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시작된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으나 이제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1월의 시작과 함께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괴로웠는데 퇴원한지 2주 지났다고 지금은 또 잊혀져가려 한다. 기록을 해두어야겠다.
1월 1일 외출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배가 자주 아픔을 느끼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진통 어플을 깔고 진통 주기를 체크해보니 규칙적인건 아니지만 꽤나 자주 진통이 와서 병원에 전화를 해보았다. 당장 와보라는 간호사의 말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집에서보다 안 아픈 것이다. 역시 별 일 아니군, 민망하다, 이러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들어와서는 자궁 수축이 심하다며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로 바로 입원 수속하고 세 시간 가량 라보파 용량을 올려가며 수축을 잡아갔다. 입원을 하긴 했지만 다음 날부터 용량을 한단계씩 내려도 크게 수축이 잡히진 않아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토요일 오전에 약을 끊고는 전격 퇴원 결정.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날 밤부터 또 수축이 오더니 너무나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된 것이다. 겁이 덜컥 나서 병원으로 향했고 새벽 세 시 반, 두번째 입원 결정.
이 때부터는 굉장히 걱정되고 우울했다.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한 주수부터 조기 진통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많기도 하거니와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 게다가 한 번 퇴원했다가 재입원을 하니 두려움은 더 커졌다. 조기 진통의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긍정이가 29주까지 역아였던 점, 근종, 지난 번 입원때 확인된 염증을 비롯해서 프로젝트로 인한 스트레스와 나의 쉴새없는 일정놀이 등 걱정하려 들면 한두가지가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두번째 입원 때는 병실이 없어서 하룻밤은 다인실을 이용했는데 화장실 이용 등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출산한 산모들이 짧게 입원하고 빠지기 때문에 장기 입원하면서 그들을 보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일인실로 옮긴 후에는 편하긴 했지만 꼼짝도 않고 온종일 누워있다보니 우울한 날도 있어 몇 번의 눈물바람으로 신랑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라보파는 부작용이 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손발이 저리고 떨려서 밥을 먹을때 덜덜덜 하게 된다. 심하게는 폐에 물이 차기도 한다고 한다. 먹는 약이 있었는데 부작용 때문에 금지되어서 조기 진통이 오면 입원외에는 특별한 처방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내가 다닌 병원은 동네 병원이라 바늘 바꿀 때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는데 대학병원은 그런거 없다고 한다. 검사받으러 다닐때 휠체어를 타고 다녔는데 오버 아닌가 싶었으나 심한 경우는 대소변도 받아내고 못 움직이게 한다고. 내 상태가 그 정도는 아니었음에 감사해야지. ㅜㅜ
재입원한 탓에 용량도 천천히 낮추며 상태를 확인해가고 있었지만 첫번째 퇴원시도를 하던 날 밤, 또다시 수축이 와서 다시 용량을 늘리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밤이 되면 수축이 심해진다. 원래 배가 불러오면 불편해서 잠을 못자고 화장실엘 자주 가게 되서 자주 깬다는데 거기에 수액도 맞고 있지, 수축도 자주 오지, 거의 잠을 못잔 날도 많다. 그래도 하는 일이 없으니 낮에 자면 되고 잠은 빨리 드는 편이라 많이 피곤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잠 잘자는 체질이고 뭐고 이런거 없는 듯.
우여곡절 끝에 1월 21일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전날 밤도 아마 간호사를 불렀으면 퇴원 못했을 것이다. 너무 집에 가고 싶어서 그냥 수축이 와도 참았다. 혈관도 다 터지고 여기저기 멍 들어서 팔에는 더 주사 놓을 곳도 없고, 병원생활 더 하기도 괴롭고, 우울하기도 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원장님이 검사할 때도 수축이 나타났지만 나갔다가 안좋아지면 다시 입원할 생각하고 일단 퇴원하자고 하셔서 퇴원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누워있었지만, 여전히 밤이 되면 잘 잘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집에 있으니 너무 좋다!
이제 토요일이면 35주, 긍정이는 자리를 제대로 잡았고 몸무게도 2.5kg, 폐가 성숙되는 시기도 지난 터라 걱정이 덜 된다. 아직 병원 외에는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데 이제 슬슬 걷고 운동도 해보라고 하시니 고비는 지난 것 같다. 현재는 출산휴가를 땡겨쓰고 있는 중이다. 내 직장생활에 이런 팔자도 있다니, 긍정이가 그간 너무 힘들어서 나 좀 쉬라고 시위를 한 건가보다. 긍정아 앞으로 한 달만 더 잘 견뎌보자꾸나~!
병원 있을때부터 엄마가 올라오셔서 퇴원해서까지 보름 넘게 내 수발 들어주시느라 고생하셨는데 나는 나중에 내 자식한테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우선 엄마한테나 잘해야지, 별 일 아닌데 버럭버럭하는 못난 나. 오랫동안 맘고생했을 신랑과 걱정해준 친구들 모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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