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수요일

940일 스쿨비 캐리어

동생이 영우 추석선물로 준비한 스쿨비 캐리어가 도착했다. 영우가 소방차를 워낙 좋아하니 원래는 변신하는 로이를 산 모양인데, 추석 물류대란에 걸려 배송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영우한테 이모가 이거 샀다고 보여줬더니 다른 상품들을 휙휙 넘겨보다가 로이 말고 스쿨비 캐리어가 좋다고 했단다. 아마 상품 광고 이미지에는 캐리어만 있는게 아니라 폴리 친구들이 캐리어 안을 꽉 채우고 있었을테니 그게 갖고 싶었을테지.
집에 있는 작은 자동차들 만으로도 5개 공간 정도는 채울 수 있다. 스쿨비 캐리어에는 다이캐스트 시리즈가 들어가는데 사촌에게서 받은 스쿨비와 전에 샀던 맥스 덕분에 조금이나마 구색이 갖춰졌다. 지난 주 영우가 견인차 갖고 싶어할 때 동생은 아마 내가 스푸키를 사줄거라 생각하고 엄마아빠가 목요일(추석)에 스푸키 사주실거야라고 한 거 같다. 추석연휴 4일 중 3일을, 문득 생각날 때마다, 엄마 목요일에 스푸키 견인차 사주세요라고 하였는데 대답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영우야 이제 스푸키를 포함하여 8개의 폴리 친구가 있단다. 조금만 기다리렴. 영우가 알만한 친구들로 고르느라 엄마 힘들었단다.

939일 엄마 아파?

오후에 갑작스레 배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앉아 있기 힘들어서 조퇴를 했다. 때마침 영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신랑이랑 먼저 통화를 해서 내가 아픈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엄마 아파? 하고 물어보길래 주사 맞고 수액 맞았다고 하니까 주사를 어떤거 맞았어? 또? 수액도 맞았어? 아파? 어뜨케? 하는데 성인이 아픈 사람한테 물어보는 것마냥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한다. 동생이 옆에서 엄마 아프지 마세요. 힘내세요. 하라고 시켰더니 '아프지 말고 힘내세요' 한다. 이 와중에 이모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접속사를 사용하여 변형된 문장을 말한 것에 깜짝 놀란다.

937일 일상

영우가 일어나기 전에 내가 먼저 깨서 거실에 있었는데 영우 방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한다. 아 영우야 왜이리 귀엽니. 영우한테 갔더니 나를 보고는 또 꺄아 소리지르며 즐거운 상태로 기상.
오전에는 자동차를 갖고 노는데 바퀴가 하나 쑥 빠져버렸다. 바퀴를 끼우는 것이 힘이 들지는 않지만 작은 바퀴 구멍에 바퀴축을 끼워야하니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영우는 힘으로 끼우려고 하니 잘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끼우는데 성공했다. 바퀴를 고쳐서 뿌듯한 영우는 자기가 고쳤다며 영우 힘세지 하며 또 한 번 으쓱한다.
오후에는 막내 동생네 부부와 둘째 동생 집에 갔다. 원래는 베이비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에 휴무인 바람에 동생 집에 머물렀는데, 집이 아이에게 최적화되어 있어 베이비 카페 부럽지 않다. 제부가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터라 영우가 갖고 놀만한 장난감도 아주 많았다. 특히 토마스기차와 버스, 막내 동생이 사 온 홈런볼 덕분에 영우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성민이랑 한 공간에서 노는데 해코지를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성민이는 영우형아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궁금한지, 책을 읽고 있으면 어깨너머로 같이 읽고 졸졸 따라다닌다. 둘이 같이 찍힌 사진이 있는데 미어캣 같아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영우는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동안 낮잠을 거의 자지 않았는데(우리만 오면 영우의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된다ㅜㅜ) 이 날은 낮잠을 꽤 오래잤다. 아이랑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 정서에 좋다고 하여 영우가 깰 때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 자니까 아빠가 일부러 깨우셨다. 잠이 덜 깨고 컨디션이 안 좋은 영우는 할아버지가 쉬통을 갖고 오자 자기가 갖고 올건데 할아버지가 갖고 왔다고 울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달랬는데 내가 엄마 아빠 이제 서울 갈게 했더니 또 안돼하며 운다. 진정됐나 싶을때 쯤에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다시 울기 시작하고 비와서 안된다고 하니 또 운다. 결국 우리 가는거 배웅이나 하자고 데리고 나왔는데 잘한건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엄마아빠 서울에서 돈 벌어와서 영우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줘야지 하니까 잠깐 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아니야 하면서 다시 운다. 그런데 바깥에 배웅 나왔을 때는 영우 자꾸 울면 엄마아빠 오지 말라할거라고 하니 잠시 후 울음을 멈추고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히 가세요 한다. 그게 더 짠해서 오는 길에 한참동안 울었네. 휴우, 오랜 시간 함께 보내고 나니 헤어지는 것도 힘들다.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936일 일상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영우를 데리고 키즈카페로 갔다. 이 친구들은 작년 추석에도 만났었는데, 그 때는 놀이방이 있는 레스토랑에 갔었더랬다. 처음으로 그런 놀이방에 가 본 영우는 정신 없이 놀았지만 큰 아이들이 많아서 혹시나 다칠까봐 내내 따라다녀야만 했다. 이번에 간 키즈카페는 릴리펏 카피인듯, 프리미엄 키즈카페를 표방하여 곳곳에 돌보미들이 놀아주는 곳이다. 이제 영우도 혼자 제법 잘 놀고, 친구의 아이가 함께 놀아주길 기대했고, 돌보미도 있으니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겠지 싶었으나 영우는 계속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프랭크가 있는 다른 놀이방에 가자고 한다. 아마 이 곳은 큰 아이들이 많아서 놀기 불편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자 적응이 완료되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찌나 잘 노는지, 다음 예약 손님들을 위해 나가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남아서 노는 진상남이 되었다. 영우보다 한두 살 정도 많은 아이들에게 딱 적당할 것 같은 키즈카페였지만 영우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고 세면대 앞에 놓인 계단을 스스로 밟고 올라가 손을 씻고난 후 정말 뿌듯해했다.
세 시간을 잘 놀고 돌아오는 길에 영우는 잠이 들었다. 비도 오고 해서 내릴 때 깰까봐 어딘가 들러 영우가 깰 때까지 커피라도 마시고 있을 생각으로 설빙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안전벨트를 푸는 순간, 풀지 말라고 내 손을 턱 잡더니 영우가 제일 좋아하는 경찰차를 보러 갈거란다. 요즘은 차 타는걸 좋아하고 아빠 차로 어딘가 멀리 가고싶어한다. 그렇게 잠이 깨는 바람에 그냥 설빙에서 인절미토스트와 우유를 먹였다. 키즈카페에도 식사가 있었지만 영우는 피자빵 조금과 맨밥만 먹었는데 토스트는 엄청 잘 먹었다.
집에서는 작은 형님이 사서 보내주신 번챔이라는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영우가 만들어달라는 것들, 주로 자동차와 중장비차들을 우리가 만들어주기도 하고, 영우가 액세서리류는 붙이기도 하고, 오물조물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영우가 만든 첫 작품은 이거다. 클라스틱 괴물. 나름 귀여운데?

















그리고 팽이를 갖고 놀았는데 매번 신랑한테 팽이 돌려달라고만 하다가 이번에는 영우가 직접 돌린다. 어라, 그런데 제법 오랫동안 돌아간다. 우리가 보기에도 잘 돌린다 싶을 정도니 영우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기분 좋을 때 영우 특유의 어깨를 으쓱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행동이 있는데 저녁 내내 세레모니가 끝나지 않는다. 팽이 돌리고 세레모니하고의 반복. 예전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 다루는 법이 변하는 것을 볼 때면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935일 일상

엄마아빠가 시골에 가셔서 점심은 나가서 사먹기로 했으나 문 연 곳이 별로 없다. 의외로 집 바로 앞의 칼국수 집이 문을 열어서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신랑이 영우를 안아서 갔더니 발버둥을 치며 운다. 영우가 우산 쓰고 걸어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안아서 데려갔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한참을 우는데 이 땡깡을 어쩌나.
영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신발 벗고 들어가는 작은 식당은 다른 손님들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거기다 한참 울고나니 배가 고픈지(사실은 밥 때를 많이 놓쳐서) 밥은 언제 주냐고 재촉을 한다. 사장님한테 식사준비 됐냐고 물어보라고 하니 정말로 큰 소리로 '사장님 식사준비 됐어요?' 한다. 다른 손님들은 빵 터지는데 사장님 할아버지는 쏘쿨하여 대꾸는 커녕 힐끗 쳐다보고 할 일 하신다. 그렇게 밥 찾더니 막상 밥이 나오니 몇 숟갈 받아먹고는 견인차랑 노느라 바쁘다. 식당에 어린이집 친구인 미주네 가족이 왔는데 벌써 그 식당에서만 두 번 만났다. 칼국수와 만두를 잘 먹는 미주가 또 부러워지는 시점.
오후에는 동생네와 큰 집에 갔다. 장난감이 있으니 어디를 가도 잘 논다. 전 날도 큰집에서 도윤이와 서로의 장난감을 가지고 잘 논 모양인데(사실은 도윤이 형아를 울렸다고 하지 ㅜㅜ) 이 날도 견인차와 함께 노래를 몇 곡이나 해가며 잘 논다. 조카 성민이는 태어나서 처음 큰집에 간거였는데 낯도 안가리고 최고로 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둘 다 씩씩하게 잘 크기를.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934일 추석

차례를 일찍 지내게 되어서 9시가 좀 넘어서 대구로 출발하였다. 서울을 나오면서 좀 막히기는 헀지만 그럭저럭 선방하여 도착한 것 같다. 엄마아빠영우는 아직 큰집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짐만 올려다놓고 점심을 해결하러 설빙에 갔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설빙이라니 자영업자에 감정이입되어 안타까운 것은 나 뿐인가.
집으로 돌아가자 막 도착한 영우가 우리를 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미리 우리가 온 흔적을 확인해 둔 것인지 나를 보자마자 손잡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견인차를 가리킨다. 빨간색 소방 견인차에 견인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도 있고, 전에 샀던 앰뷸런스 경찰차 시리즈처럼 소리도 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견인차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항상 갖고 노는데 한편으로는 스푸키도 사주기를 원하고 있다.
동생네가 잠깐 들렀는데 내 핸드폰을 갖고 놀던 영우는 갑자기 시리를 부른다. '시야 사진 좀 찍어줄래' 그랬더니 진짜로 시리가 카메라를 열어준다. 감성작가 나영우는 흑백필터를 사용하여 제부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도 찍고, 정방형으로 바꾸어 할머니와 이모부부 사진도 찍어준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시리를 재소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저런 발음으로 시리를 불러내서 사진까지 찍었다니 정말 웃기다. 태어날 때부터 시리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저녁에는 달을 보러 나갔으나 그간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달을 볼 수 없었다. 옅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여 구름 뒤로 달이 있구나 하는 것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이 크기는 해서, 영우에게 저기 달이 있다고 이야기해줄 수는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학교 운동장까지 나가봤지만 결국 달 보는 건 실패. 그래도 오랜만의 밤마실에 기분 좋은 영우.

933일 가족들과의 통화

명절 연휴의 시작.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여 영우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성빈이 형까지 다 불러보며 영우는 즐겁다. 사람들이 많고 고모들의 리액션이 좋으니 영우는 신이나서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노래도 세 곡이나 부르고, 만들어놓은 장난감도 보여주고, 종알종알 말도 많이 한다.
무엇을 보면서였더라. 신랑이 빨간색을 가리키며 레드라고 했더니 영우가 '아빠 레드 아니야, 렛'한다. 3살 아들에게 영어 발음 지적당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색깔을 영어로 말하는 영우를 보고 신기한 고모들이 영우야 그럼 흰색을 뭐라고 해? 화이트 맞아? 했더니 고객를 끄덕이며 '화이트 카더라' 하는데 영어와 사투리의 조화에 다들 빵 터진다.
한참 통화를 하던 중에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인사 안해도 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니 인사 안하고 그냥 끊자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끊자고 했더니 끊기 싫다고 인사 하기 싫다고 울기 시작한다. 더 통화하고 싶으니 작별 인사 안해도 되냐고 묻는거였나보다. 울어서 모두를 짠하게 한 영우는 곧 재롱을 떨면서 한참을 놀다가 고개를 까딱하며 '영우 잘했지' 하는 애교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영우 잘하지, 힘세지, 잘먹지, 하며 확인 받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