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1일 수요일

2025년 상반기 공연 - 클래식

 김다미가 와서인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된 공연에 또 취소표를 구했다.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보러갔는데 시벨리우스 곡을 연주해본 적이 있는 상용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재미있었다. scottish fantasy는 처음 듣는 곡이었던 것도 같은데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 목관부터 시작해서 바이올린에서 현악기 저음부로 넘어가는 것이 너무 좋았다. 좋은 곳을 알게 되어서 의미 있었지만 자리 영향인지 특정 금관 소리가 너무 듣기 힘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교향악축제에 갔다. 이 또한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했다. 원래는 클라리넷 하는 멤버와 가려했는데 야근 이슈로 멤버가 바뀌었지만 공연 좋아하는 사람이라 재미있게 보고 왔다. 1부는 클라리넷과 바순이 함께하는 협주곡이었는데, 바순 소리를 이렇게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저음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2부는 합창이었는데, 합창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님에도 완전히 새롭게 들렸다. 비올라를 시작해서인지 저음부 소리가 너무 좋고, 저음부가 많으니 또 좋았다. 진주시향이 성남시향보다 하모니는 더 좋았다. 거기다 손혜수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어 덕질까지 완성한셈.


동호회의 핵심인력, 베이시스트 상용님이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공연에 갔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한다고 하길래 아마추어가 그런 곡도 할 수 있는거구나 싶었는데 프로 피아노 연주자와 함께하니 아주 멋졌다. 드보르작 교향곡 8번도 익숙하지 않은 곡인데 이렇게 어려운 곡을 해내다니. 멋지다.

그리고 상반기 클래식 공연 중 최고는 계촌 클래식축제에 간 것이다. 동호회 초기부터 친하게 지냈던 첼리스트 희경님과 함께 갔는데 오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더 친밀해진 것 같고, 연주 감상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이크와 기계음향 효과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어쿠스틱으로 전해지던 호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소리. 잔디밭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듣던 하모니카와 클래식 색소폰 소리. 작은 섬이 무대가 되어 캔들 조명 안에서 연주되던 현악사중주. 희경님과 함께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네 대의 첼로 앙상블, 그 중에서도 감동이었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지속적인 덕질을 이어오고 있는 김태형의 무대, 달빛 아래에서 듣는 달빛 얼마나 낭만적인지.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좋았다. 내년에도 가고 싶다!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2025년 상반기 공연 - 발레

 발레도 피켓팅의 영역에 들어섰다. 작년 발레계를 뒤흔든 그 이름은 전민철. 전민철의 마린스키 입단 소식으로 아주 떠들썩했는데 말 그대로 왕자님의 등장이다. 정말 왕자님이다. 이런 전민철이 유니버셜의 라바야데르에 캐스팅되고, 박세은과 김기민이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캐스팅되어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언젠가는 김기민의 전막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또르르.

2025년의 시작은 발레의 별빛. 한예종 김선희 교수의 정년퇴임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이은원 무대를 볼까 했는데 동호회 사람들이랑 시간을 맞추느라 조정했더니 결국 어긋나서 아쉬움이 컸다.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한대로 해야지 누구랑 맞춰서 뭐하나. 이후에는 혼자서도 공연 보러 잘 다녔는데 이때만해도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보다. 이 갈라쇼에서 홍향기 발레리나 재발견, 깃털같은 몸의 움직임과 표현력이 대단했다. 박세은과 김기완이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는데 김기완의 부상으로 자리를 대신한 이현준도 눈여겨볼만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유니버셜 공연을 거의 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제 유니버셜도 국립발레단에 견줄만한 것 같다. 기대했던 전민철은 영상으로 접할 때는 솔로로서의 기량이 너무나 대단했는데 파드되는 어쩐지 어색했다. 호흡을 맞추고 연기를 하려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할테니 당연한거지만 기대가 너무 컸었던 듯. 그렇지만 다음에는 훨씬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테지.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카멜리아 레이디. 아시아에서는 초연이라고 하니(강수진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국립발레단 정말 대단하다. 쇼팽의 곡으로 만든 발레라서 오케스트라핏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존 노이마이어가 까다롭다고 하더니 캐스팅도 꽤나 늦게 발표된 것 같다. 한나래가 주역이었는데, 10년 전 말괄량이 느낌이던 소녀 한나래가 드라마 발레의 주인공을 하다니, 뒤늦게 그사이 출산까지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혼자 감회가 새로웠다. 곽동현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피지컬이 좋아서 키가 큰 한나래와 함께하는 고난도 동작을 잘 소화한 것 같다. 궁금했던 안수연도 드디어 이번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고, 송정빈의 가볍고 촐랑대는 연기가 아주 찰떡이었다. 매 씬마다 너무 예쁜 의상과 안무로 눈호강을 하는데 정작 커튼콜 때는 안 예쁜 의상을 입고 나와서 아쉽다. 새로운 안무에 적합한 무용수들을 주역으로 캐스팅하고, 기존에 주연을 맡던 무용수들이 조연으로 뒷받쳐주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다 쇼팽의 음악까지 더해지니 너무나 좋을 수밖에. 내년에도 하면 클래식 동호회 멤버들이랑 보러 가고 싶다.



상반기에 발레를 두 개밖에 안 봤나? 생각해보니 또 하나의 화제작이었던 전민철의 지젤 취소표를 구했는데 콜드플레이 공연과 같은 날이라 클래식 동호회 친구에게 양도했었구나. 지젤 공연이 끝난 후 미국으로 떠난 전민철은 YAGP에서 우승을 했다. 전민철은 이제 러시아 가서 보는거 아니면 티켓팅이 불가할 듯 하다. 전민철 우승 이전에 로잔콩쿨에서 우승 한 박윤재가 7월에 성남에서 공연을 한다. 결선 무대였던 파리의 불꽃을 볼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된다. 


2025년 6월 9일 월요일

2025년 상반기 공연 - 뮤지컬

10년 만에 다시 본 뮤지컬. 아주 옛날 옥주현의 아이다 이후 아이돌 출신의 뮤지컬 진출에 편견이 생겼었지만 이제 옥주현도 캐스팅 1순위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마타하리는 옥주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찰떡에 춤이 예술이라길래 보러 갔다. 옥주현은 노래를 정말 잘했고 춤도 잘 췄지만 아직도 연기가 부족한 것 같다. 남자 배우들은 옥주현의 가창력을 받쳐주지 못했다. 그래서 1막 마지막 씬은 정말로 멋져야 했을텐데, 3명이 함께하는 폭발적인 무대여야 했을텐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막에서는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은 듯 했지만, 옥주현의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있는 캐스팅의 비밀은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애절하게 마주보고 노래하는 장면에 이르면 이해가 된다. 옥주현 키가 너무 크기 때문에 노래도 잘하고 키도 큰 남자 배우를 찾기 힘들어서라고 생각한다. 무대 구성도 훌륭하고 옥주현이 다 한 마타하리, 또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성남에 웃는남자가 온다길래 친구가 강력 추천을 했다. 찾아보니 성남은 mr 반주이길래 예술의전당 마지막공연을 찾아보았더니 2층에 남은 티켓이 있었다. 웃는남자가 빅토르위고 소설인지도 몰랐던 나는 조커를 모티브로 했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영우가 웃는남자 책을 읽은 후 줄거리를 간단히 브리핑해줬다. 박은태는 노래도 연기도 훌륭했고 여자 배우는 배역에 찰떡인 목소리를 가졌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무대 연출, 넘버, 배우들의 연기까지 좋아서 영우가 또 보고싶다고 했다. 가까이에서 또 보고 싶다고 해서 성남 공연을 또 예매했다.


지킬앤하이드가 벌써 20주년이라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못봤는데 20년이나 롱런했다니 보고싶어졌다. 마침 회사 사고팔고 게시판에 내가 티켓팅했다면 저 자리보다 좋은 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 좌석 판매글이 올라와서 냉큼 샀다. 그런데 앞서 보았던 마타하리와 웃는남자의 무대 연출이 너무 좋아서였는지, 지킬앤하이드의 무대는 뻔하고 매력이 없었다. 거기다 시종일관 어두운 조명으로 인해 앞좌석임에도 배우들 표정 읽기가 쉽지가 않았다. 커튼콜할 때 보니 환한 조명 아래의 표정은 얼마나 잘 보이던지. 지킬앤하이드는 주연배우의 역량이 전부인 원맨쇼이다. 최재림은 이 역할을 꽤나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대한만큼 노래도 연기도 좋았다.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생각되는 'Confrontation' 을 풀 라이브로 보는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신랑과 영우에게 얼마나 멋진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유튜브에는 조승우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최재림이 조승우와 비교해 보아도 꽤 괜찮은 지킬 또는 하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리즘으로 접하게 된 홍광호의 confrontation은! 영상 없이 음원만 있는데도, 어떤 느낌의 연기인지 느껴지고 지킬과 하이드가 명확히 분리되면서 감탄사만 연발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래서 다들 홍광호 홍광호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라면 꼭 보고 싶다. 그러나 피의 티켓팅을 이겨낼 수 없겠지.                                       

성남에서 두 번째 웃는남자 관람. 또 봐도 재미있다. 이번 남자배우는 규현이었는데, 영우가 아는 사람이니 선택한 것이지, 꽤나 인정받는 박은태의 웃는남자를 본 직후라, 게다가 아이돌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지 않은 상태여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노래야 원래 잘했겠지만 연기도 잘하잖아? 여자 배우는 첫 번째 배우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지만 규현의 선전으로 재미있게 봤다. 영우가 요즘도 가끔 '세상은 잔인한 곳', '나무 위의 천사'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돈 쓴 보람이 있다.                   

이렇게 상반기에만 뮤지컬에 백만원 썼다. 하반기에는 위키드 보러 가야지. 그런데 기립박수 문화는 적응 안되고, 왜 커튼콜에도 사진 못찍게 하는지, 너무 인심이 박하다.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가사 도움의 날

 간밤에 위스키 5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신 신랑이 영우와 내가 자는 침대에 난입하여 소란을 피운 탓에 모두 11시 다 되도록 늦잠을 잤다. 이런 날은 정말 오랜만이라 어쩐지 휴일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점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동그라미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영우가 준비를 시작하였다. 영우의 자랑 에그 스크램블을 시작으로 햄도 굽고, 착착착 만들어냈다. 

 요즘 흑백요리사에 빠져 있으니 점수도 매겨주고, 기름에 튀기듯이 구운 햄에 대해 불맛이 들어갔다고 칭찬도 해주고 하니 신이 난 영우는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운다. 사실 너무 기름이 많아서 김이 눅눅해졌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난 탓이라고 생각한 영우는 조금이라도 덜 눅눅할 때 맛 보라고 아빠를 깨운다. 내 요리를 최상의 상태로 맛보인 후 받게 되는 피드백의 기쁨을 벌써 알게 됐는지. 

아빠가 미루고 미룬 설거지를 영우가 거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손이 작고 요령이 없어서 조금 하다가 포기했지만 매우 뿌듯해 하던지. 그리고 밥을 했다. 쌀 계량부터 씻고, 안치는 것까지 해냈다. 그리고 고기도 구웠다. 돼지 갈비 양념이 잘 졸아들 때까지 센 불에 바짝 익혀서 내가 만든 것보다 나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캠핑 갔을 때에도 숯불 관리에 큰 도움을 주었었지. 오늘 종일 누워 있는 아빠를 대신해 가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2024년 6월 15일 토요일

복권 당첨 된다면

 오늘 3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의자 중 망가진 의자에 앉는 바람에 부상을 당했다. 액땜했다 치려고 복권을 샀다. 나는 자동으로 영우는 수동으로 신랑은 즉석복권.

영우가 1등 당첨되면 좋겠다고 한다. 1등 당첨되면 엄마 회사 그만둬도 되는거야? 했더니 아니요. 1등이 얼마나 되는데요 하길래 10억은 되지 않을까? 했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래요? 그 정도예요? 돼요. 

아이고 웃겨라.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평화로운 시간.

 자고 있던 영우가 꿈을 꾸는지 킬킬킬 웃다가 일어나 앉더니 나를 베고 누웠다. 감싸 안으며 ‘영우야 사랑해’라고 속삭였는데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이내 코를 곤다. 평화로운 시간.

2024년 1월 29일 월요일

기록하고 싶은 일

영우가 Dall-E를 활용하여 신랑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이미지들을 생성해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라는 것이 그냥 뚝딱일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나려면 계속 수정을 거쳐야 해서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재택하면서 괴로움을 토로했더니 영우가 해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시간 가량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이미지가 꽤나 완성도가 높은데다, 고민하고 있던 포인트에 스토리까지 짜 주었다고 한다. 큰 도움이 되어서 한 시간치 수당까지 받은 영우. 2024년 1월 24일 만족할만한 업무 퍼포먼스로 보상을 받아내다.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보면 영우가 와서 해보고 싶어할 때가 있다. 첫번째로 만든 음식은 에그 스크램블. 처음 만들고 나서는 너무 신나서 친구 초대해서도 에그 스크램블 만들어 주고, 엄마아빠한테도 자주 에그 스크램블을 해주었다. 떡갈비를 구울 때도 있고, 김밥을 말 때도 있고, 이번 주에는 계란초밥을 만들기도 했는데, 1월 26일에는 소고기를 구웠다. 맛 없게 구워도 군소리 없이 잘 먹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적당히 잘 구워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법이다.

1월 29일. 신랑이 탄산수가 마시고 싶다고 하였다. 보통은 내가 일어나서 탄산수를 가져다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우가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영우에게 탄산수 좀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이 와중에 영우한테 시키니 신랑이 자기가 가져오겠다며 몸을 움직인다. 괘씸한 포인트가 있지만 넘어가겠다. 내 기대대로 영우가 탄산수를 가지고 와서 아빠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사람 구실 해나가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구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