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일 일요일

796일 청소하는 영우

나를 닮진 않았는지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는 영우. 기어다닐 때에도 물티슈로 쓱싹 닦는 흉내를 내더니 여전히 물티슈가 손에 닿으면 여기저기 쓱싹쓱싹 닦아준다. 가끔은 빗자루랑 대걸레를 들고 청소한답시고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오늘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여 청소를 한다.
아빠가 진공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하시자 영우는 아빠를 졸졸 쫓아다니며 뽀로로 청소기로 청소하는 흉내를 낸다. 똑같이 흉내내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뽀로로 청소기에 건전지를 넣어주면 가벼운 물건들은 빨아들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해 할텐데 게으른 엄마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네.

795일 RC카 입문

작년에 작은 형님이 영우에게 사주셨던 미니언즈 RC카가 있는데 차가 혼자 달리니까 영우가 무서워서 우는 바람에 제대로 갖고 놀지를 못했다. 이 날도 아빠가 미니언즈 카를 꺼내서 리모콘으로 조정하기 시작하니까 영우가 기겁을 하면서 아빠 품으로 달려오더란다. 아빠도 처음 작동시켜 보시는거라 바퀴 도는 것을 관찰하고 천천히 이동하도록 조작해 봤더니 영우가 '나도 해 볼래' '하면서 리모콘을 받아들더란다. 아빠가 한 것처럼 바퀴부터 움직여보면서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안 겁나? 했더니 '안 겁나. 재밌어요.' 한다. 전에는 빠르게 달리는 것이 무서웠던 것일까? 이제 서서히 두려움이 극복되는 것 같으니 신랑의 로망인 RC 장난감이 시작되겠구나.

794일 기다릴 줄 아는 아이

영우가 아이패드를 하고 싶어하길래 동생이 그러면 5분만 하자, 1분이 다섯 번인 것이 5분이고 저 시계 바늘이 2에서 3으로 가면 그만하는거야 라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다고 뭐 알아듣겠나 싶었는데 진짜로 시계 바늘이 3으로 가자 아이패드 다했다 하며 그만하더란다. 아 깜짝이야. 육아책들을 보면 아이에게 무조건 못하게 하지 말고 이유를 설명해주라는 이야기들이 써있는데 그것이 요만한 아이에게도 실제로 가능할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다.
오후에 영우랑 통화를 했다. 엄마가 없어, 아빠가 없어를 외치길래 아빠 보고싶어?했더니 '보고싶어' 한다. 아빠도 영우 보고 싶을거야, 엄마도 영우 보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지? 했더니 '엄마 오면 좋겠어' 한다. 들을 때마다 슬프다. 그래도 다음 주는 연휴가 있으니 3일동안 놀자고, 뭐 보고싶냐고 했더니 눈이 보고 싶단다. 구름이 보고 싶고, 나비가 보고 싶단다. 영우 보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해주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근황

일상이 너무 심플해서 근황이랄 것도 없다. 매일 야근. 지난 2주간은 거의 매일 11시 넘어 퇴근했다. 이런 와중에 워크샵까지 갔다왔다. 피곤피곤, 좀 쉬고 싶다.
지난 달엔 모임이 있었는데 야근하느라 못나가고, 친구들도 거의 못만났다. 문화생활도 거의 못했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다 핑계긴 하지만 마음의 여유없이 보내고 있다. 블로그에도 육아일기 말고는 글을 쓸 여유도 없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녁이 있는 삶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 아침 시간이라도 좀 활용해볼까 싶지만 아침에 정말 못 일어나겠다. 지금껏 내가 아침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몸이 피곤하면 그냥 못 일어나는거구나. 8시 출근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8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
운동도 하고 싶고, 영어 공부도 좀 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블로그에 밀리지 않고 일상도 적고 싶고, 무엇보다 시간 운영을 잘 하고 싶다. 휴, 나만 잘하면 되는건가. 답 없는 고민만 하고 있다.

790일 일상

오늘도 즐거운 영우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며 신나게 춤추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혀를 깨물었다. ㅜㅜ 피도 금세 멈추긴 했지만 나중에 토마토 먹다가 또 아프다고 우는걸 보니 다 나을때까지 조금 시간은 걸릴 모양이다.
이 날도 아빠가 없었어 하면서 우는데 여러모로 심란하다. 우리가 데리고 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는 것에는 적응할 수 있을까. 이렇게 행복한 아이를 데려다가 내가 퇴근할 때까지 온종일 어린이집에 두는 것이 과연 영우에게 좋은 일일까. 지금 어린이집에서는 혼자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아이가 영우밖에 없다고 한다. 2시 반이 끝나는 시간인데 엄마는 거의 2~3분 일찍 도착하신다고 한다. 하루는 엄마가 정각에 도착하고 시우 엄마가 시우를 먼저 데리고 갔다고 한다. 시우 엄마가 오는 것을 보고 영우가 신발을 신고 할머니를 기다렸는데 시우가 먼저 가버리니 속상해서 막 삐죽거리더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마음이 안 좋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즐거운 영우는 아빠 힘내세요 영우가 있잖아요를 노래하며 신나있다. 케잌 모형을 또 꺼내와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생일축하 노래가 한국어로만 있는줄 알았는데 영어 버전도 있더라. 영우가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해피버스데이 투유가 들리니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 투유 한다. 영우 투유는 들렸어? 들려서 따라했어? 하니까 들렸어 한다. 들리는건 다 따라하는 신통방통이.

789일 일상

요즘은 자동차 출동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이 날은 불이났는데 로이가 아니라 앰버를 출동시킨다. 영우가 놀고 있는 것을 옆에 누워서 보고 있었더니만 엄마 일어나라며 앰버를 출동시켜서 나를 쿡쿡찌른다. 허허 이녀석.
오랜만에 나무 블럭으로 기찻길을 만들고 숲 속 마을을 만들어서 논다. 엄마 아빠 영우가 함께 사는 집에 친구들이 놀러왔단다. 신랑이 집에 친구들 놀러오라고 해서 바베큐 파티도 하려면 아빠가 돈 많이 벌어야겠다~ 했더니 '아빠 성공해야겠다' 하는지. 어머나. 신랑이랑 팝업북을 보다가 찢어져서 제대로 팝업되지 않는 장면이 나오자 '아빠가 고쳐야겠네' 한다. 아빠의 역할을 잘 알고 있구나. 아빠 영우가 바라고 있으니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주세요. :)
사촌에게서 받은 색칠놀이 세트가 있는데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 보드마커, 싸인펜이 들어있다. 크레파스는 아직 손에 쥐어주면 안될 것 같아서 종이를 붙여서 안보이게 가려놓았다. 색칠놀이 세트의 케이스에 내용물을 찍어놓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스티커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여긴 많은데 왜 이렇게 안많지' 한다. 아 정말 이 녀석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주는 생활일지를 내가 보고 있었더니 영우가 받아서 넘겨보면서 '영우가 블럭을 했습니다' 하는게 아닌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지 참 신기하다.
자석칠판에는 보드마커로 그려야 지우개로 지워지는데 싸인펜으로 그려놓았다. 지우개로는 지워지지 않아서 물티슈로 지우느라 붙어있는 숫자, 글자 등을 떼서 다른데로 옮겼는데 영우가 울먹울먹하더니 갑자기 버스버스를 외치며 운다. 의미없이 붙여놓은게 아니라 버스를 만들어놓은거라지 뭔가. ㅜㅜ 달래고 다시 만들어보자고 했더니 길게 붙여나간다. 포크레인이란다. 영우 상상 속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점심 때는 동생네랑 외식을 했다. 또띠아 피자를 먹여보았는데 맛있다고 하길래 드디어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었나 싶었는데 잘 먹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많이 시켰지만 다 안먹겠다고 의지를 보여서 그냥 맨밥만 먹었다. 언제쯤이면 골고루 잘 먹게 될런지. 먹은게 부실한거 같아서 빵을 세 종류 사왔는데 귀신같이 달고 맛있는 빵만 골라먹는다. 그런데 달달한 빵보다 떡을 더 좋아하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운 효과인가.
엄마아빠가 외갓댁 갔다가 늦게 오셔서 저녁에는 우리가 재우는데 아빠가 없었어, 보고싶었어 하면서 운다. 아빠 지금 여기 있잖아 해도 계속 아빠가 없었어 하면서 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짠한지. 그래도 엄마아빠를 찾기는 하나보다.

788일 대구 가는 길

대구 가는 길에 영우랑 통화를 했다.
계단을 잘 올라가고 조심해서 오라고 한다. 내일 뭐하고 놀까 했더니 물감놀이를 하자고 한다.
엄마랑만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놀이가 생겼나 싶어 뿌듯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날 어린이집에서 롤러로 물감놀이를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올려준 사진을 보니 팔을 걷어부치고 도화지에 물감을 찍는데 얼마나 집중해서 빠르게 터치하는지 손이 보이질 않는다. 재미있나보다.
영우가 하고 싶은걸 해줄 수 있는게 어디야. 대구 가는 길이 기대된다. 주말에 재미있게 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