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나의 블로그는 육아 일기로 가득 차고, 회사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만이 나의 일상을 전하고 있다. 한 때 독서와 공연, 전시에 대한 리뷰로 채워지던 이 블로그는 2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주중에는 영우가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여유가 없을 수 있나싶을 정도다.
아파트에 메르스 확진자가 있는 바람에 3일간 재택근무를 하였다.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여 제대로 휴식 시간을 갖지도 못했지만 칼퇴는 할 수 있었다. 칼퇴 덕분에 얻은 시간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았다. 요즘엔 TV를 전혀 보지 않는데 미드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건가. 점점 재미없어져서 아쉬웠지만 한 시즌을 끝냈으니 뭔가 보람차다.
수요일 밤이었던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KBS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을 보았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테너가 출연하였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그 아름다운 소리를 공연장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이 일었다. 신지아 이야기를 하다가, 클라라 주미 강 이야기를 하다가, 김태형 이야기를 하다가, 영우와 함께 공연장 갈 날을 그려보며 설렌다.
AK백화점 1층 로비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쳐볼 수 있는데 주로 어린 아이들이 치는 편이었다. 어느 날은 일반인 치고는 제법 실력있는 사람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잘 치는거 알겠는데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이 심정이란, 좋은 연주 감상하러 가고싶으다. 로스코전에 가고싶으다. 취미를 다시 찾고싶으다.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470일 네~ 저요~
아 웃겨 죽겠다 나영우.
동생이 밖에 놀러나갈 사람~ 했더니 손을 번쩍 들면서 네~ 했다고 한다. TV에서 사랑이가 이거 먹을 사람~하면 네~한다던데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이 영우도 네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하며 가끔 시키기도 했고, 엄마도 나영우~ 부르면서 네~ 해야지라고 연습을 계속 시키기는 했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안하다가 어쩜 그런 타이밍에 손을 번쩍 들었을까. 나가는게 마냥 좋은 나영우.
469일 모자 쓰고 신발 신고 나갈래
엄마가 영우 동영상을 올리셨는데 집 안에서 모자 쓰고 신발을 한 쪽만 신고 다른 쪽 신발을 신으려다 안되니까 엄마한테 와서 칭얼대는 모습이었다. 신발 갖고 씨름하는거 보니 또 나가고 싶은건가보다 정도 생각했는데 모자도 영우가 직접 그럴듯하게 쓴 것이고 신발 한 쪽도 잘 신었다고 한다. 양말을 신거나, 모자를 쓰거나, 가방을 매거나, 신발을 신거나 하면 밖에 나간다는걸 알아서 매일 해달라 해달라 하더니만 그럴듯하게 모자 쓴 건 처음이다. 아직 양말 신는건 난이도가 있지만 곧 있으면 모자 쓰고 신발 신고 혼자 걸어 나가겠다고 할 기세. 저녁 때는 휴지를 보더니 휴지를 풀러서 끊어내고 코 닦는 흉내를 낸다. 날이 갈수록 행동이 업그레이드된다.
461일 그네타기
새로 산 자전거 유모차를 타고 오늘도 놀이터에 놀러간 영우.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말도 타고, 학교 운동장에서 공도 차고, 계단도 오르내리면서 논다. 다른건 그렇다치고 그네를 혼자 타는게 참 신기하다. 아빠가 밀어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균형을 잡고 체중을 실어 흔들흔들하더니 제법 그네 타는 것처럼 탄다. 초반에는 균형이 살짝 안잡혀서 놀란것 같더니 나중에는 재미있게 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그네를 탈 수 있는건가? 나는 그네 잘 못탔던 것 같은데, 내 유전자는 아닌가보다.
458일 주세요
엄마 아빠 식사하실 때 영우를 부스터에 앉혀놓고 지겨워할 때에는 밥도 더 주곤 하신다. 영우는 자기 먹을 양을 다 먹은 후에도 주는 밥을 마다하지 않고 잘 먹는 편인데 엄마 아빠가 매번 '주세요' 하라고 시켰더니 드디어 '주세요'를 한다. 이게 참 신기한 것이, 계속 시켜봐도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되기 때문에 엄마 아빠도 처음에는 '주세요'를 하는 것인지 알아채지 못하셨다고 한다. 양 손바닥을 위로 하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세요' 비슷한 말까지 한다.(그 말은 팔불출 부모한테만 들리는 소리일 것 같지만) 오물오물 밥을 받아 먹고 또 손바닥을 위로 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건 동영상으로 봐야지 귀여움이 돋는데 말로는 표현이 잘 안되네~
2015년 6월 9일 화요일
요령 피우는 꼬맹이
나영우 웃긴 녀석. 요 녀석이 fake를 쓰기 시작했다.
신랑이 목격한 것과 내가 목격한 것이 있는데 세 가지는 되야 블로그에 써준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나 결국 신랑이 완벽하게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한 상황 설명은 어렵지만,
1. 영우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신랑이 말렸더니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잠깐 주의를 돌리자 다시 그 곳으로 돌진, 신랑이 화들짝 놀라서 말렸다. 아마 상 위에 못 올라가게 했을 때 생긴 일인 것 같은데 확실친 않다.
2. 영우가 자꾸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으려 한다. 처음 보는 것이 바닥에 있으니 궁금한가보다. 못 줍게 말렸더니 포기한 듯 앞으로 걸어가다가 방향을 확 전환하여, 심지어 뒤로 돌아서 다시 쓰레기로 돌진한다. 방심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빠른지 말릴 새가 없다.
3. 영우 식사 후에 마카다미아를 주는데 한꺼번에 주면 입에 다 집어넣는다며 아빠가 조금씩 잘라서 주고 계셨다. 하나씩 오물오물 다 먹으면 하나 주고 가끔 다 먹었나 확인도 하면서 주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다 주고 나서 영우 이제 다 먹었니? 했더니 아~하고 입을 벌리는데 안 먹고 다 모아놓은 것이다. 그 동안 몇 번 확인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다 숨겨놓은 건지, 잠시 후에 다시 입 안을 확인해보니 더 많아졌다. 엄마는 영우 마술 부리냐며, 혀 밑에 그게 숨겨지냐며 놀라신다.
뭔가 점점 요령을 피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 녀석!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456일 축구
대구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영우 방이 낮에는 너무 더운가보다. 거실에서 낮잠을 재우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초저녁부터 졸려 하는 영우를 일찍 재우지 않으려고 초저녁 산책을 나섰다고 한다. 집 옆의 초등학교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 중이었고,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고 한다. 형아들이 공놀이 하는 것이 재밌어 보였는지 영우가 거기에 끼어서 공을 차고 논 모양. 그렇게 두 세 번 공을 찼나보다. 내 생각에는 뒤뚱뒤뚱 걷는 영우가 뛰어봤자 얼마나 뛰었을까, 공을 차면 그 공을 제대로 쫓아갈 수나 있을까 싶은데 잘 쫓아다니며 놀았는지 형아들이 공을 못 갖고 놀아서 울었다지 뭔가. 어떻게 놀았는지 궁금한데 아빠가 촬영한 동영상이 날아갔다고 해서 아쉽다. 아빠도 그 모습을 혼자만 보셔서 엄청 아쉬운 모양. 엄마는 공 잘 찬다며 축구선수 될건가 하는데 우리에게서 그런 유전자를 받았을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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