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일요일

가사 도움의 날

 간밤에 위스키 5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신 신랑이 영우와 내가 자는 침대에 난입하여 소란을 피운 탓에 모두 11시 다 되도록 늦잠을 잤다. 이런 날은 정말 오랜만이라 어쩐지 휴일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점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동그라미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영우가 준비를 시작하였다. 영우의 자랑 에그 스크램블을 시작으로 햄도 굽고, 착착착 만들어냈다. 

 요즘 흑백요리사에 빠져 있으니 점수도 매겨주고, 기름에 튀기듯이 구운 햄에 대해 불맛이 들어갔다고 칭찬도 해주고 하니 신이 난 영우는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운다. 사실 너무 기름이 많아서 김이 눅눅해졌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난 탓이라고 생각한 영우는 조금이라도 덜 눅눅할 때 맛 보라고 아빠를 깨운다. 내 요리를 최상의 상태로 맛보인 후 받게 되는 피드백의 기쁨을 벌써 알게 됐는지. 

아빠가 미루고 미룬 설거지를 영우가 거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손이 작고 요령이 없어서 조금 하다가 포기했지만 매우 뿌듯해 하던지. 그리고 밥을 했다. 쌀 계량부터 씻고, 안치는 것까지 해냈다. 그리고 고기도 구웠다. 돼지 갈비 양념이 잘 졸아들 때까지 센 불에 바짝 익혀서 내가 만든 것보다 나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캠핑 갔을 때에도 숯불 관리에 큰 도움을 주었었지. 오늘 종일 누워 있는 아빠를 대신해 가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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