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일찍 지내게 되어서 9시가 좀 넘어서 대구로 출발하였다. 서울을 나오면서 좀 막히기는 헀지만 그럭저럭 선방하여 도착한 것 같다. 엄마아빠영우는 아직 큰집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짐만 올려다놓고 점심을 해결하러 설빙에 갔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설빙이라니 자영업자에 감정이입되어 안타까운 것은 나 뿐인가.
집으로 돌아가자 막 도착한 영우가 우리를 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미리 우리가 온 흔적을 확인해 둔 것인지 나를 보자마자 손잡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견인차를 가리킨다. 빨간색 소방 견인차에 견인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도 있고, 전에 샀던 앰뷸런스 경찰차 시리즈처럼 소리도 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견인차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항상 갖고 노는데 한편으로는 스푸키도 사주기를 원하고 있다.
동생네가 잠깐 들렀는데 내 핸드폰을 갖고 놀던 영우는 갑자기 시리를 부른다. '시야 사진 좀 찍어줄래' 그랬더니 진짜로 시리가 카메라를 열어준다. 감성작가 나영우는 흑백필터를 사용하여 제부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도 찍고, 정방형으로 바꾸어 할머니와 이모부부 사진도 찍어준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시리를 재소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저런 발음으로 시리를 불러내서 사진까지 찍었다니 정말 웃기다. 태어날 때부터 시리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저녁에는 달을 보러 나갔으나 그간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달을 볼 수 없었다. 옅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여 구름 뒤로 달이 있구나 하는 것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이 크기는 해서, 영우에게 저기 달이 있다고 이야기해줄 수는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학교 운동장까지 나가봤지만 결국 달 보는 건 실패. 그래도 오랜만의 밤마실에 기분 좋은 영우.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933일 가족들과의 통화
명절 연휴의 시작.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여 영우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성빈이 형까지 다 불러보며 영우는 즐겁다. 사람들이 많고 고모들의 리액션이 좋으니 영우는 신이나서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노래도 세 곡이나 부르고, 만들어놓은 장난감도 보여주고, 종알종알 말도 많이 한다.
무엇을 보면서였더라. 신랑이 빨간색을 가리키며 레드라고 했더니 영우가 '아빠 레드 아니야, 렛'한다. 3살 아들에게 영어 발음 지적당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색깔을 영어로 말하는 영우를 보고 신기한 고모들이 영우야 그럼 흰색을 뭐라고 해? 화이트 맞아? 했더니 고객를 끄덕이며 '화이트 카더라' 하는데 영어와 사투리의 조화에 다들 빵 터진다.
한참 통화를 하던 중에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인사 안해도 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니 인사 안하고 그냥 끊자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끊자고 했더니 끊기 싫다고 인사 하기 싫다고 울기 시작한다. 더 통화하고 싶으니 작별 인사 안해도 되냐고 묻는거였나보다. 울어서 모두를 짠하게 한 영우는 곧 재롱을 떨면서 한참을 놀다가 고개를 까딱하며 '영우 잘했지' 하는 애교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영우 잘하지, 힘세지, 잘먹지, 하며 확인 받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무엇을 보면서였더라. 신랑이 빨간색을 가리키며 레드라고 했더니 영우가 '아빠 레드 아니야, 렛'한다. 3살 아들에게 영어 발음 지적당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색깔을 영어로 말하는 영우를 보고 신기한 고모들이 영우야 그럼 흰색을 뭐라고 해? 화이트 맞아? 했더니 고객를 끄덕이며 '화이트 카더라' 하는데 영어와 사투리의 조화에 다들 빵 터진다.
한참 통화를 하던 중에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인사 안해도 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니 인사 안하고 그냥 끊자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끊자고 했더니 끊기 싫다고 인사 하기 싫다고 울기 시작한다. 더 통화하고 싶으니 작별 인사 안해도 되냐고 묻는거였나보다. 울어서 모두를 짠하게 한 영우는 곧 재롱을 떨면서 한참을 놀다가 고개를 까딱하며 '영우 잘했지' 하는 애교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영우 잘하지, 힘세지, 잘먹지, 하며 확인 받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931일 지진
경주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지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 발생하였다. 대구는 진원지와 가까우니 진동이 꽤 컸을테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거다.
야근하던 제부는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하고, 집에서 조카와 함께 있던 동생은 건물 무너지는거 아닌가 깜짝 놀라서 엄마에게 전화했다고 하고, 엄마 집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막내 동생은 그나마 땅을 밟고 있던 중이라 진동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고 한다. 영우는 집이 흔들리고, 충전중이던 아이패드 화면이 갑자기 켜지고 하니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 다리를 잡고 울었다고 한다.
몇 분 후의 여진은 강도가 더 세서 결국 식구들도 집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나도 사무실에서 살짝 흔들리는걸 느끼기는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재난에 참 무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진같은 재난은 정말 엄청난 일인데. 국민안전처의 대응 등으로 말이 많은데, 다시 한 번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느낀다. 첫번째 지진에 무서워서 울었던 영우는 곧 안정을 찾고 소리를 꺅꺅 지르며 잘 놀고 있었더랬다. 안심.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8월의 문화생활
봄에 보았던 국립발레단의 갈라에서 스파르타쿠스의 역동적인 무대가 너무 멋져서 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엄청 인기가 많은 공연이었나보다. 국립발레단의 정기 레퍼토리라고 생각했는데 4년만에 하는 공연인데다 국립극장에서 하는 바람에 티켓 가격도 싼 영향이었을까. 전석 매진이었다. 신랑도 보고싶어했던 공연이었는데 숙정이가 발레 카페에서 양도표를 구해줘서서 신랑은 배신하고 숙정이랑 보러갔다.
그런데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았다. 극의 특성상 발레리노들의 역할이 많고 홍보도 짐승남을 강조하길래 멋진 군무를 기대했는데,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대신할만큼 멋진지 모르겠다. 게다가 김기완을 보면서 발레리노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는지 웬만해서는 감동이 없다. 나중에 김기완이 올린 자기 공연 동영상을 보니, 저 장면이 이렇게 멋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 담에 신랑이랑 보러 갈때는 김기완 공연으로 골라봐야지. 발레 예매의 단점은 캐스팅을 보고 예매하려면 이미 좋은 좌석은 다 예매가 끝나버리는 것.
4월의 너의 거짓말.
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 클래식을 주제로 하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신랑이 먼저 보고 강추해서 보게되었는데 나는 그냥 쏘쏘, 역시 노다메 칸타빌레만한게 없다.
피아노 치는 중학생 남자아이와 바이얼린 켜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인데, 신랑은 그 아이들의 감정선에 몰입하여 눈물도 흘리면서 봤나보다. 쇼팽의 선율과 절묘한 영상 구성에 가슴 절절했나보다.
그런데 나는 중학생 남자아이의 죽은 엄마 마음에 이입이 되는 바람에 핀트가 어긋난채로 보게 되어서 별 감동이 없었다.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던 신랑은 실망, 더 이상 소녀소녀한 감성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을 깨달은 나는 절망.
930일 일상
영우는 크려고 하는지 요즘 엄청 많이 먹는다고 한다. 낮잠 자기 전에 사과를 먹겠다고 하길래 자고 일어나면 맛있는거 줄게 했더니 맛있는거 뭐 줄건데? 라고 되물어서 할머니를 빵 터지게 했단다. 사과도 먹고, 복숭아도 먹고, 포도도 먹고, 밤도 먹었단다. 영우 키의 3cm는 할머니의 지분일듯. 나랑 같이 살면 과일이고 간식이고간에 쫄쫄 굶는거 아니려나.
오후에는 할아버지랑 학교에 놀러가서 모래놀이를 했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주워와서 모래위에 꽂기도 하고 모래를 조물조물하다가 퍼나르기도 한다. 잘 놀다가 모래를 한움큼 쥐어서 날리는 바람에 모래를 뒤집어썼다. 게다가 모래 묻은 손으로 머리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기까지. 뭐, 그렇게 모래 덮어쓰며 노는건 괜찮다. 그러나 얼마 전 아파트 화단에서 흙장난 하다가 독극물에 오염되어 있어 쓰러진 아이들 기사가 생각나며 모래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검사결과 이 학교는 괜찮다고 하기는 하는데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다. 영우 엉덩이 닦아주는 물티슈에 세균도 기준치의 4000배가 넘는다는데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인가.
요즘은 제법 통화를 오래 할 수 있다. 이 날은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곰 세마리 노래를 불러주고 새로운 노래도 하나 더 불러주었다. 방방이를 뛰는데 오른쪽 다리를 들썩거리기도 하고, 한쪽 팔로 다른 쪽 팔을 툭툭 치는 퍼포먼스를 한다. 놀이방에서 방방이 뛸 때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기억에 따라하는걸까? 생각할수록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오후에는 할아버지랑 학교에 놀러가서 모래놀이를 했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주워와서 모래위에 꽂기도 하고 모래를 조물조물하다가 퍼나르기도 한다. 잘 놀다가 모래를 한움큼 쥐어서 날리는 바람에 모래를 뒤집어썼다. 게다가 모래 묻은 손으로 머리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기까지. 뭐, 그렇게 모래 덮어쓰며 노는건 괜찮다. 그러나 얼마 전 아파트 화단에서 흙장난 하다가 독극물에 오염되어 있어 쓰러진 아이들 기사가 생각나며 모래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검사결과 이 학교는 괜찮다고 하기는 하는데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다. 영우 엉덩이 닦아주는 물티슈에 세균도 기준치의 4000배가 넘는다는데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인가.
요즘은 제법 통화를 오래 할 수 있다. 이 날은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곰 세마리 노래를 불러주고 새로운 노래도 하나 더 불러주었다. 방방이를 뛰는데 오른쪽 다리를 들썩거리기도 하고, 한쪽 팔로 다른 쪽 팔을 툭툭 치는 퍼포먼스를 한다. 놀이방에서 방방이 뛸 때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기억에 따라하는걸까? 생각할수록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2016년 9월 9일 금요일
927일 갖고 놀고 싶어
화상 통화를 하는데 토마스를 보여달라고 하길래 토마스보다 좋은 거 보여주겠다며 전 날 산 견인차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견인차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영우 옆자리를 톡톡 치며 여기 갖다달라고 한다. 지금은 갖다줄 수 없고 다음 주에 갖고 가겠다고 했더니 갖고 놀고 싶어하면서 입술을 씰룩씰룩하다가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씰룩씰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우는 모습만 찍혔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울려버렸네. ㅜㅜ
926일 Mommy finger
아침에 아빠가 동영상을 올려주셨는데 영우가 뭔가 노래를 하고 있다. 영우가 처음 불러보는 노래였는데 듣고 있자니 무슨 노랜지 알겠는거다.
Mommy finger, mommy finger, where are you? Here I am, Here I am. How do you do?
영어 시간에 배운 모양인데 대충 발음도 비슷하고 음정은 꽤나 정확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이고 신기해라.
저녁에는 마트에 가서 견인차를 샀다. 영우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스푸키와 소방 견인차 중에서 고르라고 했는데 당연히 소방 견인차이지. 근데 의외로 흥분하지 않고 쿨하게 이거할래 한다. 우리 배경으로 보이는 장난감들 때문에 시선을 뺏긴건가. 여튼, 요즘 소소하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 있는데 내가 세트로 다 모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당혹스럽다.
Mommy finger, mommy finger, where are you? Here I am, Here I am. How do you do?
영어 시간에 배운 모양인데 대충 발음도 비슷하고 음정은 꽤나 정확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이고 신기해라.
저녁에는 마트에 가서 견인차를 샀다. 영우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스푸키와 소방 견인차 중에서 고르라고 했는데 당연히 소방 견인차이지. 근데 의외로 흥분하지 않고 쿨하게 이거할래 한다. 우리 배경으로 보이는 장난감들 때문에 시선을 뺏긴건가. 여튼, 요즘 소소하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 있는데 내가 세트로 다 모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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