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휴직 다섯째 날

333을 만나는 날! 신랑과 디구친구님도 만나는 날!
미래에셋에서 투자한 포시즌스 호텔의 유유안에서 딤섬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전 날은 미슐랭 빕 구르망, 이 날은 미슐랭 원스타, 왠지 트렌디한 사람이 된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333을 만날 때만 이런 욕구(?)가 채워지니 항상 목마른 상태이다. 뭐, 이제 시간도 많으니 신랑이랑 찾아다녀도 되겠지만 333만이 줄 수 있는 다채로움과 조화가 있다.
위 사진은 처음 셋팅된 일부 요리들로, 이후에 나온 모든 딤섬들이 아주 맛있었고, 딤섬 외에도 특이한 식감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이런 식감은 처음이예요!'라고들 이야기하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고, 한 피스에 6천원인 베이징덕은 그냥저냥, 식사로 나온 게살볶음밥은 무난했고, 신랑이 선택한 우육탕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배 터지게 먹고난 후 1층의 컨펙션이라는 카페에서 림림 생일축하를 위한 케잌을 샀다. 덕분에 요즘 인스타에서 핫하다는 까르띠에 케잌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맛도 보고 이쁜 사진들을 찍으며 기분도 냈다. 럭셔리하고 기분 전환되는 송년회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송년회의 피날레는 스크린 사격! 이런 신문물을 맛보다니 정말 신선한 송년회다. 나는 워낙 운동신경이라는게 없으니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는데 팀을 나누어 게임을 하니(물론 나는 구멍이었다.) 나름 신나고 재미있었다.
두 게임만에 급격히 체력이 고갈된 수지형은 금세 체력을 되찾고 광화문으로 갔다. 나는 전 날에 이은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이 고갈되어 집에 와서 빈둥대고 있는데, 뭔가 아쉽다. 매일매일 화장실에서 마주쳐서 수다 떨고 저녁에 급번개도 하던 때가 그립다. 매일 채팅은 하지만 역시 얼굴을 봐야 한다. 서면보고가 아니라 대면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휴직 넷째 날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될 수 있는 12월 9일.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국민의 힘!

오랜(?) 칩거를 마치고 요즘 핫하다는 한남동 디뮤지엄에 갔다. 평일 낮은 한산할 줄 알았는데 웬걸, 30여분 대기해서 홍대맛집이라는 아이엠어버거에서 수제버거를 먹었다. 새우가 들어간 6번 메뉴를 기대했는데 기본 패티인 2번이 참 맛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먹고싶네. 이어서 에르메스에서 여는 전시회 '파리지앵의 산책'을 보고 돌아왔다.
다음 일정은 구로구청에 가서 신랑회사 업무를 보고, 성환형과 만나 여의도로 출발. 림림 덕분에 편하게 주차를 하고 국회 앞에서 탄핵 투표 결과를 기다렸다. 박원순 시장과 시민들의 자유발언 후 전해진 가결 소식, 여의도는 축제 분위기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후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어야할텐데, 야당이 헛발질 그만해야 할텐데.
이어서 예술의 전당으로 이동하였다. 서울시향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브람스 1번 교향곡이었는데 전석 매진인 공연이었다. 전 날 취소표를 예매하였는데, 한 때는 몇 개월 전부터 미리 예약하고 기다리며 예습하던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내가 직접 예매한 첫 공연이다. 참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보다.
저녁은 백년옥에서 먹었는데 그 짧은 식사 시간동안 미쉐린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들었다. 점심에 이어 저녁도 핫한 곳에서 먹었군. 오전 11시에 집을 나가서 오후 11시에 돌아온 날.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것이, 난 빈둥대지 못하는 인간인 것인가.


2016년 12월 8일 목요일

휴직 셋째 날

오늘도 느지막히 일어나서 겨우 필라테스 갔다오고, 온종일 미드를 보았다.
엄마랑 통화하며 어제 12시 넘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하니 팔자 좋단다. 말 그대로 온종일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데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밥도 해 먹고 밀린 설거지와 가벼운 청소를 했더니 놀고먹는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위안이 된다.
다음주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하면 마음이 좀 나아지려나.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휴직 둘째 날

수많은 알람이 울렸지만 12시가 넘어서야 기상.
이번 주는 반둥대기로 마음 먹었으면서도 없어져버린 오전이 못내 아쉽다.
점심을 먹고 헬스장을 몇군데 둘러보았다. PT만 전문으로 하는 헬스장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결국 마음이 가는 곳은 좀 비싸더라도 가까운 아파트 상가 헬스장인데, 이사 오고나사 한 번 들러보자 생각만 하고 1년 반이 지나버린 것이 못내 아싑다.
이제 되도록 집 밥을 해먹을 생각인데 집에 쌀이 똑 떨어졌다. 오랜만에 마트에 가서 쌀과 반찬 몇 가지를 샀는데 얼마만에 와 본 마트인지, 그간 참 정상적이지 않은 생활을 했다싶어 못내 아쉽다.

2016년 12월 6일 화요일

휴직 첫 날

11시까지 늘어지게 자겠다는 계획은 잘못 맞춘 알람 때문에 실패.
필라테스를 하고 돌아와서 무언가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누르고 소파와 침대를 오가며 빈둥거리기 돌입.
저녁에는 유화 수업을 마치고 신랑과 삼겹살에 소주.
텍스트로 보면 팔자 좋은 분당 아줌마의 삶 같구나. 이번 주는 그냥 이대로 빈둥대며 보내야지.

2016년 11월 20일 일요일

991일 큰고모, 큰고모부와의 저녁식사

아주버님께서 우리 친정 식구들과 식사 자리를 한 번 갖고 싶다고 청하셔서(영우 돌 때부터 말씀하셨는데 이제서야) 자리를 갖게 되었다. 형님도 내려오시기로 하셔서 저녁식사 전에 동화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휴가를 내서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영우를 데리러 갔더니 우리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음이 찌릿찌릿하다. 하원길의 단풍과 낙엽이 이뻐서, 여름에 녹색이었던 잎들이 가을이 되서 노랗게 빨갛게 변한거야 했더니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 한다. 지난 번에 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새 잎이 나는 이야기들을 해주기는 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중에 생활 기록장을 보니 할머니랑 하원하는 길에도 '나뭇잎이 떨어진다. 잎이 어떻게 저렇게 물들었을까? 나뭇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난다.' 라고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표현력도 꽤나 좋다.
큰고모와 큰고모부를 만나기 위해 동화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정말 아름답다. 수년 전 이맘때 쯤에 이 길을 지나며 감탄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영우도 단풍을 보며 감탄감탄, 핑크색을 좋아하는 영우에게 팔공산의 붉은 단풍은 딱 취향저격이었나보다. 고모를 만나 동화사 구경도 하고, 암자에 종치는 모습도 보고, 부처님 할아버지도 보고, 동전도 던져보고, 토피어리 앞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좀 찍어줄걸 아쉬움이 남네.
오랜만의 밤나들이라 아빠 차 안에서 달을 보며 달리는 것에도 신난 영우. 너무 업되어 있어서 밥을 제대로 안먹는 것이 문제다. 산해진미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집에 돌아와서 케잌이니 과일이니 먹기는 했지만 밥을 잘 못챙겨 먹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맨밥만 먹는 영우를 보며 고모도 안타까우셨을듯.

990일 통화

동생이 올린 동영상을 보니 2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참 버라이어티한 일이 벌어진다. 막 목욕을 마친 후에 영우의 노래로 시작한 동영상에는 목욕을 하다가 그냥 한 번 목욕물 마셨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요 위에 쉬를 싸고는 할머니한테 쉬 쌌다고 뛰어가는 뒷태로 마무리된다.
동영상이 너무 웃겨서 통화하면서 목욕물을 왜 먹었냐고 했더니 재미로 먹어봤단다. 엄마아빠 내일 갈게 했더니 신발을 갖고 오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파도 갖고 오란다. 동생이 내일 누구와요? 했더니 통닭아빠라며, 아빠가 통닭 갖고 오냐니깐 그렇다고 대답했었는데 영우가 드디어 엄마아빠는 뭔가를 주문하면 사오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인가. 그런데 하필이면 이번 주에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