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첫 3일은 어린이집 방학이다. 방학 기간 중 성민이가 놀러와서 주말까지 5일을 함께 보냈다. 미리 예약해 둔 앤서니 브라운 뮤지컬도 보고, 현대백화점에 가서 도라에몽도 만나고,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갔다. 모르고 갔는데 옥토넛을 주제로 아쿠아리움을 꾸며놓아서 두 아이가 엄청 즐거워했다. 대중교통으로 코엑스까지 갔다오려니 넘나 힘든 것. 둘이 붙여만 놓으면 마냥 신나게 잘 놀 줄 알았는데 장난감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특히나 서로 때릴 때는 정말 무서웠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힘들었던 날들이었지만 이것도 아이들에게는 다 추억이겠지.
요즘은 눈으로 본 것을 구체화하여 잘 표현한다. 하루는 자동차를 모델로 두고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잘 그려서 놀랐다. 이것이 첫 정물화인가. 어린이 집에서도 옥토넛 친구들과 바나클 대장을 잘 그린다고 한다. 몬스터주식회사를 보고 난 후에는 괴물들을 그리는데, 특히 마이크 그리기를 즐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햄버거 세트를 그리는데 흠뻑 빠져서 매일 저녁 햄버거 세트를 그려서 알림장에 올려달라고 하고, 다람쥐반 선생님이었던 박진주 선생님께도 갖다 드리고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쓸 때,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 때 실수하는 것을 잘 못참는다. 아마도 예민한 아이라서 더 그런거 같은데 실수하는게 별 일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줘야겠다. 엉엉 울면서 '아빠 내 마음을 모르겠어?'라고 하는데 난 왜이렇게 웃긴지.
신랑이 미래 건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https://1boon.kakao.com/scientist/103 신기하다~ 했었는데 영우가 자석블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건물을 크게 만들어서 달아보려 하니 자꾸만 떨어져서 결국은 작은 건물을 만들어 성공하였다. 작은 건물이 성공하는 것을 보더니 처음에 실패했던 건물과 작은 건물 중간 사이즈로 또 한 번 도전해보아서 성공했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다.
햄버거 세트를 그리는데 푹 빠지더니만,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한다. 야밤에 감자튀김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먹어서도 안된다고 했더니 대성통곡을 한다. 그래서 어느 불금에 쉑쉑을 방문. 머쉬룸버거인가? 패티 대신 버섯과 치즈를 튀겨 사용한 베지버거가 있는데 그걸 주었더니 정말정말 잘 먹는다. 감자튀김도 정말 잘 먹는다.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흘릴까봐 컵으로 달라고 했더니 영우가 가서 콘으로 달라고 한다. 주문 받으시는 분이 당황해서 컵으로 드릴지, 콘으로 드릴지, 가격표를 못 찍고 계신다. 이제 취향 따라 주문도 척척이구나. 손에 물집이 자꾸 생기니까 주먹 쥐지 말라고 하니 '이게 내 취향인데'라고 한다. 취향이니 존중해야 하나;
티파니의 페이퍼플라워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영우가 뭐냐고 물어본다. 반지 이뻐서 보고있다고 했더니 영우가 사준단다. 무슨 돈이 있냐고 했더니 저금통에 있는 돈으로 사준다고 한다. 그 돈 다 꺼내야 할 수도 있는데, 영우 돈 전부를 엄마 반지 쓰는데 써도 되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저녁에 신랑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가격을 찾아보았더니 저금통은 무슨, 영우가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받은 용돈 전부 합쳐도 살 수 없다. 못 살 것 같다고 하니 세상의 모든 돈을 모아서 사주겠단다. 기특한 녀석, 마음은 고맙네.
시댁에 갔다가 나는 333 모임이 있어서 광화문으로 가야했는데, 함께 경찰박물관에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했다. 1년만에 왔더니 1년만큼 더 큰 영우가 더 즐기며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는 전 층을 다 탐방해보아서, 사진만 찍는게 아니라 게임도 해보고, 퀴즈도 맞추어보았다. 교통안전수칙 퀴즈를 하는데 3번 해서 다 만점을 받아 신나하던지, 처음 받아보는 점수인가. 그리고 잠시 포시즌에 드러 333 이모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레전드 사진도 남긴 후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신랑에게 '나는 여기가 마음에 쏙 들어' 하더란다. 애들도 좋은 건 다 아는 법이지.
오랜만에 교회 멤버들과 네이버에 갔다. 다래끼 때문에 좀 아쉽긴 하지만 1년만에 가족사진도 찍었다. 네이버 행사 담당도 나름 변화를 주려고 하는지 몇 가지 바뀐 것들이 있었는데 캘리그라피를 가족당 하나가 아니라 하고싶은 사람들에게 다 해주었다. 아이들이 생각한 문구로 캘리그라피를 받아왔는데, 영우가 그 글자들이 예쁘고 신기했는지, 저도 집에 와서 글자를 만들어본다. 이 날도 6시 문 닫을때까지 열심히 놀다 나옴.
다래끼가 한 참 간다. 다래끼가 잘 낫지 않고 약도 다 먹어서 안과에 다시 가보았다. 영우가 눈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잘 씻어주지도 못했더니 딱지가 좀 붙어있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딱지를 떼 주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다래끼를 짜셨다. 그리고 항생제를 받아서 먹였는데 빈 속에 먹어서인지 오전 내내 상태가 안좋았다고 한다. 많이 힘들어하고 오전내내 언어영역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점심 먹기 전에 손을 씻기 위해 깼는데 먹은 것도 없는데 약간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약은 먹어야 하겠기에 점심은 먹여달라고 했는데 속이 너무 안좋다고 하면서 세 숟가락 먹고 바로 누었다고 한다. 자꾸 눕고 싶다고 하고 피곤하다고 해서, 오전 내내 잤는데도 낮잠 시간에 바로 잠들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영우가 고생이 많네.
- 친구들
고기리 쪽 계곡이 좋다고 하길래 수아네와 함께 갔다. 알고 보니 그곳은 고기리도 아니었고, 그리하여 계곡 근처도 아니었다. 만나기로 한 카페 옆에 계곡이라기보다는 물길이 있기는 했는데 이번 여름 비가 안 온 바람에 물이 없어서, 정말 물이 하나도 없어서, 작은 웅덩이 하나 있는데 너무 더러워보여서 못 들어가게 했더니 영우는 울면서 돌아왔다. 수영복까지 입혀서 갔는데 아쉽다.
수아와 헤어지고 은기네를 만나러 교통박물관에 갔다. 교육프로그램도 신청해서 듣고 전시장도 뛰어다니고 둘이 잘 논다. 아쉬운 것은 날이 너무 뜨거워서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체험하기 어려웠다는 것. 먼저 도착해서 놀고 있던 은기네와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 집에 가서 좀 더 놀다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용산에서 하는 로봇 전시회가 있어서 용산 은기네 집을 방문했다. 은기네서 점심 먹고 한참 놀다가 로봇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는 조악하고 별로였다고 한다. 그래도 5세 아이들 수준에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을 듯.
승우형아, 연우누나를 만나 동탄 챔피언에서 한참 놀다 왔는데 사진이 없네. 동탄이 확실히 아이 키우기에는 좋은 환경인 듯 하다. 챔피언도 판교보다 더 넓고 어른들 쉴 공간도 많았다. 또 책을 가득 받아왔다. 바바파파 책 내용이 길기도 하고 좀 어렵기도 한데 좋아하며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8월 마지막 날. 은기네와 무창포 여행을 다녀왔다. 8월의 친구는 은기구나^^ 첫 날은 물에 들어가보기도 했는데 둘째 날은 오전에 물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뻘밭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어딜가나 삽 하나만 있으면 마냥 즐거운 아이들. 진흙 웅덩이에서 점프하는 페파피그처럼 뻘밭에서 점프점프하며 즐거워했다. 영우는 무창포 여행이 재미있고 더러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 어린이 집에서는
진석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김치는 맛이 매콤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진석이가 고기도 매운것 같다고 표현하자 '아~ 갑자기 아빠가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 고기가 매우면 기름에 조금 묻혀서 먹으면 된다 했어'라고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어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한참 웃었다고 한다.
1학기 사진에 재미있는게 있었다고 했더니 뭐냐고 물어봐서 윤슬이 누나랑 결혼하는 사진이 있다 얘기했더니 고개를 숙이며 에휴하더라고 알림장에 썼다. 선생님이 영우에게 안아달라고 하면 에휴~하면서 안아줄 때가 많단다. 선생님이 영우를 많이 예뻐하는거 아는지 물어보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 장난을 치게되신단다.
쌓기 영역에 빅와플블럭과 벽돌블럭으로 구성한 버스 곁에서 승무원이 된 영우는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어떤 정류장인지 이야기해주었단다. 영우에게 무슨 버스에요? 라고 물으니 '마을버스예요, 이매 마을버스'라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한다. 정류장이 어디인지 몰라 승객들이 버스 안에서 두리번거리자 '이번 정류장은 청구아파트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고 한다.
주말에 뭐했는지 물어보자 다래끼가 터지고 교회에 못간게 기억에 남는지 선생님에게 자세히 이야기했다고 한다. 영우에게는 나름 진지한 이야기였는데 표현하는 영우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웃음이 터져버리셨다고 한다.
유니트블록을 연결하기도 하고 경사로를 세워서 만든 뒤 자동차를 굴렸을때 자동차가 또르르 내려가자 즐거워하며 놀이에 참여했다고 한다. 형님과 길 모양을 만들 때 조금 의견이 다르면 '아니 그렇게 만들면 무너지잖아요!'라고 저도 모르게 형님들에게 나오는 존댓말때문에 귀여워서 한참 웃으셨단다. 수조작영역에서는 자동차 번호판과 같은 숫자를 찾아 대응하고 주차해주는 놀이를 해보았다고 한다. 3,4자리 숫자였는데 같은 숫자를 아주 잘 찾았다고 한다.
역할쌓기 영역에서 비행기를 구성하여 놀이할 때 필요한 여권을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영우는 여권도안을 오린 뒤 초록색 색지에 붙여주고, 여권 도안 속 내용들에 맞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주었다고 한다. 생년월일에는 본인이 태어난 달인 '2월'이라고 적어주고 사진은 내일 붙여주려고 제공하지 않았는데 네모칸 안에 스스로의 모습을 그려넣기도 하였단다. 그리고 완성된 여권을 선생님에게 보여주며 '이거 정말 멋있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아 한참을 웃으셨단다.
수과학 영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교통기관'이라는 제목으로 그래프를 제공해주었는데, 영우는 혼자 앉아서 친구들의 사진을 하나씩 붙이며 누가 어떤 교통기관을 좋아할지 예측해보고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영우는 어떤 교통기관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자 '비행기~ 왜냐면 내가 일본 갔거든요~'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녁식사시간에 선생님과 자신의 식판을 번갈아 보다가 '선생님 그런데 왜 선생님은 밥이랑 김이랑 같고, 우리는 밥이 더 많아요?'라고 표현하여서 웃기면서도 감탄하기도 하셨단다. 보통은 왜 선생님은 김이 많냐고만 하는데 영우의 경우 정확히 비교되는 표현을 사용해서 놀라셨단다. 그래서 초롱새반 친구들에게도 김을 충분히 더 주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요즘 구체화된 것들을 그리기 좋아하는데 나름대로 특징들이 살아있어서 가끔 놀라기도 하신단다. 조용한 놀이 시간에 우주를 그러셔 깜짝 놀라셨단다. 그 우주 나도 좀 보고싶네.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2018년 9월 12일 수요일
2018년 7월의 영우
7월은 수족구의 계절. 어린이집에 수족구와 구내염이 엄청나게 발병한다. 밤에 자려는데 영우가 혓바닥이 이상하다고 하고 열도 좀 나고 목도 아프다고 하길래 구내염인 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구내염은 아니라고 한다. 긁어내 보시더니 피곤해서 혓바늘이 돋은거라고 해서 등원을 시키긴 했는데 며칠동안 목이 아프다고 잠도 설치고 밥도 잘 못 먹었다. 주말에 드디어 목 아프다는 이야기 없이 밥을 잘 먹게 되고, 어느 날은 집에 와서 저녁을 또 먹기도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아래 사진은 참외를 깎아 두었더니 혼자 식탁 위로 올라가서 다 먹어버리던 날, 몰래 찍은 사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7월의 마지막주 쯤에 영우 입술에 수포가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수족구나 구내염은 아니라고 해서 등원시켰는데 저녁에 씻기면서 보니 손가락에도 물집이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수족구이구나 싶어서 친정엄마께 헬프를 쳤다. 다시 병원에 가보니 수족구가 아니고 그냥 물집이라고 한다. 입술물집도 약을 먹으니 쑥 들어갔다. 병원에서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 계속 수족구가 의심되었는데, 지나고 보니 영우가 늘 주먹을 쥐는 습관이 있는데 올 여름 너무 더워서 땀이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여름내내 물집이 생겼다 없어졌다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이 되어서야 손이 깨끗하다.
계속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전부터 영우를 말 잘하는 아이로 기억을 해주셨더랬다. 영우가 귀 모형을 보면서 달팽이 어디있냐고 찾으니 선생님이 신기해하시며 모형을 앞으로 꺼내서 달팽이관을 보여주신다. 회전의자에 앉으면서 척추가 고정해주기 때문에 이렇게 돌릴 수 있어요 하니 선생님이 얘 천재 아니냐고 하신다. 어디 책에서 봤나봐요 했더니 '책에서 봤겠지, 그런데 그걸 말로 꺼낼 수 있는건 달라' 하시며 놀라는 표정을 지으시는데 난 왜 자랑스러워도 될 타이밍에 부끄러운걸까.
디즈니 만화 카(Car)를 보았다. 이런 만화는 아직 영우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은 집중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카에서 본 것처럼 남이 이기는 것을 축하해주기로 하였다. 만화를 본 기념으로 수지 이모가 선물해준 카 셔츠를 입고 등원하자고 하니 매우 신나하였다. 며칠동안은 기름을 먹으면 어떻게 엔진이 움직이는지, 번개처럼 달리는 자동차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들떠 있었다.
어린이 집에서 여름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못하고, 다른 친구가 수족구 걸리는 바람에 못하고, 비가 와서 못하고, 결국 예정된 5번 중에 2번 밖에 못했네. 교회 여름성경학교에서도 물놀이를 하였는데 엄청 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펌을 하였다. 승우형이 펌한 것을 보고 귀여워서 미용실에서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10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해서 펌을 위한 머리 기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드디어 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10분은 무슨, 순수하게 말고 있는 시간이 10분인 것이고, 머리 감고 말리고 중화하고 하는 시간을 다 포함하니 1시간 20분 걸렸다. 영우도 힘들어서 축 처져 있었는데 곱슬곱슬한 머리를 보더니 표정이 확 바뀌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지 파마 금세 풀릴까봐 걱정이다. 자다가 깨서 앉아있길래 누우라고 자자고 했더니 머리 풀어질까봐 못 눕겠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파마 안풀렸는지 거울 보고 체크해서 크게 웃었다. 잘 어울려서 예전의 직모머리 사진을 보면 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에서 호저를 만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해가 진 후 빅토리아피크 산책로를 걷고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짐승 소리가, 그것도 무언가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소리가 들려서 둘러보았더니 우리가 가야 할 앞길에 엄청나게 큰 고슴도치가 쓰레기통 옆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중이다. 난생 처음 보는 그 동물이 온순한지, 육식인지, 사람을 공격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마침 조깅나온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고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왜 그런 동물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호주에만 있는 캥거루를 예로 들며 다양하고도 그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는데, 정리도 잘 안됐을 것이고 어버버했을테지. 그 이야기를 듣던 영우가 '엄마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하는거야?' 라고 한다. 휴,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AK 백화점 시계광장에 여름맞이 인테리어를 구성해 두었는데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는 판을 여러 개 설치해두었다. 시선을 빼앗는 이쁨이 있어서 영우도 보자마자 달려가서 관찰을 한다. 한참을 보더니 '중력이 있는데 어떻게 올라가?'라고 물어본다. 아, 참 기특한 질문이다.
관찰력도 늘고 그림 실력도 늘고 만들기 실력도 늘고 엄마아빠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었고, 어린이 집에서 관찰일지 적은 것도 너무 귀엽고, 레고로 만든 배는 생각한 그대로 만들어내서 놀라웠고, 숫자도 꽤나 디테일하게 만들어내서 기특했다.
- 친구들
영우의 가장 좋은 친구, 아빠와 바다탐험대 옥토넛 뮤지컬을 보았다. 경험 부족으로 자리를 잘못 잡아서, 옥토넛 탐험대들이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손을 잡아주는데 영우 자리까지는 오지 않아서 속상했나보다.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집에 와서도 흔들흔들 콩콩콩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다.
주희, 수정이, 수아랑 두 번이나 키즈카페에서 놀았다. 또 문 닫을때까지 놀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 덥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아이들 먹는 양이 엄청나다. 엄마들이 아이들 몫으로 덜어내는 양이 어른 양과 차이가 없다. 영우도 더 잘 먹어야 할텐데......
교회 집사님의 플룻 독주회에 초대를 받아서 같은 조 집사님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중에 아이들이 키즈카페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예당 덕분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한 시간. 영우는 주찬이, 주하누나랑 신나게 놀고는 율이에 대한 사랑이 주찬이에게로 넘어가서 또 한동안 주찬이 이야기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대구에 내려가서 성민이랑 놀았다. 우리 집에는 없는 그것, 율이네와 성민이네는 있는 그것, 플레이도를 갖고 놀면서 또 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래서 내가 플레이도를 사지 않는 것인데 저렇게 좋아하면 하나 살까 싶기도 하지만 좀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성민이와 잘 놀다가도 엄청 싸운다. 좀 더 크면 더하겠지. 그래도 함께 놀 수 있는 또래가 있으니 좋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과일, 야채 가게를 구성해서 놀이하기 위해 천사점토를 만져서 과일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판매대에 올린 뒤 선생님이 '나영우 농부님께서 만들어 주신 싱싱한 앵두랍니다~'라고 하자 매우 수줍어하면서 도망갔단다.
자두가 팩에 담겨있는 화보를 보더니 '선생님 영우도 저렇게 팔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락앤락 그릇에 수박 2개, 사과 2개 넣어서 팩으로 판매하였다고 한다. 락앤락 통에 넣은 과일은 아주 잘 팔려서 선생님이 똑똑하다고 이야기해주시자 기분 좋아했다고 한다.
음식점을 구성해서 요리사가 된 영우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햄버거를 쥐어주면 '이거 드세요'!라고 하며 직접 만든 요리를 손님들에게 권해주었단다. 손으로 햄버거를 쥐어주는 영우에게 장난스럽게 '요리사님 손 씻으셨어요? 이거 깨끗한 햄버거 맞지요?'라고 물으니 부끄러운듯 웃어보이다가 싱크대로 달려가 손 씻는 모습을 흉내냈단다.
연아누나의 생일을 맞아 생일편지를 만들어주는데, 빨간색 색연필로 아주 커다란 케이크와 촛불을 그려주고 음표들을 그려주었단다. 이건 무엇이냐고 묻자 생일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주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주황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던 선생님에게 다가와서 '모르는 마을'이라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였단다. 그 책에서는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가 빨래를 해주고, 커다란 개가 가로수이고, 여치가 버스처럼 다니는 등 온통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점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읽어주며 '에엥~? 여기는 이렇게 되었데~' 라고 이야기하자 영우가 '진짜 모르는 마을이 맞네~'라고 맞장구쳐서 선생님이 한참을 웃으셨다고 한다.
7월의 마지막주 쯤에 영우 입술에 수포가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수족구나 구내염은 아니라고 해서 등원시켰는데 저녁에 씻기면서 보니 손가락에도 물집이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수족구이구나 싶어서 친정엄마께 헬프를 쳤다. 다시 병원에 가보니 수족구가 아니고 그냥 물집이라고 한다. 입술물집도 약을 먹으니 쑥 들어갔다. 병원에서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 계속 수족구가 의심되었는데, 지나고 보니 영우가 늘 주먹을 쥐는 습관이 있는데 올 여름 너무 더워서 땀이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여름내내 물집이 생겼다 없어졌다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이 되어서야 손이 깨끗하다.
계속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전부터 영우를 말 잘하는 아이로 기억을 해주셨더랬다. 영우가 귀 모형을 보면서 달팽이 어디있냐고 찾으니 선생님이 신기해하시며 모형을 앞으로 꺼내서 달팽이관을 보여주신다. 회전의자에 앉으면서 척추가 고정해주기 때문에 이렇게 돌릴 수 있어요 하니 선생님이 얘 천재 아니냐고 하신다. 어디 책에서 봤나봐요 했더니 '책에서 봤겠지, 그런데 그걸 말로 꺼낼 수 있는건 달라' 하시며 놀라는 표정을 지으시는데 난 왜 자랑스러워도 될 타이밍에 부끄러운걸까.
디즈니 만화 카(Car)를 보았다. 이런 만화는 아직 영우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은 집중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카에서 본 것처럼 남이 이기는 것을 축하해주기로 하였다. 만화를 본 기념으로 수지 이모가 선물해준 카 셔츠를 입고 등원하자고 하니 매우 신나하였다. 며칠동안은 기름을 먹으면 어떻게 엔진이 움직이는지, 번개처럼 달리는 자동차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들떠 있었다.
어린이 집에서 여름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못하고, 다른 친구가 수족구 걸리는 바람에 못하고, 비가 와서 못하고, 결국 예정된 5번 중에 2번 밖에 못했네. 교회 여름성경학교에서도 물놀이를 하였는데 엄청 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펌을 하였다. 승우형이 펌한 것을 보고 귀여워서 미용실에서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10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해서 펌을 위한 머리 기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드디어 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10분은 무슨, 순수하게 말고 있는 시간이 10분인 것이고, 머리 감고 말리고 중화하고 하는 시간을 다 포함하니 1시간 20분 걸렸다. 영우도 힘들어서 축 처져 있었는데 곱슬곱슬한 머리를 보더니 표정이 확 바뀌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지 파마 금세 풀릴까봐 걱정이다. 자다가 깨서 앉아있길래 누우라고 자자고 했더니 머리 풀어질까봐 못 눕겠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파마 안풀렸는지 거울 보고 체크해서 크게 웃었다. 잘 어울려서 예전의 직모머리 사진을 보면 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에서 호저를 만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해가 진 후 빅토리아피크 산책로를 걷고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짐승 소리가, 그것도 무언가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소리가 들려서 둘러보았더니 우리가 가야 할 앞길에 엄청나게 큰 고슴도치가 쓰레기통 옆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중이다. 난생 처음 보는 그 동물이 온순한지, 육식인지, 사람을 공격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마침 조깅나온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고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왜 그런 동물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호주에만 있는 캥거루를 예로 들며 다양하고도 그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는데, 정리도 잘 안됐을 것이고 어버버했을테지. 그 이야기를 듣던 영우가 '엄마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하는거야?' 라고 한다. 휴,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AK 백화점 시계광장에 여름맞이 인테리어를 구성해 두었는데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는 판을 여러 개 설치해두었다. 시선을 빼앗는 이쁨이 있어서 영우도 보자마자 달려가서 관찰을 한다. 한참을 보더니 '중력이 있는데 어떻게 올라가?'라고 물어본다. 아, 참 기특한 질문이다.
관찰력도 늘고 그림 실력도 늘고 만들기 실력도 늘고 엄마아빠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었고, 어린이 집에서 관찰일지 적은 것도 너무 귀엽고, 레고로 만든 배는 생각한 그대로 만들어내서 놀라웠고, 숫자도 꽤나 디테일하게 만들어내서 기특했다.
- 친구들
영우의 가장 좋은 친구, 아빠와 바다탐험대 옥토넛 뮤지컬을 보았다. 경험 부족으로 자리를 잘못 잡아서, 옥토넛 탐험대들이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손을 잡아주는데 영우 자리까지는 오지 않아서 속상했나보다.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집에 와서도 흔들흔들 콩콩콩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다.
주희, 수정이, 수아랑 두 번이나 키즈카페에서 놀았다. 또 문 닫을때까지 놀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 덥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아이들 먹는 양이 엄청나다. 엄마들이 아이들 몫으로 덜어내는 양이 어른 양과 차이가 없다. 영우도 더 잘 먹어야 할텐데......
교회 집사님의 플룻 독주회에 초대를 받아서 같은 조 집사님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중에 아이들이 키즈카페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예당 덕분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한 시간. 영우는 주찬이, 주하누나랑 신나게 놀고는 율이에 대한 사랑이 주찬이에게로 넘어가서 또 한동안 주찬이 이야기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대구에 내려가서 성민이랑 놀았다. 우리 집에는 없는 그것, 율이네와 성민이네는 있는 그것, 플레이도를 갖고 놀면서 또 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래서 내가 플레이도를 사지 않는 것인데 저렇게 좋아하면 하나 살까 싶기도 하지만 좀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성민이와 잘 놀다가도 엄청 싸운다. 좀 더 크면 더하겠지. 그래도 함께 놀 수 있는 또래가 있으니 좋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과일, 야채 가게를 구성해서 놀이하기 위해 천사점토를 만져서 과일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판매대에 올린 뒤 선생님이 '나영우 농부님께서 만들어 주신 싱싱한 앵두랍니다~'라고 하자 매우 수줍어하면서 도망갔단다.
자두가 팩에 담겨있는 화보를 보더니 '선생님 영우도 저렇게 팔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락앤락 그릇에 수박 2개, 사과 2개 넣어서 팩으로 판매하였다고 한다. 락앤락 통에 넣은 과일은 아주 잘 팔려서 선생님이 똑똑하다고 이야기해주시자 기분 좋아했다고 한다.
음식점을 구성해서 요리사가 된 영우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햄버거를 쥐어주면 '이거 드세요'!라고 하며 직접 만든 요리를 손님들에게 권해주었단다. 손으로 햄버거를 쥐어주는 영우에게 장난스럽게 '요리사님 손 씻으셨어요? 이거 깨끗한 햄버거 맞지요?'라고 물으니 부끄러운듯 웃어보이다가 싱크대로 달려가 손 씻는 모습을 흉내냈단다.
연아누나의 생일을 맞아 생일편지를 만들어주는데, 빨간색 색연필로 아주 커다란 케이크와 촛불을 그려주고 음표들을 그려주었단다. 이건 무엇이냐고 묻자 생일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주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주황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던 선생님에게 다가와서 '모르는 마을'이라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였단다. 그 책에서는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가 빨래를 해주고, 커다란 개가 가로수이고, 여치가 버스처럼 다니는 등 온통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점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읽어주며 '에엥~? 여기는 이렇게 되었데~' 라고 이야기하자 영우가 '진짜 모르는 마을이 맞네~'라고 맞장구쳐서 선생님이 한참을 웃으셨다고 한다.
2018년 9월 6일 목요일
2018년 6월의 영우
6월이 되면서 5세 이상, 2개로 나뉘어 운영되던 통합반이 합쳐졌다. 덕분에 다람쥐반에서 파랑새반으로 배정이 되었던 수정이, 주희랑도 함께 통합반에서 논다. 그런데 이제는 각자 취향이 생겨서인지, 뛰어놀만한 환경이 되지 않아서인지, 예전만큼 함께 노는 모습은 없어보인다. 6개 반이 통합반을 함께 하면서 7시 무렵에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20분가량 책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 내에 하원을 많이 한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하원하고 나서부터 각자 흩어져 놀게 되는데, 책 읽는 시간에 데리러 갔더니 하나도 못 놀았다며 엉엉 울어버리는 영우를 어찌하리오. 조금 더 늦게 데리러 가는 수밖에.
아침에 삐요삐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함께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라서 경찰차인 삐요삐요 외에 소방차, 래미콘 등의 다른 책들이 있는데 우리 집에는 경찰차만 있다. 그런데 영우가 다른 책들도 읽어달라고 한다. 다른 책은 없는데? 하니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어달라고 한다. 급 당황. 그래도 이런 요구는 처음이라 래미콘으로 집 짓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더니 정말 신나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런 능력은 젬병이라 빠르게 마무리했더니 아니라며, 이 책은 훨씬 더 길다며 더 읽어달라고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집 짓는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더니 블록으로 같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집을 다 지을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되어야만 했다. 점심 시간에 신랑을 만나 산책하면서 책 이야기를 했더니 이미 전날 신랑도 경험한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이야기를 빨리 마무리하면 더 해야한다고 한 것까지 똑같다. 웃겨라. 어쨌든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고 주의깊게 들을 줄 아는게 재미있다.
어느 날은 7시 전에 기상을 하였다. 해적을 물리친 순풍호와 태극호 이야기를 좋아해서 계속 읽어달라고 할 때였는데, 아침부터 순풍호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해적을 물리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 제법 이야기에 몰입할 줄 아나보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질문의 수준도 높아진다. 별 이야기도 읽고, 우주 그림들도 보고 하다보니 우주는 왜 있는건지 물어본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왜 있는건지, 중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 참 적응안된다. 뭐라고 답했는지는 노코멘트.
영우가 갖는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는데 내가 영우가 하는 말을 못들은척 할 때가 많단다.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잘 들어주면 좋겠단다. 그리고 영우는 왜 매일매일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거냐고, 저녁 안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런 말 들으면 짠하지만..막상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더 놀겠다고 난리니 잊어버리자.
고모댁에 가서 놀다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엄청 잘그린다. 지난 달 수지가 선물해준 책을 읽고 또 읽더니만 잘 묘사하였다. 그리고 색깔이 옅어 잘 안보이지만 다른 하나는 영우의 몸을 그린 것이다. 저렇게 몸의 일부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나는 너무 신기하다. 형님도 깜짝 놀라시며 영우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표현하는 것을 보면 미술에 소질이 있나 싶을 정도.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로 잠자기 전 동화를 듣는다. 희망은 듣다가 잠드는 것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너무 집중해서 듣는 바람에 한 시간동안 들어도 잠이 들지 않는다. 좀 쉽게 재워보고자 했던 것은 보기좋게 실패.
가위질이 제법 늘었다. 선을 따라서 잘 오려낸다. 동그랗게 따라 오리는 것은 꽤 커서까지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제법 잘 한다. 종이접기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샀는데 아직은 혼자 만들기 너무 어렵다. 가끔 영우가 만든 책이라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달라고 한다. 즐거운 영우.
- 친구들
오랜만에 지우형과 소명이가 집에 놀러와서 놀았다. 그리고 교회친구 율이네 집에도 놀러갔다. 자주 만나는 교회 친구들이 다 여자친구들이라 남자친구랑도 어울리기를 바랬는데 드디어 또래인 율이와 놀 기회가 생겼다. 율이랑은 케미가 잘 맞는지 한 번도 싸우거나 큰 소리 나지 않게 잘 놀고, 잊을만하면 내 친구 손율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2주 연속 수요일 휴일이 있어서 영훈이 형을 만나서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예슬이 혜원이네랑 양평에 가기도 했다. 또 하루는 예슬이네랑 건너건너 아는 집들과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고 동탄의 카핑이라는 카페에도 가서 저녁까지 함께 먹고 돌아왔다. 성민이가 놀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회도 같이 가고, 화담숲에서 하는 반딧불이 체험도 하였다. 반딧불이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있고 특별한 경험이라 어른들도 좋았다.
- 어린이 집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던 중에 돌고래가 빙글빙글 돌며 묘기부리는 모습을 보더니 '이거 장난감이예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진짜 돌고래라고 말해주자 무척 놀라워했다고 한다.
과학영역에서 돋보기로 사슴벌레를 관찰했다고 한다. 발이 몇 개가 있는지, 껍질의 색과 모양은 어떤지 이야기해주고, 젤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는데 사슴벌레가 가만히 있자 아쉬워했다고 한다.
주원이와 함께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내용에 무척 집중을 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꼬리를 돌려주세요'라는 동화책을 볼 때에는 여우가 꼬리를 돌려달라며 애원하는 장면에서 정말 여우의 감정을 느낀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였단다.
식사 시간, 특히 점심 시간에는 잠이 몰려오는지 눈이 반쯤 감긴채로 식사를 하여서 식사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역할쌓기 영역에서 병원 놀이를 하다가 의사가운과 파랑색 안경을 끼고 '선생님~ 이것 봐바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자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거울을 보면서 계속 안경 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검은 이, 하얀 이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마친 후 수평저울에 검은 이, 하얀 이를 넣어 무게를 비교해보았다고 한다. 무게 비교에도 관심이 있다니 선생님께서 기특하다 하신다.
아침에 삐요삐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함께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라서 경찰차인 삐요삐요 외에 소방차, 래미콘 등의 다른 책들이 있는데 우리 집에는 경찰차만 있다. 그런데 영우가 다른 책들도 읽어달라고 한다. 다른 책은 없는데? 하니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어달라고 한다. 급 당황. 그래도 이런 요구는 처음이라 래미콘으로 집 짓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더니 정말 신나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런 능력은 젬병이라 빠르게 마무리했더니 아니라며, 이 책은 훨씬 더 길다며 더 읽어달라고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집 짓는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더니 블록으로 같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집을 다 지을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되어야만 했다. 점심 시간에 신랑을 만나 산책하면서 책 이야기를 했더니 이미 전날 신랑도 경험한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이야기를 빨리 마무리하면 더 해야한다고 한 것까지 똑같다. 웃겨라. 어쨌든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고 주의깊게 들을 줄 아는게 재미있다.
어느 날은 7시 전에 기상을 하였다. 해적을 물리친 순풍호와 태극호 이야기를 좋아해서 계속 읽어달라고 할 때였는데, 아침부터 순풍호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해적을 물리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 제법 이야기에 몰입할 줄 아나보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질문의 수준도 높아진다. 별 이야기도 읽고, 우주 그림들도 보고 하다보니 우주는 왜 있는건지 물어본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왜 있는건지, 중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 참 적응안된다. 뭐라고 답했는지는 노코멘트.
영우가 갖는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는데 내가 영우가 하는 말을 못들은척 할 때가 많단다.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잘 들어주면 좋겠단다. 그리고 영우는 왜 매일매일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거냐고, 저녁 안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런 말 들으면 짠하지만..막상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더 놀겠다고 난리니 잊어버리자.
고모댁에 가서 놀다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엄청 잘그린다. 지난 달 수지가 선물해준 책을 읽고 또 읽더니만 잘 묘사하였다. 그리고 색깔이 옅어 잘 안보이지만 다른 하나는 영우의 몸을 그린 것이다. 저렇게 몸의 일부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나는 너무 신기하다. 형님도 깜짝 놀라시며 영우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표현하는 것을 보면 미술에 소질이 있나 싶을 정도.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로 잠자기 전 동화를 듣는다. 희망은 듣다가 잠드는 것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너무 집중해서 듣는 바람에 한 시간동안 들어도 잠이 들지 않는다. 좀 쉽게 재워보고자 했던 것은 보기좋게 실패.
가위질이 제법 늘었다. 선을 따라서 잘 오려낸다. 동그랗게 따라 오리는 것은 꽤 커서까지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제법 잘 한다. 종이접기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샀는데 아직은 혼자 만들기 너무 어렵다. 가끔 영우가 만든 책이라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달라고 한다. 즐거운 영우.
- 친구들
오랜만에 지우형과 소명이가 집에 놀러와서 놀았다. 그리고 교회친구 율이네 집에도 놀러갔다. 자주 만나는 교회 친구들이 다 여자친구들이라 남자친구랑도 어울리기를 바랬는데 드디어 또래인 율이와 놀 기회가 생겼다. 율이랑은 케미가 잘 맞는지 한 번도 싸우거나 큰 소리 나지 않게 잘 놀고, 잊을만하면 내 친구 손율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2주 연속 수요일 휴일이 있어서 영훈이 형을 만나서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예슬이 혜원이네랑 양평에 가기도 했다. 또 하루는 예슬이네랑 건너건너 아는 집들과 만골근린공원에서 놀고 동탄의 카핑이라는 카페에도 가서 저녁까지 함께 먹고 돌아왔다. 성민이가 놀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회도 같이 가고, 화담숲에서 하는 반딧불이 체험도 하였다. 반딧불이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있고 특별한 경험이라 어른들도 좋았다.
- 어린이 집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던 중에 돌고래가 빙글빙글 돌며 묘기부리는 모습을 보더니 '이거 장난감이예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진짜 돌고래라고 말해주자 무척 놀라워했다고 한다.
과학영역에서 돋보기로 사슴벌레를 관찰했다고 한다. 발이 몇 개가 있는지, 껍질의 색과 모양은 어떤지 이야기해주고, 젤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는데 사슴벌레가 가만히 있자 아쉬워했다고 한다.
주원이와 함께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내용에 무척 집중을 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꼬리를 돌려주세요'라는 동화책을 볼 때에는 여우가 꼬리를 돌려달라며 애원하는 장면에서 정말 여우의 감정을 느낀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였단다.
식사 시간, 특히 점심 시간에는 잠이 몰려오는지 눈이 반쯤 감긴채로 식사를 하여서 식사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역할쌓기 영역에서 병원 놀이를 하다가 의사가운과 파랑색 안경을 끼고 '선생님~ 이것 봐바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자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거울을 보면서 계속 안경 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검은 이, 하얀 이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마친 후 수평저울에 검은 이, 하얀 이를 넣어 무게를 비교해보았다고 한다. 무게 비교에도 관심이 있다니 선생님께서 기특하다 하신다.
2018년 5월의 영우
5월의 가장 큰 변화는 아빠의 이직으로 영우의 등원길을 엄마랑만 함께한 것이다. 어린이집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이지만 함께 가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난다.
하루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흥분한 영우가 만나는 물웅덩이마다 첨벙대는 바람에 30분 넘게 걸렸다. 처음에는 지각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웅덩이에 못 들어가게 말렸으나 이렇게 첨벙거리는걸 좋아하는데 말려지지도 않고 지각 좀 하면 어떤가 생각하니 맘이 한결 편하다. 어린이집 가는 마지막 언덕길이 있는데, 거기서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자 또 급 흥분한 영우가 차도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물을 감상하고 서있다. 아이랑 함께 다니는건 변수가 너무 많다.
또 하루는 아침에 보드판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길래 엄마 준비하는동안 그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이제 그만하고 가야된다고 하면 바로 그만 그려야 한다고 이야기해두었다. 준비하는 동안 그림을 안그리고 있길래 왜저러지 싶어 영우야 왜 안그려? 그랬더니 그리라고 신호를 줘야 그릴 수 있는 줄 알았단다. 급히 그리기 시작했으나 더 그리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그렸다고 집에서부터 어린이집에 도착하기까지 울면서 갔다.
아빠 껌딱지가 된 영우는 아빠랑 치카를 하고 싶은데 놀기도 해야해서 치카를 미루고 미루다가 아빠가 화나버렸다. 치카 안시켜준다고 했더니 아빠랑 치카하고 싶었다며 또 엉엉 울기 시작, 앞으로는 아빠랑 치카하고 싶으면 아빠가 하자고 할 때 바로바로 하기로 했으나 잘 될리가. 어느 날 저녁은 영우를 씻긴 후에 신랑이 오늘 좀 잘생겨보인다, 머리가 젖어 있어서 그런가? 했더니 옷도 입지 않은채로 안방에 달려들어가 거울을 본다. 그리고 '그러네'란다. 이 자뻑은 뭐람.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준 영우의 선물.
끝까지 완주한 첫 영화가 생겼다. 영화를 보고싶다고 해서 도라에몽을 보기 시작했는데, 한시간 반 정도 되는 길이라서 이틀에 걸쳐 나누어 보았다. 제대로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도라에몽이랑 주인공이 헤어진 거 같은데, 서랍에서 도라에몽이 나타나지 않자 슬픈지 눈물을 감춘다. 눈물이 흐른건 아니지만 연신 눈을 비비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아이인건가.
치약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이 치약의 치가 칫솔의 치랑 같은건가?' 라고 하는데 5세에 이 정도로 유추를 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심지어 칫솔은 치가 아니고 칫솔인데(쓰고 보니 치쏠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여튼 신기하다.
배운대로 수행하는 영우가 요즘 스트레스 받는 것은 횡단보도 건널 때 엄마가 올바른 방향으로 건너지 않는 것. 여러분, 횡단보도에 화살표 있는거 아십니까? 영우가 이야기해서 처음 인지하게 되었는데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가 그려져있다. 나는 거의 항상 좌측통행을 하는데 그때마다 영우가 혼을 내서 엄마 어릴 적엔 좌측통행하는거라고 배워서 어쩔 수가 없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건 '아이 참'이라는 영우의 질책.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우는 많이 혼나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아빠가 너무 화를 많이 내는가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엄마는 금방 진정되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선생님은 금방 화를 푸시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영우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구나.
이모 삼촌에게 선물을 받았다. 범수삼촌의 케이건과 수지이모의 공룡중장비 책, 감사합니다!
- 친구들
어린이날 연휴에 대구에 내려가 성민이랑도 만나고, 엄마가 출장간 동안에는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호강하며 보냈다. 큰 초록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다람쥐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고, 하원 길에 노랑 놀이터에도 통합반 친구들이랑 뛰어논다.
하령이 누나의 새 집에 초대받아 가기도 하고, 영훈이 형과 만골근린공원에 가서 몇 시간씩 함께 뛰어 놀기도 하고, 지은이네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교회 누나들과 운중저수지에 가기도 하였다.
- 어린이 집에서는
색깔악보와 건반에 붙어있는 색깔 스티커를 번갈아 쳐다보며 하나씩 건반을 눌러 '웃음' 노래를 끝까지 완주했다고 한다.
글자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시온이 형이랑 동물이름을 칠판 한가득 써보기도 했단다.
종달새반에 좋아하는 누나가 있는데(예뻐서 좋다고 한다) 종달새반과 같이 놀이터를 사용하는 날이라 건희누나를 보고는 '건희누나~' 목놓아 외쳐서 안아주고 반가워했다고 한다.
하루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흥분한 영우가 만나는 물웅덩이마다 첨벙대는 바람에 30분 넘게 걸렸다. 처음에는 지각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웅덩이에 못 들어가게 말렸으나 이렇게 첨벙거리는걸 좋아하는데 말려지지도 않고 지각 좀 하면 어떤가 생각하니 맘이 한결 편하다. 어린이집 가는 마지막 언덕길이 있는데, 거기서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자 또 급 흥분한 영우가 차도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물을 감상하고 서있다. 아이랑 함께 다니는건 변수가 너무 많다.
또 하루는 아침에 보드판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길래 엄마 준비하는동안 그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이제 그만하고 가야된다고 하면 바로 그만 그려야 한다고 이야기해두었다. 준비하는 동안 그림을 안그리고 있길래 왜저러지 싶어 영우야 왜 안그려? 그랬더니 그리라고 신호를 줘야 그릴 수 있는 줄 알았단다. 급히 그리기 시작했으나 더 그리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그렸다고 집에서부터 어린이집에 도착하기까지 울면서 갔다.
아빠 껌딱지가 된 영우는 아빠랑 치카를 하고 싶은데 놀기도 해야해서 치카를 미루고 미루다가 아빠가 화나버렸다. 치카 안시켜준다고 했더니 아빠랑 치카하고 싶었다며 또 엉엉 울기 시작, 앞으로는 아빠랑 치카하고 싶으면 아빠가 하자고 할 때 바로바로 하기로 했으나 잘 될리가. 어느 날 저녁은 영우를 씻긴 후에 신랑이 오늘 좀 잘생겨보인다, 머리가 젖어 있어서 그런가? 했더니 옷도 입지 않은채로 안방에 달려들어가 거울을 본다. 그리고 '그러네'란다. 이 자뻑은 뭐람.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준 영우의 선물.
주말에 딸기 농장을 방문하는 어린이집 행사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막히고 산 속이라 길도 구불구불해서 도착지점을 1분 남기고 토해버렸다. 안쓰럽지만 속을 게워낸 후로는 사 온 김밥도 잘 먹고, 딸기따기와 동물 먹이주기 체험도 하고, 주변 산책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딸기 농장에 푸르니티를 입고 가야하는지 몰랐는데 입고 가야한다고 하길래 흰 옷은 딸기 묻으니 빨간 옷을 입고 가자고 했더랬는데, 친구들이 푸르니티 입고 오는걸 볼때마다 누구도 푸르니티 입었다며 엄마를 혼냈다. 주말을 보낸 월요일, 날씨가 좋으니 반팔 티셔츠 입자고 했더니 푸르니티를 입겠다며, 처음으로 입어본다며 좋아하고 등원길에 사진 찍자고 포즈도 취해주었다.끝까지 완주한 첫 영화가 생겼다. 영화를 보고싶다고 해서 도라에몽을 보기 시작했는데, 한시간 반 정도 되는 길이라서 이틀에 걸쳐 나누어 보았다. 제대로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도라에몽이랑 주인공이 헤어진 거 같은데, 서랍에서 도라에몽이 나타나지 않자 슬픈지 눈물을 감춘다. 눈물이 흐른건 아니지만 연신 눈을 비비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아이인건가.
치약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이 치약의 치가 칫솔의 치랑 같은건가?' 라고 하는데 5세에 이 정도로 유추를 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심지어 칫솔은 치가 아니고 칫솔인데(쓰고 보니 치쏠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여튼 신기하다.
배운대로 수행하는 영우가 요즘 스트레스 받는 것은 횡단보도 건널 때 엄마가 올바른 방향으로 건너지 않는 것. 여러분, 횡단보도에 화살표 있는거 아십니까? 영우가 이야기해서 처음 인지하게 되었는데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가 그려져있다. 나는 거의 항상 좌측통행을 하는데 그때마다 영우가 혼을 내서 엄마 어릴 적엔 좌측통행하는거라고 배워서 어쩔 수가 없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건 '아이 참'이라는 영우의 질책.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우는 많이 혼나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아빠가 너무 화를 많이 내는가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엄마는 금방 진정되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선생님은 금방 화를 푸시는데 아빠는 오래 화낸단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영우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구나.
이모 삼촌에게 선물을 받았다. 범수삼촌의 케이건과 수지이모의 공룡중장비 책, 감사합니다!
- 친구들
어린이날 연휴에 대구에 내려가 성민이랑도 만나고, 엄마가 출장간 동안에는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호강하며 보냈다. 큰 초록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다람쥐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고, 하원 길에 노랑 놀이터에도 통합반 친구들이랑 뛰어논다.
하령이 누나의 새 집에 초대받아 가기도 하고, 영훈이 형과 만골근린공원에 가서 몇 시간씩 함께 뛰어 놀기도 하고, 지은이네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교회 누나들과 운중저수지에 가기도 하였다.
색깔악보와 건반에 붙어있는 색깔 스티커를 번갈아 쳐다보며 하나씩 건반을 눌러 '웃음' 노래를 끝까지 완주했다고 한다.
글자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시온이 형이랑 동물이름을 칠판 한가득 써보기도 했단다.
종달새반에 좋아하는 누나가 있는데(예뻐서 좋다고 한다) 종달새반과 같이 놀이터를 사용하는 날이라 건희누나를 보고는 '건희누나~' 목놓아 외쳐서 안아주고 반가워했다고 한다.
2018년 9월 2일 일요일
근황
블로그를 방치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기존의 방식처럼 매일의 육아기록을 남기기는 불가능해졌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40대가 되어서 블로그 제목도 적절하지 않다. 40대가 되면 좀 안정적일 줄 알았더니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에는 즐겁지도 않았는데, 블로그를 방치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원인을 찾아보면 조직에 큰 이슈가 생겼다. 그때부터였을까, 또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서 모든 휴게시간은 웹툰과 웹소설 보는데에만 사용되었다. 웹소설까지 보는건 정말 자괴감이 느껴졌는데 딱 10년 전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조직이 해체되고 3개월동안 지뢰찾기만 해댔었지. 나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긴 터널을 어느 정도는 빠져나온 것 같다. 조직은 이제 겨우 정리가 되었고, 이제 새로운 역할이 시작된다. 가정에서도 조금은 더 나아진 모습이기를 기대해본다. 길고 힘들었던 여름이 이렇게 마무리되기를.
최근에는 즐겁지도 않았는데, 블로그를 방치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원인을 찾아보면 조직에 큰 이슈가 생겼다. 그때부터였을까, 또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서 모든 휴게시간은 웹툰과 웹소설 보는데에만 사용되었다. 웹소설까지 보는건 정말 자괴감이 느껴졌는데 딱 10년 전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조직이 해체되고 3개월동안 지뢰찾기만 해댔었지. 나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긴 터널을 어느 정도는 빠져나온 것 같다. 조직은 이제 겨우 정리가 되었고, 이제 새로운 역할이 시작된다. 가정에서도 조금은 더 나아진 모습이기를 기대해본다. 길고 힘들었던 여름이 이렇게 마무리되기를.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