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5일 일요일

영우 어록

육아일기가 영우 어록으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핸드폰 좀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 주기는 하는데 이어지는 투덜거림. '이 집 사람들은 다 귀찮아해. 다른 사람한테 막 시키고. 심지어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주문 받은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어린이집 7세 최대 행사인 알뜰장터가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알뜰장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진행되었던 푸르니 장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미션도 수행하면 엽전을 주는데, 엽전으로 주막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부족했는데 더 줬잖아요. 너무 좋은 추억이야'

식물사랑단에서 나비로 우화시켜보라며 번데기를 나누어주었다. 우화가 되면 그 나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에서 키우는게 좋을지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 많은 곳에 놓아주는게 좋을지 질문을 하셨다. 영우가 손을 번쩍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집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에서 키울 수 있잖아요.' 수업시간의 영우 모습을 살짝 엿본듯.

영우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해서 절취연습장을 찢어주는데 살짝 찢어졌다. 그냥 그리라고 했더니 '엄마는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어요?' 라고 한다. 나는 크게 상관 없는데? 라고 했더니 '엄마가 7살이라면요? 7살인데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겠어요?' 라고 해서 새 종이를 다시 찢어주었다.

신랑 회사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서버 이슈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아빠 재출근해야 한다고 하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 재출근? 나도 커서 해야하나?'란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걸까.

2020년 7월 2일 목요일

팬텀싱어3

팬텀싱어3 결승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 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록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지인 중에 팬텀싱어3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서만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쉽고, 이 대단한 사람들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못해 아쉽다.

나의 원픽은 존노.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를 접하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예선 영상을 찾아보았다. 청량한 목소리, 정통 성악가임에도 어떤 장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네이티브 천재 음악가이다. 뻗어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존노라면 누구와 함께해도 우승후보가 되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그의 선택은 고영열. 소리꾼이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이 사람 역시 천재다 싶다. 그가 프로듀싱한 무대들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서운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jFPQRDPKmu8 )과 결승전의 흥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4wPUa8OKbos ) 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흥타령 무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막 흘렸는데 나중에 신랑에게 추천했더니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인지 원.
그리고 황건하. 고영열이 황건하의 소리가, 음악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흥타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본선을 거치면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여 엄청난 역량을 선보여 왔는데 흥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성악발성의 존노의 경우에는 국악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여 깊은 울림을 표현하였는데 황건하는 그런 것 없이도 감정에서 발성까지 거의 국악인 같다고 느껴졌다.

결승전에 선 12인은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팀을 만났을 때 역량이 발휘되고 더욱 빛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승을 떠나 평생 함께 할 음악적 동반자들을 만난 것이니 부럽지 아니할 수가. 
어쨌든, 우승은 라비던스! 존노!!

옆에서 영우가 흥타령의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를 부르고 있다. 엄마가 팬텀싱어 본다고 조용히 책 읽고 있다. 고마운 녀석

2020년 6월 9일 화요일

영우 어록

7세 영우 어록을 기록할 때가 되었다. 점점 귀엽지 않은 말들만 하게 되는 날이 올테지.

어느 날 영우가 이야기한다. '나이가 달라도 친구일 수 있어요' 나이 다른 친구 누구? 라고 하니 '333 이모들 그리고 차이나는 클래스 만든 사람'이란다. 333 이모들 보고싶다.

영우는 잘 때 자꾸 얼굴을 더듬는다. 영우가 엄마 얼굴 자꾸 만져서 엄마가 빨리 늙으면 어쩌지 했더니 '갱년기가 한 번 오겠죠'

스쿼트 머신을 샀는데 조립이 필요하다. 아빠 옆에서 돕는다며 공구를 다루는데 예상외로 잘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잘한다고 칭찬하니 '내가 원래 이런 남자라고요'

어느 날 영우에게 선물이 있다고 하니까 두 손을 꼭 쥐며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는 법'

다큐멘터리에서 엄마새가 아기새에게 먹이 주는 것을 본 후에 영우 밥 먹이면서 너무 아기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뭐'

뭐 때문이었지, 신랑이 시리한테 물어보고싶다고 했더니 '시리? 시리는 샐리보다 더 멍청이 아닌가?' 이런 취급을 받다니, 시리야 공부 좀 더 해라.

슈가맨에 자자가 나왔다. '버스 안에서'를 듣는데 놀고 있던 영우가 TV로 시선을 돌리며 '뭐 이렇게 신나는 노래가 다 있냐?'

양치하면서 하도 돌아다니고 쾅쾅거리길래 화를 냈더니 '엄마는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요?'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걸 좋게 보는 분도 있었다. 자기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바로바로 해주니까 부모가 폭주할 때 제어가 되지 않냐며. 내가 움찔한 포인트도 그것.

하루생활을 바르게 하면 천원씩 받기로 하면서 바르게가 뭘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엉덩이 떼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밥 먹는거, 책 하루에 5권 읽는 거, 그리고 11시 전에 자는거 어떠냐고 했더니 '11시 전에 자는거 그건 무리예요'

2020년 6월 1일 월요일

레고 사랑

가정보육 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레고 놀이를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또 레고 놀이를 하는데 오늘은 엄마도 꼭 로봇 하나는 만들었으면 한단다. 그러면서 영우는 그 날 본 유튜브 영상에서 만들어낸 새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합체하는 로봇들도 만들어낸다.
괜히 자극받은 나도 트랜스폼하는 것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앞서서 바퀴를 달기는 했는데, 바퀴를 달게 되니 레고의 방향이 고정되어서 몸통과 연결을 할 수가 없다. 쩔쩔매고 있으니 영우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문제점을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엄마, 제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둬서 만들어둔 게 있어요. 그건 지금은 없지만 만들어봤기 때문에 또 만들 수가 있어요.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몸통을 만드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문제를 해결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로봇 머리가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 어색하지 않게 운전석까지 만들어두었다. 그것을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또 신나서 부품을 찾아준다. 덕분에 오랜만에 칭찬 받는 변신로봇 완성. 아빠한테도 엄마가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오늘 영우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내가 도와줄게 라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의 놀이 관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영우의 말과 태도에 정말 감동받았다.

2020년 5월 31일 일요일

돌덩이 사랑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노래는 하현우의 돌덩이. 플레이시키는 사람은 영우.
이태원 클라쓰 OST였다고 하는데, 웹툰을 너무 재미있게 보는 바람에 드라마를 안 봤더니 전혀 몰랐다. 팬텀싱어3에서 돌덩이를 부른 팀이 있어서 처음 듣게 되었는데 노래가 너무 멋있어서 따로 찾아들었더니 팬텀싱어를 함께 본 영우도 돌덩이에 반해버렸다. 그러다 복면가왕에서 방패가 부르는 돌덩이를 또 듣게 되자 따라 부르는 지경까지. 일주일 내내 우리 집은 돌덩이를 부르는 영우 목소리로 가득찼다.
바이브에서 돌덩이를 틀어달라고 하면 다음 곡으로 이태원 클라쓰 OST 아니면 복면가왕에서 하현우가 불렀던 노래들을 이어서 틀어주는데, 일상으로의 초대 듣고 깜짝 놀랐다. 전반부에는 신해철처럼, 후반부에는 하현우의 색깔 그대로 부르는데 4년 전에 불렀던 곡을 지금 온식구가 들으며 감탄하는 중.
 
팬텀싱어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Fu_ugdRufjc
하현우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8vP7Nk8sQBk
복면가왕의 돌덩이
https://www.youtube.com/watch?v=-fMPLYPzhtA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등원 시작

가정보육한 지 8주가 되었다. 지난 주부터 긴급보육을 보낼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긴급보육으로 등원하고 있던 영우 친구의 다리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제대로 보육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신랑한테 계속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이유없이 영우한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긴급보육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다시 고민이 되었다. 신랑도 내가 짜증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저녁 긴급보육을 보내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그리하여 오늘 등원을 하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부디 별 일 없기를.

지난 8주간 영우는 거의 매일 레고 만들기를 하였다. 학습도 좀 시켜보려고 시도하였지만 서로 스트레스만 쌓여서 결국 포기했다. 토도수학을 재미있게 해서 토도영어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영우는 다른 놀거리들이 많으니 토도영어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나는 계속 토도영어 하라고 닥달하게 되어서 결국 앱을 삭제했다.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었고 재미있게 보내기도 해서 기록해둔다.

책 만들기 : '늑대의 비밀'을 시작으로, 카툰 형식의 '퀴즈풀이 놀이풀이', 미로책인 '놀멍쉬멍 미로찾기' 세 권을 만들었다.
줄넘기와 자전거 : 줄넘기는 여전히 한 번 밖에 못 넘지만 가끔씩 들고 나가서 뛰어본다. 윗 집 누나의 자전거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한 번 타보았다. 몇 번 더 태워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옥상 캠핑 : 옥상에 올라가서 캠핑의자, 돗자리 깔고, 어느 날은 텐트도 치고 윗집 아이들과 놀았다. 두 달간 윗집 덕을 많이 봤다.
쿠키 만들기 : 믹스를 한참한참 전에 사두었는데 얼마만에 실행을 한건지. 너무 좋아해서 한 번 더 만들어보았다.
친구들과 영상통화 : 어린이집 친구가 한 번 놀러오기는 했지만, 다같이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은 일. 5명이 영상통화를 하였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경험.
킥보드 : 나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걸 최소화하고 싶어서 킥보드로 이동해보았다. 체력이 될까 싶었는데, 정자동까지 판교까지 어렵지 않게 다녀왔다. 덕분에 분당 이사오고 난 후 처음으로 탄천의 봄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발치 : 아랫니 두 개가 빠졌다. 처음으로 치아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는데, 영구치가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빠진 자리에는 벌써 영구치가 반 이상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전래동화 : 승우형아한테 받은 책이 많은데 쌓아두고만 있다가 전래동화를 처음 읽게 되었다. 심청전을 읽은 후 발레 심청을 보여주었더니 더 재미있어한다. 이제 제법 글밥이 많은 책들을 읽게 되었다.

이대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2020년 4월 6일 월요일

영우 어록

이제 7살이 되면서 어른처럼 대화하는 영우. 몇 가지 웃겼던 대화들.

떨어지는 꿈을 꿨단다. 키 크려고 그러나? 했더니 '짧았지만 좋았던 인생을 이렇게 끝내야하나' 하는데 깼다고 한다.

대보름에도, 생일에도, 무슨 소원 빌건지 물어보면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거란다. 계속 빌 수 있게 되면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러냐고 했더니 계속 빌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단은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겠단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니 뭐 좀 시켜볼까 싶어서 놀면 뭐해 공부도 좀 하고 그러는거지 라고 했더니,
'놀면 재밌짆아요. 엄마는 어린이의 마음도 몰라요? 엄마는 어린이일때가 없었어요? 왜 영우 마음을 몰라요. 엄마 어릴때는 영어 공부 싫어했죠?' 라고 뼈를 때린다.

영우가 놀이터나 위층 아이들 만날 때나 친구들 만날 때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잘난척을 한다. 곱셈이나, 한자나, 역사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나 아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너는 아냐고 어떨 때는 7살인데 이것도 아직 모르냐는 발언도 한다. 그래서 한 번 잡아두고는 모두의 관심사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누구는 줄넘기를 잘하고, 누구는 영어를 잘 하고, 누구는 자전거를 탈 수 있고 그런거다, 영우는 지금 한자나 숫자에 관심이 많아서 남들보다 빨리 안 것 뿐이다, 등등 이래저래 잘난체 말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네 겸손하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런 뜻을 알다니?

신랑한테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미니탁자를 좀 갖다달라고 하니 미니탁자 한 쪽만 들어올려서 위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그대로 바닥에 쏟아버린다. 그것을 지켜 본 영우가 '아빠, 그건 영우나 할 짓인데' 란다. 나도 공감.

픽토그램 중 이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통화버튼 누를 때 전화기 모양. 신랑이 영우에게 이렇게 생긴 전화기 본 적 있어? 했더니 '호텔에 있잖아요' 한다. 참 부족할 것 없는 삶일세.

영우 습관을 좀 개선하고 싶어서 스티커 제도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영우는 장난감 좀 치우고 스티커 받으라니까 '받아서 쓸데가 없잖아요. 장난감만 늘리지, 그럼 더 어지럽히기만 하지. '라 하고 결국 치우지 않습니다.

밥을 한 시간 넘게 먹으니 이 또한 괴로운 일인데, 우리 밥 먹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식탁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냐고 하자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어디예요' 한다. 그래, 부족함 없이 먹고 사는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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