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괌

태교여행으로 다녀온 괌. 비행 시간이 짧고 휴양지로 적합해서 태교여행 및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으로 인기가 많다. 섬은 작은 편이고 관광거리가 많진 않아서 여행의 목적에 맞추어 호텔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은 투몬거리를 따라 모여 있는데 대부분 오래된 호텔들이라 룸컨디션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 위주로 휴식할거라면 수영장이 잘 되어 있고 식사까지 일체형인 PIC가 좋을 것이고 쇼핑이 목적이라면 투몬의 중심인 아웃리거 인근이 좋을 것이다. 괜히 호텔 브랜드 보고 쉐라톤 이런데 하면 교통이 영 애매하다. 괌은 대중교통비가 비싸고 렌트가 저렴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지, 셔틀버스를 탈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렌트를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힐튼호텔에 묵었는데 메인거리 가장 끝 부분이긴 했으나 여행사에서 준비해준 셔틀버스 무제한 카드 이틀치가 있어서 잘 활용했다.

태교여행이었으니 유아용품 쇼핑도 여행의 목적 중 하나. 급하게 결정하고 간 여행이지만 블로그 보면서 쇼핑리스트를 만들어갔었더랬다. 괌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는 애기 옷, 쌤소나이트 여행가방, 나인웨스트 구두, 비타민, 그 외 어른들 용품, K마트에서는 장난감, 젖병, 연고류, 그 외 자질구레한 용품들,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는 폴로, DFS 갤러리아에서는 명품을 사는 것이 정설이다. 괌에 있으면 다 싸게 느껴져서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이 있는데,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아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딱 그만큼만 쇼핑한게 다행이다 싶다.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쇼핑리스트를 보면 애기 개월수에 맞춰서 6개월, 9개월, 12개월별로 계절 잘 맞춰서 옷을 사라고 되어 있으나 글쎄다, 엄마가 보고 뭐 이런 옷들을 샀냐며, 개월수에 맞추는 것보다는 좀 큰 옷을 사는 것이 낫고 여름옷은 우리나라 면 소재가 훨씬 시원하고 좋다. 한국에서 8천원하는 면봉을 괌에서 3달러 언더로 살 수 있다고 엄청들 사는데 굳이 뭐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폴로에서 두 돌짜리 패딩조끼랑 잠바를 사왔는데 요즘은 직구가 활발해서 이것도 큰 가격 메리트는 없어보인다. 너무 싸서 멋모르고 장만한 바운서는 막상 사용해보니 못내 아쉬웠고, 장난감이 한국보다 많이 싸서 살만한데 부피와 무게 때문에 좀 부담된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직접 장난감을 고를 수 있으면 꽤 괜찮을 것 같다.

보통 렌트를 해서 괌 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별히 관광지가 많은건 아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차모로 야시장이, 토요일 아침에는 데데도 새벽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정이 딱 비켜가서 가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랑의 절벽, 전혀 기대 없이 갔는데 풍경이 환상적이다. 이건 순전히 그 날의 날씨에 따라 호불호가 좌우될 듯 한데, 쨍하니 파란 하늘과 탁 트인 바다가 함께라면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좋았던 곳은 피쉬아이. 과거에 군사 용도로 쓴 곳이라는 것 같은데 타워까지 연결된 나무다리를 지나 타워로 들어가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보면 그 곳이 바로 바다 속. 유리창 너머로 물고기떼를 볼 수 있는데 수족관에서 보는거랑은 느낌이 다르다. 여기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 사실 어른들도 좋다.  이 외에도 아가나 성당 등 몇 군데 가볼만한 곳이 있나본데 굳이 그런 곳 가지 않고 해변에서 노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호텔마다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바다가 깊지도 않은데 스노클링할만할까 싶었으나 의외로 괜찮다. 동남아처럼 예쁜 물고기들은 아니지만 눈 앞에 물고기들이 휙휙 지나다닌다. 이래서 사람들이 다이빙을 배우고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구나 싶었다.

먹거리는 무난한 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밀리레스토랑도 있고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가는 프로아도 로컬푸드라지만 우리 입맛에 딱이다. K마트 앞의 햄버거집은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먹었는데 특별히 싼 건 아니다.


갑작스레 가게 된 여행, 전혀 기대가 없었던 탓이었는지 꽤 좋았다. 영우가 어느 정도 크면 데려가도 좋겠다 싶은 여행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동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세 번째 미국 여행은 친구들 방문이 주 목적이라 이동경로가 범상치는 않다.

피츠버그라니, 이런 도시를 방문하게 될 줄이야. 관광도시가 아닌 곳을 방문하게 되면 잘 정리된 안내서가 없어서 이동할 때 교통이 애매한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IT의 발달, 구글맵 덕분에 버스로도 이동 가능. 피츠버그가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데 워싱턴 마운틴에서 보면 그 명성에 걸맞는 야경이 펼쳐진다.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 있는데 때마침 페스티발이 열렸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다소 심심한 지역 축제이다. 피츠버그에는 특이한 먹거리가 있는데 과거 철강 노동자들이 식사할 시간이 없어서 햄버거에 감자튀김, 코울슬로 등을 다 넣어서 한 번에 먹었다는 특이한 비쥬얼의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 철강왕 카네기의 도시답게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 위치한 뮤지엄의 콜렉션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작품들을 이렇게 관람객 없이 방치해도 되나싶어 내가 다 민망할 지경. 앤디 워홀이 피츠버그 출신이라 앤디 워홀 뮤지엄도 있는데 친구 일정에 맞추느라 시간이 안되서 패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야구, 미식축구 경기장에도 가볼만 할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스털링의 친구 집이지만 어쩐지 그냥 가기 아쉬워서 방문한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 버팔로와 캐나다 온타리오 사이에 걸쳐져 있는 이 거대한 폭포는 캐나다 방향에서 봐야 제맛이다. 우비 입고 폭포 아래로 가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폭포수의 위력이 당혹스러울 지경. 바람도 많이 불고 휘날리는 물방울에 맞으면 아프기까지 하고 우비를 입었지만 잘 싸매지 않으면 쫄딱 젖는다. 나중에 메이드 오브 미스트호를 타고 폭포 앞으로 가면서 보니 우리가 간 곳은 한귀퉁이의 작은 폭포에 불과했다. 폭포 앞으로 가면 규모와 소리, 뺨을 때리는 물방울들에 압도된다.
미국 방향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액티비티도 했다면 이제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 간단한 절차로 여권에 캐나다 도장이 찍히고 국경을 이동하는 재미도 있다. 구경만 하고 바로 이동해도 되지만 이왕 캐나다까지 넘어온 것, 구경도 할 겸 나이아가라폭포를 바라보며 숙박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차로 삼십여분 이동하면 온타리오 호수가 나온다. 호숫가 주변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미드에 나오는 바로 그 마을처럼 정겹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골목골목 걸어 다니며, 꼬맹이들과 호숫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니 좋지 아니한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스털링까지 이동하는 중에 어디 들릴 곳 없나 해서 찾아보다 발견한 왓킨스글렌. 지도를 보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뉴욕주 윗쪽에 발톱에 할퀸 것 같은 모양의 호수가 여러 개 있다. 왓킨스글렌은 그 호수 중 하나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지인들은 캠핑을 하기도 하는 주립공원이다. 우연히 찾은 관광지이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고생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난듯한 느낌. 인디아나 존스를 찍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스털링은 워싱텅 D.C.까지 몇 십분 걸리는 도시로 친구 신랑의 직장과도 가까운 곳이다. 친구 신랑은 HHMI의 연구원이다. HHMI는 하워드 휴즈가 설립한 의학연구소로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미국의 생명과학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나왔다고 하는데 2014년에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머리가 얼마나 작은지, 누가 머리 크면 공부 잘한대? 아무튼 HHMI 는 Janelia Farm이라고 불리우는 넓은 대지에 큰 연못도 있고 멋진 건물이 서 있는데 옥상의 넓은 밭(?)에서 걸어내려오면 입구가 나타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건물 외관 뿐 아니라, 복지 수준 뿐 아니라, 연구소가 직원들의 연구에 투자하는 마인드가 정말 남다르다. 그래서 친구 신랑이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걸지도. 친구 집은 지하실이 있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거실에는 난로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집이지만 여기도 땅값이 비싼지 차를 주차할 만한 공간 외에 정원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그냥 내 기분 탓이겠지.

워싱턴 D.C.로 나들이를 갔다. 초여름이었지만 화씨 100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 친구 딸내미는 완전히 넉다운. 걷기 힘들다고 임신한 엄마한테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래서 사실 보는둥 마는둥 한 것 같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링컨기념관 앞 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공사중,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워싱턴 D.C. 나들이. 그러나 주차위반으로 딱지도 뗀 뜻 깊은(?) 경험을 한 곳.


괌 여행기는 예전에 한 번 기록한 적이 있어서 쓸 지 안 쓸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3편은 너무 숙제하듯이 쓴데다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도 안될 것 같다. 매 여행때마다 대학교 방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만 마무리지어야겠다.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필 받아 쓰는 미국 여행기 2탄.

샌프란시스코는 때마침 대한항공 광고로 더욱 더 흥이 나는 여행지였다. 도착하자마자 간 곳도 광고에 나온 롬바드 거리. 이 곳은 내가 차를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걷기를 좋아한다면 피셔맨즈워프에서 유니온스퀘어까지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다 탈 수 있는 승차권을 1일권, 3일권 등 상황에 맞게 구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저기 누빌 수 있다. 고대 건축물같은 느낌에 규모도 어마어마한, 왜 이 도시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던 파인 아트 팰리스, 안개가 껴서 아쉬웠지만 광대폭발 사진을 잔뜩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금문교, 아기자기 동화 속 마을처럼 낭만적인 소살리토, 샌프란시스코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트윈 픽스, 베이 브릿지를 바라보는 야경이 멋졌던 트레저 아일랜드, 피어39의 명물 바다사자, 주말에만 열리는 캘리포니아산 과일 가득한 플리마켓, 유니온스퀘어에 펼쳐져 주인을 찾고 있던 무명작가의 작품들, 지나고 생각해보니 친숙한 작품들이 꽤나 많았던 SFMoMA, 아버지와 아이가 온 몸으로 놀던 예바 부에나 가든, 전라로 도심을 누비던 자전거 행렬까지, 작지만 볼 것도 많고 뭔가 자유롭고 활기찬 느낌의 도시이다. 3년 연속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신랑은 자연사박물관과 베이스볼파크, 금문교 너머 등 몇 군데 더 갔었는데 다 좋았다고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간다면 나파밸리에도 가보고 싶다. 요즘 웹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보는데 가끔씩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설렌다.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일테지.

팔로알토는 스탠포드 대학교가 있는 도시. 박사학위를 받는 고등학교 친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칼트레인을 타고 팔로알토에 갔다. 한국에서는 학위수여식 별 감흥도 없고 참석한 적도 없었는데 미국은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학교 곳곳에서 단과대별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넓은 캠퍼스 전체에 동문회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다과가 제공되는 천막이 깔려있다. 미드에서만 보던 학위수여식을 보고, 리셉션에 참석하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사진 찍고, 박사가운도 입어 보고, 동문들과 저녁도 먹고. 며칠 뒤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로댕갤러리에서 깔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을 처음 보았다. 이런 작품들이 비 맞으면서 그냥 야외에 있다니! 스탠포드 대학교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숙박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와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셔하며 조식으로 제공되는 베이글과 커피를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라스베가스. 의외로 낭만의 도시였다. 사진으로 볼 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던 건축물 카피 호텔들도 볼 거리였고 호텔마다 제공하는 무료 쇼도, 호텔 로비의 작품들도 꽤나 퀄리티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의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굳이 시간 맞추어 가지 않더라도 메인 스트릿을 지나다보면 거의 매일 볼 수 밖에 없다. 호텔마다 태양의 서커스를 하는데 가장 유명한 건 O쇼. O쇼와 비슷하다고들하는 ‘Le Reve’와 ‘Mystere’를 보았는데 하나는 기술력의 결정체, 하나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쇼라고나 할까. 근처에 아울렛도 있어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여기저기 롤러코스터나 놀이기구도 많이 있으니 아이가 있어도 여행하기 좋다. 라스베가스 끝에서 끝까지 운행하는 2층 버스를 타고 호텔 투어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카지노는 한 번 가볼만 하지만(우리는 매일 밤도 모자라 공항에서까지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ㅜㅜ)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불쾌한 기억.

라스베가스까지 갔다면 그랜드캐년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러가지 상품이 있는데 주로 후버댐을 경유해서 그랜드캐년의 한쪽 파트만 살짝 보고 오는 코스가 일반적인 당일여행. 경비행기 투어도 있고 헬리콥터 투어도 있는 것 같은데 여유가 된다면 어떤 경로로 가든 그랜드캐년에서 1박을 하고 트래킹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말도 안되는 규모에 그냥 압도당할 뿐, 사진으로는 표현도 잘 안된다. 그랜드캐년은 설명도 필요 없고, 그냥 봐야한다.

몬테레이. 예전 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우리는 101도로를 탄 것 같은데 1번 국도가 유명하단다) 여기가 그 곳이구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몇백평은 될 듯한 으리으리한 빌라들과 페블비치 골프장을 끼고 17마일 드라이브길은 굽이굽이 태평양 해안을 내려다본다. 어디에 머물러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지만 제주도도 그에 비길만큼 아름다운데. 날이 흐려서일까,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낚인걸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오히려 계획없이 방문했던 몬테레이 옆동네 카멜에서 신이 났다.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는 그 곳은 소살리토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들도 클래식하고 골목골목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 가게에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니 그런 행운을 꿈꾸면서 가보기를 추천.


2편은 1편보다 쓰기가 힘들다. 1편은 신나서 휙 써내려갔는데 그만큼 첫 미국 여행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던걸까. 2편은 뭔가 임팩트 없이 주저리주저리 말만 많아진 느낌. 표현은 이모양이지만 캘리포니아 참 좋아요!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에서 동부까지

이렇게 쓰면 미국 엄청 많이 가본 사람 같지만 괌까지 포함해서 4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미국 가느라 유럽을 한 번도 못가본게 아쉽지만 간데 또 간다 하더라도 미국 여행은 생각만 해도 좋다. 수지형이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고려하고 계셔서 추억팔이도 할 겸 여행지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나의 첫 미국 여행. 첫 자유 여행. 회사에서 자기계발 차원에서 보내준 출장 겸 여행이라 떠나기 전엔 걱정도 많고 두렵기도 했으나 너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이후의 여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스앤젤레스는 마이애미에 가기 위한 경유지였던 터라 반나절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나와 있는 대학 친구 덕분에 자동차로 핵심 관광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헐리우드 스타의 거리와 베버리힐즈, 산타모니카 해변과 그로브몰. 어디를 가도 라티노와 동양인이 너무 많아 미국이지만 그로브몰에 가야만 백인을 볼 수 있었다. 베버리힐즈는 쇼핑을 해야 인상에 남을 것 같고 가장 좋았던 기억은 산타모니카 해변의 노을. 지금 LA에 다시 간다면 게티센터에서 온 종일 머무르고 싶다.

마이애미는 시내에 공항이 위치해 편리하고 무료 메트로도 운행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다. 말로만 들었던 마이애미 비치에 발을 담궈보았으나 바다는 바다일 뿐, 비치 근처 맥도날드 직원의 불친절함과 어우러져 그냥 그랬다. 에지워터의 야경이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때마침 보고 있던 미드에서 자주 보았던 바로 그 뷰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마이애미에서 세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키웨스트라는 미국 최남단 섬에 도착한다. 쿠바와 가까워서 쿠바에서 바다를 헤엄쳐 밀입국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키웨스트에 가려면 바다 위에 지어진 도로를 달려야만 하는데 어느 쪽을 돌아봐도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참 생경하다.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가 여행을 보낸 집이 있는데 왜 이런 곳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고 싶었을지 와닿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뉴욕은 너무나 멋진 곳. 타마키가 있었던 Seaport에서 바라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 모든 금융인의 로망 월스트리트와 황소상. 허드슨강 너머로 보이던 뉴저지의 단풍. 클로이스터 뮤지엄에서 보았던 쨍하게 파란 하늘. MoMA에서 보았던 고흐의 Starry Night. 단풍이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에서 3대가 공놀이하던 모습. 매일매일 지나다니던 타임스퀘어. 어디로든 데려다주던 지하철과 버스.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가득 메운 인파들. 정신을 놓게 만들던 센츄리21과 우드버리 아울렛에서의 쇼핑. 로커펠러센터 앞의 아이스 링크와 저 멀리 보이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불빛.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만찬. 어느 것 하나 뉴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아쉬웠던 것은 일부러 숙소를 브로드웨이에 잡았음에도 작가 파업으로 뮤지컬을 볼 수 없었던 것. 다시 간다면 뮤지컬과 뮤지엄 속에 빠져 살리라.

포트리는 회사 출장을 겸한 것이어서 지금은 망해버린 메릴린치의 PB를 만나러 간 곳이다. 다리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포트리는 뉴저지주라 가는 교통편이 애매했다. 말도 잘 안통하는 자가영업 택시를 타고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뉴욕과 달리 낮은 건물들과 잘 조성된 가로수의 단풍으로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 날 미국에 첫눈이 왔는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이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

뉴헤이븐은 예일대를 위한 도시이다. 그랜드 센트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포닥중인 대학 친구를 만나러 갔다. 7년만에 만난 친구와 보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 가볍게 들어간 예일대 미술관에서 만난 많은 작품들과 음대에서 들려오던 따뜻한 현악기 소리는 덤.


기억에 의존하는 몇 줄 안되는 정리인데도 이거, 하다보니 너무 즐겁다. 시리즈로 올려야겠다!

287일 매.찢.남.

매트 찢는 남자, 나영우.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매트 위에 박스를 납작하게 접어놓았나 싶었다. 동영상을 재생시켜보니 영우가 매트 표면의 비닐커버를 뜯어버린 바람에 뜯어낸 부분의 안쪽이 연갈색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영우가 손톱으로 찍어서 그런 것인지, 다른 도구들에 찍히는 것인지, 매트 여기저기에 흠집이 나서 엄마가 테잎으로 임시 땜질을 해 둔 상태였다. 어딘가 틈새를 발견한건지 영우가 매트를 찢기 시작했나보다. 찌익찌익 얼마나 잘 찢어대는지, 아주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여기저기 잡고 찢어댄다.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285일 잠자기 싫어

엄마아빠를 보고 반가운지 아침부터 영우가 업되어있다. 뭘 해줘도 즐거워서 꺄아아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물건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특히나 신기해해서 신랑이 저글링을 해주었더니 아주 넘어간다. 흥분상태로 있다보니 여기저기 쿡쿡 들이받기도 자주 들이받는다. 덕분에 온종일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지난 주에 영우를 재우려고 힙시트를 했는데 잠이 안 들길래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이게 뭔 일? 하는 표정으로 힙시트를 끌고 와서는 힙시트와 신랑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엄마가 대체로 업어서 재우기 때문에 힙시트를 한다는 것은 외출한다는 것을 의미, 그런데 그냥 내려놓으니 좋다 말았나보다. 그 행동이 너무나 웃겨서 결국은 외출했었다. 이번 주는 주중에 추워서 외출을 거의 못했다더니 힙시트 올라가는 순간부터 신이 났다. 다리를 얼마나 힘차게 흔들어대는지, 쭉 뻗었다가 흔들었다가 아주 신이 났다.

이렇게 신나게 하루를 보낸 것까진 좋았는데, 밤까지도 꺄르르꺄르르 즐거웠는데, 격하게 놀아서 너무 힘들었던 것일까. 평소와 달리 밤에 깨어날 때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운다. 아무리 달래도 계속 소리를 질러대서 결국 엄마가 업었는데 방에도 있기 싫다고 해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노는 시간인줄 안 것인지 또 막 즐겁다. 밤에 엄마가 두 번이나 업어 재웠는데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서 밤에 자기 싫었던 것인지, 과로로 너무 피곤한데 잠이 잘 안들어서 짜증이 났던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좀 살살 놀아줘야지. 그나저나 영우는 언제쯤 잘 자게 될까.

284일 짝짜꿍

전 날 할머니가 잘 안놀아줘서 삐친 영우. 밤새 서러워하는 영우를 보고 미안해진 할머니가 하루종일 열심히 놀아주셨다고 한다. 같이 만세도 하고 짝짜꿍 연습도 시키고 많이 안아주고. 그 덕분에 손뼉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손뼉치는 소리도 난다. 두 손을 마주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청난 호응을 보이며 짝짜꿍을 외쳐주신다. 짝짜꿍, 죔죔을 9개월이 넘어서야 할 수 있는데 난 도대체 몇 개월 때부터 연습을 시킨거람. 이렇게 영우 재주 하나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