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967일 요리사
어린이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칼로 식빵을 반으로 자르고, 잼을 펴 바르고, 치즈와 햄을 반으로 잘라서 올리고, 그 위에 식빵을 올린다. 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매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주셨다. 만드는 과정부터 완성된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까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영우가 만든 샌드위치, 맛있게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재료를 자르던 칼은 위험하지 않은 모양인데 어떤 종류의 칼인지,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965일 일상
전 날 낮잠을 제대로 못자서 일찍 자러 들어가더니 역시나 일찍 일어났다. 나는 못일어나겠어서 신랑이 영우 데리고 거실로 나가고 나는 9시까지 잤다. 신랑과 바통을 이어받아 신랑은 11시까지 잤다. 번갈아 자는 이 모습은 과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겠지.
영우는 아침부터 밥이 먹기 싫단다. 할머니가 밥 먹자고 부르자 '할머니 잠깐만요 좀 놀고요' 하는데 결국 아침밥은 절반가량 남겼다. 우리 없을 때는 정말 밥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만 오면 거의 매끼니 밥먹이는게 큰 일이다.
비가 와서 종일 집에서 노는데 새로운 동영상을 발견했다. 로보카폴리의 영상중 한 컷을 퍼즐로 만들어서 퍼즐을 다 맞추면 해당 영상이 몇 초간 재생되는 것이다. 동영상을 기대했는데 동영상 엔딩이 나오지 않는 것을 잘못 틀었더니만 울기 시작한다. 전 날은 비타민 먹고 싶은데 비타민이 없다고 울었고, 이 날은 낮잠 자고 일어나서 너무 많이 잤다며 울었다.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울음부터 터뜨리는걸 보면 애기는 애기다.
그나저나 낮잠 자고 일어나서는 왜 그렇게 우는거냐고 했더니 너무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너무 많이 자면 왜 우냐고 했더니 놀고 싶은데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노는게 제일 좋은 3세 나영우.
영우는 아침부터 밥이 먹기 싫단다. 할머니가 밥 먹자고 부르자 '할머니 잠깐만요 좀 놀고요' 하는데 결국 아침밥은 절반가량 남겼다. 우리 없을 때는 정말 밥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만 오면 거의 매끼니 밥먹이는게 큰 일이다.
비가 와서 종일 집에서 노는데 새로운 동영상을 발견했다. 로보카폴리의 영상중 한 컷을 퍼즐로 만들어서 퍼즐을 다 맞추면 해당 영상이 몇 초간 재생되는 것이다. 동영상을 기대했는데 동영상 엔딩이 나오지 않는 것을 잘못 틀었더니만 울기 시작한다. 전 날은 비타민 먹고 싶은데 비타민이 없다고 울었고, 이 날은 낮잠 자고 일어나서 너무 많이 잤다며 울었다.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울음부터 터뜨리는걸 보면 애기는 애기다.
그나저나 낮잠 자고 일어나서는 왜 그렇게 우는거냐고 했더니 너무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너무 많이 자면 왜 우냐고 했더니 놀고 싶은데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노는게 제일 좋은 3세 나영우.
964일 공원 나들이
원래는 일찍 준비해서 나서고 싶었지만 어찌나 피곤한지, 신랑이랑 번갈아가며 자는 바람에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나서게 되었다. 행선지는 봉무공원. 몇 년 전 단풍이 한창일 때 가족들끼리 왔었던 곳인데 작은 호수도 있고 산 밑에 있어서 등산객들도 꽤 많다.
호수의 오리배를 보자마자 영우는 오리배를 타보고 싶어한다. 잠깐 카페에 들러 볕을 쬐며 바나나 주스도 먹고, 오리배에 타서 영우가 직접 운전도 해본다. 작년에도 오리배는 타 보았지만 이제는 좀 컸다고 스스로 기어도 바꾸고 싶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싶고, 가고싶은 방향도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빠지도 같이 있어서 모터보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영우는 배를 사고 싶단다. 빨리 달리는 큰 배를 사고 싶단다. 요즘 아이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먼.
새로 개관한 나비체험관에 가보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과 나비 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꾸며놓았다. 영우는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계단식의 분수를 발견하고는 물이 계단을 따라 뛰어내리는게 신기하다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나비가 꽃을 옮겨다니며 꿀을 빠는 모습도 보았는데 영우는 기억을 하려나, 나중에 좀 더 큰 후에 또 와도 좋을 것 같다.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공원 매점에 앉아 컵라면과 즉석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 우리랑 있으면 밥 먹는 것이 어찌나 부실해지는지. 그래도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녁에는 동생네가 왔는데 성민이를 보고 영우가 퇴화를 한다. 성민이가 기어다니면 영우도 따라서 기어다니고, 제부가 성민이를 안으면 영우도 안기고 싶어 손을 뻗는다. 트램폴린에서 방방 뛰는 영우를 보고 성민이도 흥분해서 같이 뛰는 시늉을 하는데, 성민이에게는 영우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중인가보다. 영우도 성민이를 보고 예쁘다~ 하면서 쓰담쓰담하는데 내 조카라서가 아니라 참 예쁘게 생기긴했다.
밤이 되자 영우 얼굴에 열꽃이 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는데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보기가 안쓰럽다. 게다가 일관되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왜일까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의 추리에 의하면, 출장길에 사온 홍이장군을 먹이려고 했는데 영우가 한두모금 먹고는 맛이 없다고 안 먹었더랬다. 그리고 어른용 홍삼을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 양이 어린이 용량의 두 배나 되는데 한 번에 다 먹어버려서 열이 올라온거 아닌가 싶다고 하셨고 그 생각이 맞는거 같다. 어린이용은 좀 달던데 씁쓸한 어른용이 더 입맛에 맞다니, 끙.
호수의 오리배를 보자마자 영우는 오리배를 타보고 싶어한다. 잠깐 카페에 들러 볕을 쬐며 바나나 주스도 먹고, 오리배에 타서 영우가 직접 운전도 해본다. 작년에도 오리배는 타 보았지만 이제는 좀 컸다고 스스로 기어도 바꾸고 싶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싶고, 가고싶은 방향도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빠지도 같이 있어서 모터보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영우는 배를 사고 싶단다. 빨리 달리는 큰 배를 사고 싶단다. 요즘 아이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먼.
새로 개관한 나비체험관에 가보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과 나비 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꾸며놓았다. 영우는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계단식의 분수를 발견하고는 물이 계단을 따라 뛰어내리는게 신기하다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나비가 꽃을 옮겨다니며 꿀을 빠는 모습도 보았는데 영우는 기억을 하려나, 나중에 좀 더 큰 후에 또 와도 좋을 것 같다.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공원 매점에 앉아 컵라면과 즉석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 우리랑 있으면 밥 먹는 것이 어찌나 부실해지는지. 그래도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녁에는 동생네가 왔는데 성민이를 보고 영우가 퇴화를 한다. 성민이가 기어다니면 영우도 따라서 기어다니고, 제부가 성민이를 안으면 영우도 안기고 싶어 손을 뻗는다. 트램폴린에서 방방 뛰는 영우를 보고 성민이도 흥분해서 같이 뛰는 시늉을 하는데, 성민이에게는 영우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중인가보다. 영우도 성민이를 보고 예쁘다~ 하면서 쓰담쓰담하는데 내 조카라서가 아니라 참 예쁘게 생기긴했다.
밤이 되자 영우 얼굴에 열꽃이 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는데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보기가 안쓰럽다. 게다가 일관되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왜일까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의 추리에 의하면, 출장길에 사온 홍이장군을 먹이려고 했는데 영우가 한두모금 먹고는 맛이 없다고 안 먹었더랬다. 그리고 어른용 홍삼을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 양이 어린이 용량의 두 배나 되는데 한 번에 다 먹어버려서 열이 올라온거 아닌가 싶다고 하셨고 그 생각이 맞는거 같다. 어린이용은 좀 달던데 씁쓸한 어른용이 더 입맛에 맞다니, 끙.
960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올라온 사진.
영우가 원장선생님에게 달려가서 '원장선생님 준원이랑 동물농장 만들었어요' 하더란다. 구경 오라는 말인 것 같아 교실로 갔더니 영우와 준원이가 사진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길래 '준원이 영우가 만든 동물농장 멋지다' 했더니 씨익~ 웃어주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귀여운 녀석들, 저기 저 발가락은 영우의 발가락일까?
통화를 하는데 영우가 갑자기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종이로 만든 돈을 갖고온다. 영우가 할머니에게 여행가자고 해서 여행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종이돈을 찾아 들고 와서는 돈 있으니까 여행가자고 했단다. 우리랑 통화할 때에도 돈을 보여주며 여행가자고 한다. 어디 가고 싶냐고 했더니 공원에 가고 싶단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좋아서 어딘가로 나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네.
영우가 원장선생님에게 달려가서 '원장선생님 준원이랑 동물농장 만들었어요' 하더란다. 구경 오라는 말인 것 같아 교실로 갔더니 영우와 준원이가 사진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길래 '준원이 영우가 만든 동물농장 멋지다' 했더니 씨익~ 웃어주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귀여운 녀석들, 저기 저 발가락은 영우의 발가락일까?
통화를 하는데 영우가 갑자기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종이로 만든 돈을 갖고온다. 영우가 할머니에게 여행가자고 해서 여행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종이돈을 찾아 들고 와서는 돈 있으니까 여행가자고 했단다. 우리랑 통화할 때에도 돈을 보여주며 여행가자고 한다. 어디 가고 싶냐고 했더니 공원에 가고 싶단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좋아서 어딘가로 나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네.
959일 영우 아재
영우랑 통화를 하는데 블럭으로 길게 이어붙인 것을 들고 다니며 빵! 빵!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총싸움놀이를 하는 것 같았는데 벌써부터 총싸움놀이를 아는 것인가, 어디서 본 것인가 싶어서 영우야 빵이 뭐야? 물어봤더니 빵! 먹는 빵! 한다. 이것은 아재개그인가?
957일 바람길 축제
금호강 중의도에서 축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오랜만에 영우와 나들이를 하고 싶으셨나보다. 사진과 영상에 엄마가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 단둘이 나섰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차 타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서 노래도 하고 종알종알 이야기도 잘하는데, 난 왜 뒷자리에 영우 혼자 앉아서 이동하는 이 상황이 이리도 기특하고 적응이 안되지.
중의도란 곳에는 갈대도 있고,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다. 영우가 터널 아래 늘어진 수세미와 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걸어가는데 성동구청 앞 원두막에 늘어져 있던 박들이 생각나서 괜스리 찡하다. 오랜만에 넓은 곳으로 나간 영우는 노란 가방을 메고 종종거리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저녁에는 엄마가 돈까스를 만들어주셨단다. 돈까스 먹자고 하면 안 먹을까봐 치킨이라고 이야기하고 먹이려고 하셨는데 영우가 돈까스인 것을 알아보고는 돈까스 먹을래 하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엄마가 어렸을 적 우리에게 만들어주신 그 반찬을 영우가 맛있게 먹는구나. 잘 먹어서 다행이다.
중의도란 곳에는 갈대도 있고,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다. 영우가 터널 아래 늘어진 수세미와 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걸어가는데 성동구청 앞 원두막에 늘어져 있던 박들이 생각나서 괜스리 찡하다. 오랜만에 넓은 곳으로 나간 영우는 노란 가방을 메고 종종거리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저녁에는 엄마가 돈까스를 만들어주셨단다. 돈까스 먹자고 하면 안 먹을까봐 치킨이라고 이야기하고 먹이려고 하셨는데 영우가 돈까스인 것을 알아보고는 돈까스 먹을래 하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엄마가 어렸을 적 우리에게 만들어주신 그 반찬을 영우가 맛있게 먹는구나. 잘 먹어서 다행이다.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952일 일상
아침밥을 안먹는다. 점심은 제부와 신랑의 생일을 맞이하여 다같이 먹기로 했는데 아침밥 먹어야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말해도 안먹는다. 영우 집에 두고 우리는 나갈거라고 해도 알겠단다. 영우가 밥 안먹어서 엄마아빠 안 올거라고 해도 오지 말란다. 실랑이하기 힘들어서 밥을 먹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는 동영상을 틀어주며, 얼르고 달래며 결국 밥을 먹이신다. 밥을 안먹겠다고 하면 그냥 안먹이고 말지 이렇게까지 먹여야하나 싶은 생각에 애먼 엄마한테 짜증을 부렸다. 애들이 다 그렇지, 애가 뭘 안다고, 먹여야지, 먹여야 하는데 난 왜 그랬을까.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런, 이동하는 중에 잠들어버렸다. 카시트를 풀거나 안고 들어가면 깰 줄 알았는데 새벽에 6시 반부터 일어나서 놀았다더니 깨지를 않는다. 이러다 놀이방 이용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서 전날처럼 대성통곡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밥 먹는 도중에 깨서 놀이방으로 돌진. 미끄럼틀을 거꾸로 기어올라간다고 난리, 회전하는 기구에 올라탔다가 떨어져서 기구에 깔려서 난리, 손잡이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슬라이드를 탄다고 난리다. 얼마나 신났던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여벌옷을 준비해야하는 이유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는 전 날 동생이 선물해준 병원놀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아빠와 이모부들한테 가서 체온을 재고, 입도 벌려보라고 하고, 다짜고짜 주사도 놓아주고, 청진기로 심장박동도 들어본다. 이런 꼬맹이가 뭘 알까 싶다가도 보고 들은 것으로 역할놀이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다.
저녁이 되어 올라갈 준비를 하면서 영우에게 엄마아빠 또 올게 했더니 오지마 한다. 영우가 오지 말라고 해도 엄마아빠는 또 올거야 했는데 오지말고 여기있어 한다. 알고 보니 오지 말라는 것이 갔다가 오지 말고 계속 같이 있자는 뜻이었나보다. 양말을 신으니 양말 신지마 하다가 4분만 있다가 가란다. 아 정말 짠한지. 엄마도 이제는 같이 살 때가 되어가나보다 하신다.
올라오는 길에 사진첩을 보니 영우가 남긴 작품사진들이 엄청 많다. 웃긴건 파노라마 사진, 어쩌다가 파노라마 모드가 눌렸는데 어떻게 찍는지 몰라서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더니 영우의 롱다리 사진을 남겨놓았다.
영우는 이제 노래를 꽤 많이, 그리고 잘 부르게 되어서 혼자 놀면서도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났는데도 내가 아무 반응을 안해주니까 엄마가 애가 노래를 하는데 어찌 아무 반응을 안해주냐고 뭐라하신다. 그러게, 리액션을 먹고 사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밥 먹을 때에도 영우가 한숟갈 먹을 때마다 엄마아빠는 격한 리액션과 폭풍칭찬을 해주시는데 나는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이제는 계단을 올라갈 때 양쪽 발로 한 칸씩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오른 발로 한 칸 올라서면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가지런히 올리고 다시 오른 발로 한 칸 올라갔는데 이제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두지 않고 한 칸 더 올라서게 할 수 있다. 영우는 쑥쑥 크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또 미안한 마음만 든다.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런, 이동하는 중에 잠들어버렸다. 카시트를 풀거나 안고 들어가면 깰 줄 알았는데 새벽에 6시 반부터 일어나서 놀았다더니 깨지를 않는다. 이러다 놀이방 이용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서 전날처럼 대성통곡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밥 먹는 도중에 깨서 놀이방으로 돌진. 미끄럼틀을 거꾸로 기어올라간다고 난리, 회전하는 기구에 올라탔다가 떨어져서 기구에 깔려서 난리, 손잡이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슬라이드를 탄다고 난리다. 얼마나 신났던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여벌옷을 준비해야하는 이유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는 전 날 동생이 선물해준 병원놀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아빠와 이모부들한테 가서 체온을 재고, 입도 벌려보라고 하고, 다짜고짜 주사도 놓아주고, 청진기로 심장박동도 들어본다. 이런 꼬맹이가 뭘 알까 싶다가도 보고 들은 것으로 역할놀이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다.
저녁이 되어 올라갈 준비를 하면서 영우에게 엄마아빠 또 올게 했더니 오지마 한다. 영우가 오지 말라고 해도 엄마아빠는 또 올거야 했는데 오지말고 여기있어 한다. 알고 보니 오지 말라는 것이 갔다가 오지 말고 계속 같이 있자는 뜻이었나보다. 양말을 신으니 양말 신지마 하다가 4분만 있다가 가란다. 아 정말 짠한지. 엄마도 이제는 같이 살 때가 되어가나보다 하신다.
올라오는 길에 사진첩을 보니 영우가 남긴 작품사진들이 엄청 많다. 웃긴건 파노라마 사진, 어쩌다가 파노라마 모드가 눌렸는데 어떻게 찍는지 몰라서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더니 영우의 롱다리 사진을 남겨놓았다.
영우는 이제 노래를 꽤 많이, 그리고 잘 부르게 되어서 혼자 놀면서도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났는데도 내가 아무 반응을 안해주니까 엄마가 애가 노래를 하는데 어찌 아무 반응을 안해주냐고 뭐라하신다. 그러게, 리액션을 먹고 사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밥 먹을 때에도 영우가 한숟갈 먹을 때마다 엄마아빠는 격한 리액션과 폭풍칭찬을 해주시는데 나는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이제는 계단을 올라갈 때 양쪽 발로 한 칸씩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오른 발로 한 칸 올라서면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가지런히 올리고 다시 오른 발로 한 칸 올라갔는데 이제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두지 않고 한 칸 더 올라서게 할 수 있다. 영우는 쑥쑥 크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또 미안한 마음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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