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던 영우가 꿈을 꾸는지 킬킬킬 웃다가 일어나 앉더니 나를 베고 누웠다. 감싸 안으며 ‘영우야 사랑해’라고 속삭였는데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이내 코를 곤다. 평화로운 시간.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2024년 1월 29일 월요일
기록하고 싶은 일
영우가 Dall-E를 활용하여 신랑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이미지들을 생성해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라는 것이 그냥 뚝딱일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나려면 계속 수정을 거쳐야 해서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재택하면서 괴로움을 토로했더니 영우가 해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시간 가량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이미지가 꽤나 완성도가 높은데다, 고민하고 있던 포인트에 스토리까지 짜 주었다고 한다. 큰 도움이 되어서 한 시간치 수당까지 받은 영우. 2024년 1월 24일 만족할만한 업무 퍼포먼스로 보상을 받아내다.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보면 영우가 와서 해보고 싶어할 때가 있다. 첫번째로 만든 음식은 에그 스크램블. 처음 만들고 나서는 너무 신나서 친구 초대해서도 에그 스크램블 만들어 주고, 엄마아빠한테도 자주 에그 스크램블을 해주었다. 떡갈비를 구울 때도 있고, 김밥을 말 때도 있고, 이번 주에는 계란초밥을 만들기도 했는데, 1월 26일에는 소고기를 구웠다. 맛 없게 구워도 군소리 없이 잘 먹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적당히 잘 구워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법이다.
1월 29일. 신랑이 탄산수가 마시고 싶다고 하였다. 보통은 내가 일어나서 탄산수를 가져다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우가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영우에게 탄산수 좀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이 와중에 영우한테 시키니 신랑이 자기가 가져오겠다며 몸을 움직인다. 괘씸한 포인트가 있지만 넘어가겠다. 내 기대대로 영우가 탄산수를 가지고 와서 아빠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사람 구실 해나가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구나. 기쁘다.
2024년 1월 20일 토요일
뉴질랜드 한 달살이 10일 전
어영부영 하다보니 뉴질랜드 출국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티켓팅, 숙소, 학교 등록은 8월에 다 해 둔 터라 특별히 더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가, 이번 달 들어서 비자 발급 받고, 유심 알아보고, 차량 이동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해외근무 결재를 올릴 때 주간업무계획을 써냈는데 그것이 계속 압박이다. 다음 주에는 리더님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 그것이 압박이 되어서 뉴질랜드 가는 것에 대한 기대나 즐거움이 거의 없다. 배부른 소리라고들 하겠지.
토요일 저녁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환송모임을 해주었다. 12월 초에도 만났는데 굳이? 한 달 나가 있는데 그렇게까지? 좀 귀찮기도 하다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학교 다닐 때는 접점이 많지도 않았고, 특히 나는 그 모임에 뒤늦게 합류하여 공유하는 추억들이 적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벌써 30년째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친구들이고 그 시절 친했었는지보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만 갖고 있었나보다.
내 태도가 매사에 그렇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미리 하는 걱정이 더 앞서면서 나를 갉아먹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 함께 해주는 친구들, 일할 수 있는 직장, 현재에 감사하면서 작은 행복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애써보자. 우선은 뉴질랜드 가서 즐겁게 보낼 생각부터 해보자.
만10세를 한 달여 남겨두고
기록할 만한 일은
알약을 처음 삼켰다. 비염이 점점 심해지고 약간 감기 기운도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처방전에 가루약 표기가 있길래 알약으로 달라고 했다. 꿀떡 잘 삼키네. 킁킁대는걸 듣고 있자니 너무 괴롭다.
반성문을 썼다. 연산은 안 시키고 싶었는데 실수가 너무 잦아서 습관이 될까봐 결국 연산을 시키고 있다. 지루하겠다는건 이해가 되지만 얼마나 성의 없게 푸는지 글씨, 숫자를 알아볼 수도 없고 정말 화를 돋군다. 이번 주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도 빠지고 종일 집콕하고 있으니 내 스트레스가 많아 더 화가 난 것일수도 있겠지만 줄줄이 비가 내리던 중에 알아볼 수 없는 숫자를 마주하고 나니 대폭발을 했다.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반성문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잘난체 하는 것만 좋아하고 기본을 소홀히 하는 태도가 습관이 될까봐 걱정이 된다. 어렵다.
가검을 받는다. 지난 10월 검도 검은띠를 따고 유단자가 되었지만 가검을 받기 전까지는 품띠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 심사를 하고 가검을 받게 될 예정이다. 그간 심사할 때마다 관장님께서 영우의 집중하지 못함, 절제하지 못함에 대해 지적을 하셨고 우리도 매번 심사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야단을 쳤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좋은 태도를 보였다. 관장님도 칭찬해 주셨고, 우리가 보기에도 태도가 좋아져서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본인도 유단자로서, 예비 고학년로서 자각이 생긴 것일까. 이러한 태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4년 1월 8일 월요일
영우 성장기
요즘은 잘 때 영우 성장기를 이야기하곤한다. 1월 1일에 10년 전 이 때 엄마는 영우가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입원했었어!라고 과거 이야기를 해서인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 궁금해서인가, 태어나기 10개월 전부터를 이야기해달라고 하여 시작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이제 4살까지 왔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살기 시작한 4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헤어져 살아야 했었던 그 때. 어린이집 다니면서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기억 난다며, 왜 내가 여기 있는건지 잘 이해가 안됐고, 초록숲 어린이집이 그리웠고, 푸르니 반찬은 좋아하는게 하나도 없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고 저녁까지 먹고 7시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4살 아이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래도 그 때는 아무 걱정 없고 놀기만 해서 좋았다며 지금은 힘든 일들이 많다며 또 운다. 할머니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엄마는 잘 못 도와줬다며 할머니 생각하며 또 운다.
오늘 밤에는 5살 이야기를 하게 될텐데 며칠 전 영우가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 4살에서 5살로 넘어갈 때 엄마가 ‘영우 이제 5살이네~ 축하해’ 라고 말했던 것이 생생한데, 그 때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1월 1일이 되어도 나이가 변하지 않으니까 싫다며 이렇게 헷갈리게 만든 누군가를 탓한다. 아직은 나이 많이 먹는게 좋은 나이.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안녕 2023
올 해는 어쩐 일인지 인스타그램에 2023년을 정산하는 포스팅을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 정리하지 못해 일단 주요 사진들을 추려놓은 후 결국 포스팅한 것은 공연, 전시,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공연, 전시, 친구 키워드가 가장 자랑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인가보다. 한동안 공연도 전시도 친구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신랑 혼자서도 케어가 가능하고 나의 동호회 활동 덕분에 올 해 정말 충만하게 보냈다.
교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며 만든 해사 모임. 해사 콰르텟을 하기로 하고 비올라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아직 한 번도 맞춰보지 못했다. 대신 올 해에만 두 번의 음악제 여행을 다녀왔다. 봄의 통영과 여름의 평창. 휴직할 때 나의 위시리스트였는데 이렇게 이루게 될 줄은 몰랐네. 바닷가에 위치한 통영 콘서트홀은 외부도 내부도 너무나 근사했다. 특히나 합창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바라보며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평창 대관령 음악제는 피서겸 해마다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해사 친구들과는 가을에 마곡 LG아트센터에서 하는 연극도 보고 왔다.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으로 함께 한 바이올린, 피아노 리사이틀. 그리고 발레공연. 여름이 되면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갈라를 하나보다. 김기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였는데 요즘 가장 핫하다는 윤별 발레리노도 보고, 영우와 함께 발레공연을 봤다는데 의의를 둔다. 또 하나, 파크콘서트를 통해 알게 된 이자람님. 영우가 먼저 이자람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해서 급히 검색해 보았더니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노인과바다 공연이 있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얼마나 보람차던지. 아 그리고 또 하나, 동호회 송년 모임에서 만난 길병민님. 아이와 함께라면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지. 게다가 영우가 로드모지코는 그 때 몇 등 했었냐고 물어본 덕분에 길병민님도 기분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코 앞에서 길병민님의 노래를 들으며 또 눈물이 찔끔. 임윤찬의 크레센도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찔끔.
9월에는 회사 로비에서 연주를 하였다. 동호회 활동 지원 1년을 맞이하여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인데, 우리 동호회와 밴드 동호회 두 곳에서 점심 시간에 연주를 하기로 하였다. 덕분에 매 주 모여 합주 연습을 하고, 연습만 하고 헤어졌을 뿐인데 멤버들과 더 친근해졌다. 나는 희귀악기인 덕분에 3곡이나 연주하는 영광을. 연주할 때는 활이 덜덜 떨리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즐겁게 연습했고 좋은 경험이었다. 연말 동호회 송년회에서는 더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었다. 2024년의 목표는 연주할 때 비브라토 하는 것과 희경님과 앙상블 연주를 해 보는 것.
동호회에서 들은 정보로, 잠깐 이탈리아어를 배워보았다. 더 깊이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3개월만에 중단하였는데 그래도 이제 읽을 수는 있다. 다음 팬텀싱어 때는 마음에 드는 곡을 따라부를 수 있겠다. 이탈리아어를 그만 두고 화상영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영어하는 나는 정말 부끄럽다. 해마다 신년 목표로 영어공부를 내세웠으나 늘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이제 그마저도 하지 않아서 하와이에서는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 아니 못했다. 뉴질랜드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도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해두면 낫겠지 싶어서 하기 싫지만 억지로 억지로 하고 있는 중이다.
2023년에 영우는 1학기 회장이 되었다.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더니, 괴롭힘 없는 반을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도 내걸었다. 아쉽게도..2학기에는 괴롭힘과 욕설과 폭력이 있는 반이 되기는 했지만..여러가지 사정으로 영어 학원을 바꾸고, 그만 두고, 이제는 과외를 하고 있다. 부디 뉴질랜드가 좋은 자극제가 되어서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던 줄넘기가 시들해지고 하기 싫어하던 수영이 재미있어졌나보다.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검도도 하는 체육인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드디어 검도 검은띠를 따고 유단자가 되었다. 우리 집안 최초의 유단자라고 멋지다 멋지다 하고 있지만 가장 멋진 건 바로 이 작품들. 고흐 작품의 색감도, 팔레트에 표현한 불의 열기도 너무 멋지다.
올 해도 친구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내 친구들과의 음악제 여행. 영우 친구 가족들과의 여행. 1년 전부터 예약해두었다는 다빈북하우스에서 여섯 가족 캠프파이어, 윤준이와의 워터파크, 연준, 재혁이와 그 친구들과의 노블픽, 연준,선호네와 사나래글램핑, 재혁, 유민이네와 사나래글램핑, 그리고 엄마들의 염원이었던 아빠와 아이들만 가는 외갓집체험. 외갓집체험은 만족도가 높아서 시즌마다 가자고 하는데 잘 되려나. 레고랜드는 드디어 연간회원권이 종료되었는데, 종료 전에 주희랑도 가고 현수네랑도 가서 충분히 잘 즐긴 것 같다.
처음으로 친정 식구 다같이 여행을 갔다. 막내 조카랑은 터울이 좀 있다보니 다같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키즈풀빌라에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 칠순이기도 한 해였는데, 엄마가 울릉도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여행지가 없어서 아이들 데리고 울릉도까지는 무리다 싶어 우리 식구만 엄마아빠와 거제에 다녀왔다. 숙소 뷰가 좋아서 엄마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던지, 울릉도가 문제가 아니라 숙소가 문제군. 동생들 덕분에 가족끼리 칠순 파티도 잘 치렀다. 엄마아빠 건강하세요.
2023년의 마지막 날 영우에게 2024년에 기대되는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검도 가검 받을 것도 기대되고, 반배정도 기대되고, 성민이랑 뉴질랜드 가는 것도 기대되고..소소한 것부터 큰 이벤트까지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도 좀 더 기대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2024년을 맞이해야지. 뉴질랜드를 기대하며 잘 준비하고, 리프레시 휴가 생기면 또 어디를 갈까 계획하고, 림이와 호호씨 닮은 믿음이의 탄생이 기대되고, 가족과 친구와 보낼 즐거운 날들을 기대해본다. 반갑다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