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2일 목요일

여행 준비

엄마가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쉬겠냐며, 돈 있고 젊을 때 많이 다니라며, 여행 다녀오라고 하신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커서였을까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았지만 엄마 말씀대로 지금 아니면 장거리 여행은 어려울거 같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유럽을 갈까 했으나 너무나 내키지 않아 뉴욕으로 결정, 비행기 티켓을 사고 호텔 예약을 했지만 출발 전날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준비 없이 여행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지금 돌아보니 그럭저럭 잘 보내고 왔다.
비행기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67만 얼마에 샀다. 지금이 비수기여서인가, 이렇게 놀라운 가격이! 델타항공으로 디트로이트 경유 라과디아 인아웃인데 대기 시간이 두시간 이내여서 직항과 큰 차이가 없다. 전에 피츠버그 갈때에도 디트로이트에서 경유했었는데 공항은 크지만 입국 심사하고 짐을 빼고 다시 부치고 하는데 한시간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JFK 공항보다 맨하탄과 가까워서 택시비가 싸고 한산한 편이라 수속 등의 시간도 덜 걸린다. 이번에 esta 비자 있는 사람들은 단말기로 셀프 입국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렇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해 가는구나. 참, 델타 항공은 스타벅스 커피를 서빙해준다(마시지도 않으면서 스벅이라고 좋아하기는;;). 델타항공의 개인모니터도 꽤 괜찮다.
숙박은 프라이스 라인에서 익스프레스 딜을 이용하였다. 비딩을 하기에는 사전 조사할 시간이 없기도 했거니와 블라인드된 호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스트에 나와 있는 호텔 어매니티를 보고 대략 어느 호텔이겠거니 짐작해볼 수 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호텔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좀 실망했지만 막상 와 보니 꽤 괜찮다. 2007년 가을엔 좁고 좁은 베스트 웨스턴 호텔을 300불 넘게 주고 겨우 구했는데 이번엔 세전으로 125불이었는데 룸 컨디션도 꽤 만족스럽다. 비수기라 그런것인지, 브로드웨이 지역이 원래 그렇게나 비싼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번 호텔도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만족!
3월 6일까지 뉴욕 레스토랑 위크였다. 우리나라도 현대카드에서 고메위크를 몇년째 하고 있는데 허수 예약이 많아 예약 자체도 쉽지 않고 점점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들었다. 뉴욕 레스토랑은 꼭 레스토랑 위크가 아니더라도 예약 사이트에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출벌 전 날 저녁에서야 Yelp 리뷰를 봐가며 프렌치, 이탈리안, 아메리칸 레스토랑을 예약하였다. 저녁은 시간 맞추기 힘들 것 같아 점심으로 예약했는데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가 25달러이다. 저녁은 아마 35달러인 듯 한데 메인 하나 가격으로 정찬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미국 음식은 전반적으로 짜다. 양이 너무 많다. 디저트는 너무 달다. 그렇지만 또 먹으라면 먹어야지. 냠냠.
뮤지컬은 세 개를 미리 예매하였다. Ohshow.net이란 곳인데 시간이 없어서 대충 블로그에서 보고 예매했다만 이 사이트 뭔가 이상하다. 일단 가입 확인 메일을 보내면서 비밀번호를 고스란히 노출시켜서 보낸다. 뭐 이런데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만든 곳이다. 그래도 사이트를 둘러보면 영어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편인데 한국어 지원도 된다. 문제는 영어 페이지에서 예매할 때랑 한국어 페이지에서 예매할 때랑 보여지는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는것. 제한된 날짜에 여러개를 보려다보니 날짜 맞추기도 힘든데 가격도 제대로 안보여지고 크롬에서 결제도 제대로 안되서 애먹었다. 이메일을 잘못 써서 문의메일 보내고 마지막까지 고생했는데 기계가 자동으로 골라준다는 좋은 좌석 예매 시스템도 뭐 그냥 그랬다. 참고만 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다른 곳을 이용하시길.

2015년 2월 26일 목요일

마무리.

이번 주까지 출근하기로 해서 인사팀에 들린 김에 사원증도 반납핬였다. 지난 주부터 본부장님, 대표님 면담을 하였고 몇 몇 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일은 몇 번을 해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긴장된다.
본부장님은 내가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나를 알고 계셨다. 금융이 아닌 통신사에서 분석 CRM 전문가가 왔다고 해서 궁금했었고, 함께 일하고 싶었고, 빼 오고 싶었으나 현업이어서 아쉬웠다고 하신다. 10시 출근 이야기를 하니 나만 10시 출근하게 배려해주면 안되겠냐고 하신다. 양가 부모님들이 육아를 도와주실 순 없냐고 나는 손주들을 꼭 봐줄거라 하셨다. 여성 임원 이야기를 하시며 소위 말하는 스펙까지 들먹이며 밀어주려 했다고 하신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아쉬워서 하신 말씀인건 아니까.
대표님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신다. 사실 영업이 최우선인 회사에서 분석이 발 붙이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도 대표님께서 분석에 관심이 많으셔서 계시는 동안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더니 회사에는 아쉬운 일이지만 개인으로서는 잘한 선택이라며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신다. 연봉이야 금융보다는 적겠지만 돈 일이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신다. 일할 때에도 느낀 거지만 언제나 놀랍도록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신다.
발령나기 전 본부장님은 이제 일 좀 시켜보려고 했더니 어딜 도망가냐고 하신다. 어찌되었든 그 곳에서도 가진 역량 잘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라고 하신다. 내 이야기 하러 갔더니 본인 와이프 이직 이야기를 자랑하는 분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는 좋은 회사로 가니 축하해 주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조건이 우리 회사보다 좋으니 뭐라고 말릴 길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양육 지원에 대한 부분을 윗 분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셨으면, 조금이라도 더 여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5년 2월 24일 화요일

사물 인지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웃긴건 영우 발 어딨어? 했을 때 손가락으로 지 발을 가리키는 것. 이 때 다리를 살짝 들어올리는데 참 웃기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물고기 모양 블럭을 갖고 노는 중이었다. 별 모양 블럭은 러닝홈에 끼워져 있던걸 대용으로 갖고 온건데 그 별 블럭을 잡더니 몸을 휙 돌려서 허공으로 치켜든다. 대구에는 바로 그 위치에 러닝홈이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끼우려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당황해하는 눈치다.
소파에서 놀 때에도 소파 왼쪽 끝 등받이를 밟고 올라가서는 손을 벽을 향해 쭉 뻗는다. 대구에는 그 위치에 보일러 컨트롤러가 있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없으니 어리둥절한가보다.
서울 집에는 그림이 많은 매트를 깔아놓았는데 엄마가 무지개를 알려주셨다. 무지개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가리키고 또 어딨냐고 하면 다른 쪽에 있는 무리개를 가리킨다. 대구에 내려와서 무지개가 어디있냐고 했더니 무지개 있던 위치 쪽으로 막 기어간다. 거기 아무것도 없으니 옆에 앉아있는 아빠더러 비키란다. 아빠가 무지개 위에 앉아계신 줄 알았나보다. 아 웃긴 녀석.

성질 급한 녀석

이제 별 모양 링을 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뜻대로 잘 끼워지지는 않는다. 끼워보려다가 잘 안되면 뒤집어서 다시 끼워본다. 그래도 안되면? 이잉 짜증을 낸다.
책 넘기는걸 좋아한다. 주로 보드북을 보는터라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제대로 못 넘겨서 한꺼번에 넘어가서 넘길게 없을 때가 있다. 사운드북일 경우는 마지막 페이지가 두꺼워서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안 넘겨진다. 그럴 때면 이이이잉 찡그리며 운다.
식탐 제대로에 성질 급한 영우는 튀밥이나 과자를 주면 양손에 쥐고 엄청 빨리 먹는다. 한 번은 밥그릇에 튀밥을 담아줬더니 답답했는지 그냥 들고 마신다. 손가락으로 집지 않고 마셔도 된다는건 도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참 성질 급한 녀석이다. 그러나 성질 급한 나는 뭐라 할 말이 없구나.

칭찬받는게 좋은 영우

우유를 다 먹고 나면 아빠가 항상 잘했다고 손뼉을 쳐 주셨더니만 이제 우유를 다 먹거나 이유식을 다 먹고 나면 영우도 손뼉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유도한다.
영우는 뽀로로 비행기의 음악을 좋아라 하지만 어른들이 듣기에는 굉장히 괴로운 소리이다. 음악 끄면 잘했다고 손뼉을 쳐 주었더니만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끄고 나서는 영우가 먼저 손을 번쩍 들며 박수를 유도하는데 버튼을 잘못 눌러 음악이 계속 나오면 살짝 당황하며 급히 다시 누른다.
러닝홈 굴뚝을 잡고 일어서려다 쿵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굴뚝에 공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감개무량하여 손뼉을 쳐주면 영우도 정말 좋아하며 같이 손뼉을 친다. 떨어진 공을 다시 갖고 와서 또 넣고 손뼉 치고 또 넣고 손뼉 친다.
칭찬은 영우도 손뼉치게 한다!

356일 돌잔치

영우 생일은 25일이지만 설도 있고 해서 열흘 당겨서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돌잔치라고 해봐야 직계 가족들만 모시고 식사하는 조촐한 행사이지만 돌상도 주문하고 스냅사진도 불렀다. 신랑은 소풍가는 날 마냥 설레서 아침에 눈이 일찍 뜨이더란다. 감성 돋는 우리 신랑.
센터원빌딩 36층 파로그랜드에서 진행하였는데 소규모 돌잔치 하기에 괜찮은 것 같다. 주말에는 한산한 편이고, 서울 중심이라 어디서든 모이기 괜찮고, 서비스도 좋고, 무엇보다 전망이 훌륭하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높이에서 이 정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는데, 그나마 비교할만한 탑클라우드보다 음식은 훨씬 괜찮은 것 같다. 룸보다는 홀 쪽이 전망이 더 좋은데 손님이 많지 않아 홀에서 진행해도 좋다. 아쉬운 점은 그 좋은 전망이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다 날아가서 실망. 전문가가 찍어도 별 수 없나보다.
오전 낮잠을 잘 자고 와서인지 영우는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마침 날씨도 많이 춥지 않아서 센터원 광장에서도 몇 컷 찍을 수 있었다. 한복으로 갈아입고도 많이 불편해하지 않고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 순서, 전통 돌상이었는데 영우는 유일하게 현대적 물건인 청진기를 집어들었다. 정신 없는 와중에 아빠가 동영상을 찍어주셔서 순식간에 끝난 돌잡이 순간도 남겨놓을 수 있었다. 신랑이 한 마디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부모님 얘기를 꺼내니 감정이 북받쳐서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뭐 별 거 있겠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영우 잘 키우겠다는 거지.
돌잡이까지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영우 밥을 먹이는데 영우 밥 먹는걸 처음 보시는 시댁 식구들은 밥 많이 먹는다고 다들 한말씀씩 거드신다. 잘 먹는걸 보면 이쁘지 않을 리가.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먹고난 후 놀기 시작하는 영우. 기분이 엄청 좋았나보다. 유모차에 앉아서 두 팔을 올리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흔들 하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볼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빵 터지는 동작이었다. 내내 기분 좋게 잘 놀다가 유모차에서 스르륵 잠들어 순한아이 코스프레까지 마쳤다. 영우 최고!
오전에는 많이 칭얼대서 좀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잘 마치고 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랜만에 만난 시댁 식구들도 모두 영우 이뻐해주시고, 영우도 이쁜 모습만 보이고.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영우를 소개하고 싶어 마음 한편으론 아쉬웠는데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돌잔치를 하니 영우도 스트레스 덜 받고 잘 노는거 같아 지나고 보니 잘했다 싶다. 이렇게 돌잔치 미션 완료.

2015년 2월 22일 일요일

벌써 1년

이틀 뒤면 영우가 태어난지 1년이다. 언제 돌까지 키우나 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영우와 함께 한 열흘동안 참 즐거웠다. 연휴 마지막 날 서울 집에 들어서니 곳곳에 영우가 머문 흔적이 남아 있다. 영우가 이 곳에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비현실적일수가.
저녁에는 지난 육아 일기를 뒤적거려보았다. 힘들었던 임신 후반기와 출산, 성장해가는 영우에 대한 기록들. 사소한 변화, 작은 몸짓 하나에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그 작고 꼬물거리던 녀석이 이제는 걸으려 하고, 밥을 먹고, 애교를 부리기까지 하니 감개무량하다. 1년이 지나면 또 쑥 커있겠지.

엄마가 되니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이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지금 회사는 아침 8시 출근이고 옮길 회사는 10시 출근이다. 퇴근은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출근까지 너무 이른 시간이다보니 아이를 어떻게 챙겨서 어린이집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학교 보내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9시 출근하는 회사라도 기회가 되면 옮겨야겠다 생각했는데 운 좋게 10시 출근하는 회사로 옮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난 사실 10시 출근이 너무 메리트가 커서 다른 건 따져보지도 않았는데 충분히 좋은 회사인지라 더 감사하다. 지난 해, 올해, 아이가 생기면서 신상에 많은 변화가 있다. 아이와 함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이 모든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잘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