을 결정한 것은 다시 분석가의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이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데이터와, 그것들로 만들어나갈 일들이 기대된다. 물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한가득이지만, 지난 몇 년간 의욕없이 보냈던 시간에 비해 요며칠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회사생활 더 안할 줄 알고 세상 일 무심했다 싶어 트렌드 책도 빌려서 읽어보고, 데이터 시각화 책도 좀 읽어보고, 일본어 수업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파이썬으로 워드클라우드 한 번 그려보고, D3란 것도 알아보았지만, 결국 시각화 대세는 R인 것일까. 한숨. 

영우 학원 스케줄도 다 조정하고, 다시 야간 통합반까지 있다 오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재미있는 직장생활을 기대한다.

2020년 10월 3일 토요일

기록할만한 수면 사건

 요즘도 11시 반은 되어야 잠드는 영우. 10시 반 되면 재우러 가야하는데 부모의 의지가 약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한 주간, 9시 조금 넘어 스스로 자러 들어간 사건과 혼자 자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찍 자러 들어간 건 독감주사 맞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지만, 자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들어가다니 놀랄 일이다. 혼자 잔 건 같이 눕기는 했는데, 잠자리가 좁다며 가끔은 혼자 자고 싶은 날도 있다며 엄마는 나가라고 했다. 방에서 나온 나를 보고는 신랑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자기가 같이 잘까 하였으나, 영우가 혼.자. 자고 싶어한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엄청 칭찬하여 주었지만 또 이런 사건이 언제 발생할지는 모르겠다. 


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영어하는 영우

2월에 노부영 스타일의 영어학원 한 달 다니고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다가 5월부터 다시 나갔는데 6월에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셨다. 어쩌나 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7월부터 뮤엠영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는 매일 가는 보습학원인데 우리는 집이 멀어서 주3회 다니고 있는 중이다. 수업 중에 산만하고 방해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아직 선생님이 컨트롤 가능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거나 다니기 싫어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일찍 접한 영우는, talk talk my crayons talk 을 부르는데, talk의 발음이 좋다. 그 한 단어 발음이 좋은게 티나냐 싶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발음을 내 본 적이 없으므로..신기하기만 할 뿐.
퀴즈를 내고 있었는데 신랑이 엘보라고 이야기하자 전혀 못알아듣길래 팔꿈치라고 알려주자, 그게 어떻게 그런 발음이냐며 엘보라고 말하는데..음 신랑의 엘보와 영우의 엘보는 전혀 다른 발음이었다.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룸이라고 했더니 저건 룸(R발음으로)인데 왜 엄마는 룸(L발음으로)이라고 하냐고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혼났다.
영우가 퀴즈를 내면서 불가사리가 영어로 뭐냐고 했는데 스타피쉬라고 했다가 땡 당했다. 스따아R피쉬가 정답이란다.

그렇잖아도 요즘 말꼬리 잡아서 딴지거는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앞으로 살면서 영어발음 타박을 많이 받을테지. 요즘 파닉스 숙제하는거 옆에서 봐주는데 발음이 너무 생소해서 벌써부터 괴롭다. 아흑

2020년 7월 5일 일요일

영우 어록

육아일기가 영우 어록으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핸드폰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 주기는 하는데 이어지는 투덜거림. '이 집 사람들은 다 귀찮아해. 다른 사람한테 막 시키고. 심지어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주문 받은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어린이집 7세 최대 행사인 알뜰장터가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알뜰장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진행되었던 푸르니 장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미션도 수행하면 엽전을 주는데, 엽전으로 주막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부족했는데 더 줬잖아요. 너무 좋은 추억이야'

식물사랑단에서 나비로 우화시켜보라며 번데기를 나누어주었다. 우화가 되면 그 나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에서 키우는게 좋을지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 많은 곳에 놓아주는게 좋을지 질문을 하셨다. 영우가 손을 번쩍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집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에서 키울 수 있잖아요.' 수업시간의 영우 모습을 살짝 엿본듯.

영우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해서 절취연습장을 찢어주는데 살짝 찢어졌다. 그냥 그리라고 했더니 '엄마는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어요?' 라고 한다. 나는 크게 상관 없는데? 라고 했더니 '엄마가 7살이라면요? 7살인데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겠어요?' 라고 해서 새 종이를 다시 찢어주었다.

신랑 회사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서버 이슈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아빠 재출근해야 한다고 하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 재출근? 나도 커서 해야하나?'란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걸까.

2020년 7월 2일 목요일

팬텀싱어3

팬텀싱어3 결승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 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록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지인 중에 팬텀싱어3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서만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쉽고, 이 대단한 사람들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못해 아쉽다.

나의 원픽은 존노.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를 접하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예선 영상을 찾아보았다. 청량한 목소리, 정통 성악가임에도 어떤 장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네이티브 천재 음악가이다. 뻗어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존노라면 누구와 함께해도 우승후보가 되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그의 선택은 고영열. 소리꾼이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이 사람 역시 천재다 싶다. 그가 프로듀싱한 무대들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서운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jFPQRDPKmu8 )과 결승전의 흥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4wPUa8OKbos ) 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흥타령 무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막 흘렸는데 나중에 신랑에게 추천했더니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인지 원.
그리고 황건하. 고영열이 황건하의 소리가, 음악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흥타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본선을 거치면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여 엄청난 역량을 선보여 왔는데 흥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성악발성의 존노의 경우에는 국악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여 깊은 울림을 표현하였는데 황건하는 그런 것 없이도 감정에서 발성까지 거의 국악인 같다고 느껴졌다.

결승전에 선 12인은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팀을 만났을 때 역량이 발휘되고 더욱 빛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승을 떠나 평생 함께 할 음악적 동반자들을 만난 것이니 부럽지 아니할 수가. 
어쨌든, 우승은 라비던스! 존노!!

옆에서 영우가 흥타령의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를 부르고 있다. 엄마가 팬텀싱어 본다고 조용히 책 읽고 있다. 고마운 녀석

2020년 6월 9일 화요일

영우 어록

7세 영우 어록을 기록할 때가 되었다. 점점 귀엽지 않은 말들만 하게 되는 날이 올테지.

어느 날 영우가 이야기한다. '나이 달라도 친구일 수 있어요' 나이 다른 친구 누구? 라고 하니 '333 이모들 그리고 차이나는 클래스 만든 사람'이란다. 333 이모들 보고싶다.

영우는 잘 때 자꾸 얼굴을 더듬는다. 영우 엄마 얼굴 자꾸 만져서 엄마가 빨리 늙으면 어쩌지 했더니 '갱년기 한 번 오겠죠'

스쿼트 머신을 샀는데 조립이 필요하다. 아빠 옆에서 돕는다며 공구를 다루는데 예상외로 잘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잘한다고 칭찬하니 '내 원래 이런 남자라고요'

어느 날 영우에게 선물이 있다고 하니까 두 손을 꼭 쥐며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는 법'

다큐멘터리에서 엄마새가 아기새에게 먹이 주는 것을 본 후에 영우 밥 먹이면서 너무 아기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뭐'

뭐 때문이었지, 신랑이 시리한테 물어보고싶다고 했더니 '시리? 시리는 샐리보다 더 멍청이 아닌?' 이런 취급을 받다니, 시리야 공부 좀 더 해라.

슈가맨에 자자가 나왔다. '버스 안에서'를 듣는데 놀고 있던 영우가 TV로 시선을 돌리며 '뭐 이렇게 신나는 노래 다 있냐?'

양치하면서 하도 돌아다니고 쾅쾅거리길래 화를 냈더니 '엄마는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요?'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걸 좋게 보는 분도 있었다. 자기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바로바로 해주니까 부모가 폭주할 때 제어가 되지 않냐며. 내가 움찔한 포인트도 그것.

하루생활을 바르게 하면 천원씩 받기로 하면서 바르게가 뭘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엉덩이 떼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밥 먹는거, 책 하루에 5권 읽는 거, 그리고 11시 전에 자는거 어떠냐고 했더니 '11시 전에 자는거 그건 무리예요'

2020년 6월 1일 월요일

레고 사랑

가정보육 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레고 놀이를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또 레고 놀이를 하는데 오늘은 엄마도 꼭 로봇 하나는 만들었으면 한단다. 그러면서 영우는 그 날 본 유튜브 영상에서 만들어낸 새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합체하는 로봇들도 만들어낸다.
괜히 자극받은 나도 트랜스폼하는 것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앞서서 바퀴를 달기는 했는데, 바퀴를 달게 되니 레고의 방향이 고정되어서 몸통과 연결을 할 수가 없다. 쩔쩔매고 있으니 영우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문제점을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엄마, 제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둬서 만들어둔 게 있어요. 그건 지금은 없지만 만들어봤기 때문에 또 만들 수가 있어요.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몸통을 만드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문제를 해결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로봇 머리가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 어색하지 않게 운전석까지 만들어두었다. 그것을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또 신나서 부품을 찾아준다. 덕분에 오랜만에 칭찬 받는 변신로봇 완성. 아빠한테도 엄마가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오늘 영우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내가 도와줄게 라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의 놀이 관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영우의 말과 태도에 정말 감동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