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5일 월요일

784일 빨간색 선물이 받고 싶어요

이 날은 책을 옮기는 놀이가 재미있었나보다. 책장에서 책을 몇 권씩 뽑아오더니 쌓기 시작한다. 읏차읏차하면서, 뭐하고 있냐고 물으니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허리 높이까지 쌓는다. 잠시 후 책 쌓기가 지겨워지자, 내팽겨치고 놀려가려고 하는데 동생이 제자리에 꽂으라고 독촉을 한다. 책 안 갖다 놓을거냐니까 안 갖다 놓을거라고 대답까지 했는데 책을 정리해야 착한 어린이고 착한 어린이한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데 영우 산타할아버지한테 뭐 받고 싶다고 했지? 하니까 빨간색 선물이라고 외치더니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기 시작한다.
한참을 왔다갔다 하다가는 책 한권을 들고 주저앉아서 이거 볼래 하며 책을 펼쳐보기 시작했는데 동생이 정리해야 빨간색 선물 받지 하니까 다시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 잘한다고 칭찬해주자 '빨간색 선물 받겠다 요렇게 하면' 한다. 받고 싶은 빨간색 선물이 뭐길래 영우를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로 만든건지!
책 정리를 거의 다 마무리하고 영우 이제 선물 받겠다, 누가 선물주지? 했더니 '산타할아버지' 한다. 다 정리하고 돌아나오면서는 '근데(이제?) 선물 받겠다' 하는데 왜그리 웃긴지. 괜스리 지난 크리스마스에 뭘 알겠나 싶어 선물 주지 않은 것이 미안하고, 이번에는 꼭 빨간색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780일 이발

영우가 쌍가마라서 머리가 베컴스타일처럼 솟아오른다. 하늘로 솟은 머리가 귀엽긴 하지만 머리카락을 길러서 눕혀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발 안한지 2개월이 넘었는데 엄마가 도저히 못참으시겠는지 미용실에 데려가셨다.
이제는 땡깡이 장난이 아닌데, 가만히 앉아있기도 싫고 머리 자르기도 싫어서 난리였을까봐 걱정이었는데 동생이 미리 준비한 동영상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잘랐나보다. 요즘엔 동영상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던터라 영우한테 타요 볼까, 폴리 볼까, 뽀로로 볼까 미리 확인받아서 폴리를 보여줬더니 완전 푹 빠져서 본 모양이다.
무사히 이발을 했는데, 그녀석 밤톨처럼 참 귀엽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려~

777일 대머리는 싫어싫어

동생이 라인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져서 영우랑 많은 동영상을 남겼다. 토끼, 곰, 오리를 좋아하고 특히 코니가 뺨에 부비부비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언가가 얼굴을 가리면 싫어하고 가장 싫어하는 것은 브라운이 잔디깎는 기계로 머리를 밀어 대머리가 되는 것.
근데 동생이 잔디깎는 기계를 선택하자마자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는지 눈을 감는다. 눈을 꼭 감고 뒤로 빠지더니 아니야를 외치며 소파 위로 기어올라가서 숨는다. 틀자마자 도망가더라며 이미 다 알고 있는거 같다는데 어떻게 알았지?

776일 일상

내 생일도 있고, 신랑이 법인도 세우고 해서 겸사겸사 친정 식구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소고기를 먹으러 갔지만 안타깝게도 영우는 소고기에 관심이 없다. 언제쯤 고기를, 아니 반찬들을 골고루 먹어줄까나.
놀이방이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작년 여름에 갔을 때와는 노는 것이 완전 다르다. 이제 잡아주지 않아도 암벽등반할 때 보조 손잡이 같은 것을 밟고, 잡고 올라갈 수 있고, 균형을 잡고 흔들다리를 건널 수 있고, 방방이도 제법 탈 수 있게되었다. 과거에 했던 것을 다시 해보면 얼마나 많이 컸는지 새삼 느껴진다.
이 날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식사만 하고 바로 들어왔다. 밖에서 맘껏 놀아주지 못해서인지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안좋다. 거기다 영우는 응가를 한 후 엄마가 해달라고 외쳐서 아, 이녀석,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것인가, 곧 가야하는데 울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짠하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에는 항상 쿨한 영우,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행복하게 살고 있는 영우에게도 엄마 아빠가 필요한 날이 올까?

775일 일상

영우랑 뭐하고 놀까 기대가 가득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 온종일 집안에서만 놀았다. 아이들이 라인카메라를 재미있어 한다길래 다운로드 받아놨었는데 이거 꽤 재미있다. 템플릿 중에 고깔모자가 씌워지고 동물들이 춤을 추고 폭죽이 터지는 것이 있는데 그걸 보더니 생일축하노래를 시작한다.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많이 해보더니 이것이 생일축하해주는 것인줄 알았나보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생일축하노래를 선물로 받았다.
입을 벌리면 눈에서 눈물이 나와 물이 차오르고 레너드와 샐리가 수영하는 템플릿도 있는데 제법 즐길줄 안다. 코니 머리띠를 하고는 신나는지 깡총깡총 한다. 까딱까딱 인사를 하며 토끼 영우예요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데 동영상을 못 찍어서 아쉽다. 라인카메라 덕분에 이것저것 영상을 만들어보며 재미있게 보냈다.
전날 갖고 놀던 색깔 카드로도 재미있게 놀았는데 엄마 생일이라며 선물로 분홍색 구름과 빨간 튤립을 주었다. 우왕~ 선물도 줄 줄 알고 기분이 좋았으나 갑자기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낑낑대며 무거운 박스를 갖고 온다. 아빠 선물이라고 하는데 아빠에게는 홍삼을 주지 뭔가 -_- 영우는 아빠를 정말 좋아해.
온종일 같이 놀다보니 11시가 넘었는데도 자러가기 싫어한다. 어른들은 주말에 원래 늦게 자는 법이지만 베이비는 일찍 자야지. 밤이 되면 항상 할머니랑 잘래 엄마아빠랑 잘래 물어보는데 이 날은 어쩐 일인지 엄마아빠랑 같이 잔다는거다. 보통은 같이 자자고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하면서 할머니를 찾고, 할머니가 엄마아빠랑 자라고 하면 울거나 먼저 지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이 날은 심지어 침대에 같이 눕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가 불을 끄자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물 갖다줄게 했더니 따라나오더니 지 방으로 도망가버렸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거부하지 않고 같이 침대에 눕기까지 했다는데 의의를 둔다.

774일 즐거운 금요일

영우 보러 간다는 생각에 내내 들뜬다. 2주만에 보는게 너무 힘들다. 매일 보면 더 힘들겠지. 5시 퇴근 찬스를 쓰고 8시에 영우를 만나고 싶었지만, 겨우겨우 퇴근하고 겨우겨우 9시에 도착하였다.
영우가 달려와서 반겨준다. 엄마 하면서 다리를 안아준다. 아 정말 이런 것에 행복을 느끼게 될 줄이야. 이렇게 존재 자체로, 사소한 몸짓 하나로도 행복을 주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
이번에 갖고 간 장난감은 색깔 카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가 있고 바지, 튤립, 구름 등이 구멍이 뚫려져 있어서 색깔 카드를 넣으면 바지, 튤립, 구름 등의 색깔이 바뀐다. 매우 흥미로워하는데 카드를 넣고 빼는 것이 잘 안되니까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인내심을 길러줘야 할텐데 큰일이다.

2016년 4월 18일 월요일

772일 일상

일본뇌염 마지막 예방접종. 만 4~6세가 될때까지 이제 예방접종은 없다고 한다. 수십차례 접종하는 동안 많이 울지도 않고 열도 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
예방접종하고 돌아오는 길에 선거유세 차량을 만난 모양이다. 알다시피 새누리당의 선거송은 Pick me. 영우가 듣기에도 흥겨웠는지 엉덩이를 씰룩씰룩 팔과 상체도 흔들흔들하며 걸어간다. 아 웃겨라. 더 기분좋은 것은 우리 동네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
이 날은 비가 왔는지, 비온 직후인지, 영우가 장화를 신고 나갔다. 처음으로 신어보는 장화가 엄청 재미있나보다. 물웅덩이에 철벅철벅 들어가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제지로 실패.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한 영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