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300일

영우를 만난 지 300일. 대구 내려온지 100일 더 지났고 이제 돌까지 두 달이 남았다.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먹는거 잘 먹고 노는거 잘 노는데 잠이 문제다. 수면텀이 40~50분 정도밖에 안되고 자다가 깨어났을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엄청 서럽게 운다. 혼자 자는게 아직 많이 무서운가보다. 밤에는 자다 깨서 놀려고 하지는 않지만 몸부림을 심하게 치고 자주 깨서 통잠은 아직도 먼 얘기다. 잠만 좀 잘 자주면 훨씬 수월할텐데 300일의 기적은 없었으니 또 400일의 기적을 기다려봐야겠다.
오후에는 동생 내외도 방문하여 300일 촛불 켜고 미니 파티를 했다. 200일 때는 고깔모자 씌워도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싫단다. 지가 벗겨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지 번갈아가며 사진 찍는데 뻥한 표정. 이쁜 사진 찍어서 카톡 프로필을 바꾸고 싶었는데 실패. 돌 스냅사진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겨우 예약했는데 돌 사진은 이쁘게 찍어보자! 돌잔치 식당은 한 달 전에 예약해두었었고 이제 돌상 예약하고 돌잔치 준비로~

299일 일상

이제 거실에는 뭐가 있는지 너무 잘 알아 지겨운걸까, 온 집안을 탐험하고 싶은 영우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다 다니고 싶지만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주방. 냉장고가 열리면 그리 신날 수가 없다. 싱크대 서랍 속도 너무 궁금하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소리와 전기밥솥의 소리, 김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그간 싱크대 서랍만 열어보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직 활짝 열지는 못해서 뺴꼼히 들여다보고 살짝씩 건드려보는데 곧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난장판이 되겠지. 할머니가 주방에서 항상 뭘 하고 계신걸까 엄청 궁금할 듯 하다.
소파가 ㄱ자 모양인데 잡고 놀다가 코너 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손을 놓고 두 발자국 정도 움직였다. 아주 가끔씩, 2초 정도 안 잡고 서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발을 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요즘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데 그러다가 땅을 짚고 일어나나보다. 영우보다 3주 빠른 전 동네 친구는 이제 제법 걷는 폼이 난다. 아빠 말씀이 영우 다리 힘이 좋아서 걸음마 연습을 시키기 시작하면 금방 걸을 것 같다고 하시지만 연습은 시키지 않기로. 지금도 쫓아다니기 힘든데 빨리 걸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때가 되면 스스로 걷는 법을 터득하겠지.
그간 날씨가 추워서 계속 집에만 있었던터라 살짝 델리고 나갔다. 기온이 많이 낮지는 않은데 바람이 생각보다 세다. 아마 그런 바람은 처음 맞아봤을테지, 바람이 부는 동안 찍소리도 안하고 있다가 바람이 좀 잦아들자 하유~하며 큰 숨을 내쉰다. 녀석, 바람에 놀랐나보구나.
후배가 영우에게 선물한 곰인형이 있다. 어렸을 때는 자기 몸뚱이만한 곰인형을 좀 무서워하는 것도 같고, 갖고 놀줄도 몰랐는데 지금 주니 손으로 툭툭 건드리고 물고빨고 난리다. 뽀뽀하는 사진(사실은 물어뜯고 있는 사진이지만)을 찍어 밴드에 공유했더니 동생들이 이 곰이 그때 그 곰이냐며 영우 정말 많이 컸구나 한다. 한창 몸무게가 안 늘다가 이제 10kg이 되었는데 10개월 기준으로는 상위 퍼센타일이길래 키를 재보았더니 70cm 정도? 가만히 서있지 않아서 정확히 잴 수는 없었지만 좀 작은 편이다. 작은데 체중은 많이 나가는걸로 봐서 뼈가 튼실하거나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근육량이 많거나. 뭐, 지금은 작더라도 평균만큼만 크자.
영우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 것 같다는 엄마의 주장이다. 영우야 뽀로로 가자 하면 뽀로로 장난감으로 다가가 이것저것 버튼을 누른다. 영우가 젖병소독기를 건드리고 싶어서 계속 팔을 뻗고 있는데 아빠가 영우야 앗뜨 했더니 움찔하며 놀란다. 또 이가 나려고 해서 간질간질한지 요즘 계속 손가락을 입에 넣는데 영우야 손 빼 하면 바로 빼긴 한다. 밤에 영우가 더 놀고싶어 할 때 영우야 지금은 밤이야 자고 내일 놀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고 한다. 까꿍하면 따라서 깍 거리는 것도 웃기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좋지만 어서 말을 했으면 좋겠구나.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297일 공학자로서의 첫 걸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우. 아이들 장난감 중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등 모양 블록을 자기 자리에 맞춰 끼워넣는 것들이 있다. 러닝홈에도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블록을 빼더라도 먹는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끼워넣은 채로 빼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빼더니 모양에 맞춰 다시 끼워넣는다. 물론 아직 완전하게 끼우지는 못해서 다시 빼고 갖고 놀긴 했지만 아주 감격적이다. 신랑 회사 동료가 보고는 공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했단다.
장난감 중에 링을 끼우는 것이 있는데 빼내는건 잘하지만 아직 끼워넣는건 못한다. 조만간 이것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러닝홈에 전등을 켜는 스위치가 있는데 내릴 수는 있어도 올릴 수는 없었더랬다. 아직 손바닥을 제대로 뒤집지 못해서 한 동안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으로 올리는 법을 알았다. 요사이 손놀림이 활발해지더니 손가락 움직임도 더 좋아졌나보다.
이렇게 쓰면 활발히 활동하는 다 큰 아이같지만 빠르게 기어다니고, 아무거나 물어뜯고, 우어어어포효하고, 훈련을 거쳐 사소한 행동들로 주인을 기쁘게 하는 동물에 가까울 뿐이다. 이 날 아빠가 빠이빠이를 계속 시키니까 ‘바바바’를 몇 번 했는데 말을 따라한건가 싶기도 하다. 어서 걷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이가 되자, 영우야.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295일 엄마 가리키기

아빠가 매일 아침 우리 부부 사진을 영우에게 보여주시면서 '엄마 어딨노, 아빠 어딨노, 엄마 여깄지, 아빠 여깄지'를 한다고 하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는데 세상에나 엄마 어딨노 하니 엄마를 가리켰다고 한다. 이 날 저녁 영상 통화하면서 아빠가 또 엄마 어딨노를 했더니 영우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단다. 오호 뭔가 알고 하는건가? 아빠 어딨노를 했을 때에는 아직 아빠를 가리킬 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엄마라는 것을 알고 알아듣고 한 행동일까? 것 참 궁금하네 그려.

식이요법 7일차

지겹다. 벌써 지겹다. 주말에 엄마가 몇 가지 반찬을 더 해주시긴 했지만 같은 반찬 돌려 먹으니 참 지겹다. 부지런히 내가 해먹어도 되는데, 고기 같은건 구워 먹을 수 있는데 그건 또 귀찮다. 그러니 그냥 지겨워하면서 꾸역꾸역 먹고 있다.
평소 군것질을 하는 편도 아니면서 먹고 싶은게 많아졌다. 휴게소에 들리면 라면, 햄소세지, 각종 빵, 특히 마카롱 같은 것들이 먹고 싶다. 햄버거, 피자, 치킨, 기름진 것들도 먹고 싶다. 달달구리 케잌, 초코도 먹고 싶다.
식이요법 끝나면 다 먹어버릴테다! 그러나 아직 열흘이나 더 남았구나ㅜㅜ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293일 일상

아침에 잠에서 깬 영우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방에 들어가 안고 토닥여주었다. 그랬더니 영우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해준다. 뭔가 찡한 이 기분. 내가 누워 있을 때에도 영우가 가끔 팔을 베고 같이 누울 때가 있는데 비록 1초 후에 다시 일어나 제 갈 길 가지만 가슴팍에 폭 안길 때, 내 팔을 베고 누울 때, 뭔가 찡하다. 귀여운 녀석
영우가 앉아서 노는 동안 뒤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벌러덩 눕는다. 내 다리 위로 누웠으니 망정이지 사람이 뒤에 없을 때도 그러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엄마한테 평소에도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뒤에 있을 때만 그런단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받아줄 사람이 있을 때만 벌러덩 눕는단다. 귀여운 녀석
무서워하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 바로 안마기! 안마기를 작동시키면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진동, 게다가 빨간 불빛까지 번쩍거리니 무서운가보다. 사실 비주얼도 ET 머리같이 생겨서 소리 없이 봐도 무서워 보일것 같기도 하다. 안마기가 작동되면 온갖 인상을 다 쓰면서 우에엥 울어버린다. 그 모습도 어찌나 웃긴지. 귀여운 녀석

292일 일상

일주일만에 새로운 기술이 생긴 영우. 다 먹은 분유통을 굴려가며, 두드려가며 놀곤 했는데 몇 개 되지도 않는 앞니로 분유 뚜껑을 여는 법을 알았다. 없던 이가 생기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뜯는데 이가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침을 닦아주다보면 가끔 분홍빛이 나기도 하는데 입 안에 상처가 생겨 아프지나 않을까 또 걱정이다.
손놀림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 아직 손바닥을 위로 향하는건 잘 못한다. 러닝홈에 있는 스위치를 내리는 건 잘 하는데 올리는건 잘 못한다. 그래도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는건 그럭저럭 모양이 나오는 편이다. 그간 영상통화 할 때마다 열심히 ‘안녕, 빠이빠이’를 연습시켰는데 살짝, 아주 살짝 비슷하게 모양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좋아지니 이것저것 잡아당기고 싶다.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와서 잡고 일어선다. 꼬꼬마라 별 일 있겠나 방심하고 있었는데 손이 휙 올라오더니 국그릇을 잡아당겼다. 다행히 신랑이 잘 커버해서 국은 식탁에만 쏟았는데 영우도 당황한듯. 이제 쏘서 들어가기 싫어한다고 해서 잡고 걸음마 연습할 수 있게 재조립하였는데 잡아당기는 힘이 세서 아직 사용하기는 무리. 엎드려서 쏘서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는데 커다란게 자기가 힘쓰는데로 움직이니까 신이 난 모양이다.
음악 소리에 반응하는게 정말 웃기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면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는데 음악이 멈추면 동작을 딱 멈춘다. 정말 음악을 듣고 있는 거였나보다. 매우 흥에 겨워있을 때에는 음악이 멈추면 틀어달라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테이블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어 발지압판이 막고 있어도 올라가고 싶다. 그래서 발지압판을 끌어내리는데 아주 용감하게 끌어내려서 아빠 말씀이 이제 발지압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잡을 때만 용감하고 발지압판이 끌려 내려오기 시작하면 눈을 질끈 감는다. 살짝 실눈을 떠보고 아직도 안 내려와있으면 또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감으면 안 무서운가보지?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다같이 빵터졌다.
우리가 와있으면 영우 리듬이 흐트러진다. 이 날도 오전, 오후 낮잠을 40분씩밖에 못 잔 상태. 많이 피곤했는지 7시 좀 넘어서 점퍼루에서 놀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평소보다 너무 일찍 자서 다음 날 새벽에 깰까봐 걱정했더니 40분만에 또 깨던지. 이게 저녁 낮잠이었는지. 좀 더 놀다가 9시 넘어 자러 들어가는데 엄마 말로는 거실에서 놀다가 잠자리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방에서 뒹굴거리다 잠드는데 방에서 잠자리 인사를 하고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면 자기도 나가고 싶어서 운다고 한다. 그것 참 신통방통하다. 서울 있을 때 노는 공간과 자는 공간이 동일해서 안 좋은 습관 들까봐 걱정이었는데 공간을 분리해주니 잠 자는 습관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