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2일 일요일

408일 문화센터 친구

지금 다니는 문화센터에 버스 한정류장 차이의, 영우보다 1개월 빠른 동네 친구가 있다. 그 아이도 할머니랑 같이 오는데 덕분에 우리 엄마도 덜 심심하면 좋겠다. 이 날 처음으로 그 아이를 집에 초대했다고 한다. 이제 그 아이 집에도 가보고 놀이터에도 같이 나가보고 할 요량이라고 하신다.

오랜만에 친구가 집에 놀러오자 영우는 어땠을지, 잘 놀았을지 궁금했는데 사촌 오빠 아이가 놀러왔을 때랑 똑같았다고 한다. 평소 갖고 놀지도 않는 장난감인데 친구가 갖고 놀면 빼앗았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두어번 잡아당겼나보다. 휴우. 이 샘쟁이 떼쟁이를 어쩌면 좋아. 조금 더 크면 말귀도 알아듣고 친구들이랑 잘 놀 수 있겠지.

404일 글로벌 영우

대구는 벚꽃이 만개했다. 동네 아파트 정원에도 벚꽃이 많아서 산책 때마다 벚꽃을 보여주긴 하지만 제대로 벚꽃놀이 시켜주려고 하셨는지 경북대학교 교정을 방문했다. 영우 손잡고 걷던 중 동남아 여자아이 가족을 발견하였는데 엄마가 정말 반가워하며 영우를 옆에 데려다 놓고는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빨리 글로벌 친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젊은 우리에겐 별 일 아니지만 대구같이 보수적인 동네에서 동남아 아이를 봐도 전혀 편견 없이, 또래의 아이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같이 사진 찍게 하는 엄마가 참 대단하다 싶다. 사진 속에서 본 그 아이 가족들도 영우를 반갑게,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영우가 할머니의 긍정적이고 편견 없는 마인드를 잘 배워서 바르게, 글로벌 마인드로 커 주면 좋겠구나.

401일 미끄럼틀

이것 저것 사주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데 신랑 친구가 돌 선물로 미끄럼틀을 사준다고 해서 겨우겨우 지름신을 억누르고 있다. 나는 커다란 미끄럼틀을 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작은 미끄럼틀이어서 약간 실망했으나 그 또한 내 욕심일뿐, 겁 많은 영우는 무서워서 그 작은 미끄럼틀도 잘 못 내려온다. 아빠가 미끄럼틀 타 보라고 위에 올려놓고 물러섰더니 혼자 높은 곳에 서 있기 무서운지 내려달라고 난리다. 높은 곳에서 내려가는 건 소파 위에서 내려가는 것밖에 안해봤는데 그렇게 내려갈 수 없는 커다란 곳에 서 있으려니 무서울 수 있겠지.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잘 못하고 엄마아빠가 몇 번 슬라이딩할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느낌이 이상한지 영 호응이 없다.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6일만에 드디어! 스스로 계단을 올라가고 슬라이딩해서 내려왔다. 아직은 무서워서 신나게 내려오지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슬라이딩이 짧아서 조금만 지나도 재미가 없을거 같긴 하지만 지금의 영우에게는 위험하지 않고 딱 맞는 사이즈인 것 같다. 언젠가는 올라타고 반대로 기어올라가기도 하고 험하게 놀겠지만 지금은 조심조심. 왈칵왈칵 움직여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심성이 있어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2015년 4월 9일 목요일

푸념

출근하기 너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게임이 재미 없는 것도 문제지만 게임을 하고 있는 시간이 낭비로 느껴진다.
분석 툴이 없으니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단 생각에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3개월쯤 지나면 나아지겠지. 첫 번째 문제는 이사만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398일 동물원 나들이

순전히 내 욕심이지만 동물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사실 애초에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영우는 아직 동물 실사도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른 집은 벽에다 동물 사진들을 붙여놓기도 하고 자연관찰 전집을 일찍부터 사다가 보여주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동물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동물을 보여주려고 나섰다.
대구에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서 찾아간 곳은 달성공원. 그 이름 참 옛스럽도다. 입장료가 무료인 대신 주차장이 없어서 주변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 날씨가 꽤 좋아서 꽃들도 꽤 많이 폈고 덤으로 동물 냄새도 많이 난다. 달성공원은 사진 속에만 있는 곳이지 가보았던 기억이 남아있진 않는데 연인, 가족,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 되어 있었다.
얼룩말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곰도 있고, 코끼리도 있었으나 영우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곰은 좀 쳐다본 거 같긴 한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풍선에 더 꺄르르한다. 동물을 보고 우와해주길 바랬던 나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공원을 걷고, 잔디를 밟고, 꽃 속에서 환히 웃는 영우 사진도 건졌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즐거운 나들이다. 좀 더 크면 동물 보고 좋아해주겠지~

390일 공차기

기어다니던 시절에도 공을 보면 꽤 멀리까지 굴리면서 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손에 이끌려 서서 발로 툭 차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발놀림이 서툴러서 공이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이 뒤로 가기도 했다. 보행기 처음 탔을때도, 처음 길 때에도 뒤로 가더니 공 찰 때도 뒤로 가는건 참 웃기다.

이 날도 역시 처음에는 공이 다리 사이에 끼어서 굴릴 수도 없고 차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가 좀 익숙해졌는지 잠시 후에는 공을 차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제법 공을 발로 차서 저 멀리로 보낸다. 이렇게 기술이 하나하나 늘어간다.

384일 일상

가끔식 갖고 노는 공이 있다. 축구공 패턴인데 세계 여러 나라 지도가 패턴마다 박혀있다. 제부가 대한민국 국기를 알려줬다고 했는데 다음 날 대한민국 어디있어? 라고 물으니 이리저리 공을 굴려서 대한민국 국기를 찾아낸다. 그녀석 참 신통방통하네. 그런데 가끔 일장기랑 헷갈리기도 한다는 건 함정.
날씨가 좀 풀리면서 밖에 몇 번 데리고 나갔더니 이제 나가려고 하는건지 눈치를 채는 모양이다. 영우야 우~ 가자 하면 손을 끌어서 현관문 앞으로 간다. 가끔은 양말 신으려는 흉내도 낸다. 양말 신으면 밖에 나간다는걸 어찌 알아챘나몰라.
그간 걸음마 연습을 따로 시키지 않았다. 충분히 기어야 허리에 좋다고도 하고 일찍 걸어봐야 넘어지기만 하지 엄마아빠가 쫓아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 스스로 일어나 걸을때까지 기다렸다. 날씨가 좋아 밖에 데리고 나가서 손을 잡고 걸려보았는데 의외로 잘 걷는다. 집에서 신는 소리나는 신발이 있는데 밖에서 신는 신발은 소리가 안 나니 발을 탁탁 쳐보는 모습, 손 잡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 좀 걸었더니 힘든지 주저앉는 모습. 생생하다.

서울로 출발하려 하는데 아빠가 영우를 데리고 나오셨다. 우리가 차에 타니까 영우도 차에 타려고 손을 뻗는다. 영우야 안녕하고 문을 닫고 출발하는데 영우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영우는 뒤돌아서면 잘 놀겠지만, 그저 내 기분 탓이겟지만, 괜찮을거란걸 알면서도 눈물이 난다. 점점 영우랑 헤어지는게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