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0일 화요일

9월의 마지막 날

지난 주 건강검진을 하면서 처음 대장 내시경을 했다. 대장에 용종이 있어 절제술을 했고, 갑상선의 혹이 더 커졌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금요일에 조직검사를 했는데 일주일 걸린다더니 오늘 아침 연락이 왔다. 결과는 악성.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고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 심란하다. 주말에 영우 보면서 최소한 20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더랬다. 갑상선암이 가볍다고는 하지만 20년 생존율이 90%란다. 뭐, 꼭 암 때문이 아니더라도 20년 지나면 죽을 수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스무살이 된 영우는 어떤 모습일까. 신랑도 20년까지는 살아서 영우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고싶다고 했다. 스무살이 되도록 별 볼일 없으면 이후에도 별 볼일 없을거라나. 냉정한 아빠 같으니.

215일 잇몸 이용

영우가 사과 맛을 알아버렸다. 사과를 갈아주면 맛있게 먹는다. 어떨땐 한 조각을 다 먹고도 더 먹고 싶어서 운다. 그래서 한 조각을 쥐어줘 보았다. 손에 꼭 쥐고 얼마나 잘 먹는지. 아직 이도 없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그러다 뭔가 크게 베어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 정말 손톱만큼 베어물었다. 목에 걸릴까봐 손가락을 넣어서 빼주었는데 이제 잇몸으로 사과를 베어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러고도 한참을 쪽쪽쪽~ 사각사각사각~ 영우가 먹다 남긴 사과를 버리기도 뭐해서 먹었더니 어찌나 단물을 잘 빨아먹었는지, 그렇게 맛없는 사과는 처음이다!

2014년 9월 25일 목요일

김정원 슈베르트 전곡 연주

얼마만인가, 김정원의 리사이틀이라니.
김정원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한다. 2016년까지 5회에 걸쳐 연주하고, 레코딩도 하고. 8월 말에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가지 못하고, 이번에 강동아트센터에서 또 연주를 하길래 냉큼 예약.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자체는 거의 처음 들어본 것이라 익숙치 않기도 했고, 다른 소나타들에 비해 구성이 좀 특이한 것도 같았다. 가곡을 더 많이 들어본터라 앵콜곡이었던 즉흥곡쯤 되야 슈베르트 곡의 느낌이 났다. 믿고 듣는 김정원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좋다. 멜로디를 생각해보면 꽤나 치기 어려운 곡 같은데 저렇게 편안하게 쳐도 되나 싶다. 이렇게 좋은 연주회를 유치했는데 티켓을 반도 못 판거 같아 내가 다 아쉬울 정도.
다음부터는 얼굴이 보이는 위치보다는 손이 보이는 위치에 앉아야겠다. 연주 들으면서 얼마나 잡생각이 많이 나던지.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의 표정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데 김정원의 표정을 보니 슈베르트의 악보를 접하고 어떻게 해석을 해서 어떤 감정으로 연주를 하길래 저런 표정이 나오는걸까, 나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그 감정과 표현이 너무 궁금하다. 김정원을 알게 된지 이제 7년이 넘어가는데 한때 미남 피아니스트로 꼽혔지만 이제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영우한테 김정원 아저씨 연주회 가는거야하면 좋아할 날이 올지, 김정원 아들 래온이는 잘 자라고 있는지 남의 아들 걱정까지 한다.
간만에 제대로 된 연주를 들으니 참 좋다. 슈베르트 전곡 연주를 빠짐없이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도를 해주는 학구파 김정원이 좋다.

아래는 이번 전곡 연주를 준비한 김정원의 인터뷰. 그리고 우리가 슈베르트 전곡 연주에 관심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고 딱 집어 슈베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써 준 손열음의 칼럼.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72997911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4675

가을

가을이라 센티해져서 그런가. 카카오스토리에 동갑내기 애기엄마 둘이 약속이나 한듯이 육아에 대한 고충, 하고싶은 일들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고 있다. 나는 엄마아빠 덕분에 그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일은 없어졌다.
아직 한 달도 안됐지만 영우는 잘 지내고 있고, 나도 주중의 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회사 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에 프로젝트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한 나의 가을, 올 가을은 제대로 즐겨볼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다.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208일 열흘만의 만남

지난 열흘간 우리를 알아볼까 못알아볼까가 참 궁금했더랬다. 아침에 눈뜬 영우는 활짝 웃으며 딱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만 반가워해주고 지 갈길을 간다. 신랑한테 막 기어가길래 좀 부러워했는데(아마 신랑도 매우 기뻤을 듯) 신랑 뒤에 있는 선풍기를 향해 돌진. 너무 반가워해도 슬펐을거고 몰라봐도 슬펐을거란 신랑 말마따나 딱 적당한 반응. 쿨한 녀석.
지난 열흘간 활동량이 매우 늘었다. 잡고 일어나는 연습을 계속 하는데 기어가는 자세에서 무언가를 잡고 무릎 꿇는 자세까지는 매우 쉽게 한다. 소파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방석을 잡고 매달리는데 방석이 힘이 없으니 계속 놓치게 되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사람이 누워 있으면 타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발가락에 힘 들어가는거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분유 먹이는건 여전히 힘들지만 잠이 올 무렵에 먹이면 보다 수월하게 먹일 수 있어서 200까지도 먹는 모양이다. 이제 하루에 천ml씩 먹으니 살도 더 찔 듯. 사과 한 쪽을 갈아서 먹였는데 꽤 맛있게 잘 먹는다. 이유식은 지가 먹겠다고 숟가락을 잡고 난리난리라 흘리는게 많긴 하지만 그럭저럭 잘 먹는 편인데 아직 농도가 묽고 재료를 다양하게 맛보여주진 못했다. 빨리 중기 이유식으로 주고, 두끼로 늘리고 싶은데 엄마가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뭐. 입육아는 자제해야지.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다시 한 번 다행이다 싶다. 금요일이 더욱 기다려지는 효과는 덤.

207일 잡고 일어서기

며칠 전부터 밴드에 뭔가를 잡고 매달리는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니, 아마 잡고 일어나고 싶어서 그러나보다 싶었는데 이 날 드디어 탁자를 잡고 일어섰다고 한다. 그 광경은 엄마만 본 모양. 언제 이만큼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활동량이 늘어나니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2014년 9월 14일 일요일

복직 준비

미용실에 갔다. 푸석푸석한 머리 질끈 묶고 머리띠하고 다니다 얼마만에 영양 주고 파마한건지. 그렇지만 뭘 하더라도 앞머리가 많이 빠져서 휑~한것이 보기 좋지 않다. 이제 빠진 머리가 새로 나기 시작해서 잔머리가 잔디처럼 솟았는데 흰 머리도 많이 났다.
여의도에 집 알아보러 갔다. 아직 이사갈 집이 확정된건 아니지만 11월 말이나 되야 이사가 가능할 듯 하다. 여의도로 복귀하는건 별로지만 그래도 집에서 거리라도 가까워지면 몸은 덜 힘들테지. 이제 또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마지막 복직 준비는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 예전에 마케팅 사이드에 있을 때는 트렌드 따라간답시고 매주 숙제하듯이 예능을 봤었는데 지금 딱 그 심정. 8개월 반동안 완전 감 떨어졌는지 재미는 없더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될까. 또 열심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