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일 목요일

9월의 문화생활

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이 그린 뉴욕은 어떨까, 미드나잇 인 파리를 기대하며 보러갔다. 신랑한테도 뉴욕이 나올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영화 초반은 LA가 배경이어서 잘못 안 줄 알았다. 뉴욕의 풍경도 이른 아침의 센트럴 파크 외엔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풍경은 덤일뿐, 우리 앨런의 영화가 좋아야 하는건데, 그는 무덤덤하게 인간의 욕망, 흔들리는 신념 등을 그려낸다. 그 바람에 초반의 달달했던 로맨스도 그냥 무덤덤해진다. 우디 앨런 영화같다 정도의 평이 적당한 것 같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정말 좋았는데..

980일 병원놀이

전화를 걸어보니 영우는 병원놀이를 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청진도 해보고 체온도 재본다. 체온계는 꼭 두 개를 갖고 와서 귀에도 대 보고, 겨드랑이에도 대본다. 할머니 열이 40도라고 하길래 그러면 할머니 병원가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운다. 할머니 병원 가는게 영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지, 보고 있는 내가 다 짠하다. 할머니 병원 안가려면 37도라고 하면 된다과 했더니 이후에는 꼬박꼬박 37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사도 한 방. 귀여운 녀석.

979일 일상

아침이다. 잠결에 영우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이어서 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더 자고 싶고 피곤하긴 하지만 이렇게 신나서 달려오는 영우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행복감. 전 날은 엄마아빠랑 자네, 할머니랑 자네 하다가 엄마아빠랑 잘 거면 베개 들고 와야지 했더니 정말로 베개를 들고 와서 내 옆에 누웠다. 3초 누워있다가 다시 베개 들고 할머니한테로 갔지만 이제 엄마아빠랑 자는 것도 받아들일만 한가보다 싶어 안도가 되었다.
이 날은 엄마아빠가 부산에서 식사 약속이 있으셨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 올라가는 시간까지 돌아오기 힘들어서 영우도 데리고 가시기로 했다. 함께 보낼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야해서 잘 놀아주지를 못했다. 내 친구는 영우가 5개월 되었을 때일까,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32개월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어 쓰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 ABC 노래와 영어로 색깔을 읊으며 실력을 뽐낸다. 영우야 이모가 영어로 이야기해줬어? 했더니 응 하는 것을 보고 친구가 영어로 이야기 안했는데 거짓말하네 했더니 했어, 하이파이브 한다. 친구와 high five, fist bump을 몇 번 했는데 파이브를 듣고는 영어인 것을 인지했나보다.
한 시가 넘어서 영우는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배꼽인사를 하며 엄마아빠 잘 놀았습니다 하고는 떠났다. 잘 놀아줘서 고맙고, 난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간다,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영우. 역시 아쉬운건 나 뿐이지. 식사 모임에서 영우는 노래를 몇 곡이나 선보이며 재롱을 떨고 6만원을 받아왔다. 6만원은 안동여행에 가서 쓰기로 했다. 기대되어라.

2016년 11월 1일 화요일

978일 네이처파크 나들이

전 날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통화를 했는데, 지금 가고 있으니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던 것이 기억나나보다.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엄마아빠 있어? 묻길래 우리 좀 더 자게 하려고 없다고 했더니 아닌데 하면서 우리가 자고 있는 방으로 왔다. 아침에 영우가 달려와서 깨우면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은 왜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을날이 아닐까 싶어 동생이 추천해준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로 나들이를 갔다. 우리 어렸을 때는 냉천 자연농원으로 불리우던 곳인데,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여름에는 스파밸리를 운영하는 모양이고, 그 옆의 산 하나를 테마별로 꾸며 놓았다. 닭, 토끼, 공작을 방사하기도 하고, 뜻밖에 호랑이와 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카약도 탈 수 있고, 좀 큰 아이들은 정글체험이라는 주제로 암벽타기, 밧줄다리 건너기, 슬라이더 타기 등도 해볼 수 있다. 할로윈이라 장식도 많이 되어 있고 엄청난 규모인데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컨셉의 터널이 있었는데 영우는 큰 거미들이 좀 무서운가보다. 평소에 터널을 좋아하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유모차를 타고 캐노피를 푹 씌운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큰 한숨을 휴 내쉬는데 어찌나 웃긴지, 캐노피로 시야를 가리는 것도 웃기고, 무서움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것도 웃기다.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많았지만 영우가 가장 좋아했던건 모래놀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부산여행 이후로 계속 실려 있던 삽을 발견하고는 흙을 만날 때마다 삽으로 떠보려한다. 유모차를 타고 가다가 모래를 발견하고는 내려내려, 지나칠까봐 마음이 급하다. 삽 한자루와 모래만으로도 한참동안 즐거운지.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동물보다는 동물모형에 더 관심이 많다. 모형에 올라가보고 나름대로 포즈도 취하고 옆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올라가면 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제 어딘가 기어올라갈까봐 제지해야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나보다. 동물원을 나서는데 폴리 풍선을 판다. 집에 앰버 풍선만 두 개나 있으니 폴리 풍선을 사고 싶어해서 사주려 했는데 자그마치 5천원이나 한다. 너무 비싸서 다른데 가서 사주겠다고 하니 수긍하고 떼쓰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매점 앞에서 신랑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니까 '커피 좀 사러가볼까' 하며 영우가 앞장을 선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이제 제법 심부름도 시킬 수 있겠다싶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야외에서 4시간이나 머물렀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온종일 노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곳곳에 조명장치 해둔 것을 보니 야경도 꽤나 멋질 것 같다. 아직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던 나들이.

2016년 10월 31일 월요일

974일 가을 소풍

가을 소풍이 예정되어 있어 엄마가 김밥 싸서 도시락도 준비해주셨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실내 놀이터로 장소를 바꾸었다고 한다. 영우는 야외 나들이보다 실내 놀이터가 훨씬 신났을거다.
사진을 보니 놀이방 규모가 굉장히 크고 다양한 놀거리들이 있다. 영우 반 아이들은 놀이방에 많이 안가봤는지, 엄마와 떨어져서 혼자 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는지, 잘 놀지 못하는데 영우는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모든 놀거리를 다 접해보고 왔나보다. 정글짐 같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원장선생님께 물어보니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원장선생님 말대로 해서 스스로 그 곳에 도달한 것이 꽤나 뿌듯했는지 몇 번이나, 손짓까지 해가며 거기 올라갔다고 자랑을 한다.
홈플러스 내부에 상상노리라는 곳인데, 그렇지 않아도 날씨 추워지면 놀이방을 많이 가게 될텐데 덕분에 괜찮은 놀이방을 하나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 합격.

이제 영우와 함께 살 수 있으니 기쁘고 또 기뻐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떨어지면 어떡하나 플랜B를 고민하며 스트레스였는데, 최근에는 어린이집이 되면 어떡하나 스트레스였다. 어린이집이 되면 회사를 그만둘 명분이 없으니까.
회사를 이직한 가장 큰 이유가 어린이집과 10시 출근이었는데, 2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사이 나는 지쳐버렸다. 지금이 고비인 것인지, 언제나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인지, 가슴이 답답한 이 상황이 나아지기는 할 것인지, 깨어있는 매 순간마다 괴롭다.
염려되는건 결국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회사를 그만두는데 명분이 왜 필요한가, 내가 견딜 수 없으면 놓으면 되는 것인데. 그러나 나는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972일 칠교놀이

동생부부가 놀러왔는데 영우 네모 만들줄 안다고 자랑으로 시작한 칠교놀이. '네모는 봐봐, 네모를 넣고, 그 다음에 사다리꼴 놓고, 이거 놓고, 삼각형 놓으면 네모가 돼!' 네모를 완성한 후 자신감을 얻고는 세모도 만들겠다고 한다. 엄마가 세모를 만들 수 있으려나 하시던데 역시나 만들기 힘든지 '이거 어렵다, 어려워' 하더니 제부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제부가 7개 모양 중에 세모 하나를 주며 자 세모 하니까 이거 아니고 전부 다 갖고 만들란다. 세모 여러개를 쌓아서 보여주니 이거 아니라며 옆으로 다 펼치라고 화를 낸다. 제부가 매뉴얼을 보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원하는 세모 모양이 안나오자 울기 시작한다. 동생이 매뉴얼 그대로 똑바로 만들어주라고 하니 영우는 옆에서 똑바로 똑바로라고 따라 외치며 감시한다. 제부는 장난쳤을뿐인데 영우의 반응에 당황했을 듯, 그러나 세모를 완성한 후에는 박수를 받았다. 우리도 칠교 선행학습 해야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