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2013

2012년 결산.
길지 않은 인생 1년 단위로 끊는게 소모적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 일부러라도 끊어서 돌아보고 반성하고 보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2012년엔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1. 회사
TF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변화무쌍한 조직이라 올 한 해 세 개 본부, 네 명의 팀장을 겪었다. 아직까지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고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오픈 될 예정이라 성패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창립 이래 최대 금액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라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도 많다. 바쁜 나날들도 있었고 망연자실한 날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컨설팅 받으면서 배운 것들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기존 조직에 있었으면 좋은 평가 받고 더 자신감있게 일했을텐데 여기선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뭐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때도 많았다. 어쨌건 지난 날은 뒤로 하고 남은 기간 열심히, 그리고 잘 해내야겠다.

2. 취미/문화생활
올 해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많이 한 해였다.
-발레. 지젤을 시작으로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를 다 보았는데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을. 발레리나는 말할 것도 없고, 전에는 발레리노의 매력을 몰랐는데 힘있는 점프가 정말 멋졌다.
-오페라. 정식 오페라는 아직 라보엠밖에 겪어보지 못했지만 오페라 갈라를 두 번 정도 더 볼 기회가 있었다. 이 또한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뮤지컬 위키드와 레미제라블도 감동적이었다.
-연주회. 올 해 해외 연주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만족이었다. 비용의 압박으로 좋은 좌석에서 즐기긴 어렵지만 경험을 해보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좋은 공연을 즐기고 싶다.
-그림.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다 말만 하다가 드디어. 학원에 나가게 되었다. 지금 잠시 쉬는 중이고 언제까지 하게될 진 모르겠지만 그리는 시간동안은 즐겁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색연필로 슥슥 그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여행. 마카오, 홍콩, 대만, 상해.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동행한 여행. 긴 시간 함께해 온 유년시절 친구와의 여행, 회사라는 드라이한 공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여행. 정말 즐겁고 유쾌하고 의미 있었던 시간들이다. 앞으로 한께할 시간들도 기대되는 인연들.

3. 자기계발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맘편히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다시 독서모임을 시작하였다. 덕분에(블로그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올해 31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 혼자라면 다소 편협한 도서선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텐데 여러 사람의 기호가 반영된 책을 볼 수 있다는 정도로 의미를 두려고 한다.
올해도 영어공부는 하지 않았다. 언제쯤 영어공부란 얘길 하지않고 생활 속에 녹여낼 수 있을지 원. >.<

2013년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여 또 어떤 다이나믹한 일들이 생갈지 짐작도 안간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때론 후회도 해가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살아갈 것이다.
여러분들도 힘내시길!
Happy new year~!!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이번 달 독서모임의 주제는 인간과 사회이다. 마침 대선을 치룬 후라, ‘보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지배해 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선택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명제가 꼭 보수만의 레토릭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현재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류의 지난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마다 그러한 변화에 대해 반대논리를 펼 수밖에 없는 쪽이 보수이다 보니 그들이 펼친 논리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조종해 온 세 가지 논리라고 하는 것은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래봐야 의도했던대로 안되고 정반대 결과만 낳을걸? 그래봐야 아무소용 없을걸? 그러면 우리가 위험해질 걸?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가 정진을 시작한 이후 크게 세 번의 진보적인 과제가 화두가 되었는데 첫번째가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권, 시민권의 정립. 두번째가 보통선거권, 투표권의 확대. 세번째가 복지국가의 등장이다. 이 때마다 보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프랑스혁명이 도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온거야? 프랑스혁명의 결과 혹은 흔히 말하는 성과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구체제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데! (무용 명제)
보통선거권이 확대되면 글도 못 읽는 농촌 민중들이 투표권을 얻게 되고, 그러면 그들의 투표는 오히려 매수되거나 권력자들의 뜻대로 유도될 거라고. 민주주의가 오히려 지배 집단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게 된다니까! (위험 명제)
실업보험이라고? 그러면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은 게을러져.
빈민구제법이라니! 구걸을 방지하자는 것이 오히려 구걸을 합법적인 직업으로 만들어버렸네.(역효과 명제)

이런 이야기들은 참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한쪽 면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목적을 가진 사회적 행위는 분명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긍정/부정 어느 결과가 더 큰지, 옳은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역효과 명제보다 무용 명제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효과 명제는 그래도 변화는 있었고 그 방향이 의도와는 반대였으나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무용 명제는 어떠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는 무기력을 수반하므로 매우 모욕적이라고 한다.
역사의 단계를 뛰어넘을 순 없는 법. 더디 가더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맞이해야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


몇 년 전엔가 영화로 보고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눈 먼 사람들에 대한 표현, 그들의 심리 묘사를 어떻게 글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본 걸 또 보는건 지겨운 일이라 결국 독서모임 메인 책으로 선정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어느 날 도시의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멀게 되고 그 중 초기에 눈이 먼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데 그 중 단 한 사람, 눈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기엔 현실의 축소판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므로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누가 지금처럼 고고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300명이 모여있는 집단 수용소에서 눈이 보이는 단 한명의 그 여자. 책임감을 갖고 그녀가 속한 병동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10여명의 사람들. 그런 불행이 닥친 와중에도 나 하나 살기 좋으면 그만이니 사람들을 괴롭혀서 내가 취할 것을 취하겠다는 20여명의 사람들. 그리고 내 배만 불려주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말은 눈먼자들의 도시가 눈뜬자들의 도시와 다를 바가 없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냥 그런 생각이다.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않다



독서모임 지정 책이라 읽긴 했지만 이런 ‘좋은생각'류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읽는 중에 인상적이라고 체크해놓은 부분을 보면 내 인생의 화두를 알 수 있다.
이 짧은 인생, 하고싶은 일 찾아서 다른 사람들 신경쓰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아래는 정목스님의 목소리.

인생은 짧습니다. 이 짧은 인생을 소모하지 마세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무엇을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한가요?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무엇을 할 때 당신은 가장 행복한가요?
나를 소모시키는 일은 하지 마세요.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 가지를 쳐내듯 인생의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당신이 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치기하세요. 당신을 소모시키는 필요 없는 일들을 잘라내세요.
자르고 버리고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가지런해집니다. 인생 그 자체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의미는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려 하고,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지요. 좋고 싫음의 미로에 갇혀있으면 판단하기가 어려우나 원치 않는 일도 담담히 수용하면 고민이 풀리지 않을까요?
놀라운 일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보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데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Les Miserables



역사, 세계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나는 미술사 시간에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나폴레옹 시대를 연 후 다시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가 즉위하는 것을 배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대선 이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하여 언급한 몇몇 글을 보았는데 보면서도 별 생각 없다가 레 미제라블 시작에서 나오는 ‘프랑스 혁명 25년 후, 다시 왕정이 시작되었다’는 문장을 보면서부터는 마음이 찡한 것이 우리나라 상황을 너무 투영하면서 본 것 같다. 바리케이드 장면, 엔딩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누군가는 오버라 하겠지만 이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싶다. 내일은 다시 오리라. 오는거겠지.

이제 영화 얘기를 하자면,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부담이긴 하지만 정말 강추이다.
여기까지 써놓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25주년 기념 뮤지컬 실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았다. 뮤지컬과 비교해 보니 영화가 얼마나 잘 연출되었는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선박을 끄는 오프닝 장면의 웅장함,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던 날 파리의 좁은 골목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최고로 멋졌던 엔딩.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 잘 알려져있는바와 같이 모든 대사처리가 노래이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했는데 그또한 멋지다. 특히 개인적으론 앤 헤서웨이의 재발견. I dreamed a dream을 부를 때 그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표정과 노래는 앤 헤서웨이가 이 정도 배우였나 싶을 정도였다. 뮤지컬의 순서와 한 신을 바꿨는데 그것만으로도 절절해서 그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뮤지컬에서는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잘 안됐다.
사실 레 미제라블 원작을 읽은 적도 없고 그냥 빵 훔쳤다가 장기복역하고 나와서 시장되고 쫓기는 장발장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쓰고 보니 부끄럽네 >.<) 혁명에 관한 대서사시였구나, 그 시절과 지금이 하나 다를게 없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낙인찍고 판단하는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피흘리는 혁명의 젊은이들을 외면하는 프랑스의 시민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덧. 영화의 에포닌이 25주년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이다. 실은 반대가 맞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만다와 앤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데 뮤지컬에서는 에포닌이 가장 이쁘다는 것이 함정.
25주년 기념 영상 마지막에 1985년 초연 배우들이 나와서 2010년 배우들과 노래하는데 정말 멋졌다. 엉엉.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盡人事待天命

나도 모르게 하늘도 무심하시지..란 말을 내뱉었다.
아침에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핸드폰을 더듬어 찾아 포탈 메인을 확인하였다.
아, 이것이 꿈이 아니구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2012년 12월 20일의 아침이구나.
출근 길에 나도 모르게 큰 한숨만 내쉰다.
아침 뉴스에 잠깐 비친 문재인 얼굴을 보니 울컥한다.
정말 몹쓸 짓을 했다. 이 정도밖에 안되는 우리였는데.

나를 가장 참담하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결과이다.
그냥..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생각하는게 답일까?


직업별 지지율

* 농림 임업 어민: 朴 55.2-文 37.1%
* 자영업: 朴 50.2-文 37.1%
* 화이트칼라: 朴 32.7-文 53.5%
* 블루칼라: 朴 43.1-文 48.1%
* 가정주부: 朴 55.6-文 32.3%
* 학생: 朴 27.9%-文 57.7%
* 무직: 朴 60.4-文 19.3%

월(月) 소득별 지지율

*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학력별 지지율

* 중졸 이하: 朴 63.9-文 23.5%
* 고졸 이하: 朴 52.8-文 33.1%
* 대재(大在) 이상: 朴 37.4-文 49.6%


그리고 이번 출구조사 투표율

20대 65.2%
30대 72.5%
40대 78.7%
50대 89.9%
60대 이상 78.8%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평화로운 저녁




간만에 토요일 저녁, 집에서 저녁 먹고 빈둥거리며 보낸 시간.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거실 러그 위에서 배 깔고 엎드려 뒹굴뒹굴~
커피 한 잔과 새로 받은 아이폰5 만져보면서 TV도 보고 신랑과 노닥노닥~
게으름피우며 보내는 시간, 참 평화롭고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