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8일 월요일

771일 그림그림

문화센터 수업이 있는 날. 수업 중인데 영우에게 전화가 왔다.
영우야 뭐하고 있어? 엄마는 그림 그리고 있어. 했더니 영우도 그림 그릴래. 하더니 그림그림하면서 정말 그림 그리러 가버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통화.
이 날 엄마아빠가 영우를 데리고 벚꽃 나들이를 나가셨다. 우리가 함께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한데 엄마아빠가 최선을 다해주시니 감사하다. 팔공산까지 갔는데 팔공산엔 아직 벚꽃이 몽우리져 있는 수준이어서 아쉽게 돌아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또 토했다고 한다. 정말로 멀미를 하는건가 괜히 신경쓰인다.

765일 일상

잠깐 분당에서 머물다 내려간 이후로 더 잘논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며칠 사이에 영우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하신단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져서 좀 일찍 나서서 20분 정도 밖에서 놀다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린이집에도 문 똑똑하고 영우 왔어요 하면서 들어간다고 한다.
책도 직접 몇 권이나 갖고 와서 읽어달라고 한단다. 최근에 받은 책이 영우 수준에 좀 맞는지 재미있어하며 자주 읽어달라고 한단다. 이렇게 또 한뼘 컸나보다.

764일 꺼꺼꺼

신랑이 영우 보고 싶어서 일찍 퇴근하고 들어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만난 영우는 또 아이패드를 덮친다.
꺼꺼꺼(전화 끊으라고) 하면서 울더니 곧 일시정지 화면. 일시정지 화면은 페이스타임을 하다가 홈버튼을 누를 때 나오는 화면이다. 전화하기 싫다는데, 다른거 하겠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끊으려고 하니 신랑이 딱해 보였던지 엄마가 영우한테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하라고 시킨다.
울먹울먹하면서 아빠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는데 그 소리는 또 어찌나 짠한지. 신랑이 그래 어쩌겠니 영우야, 이제 버스하러 가 하니까 예 한다. 아니 근데 예 하는 목소리가 어쩜 그리 밝지? 아까 그 울먹이는 미안해요와 밝은 예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얘 뭐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6년 4월 17일 일요일

763일 영우 in 분당, 셋째 날

아, 이제 영우가 내려가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라도 들러서 좀 더 시간을 함께 보냈으면 싶어서 휴가도 냈지만 영우와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일찍 내려가서 쉬는 것이 좋겠지.
내가 잠시 소파에서 요즘 버닝하는 게임인 클래시 로얄을 하고 있었는데 영우가 핸드폰을 낚아챈다. 그리고 자기가 하기 시작한다. 이 게임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겨우 두 돌 지난 아이도 딱 보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단 말인가. 당연히 타워를 하나도 깨지 못했지만 신랑은 졌지만 잘했다며 칭찬해준다. 집 안에 전자기기가 굴러다니다보니 아이패드를 발견하고는 갖고 노는데 그냥 막 유투브를 켜서 동영상을 본다. 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갖고 노는 아이들은 이런거구나.
이제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 나가서 놀이터에서 좀 놀다가 가자고 신발을 신기는데 엄마 신발 하면서 내 신발을 챙겨준다. 아 정말 이 녀석 찡하게 하는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시소 한쪽에는 신랑이 다른 한쪽에는 영우와 내가 타는데 이런 그림 참 적응 안된다. 그렇게 놀이터에서도 정리하고 영우를 보내고 들어오는데 쓰레기를 버리다가 영우 기저귀를 보니 왜그리 짠한지 모르겠다.
영우는 내려가는 중에 멀미를 했는지 토했다고 한다. 전 날에도 계속 차를 타고 오면서 목이 아프다고 했었는데 그게 멀미하는거였나보다. 먼 길 오가느라 고생 많았구나, 그래도 즐겁게 지내줘서 고마워.

762일 영우 in 분당, 둘째 날

둘째 날은 시댁 방문, 형님들도 시댁으로 오시기로 했다.
한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라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스쳐지나는 차를 보며 반응하고, 하늘을 보면서는 영우의 하늘색 나팔바지 색깔이라며 재미있어하고, 터널이 나타날 때마다 재미있어한다. 신호등에 걸려 멈춰 있을 때면 또 안가네, 아빠 운전해 하며 아빠의 할 일을 정확히 지적해준다.
시댁에 도착했는데 바로 집에 들어가기 싫은 영우는 놀이터에서 자동차를 타며 논다. 지금까지 시댁에 다니면서도 놀이터에 자동차가 있는지 몰랐다. 한참을 놀다가 고모가 도착해서야 (그러고도 한참을 더 놀다가) 올라간다. 1년 만에 말도 할 줄 알고 걸어다니게 된 영우를 만나니 신기방기하기도 했겠지만 크는 모습을 보지 못해 많이 아쉽지 않으셨을까 싶다. 영우는 지난 번 부산에서도 그렇더니 사촌형을 정말 좋아했다. 사촌형아 다리를 꼬옥 껴안는데 왠지 찡하다.
저녁에는 신랑 친구와 아이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다들 사정이 생겨서 한 가족만 보게 되었다. 청담동에 있는 릴리펏이라는 키즈카페에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그렇게 정신없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장난감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영우는 또 정신이 팔렸다.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몇 대씩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차타워 장난감이 있어서 자동차가 정말 많았다.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노는건 좋은데 영우가 자꾸 다른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자동차를 뺏으려고 한다. 또래도 아니고 형아들 것을 뺏으려고 하는데 대구에서는 영우가 그러면 아이들이 대체로 양보를 하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안 뺏기려하고 화를 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영우야 그렇다가 형아들한테 맞겠구나. 방방이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더 탈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아직 공던지기는 어렵다. 제대로 공을 던지지도 못하면서 계속 던져 보겠다며 안아달라고 해서 힘들어 죽는줄. 영우 쫓아다니느라 신랑 친구 가족이랑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언젠가는 둘이 같이 뛰어놀며 우리를 쉬게 해주는 날이 오겠지.
이렇게 둘째 날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다. 오랜만에 영우가 오니 만날 사람들은 많은데 시간은 참 아쉽구나.

761일 영우 in 분당, 첫째 날

이 날을 영우 오는 날로 정한 것은 Open Saturday 때문이기도 하다. 한 달에 한 번 네이버가 사원 가족들에게 사옥을 공개하는데 엄마아빠에게 네이버를 구경시켜드리고 싶기도 하고, 영우가 캐릭터들을 보고 즐거워하기를 기대하며 네이버로 향했다.
라인 캐릭터들이 로비에서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전문 포토그래퍼가 가족 사진도 찍어서 액자로 만들어 주고, 페이스 페인팅과 캘리그라피도 해주고, 카페에서는 음료수를 구내 식당에서는 식사를 제공해 준다. 4층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 영우. 커다란 텐트 안에도 들어가보고, 라인 프렌즈 인형들 하나하나 만져보고, 쥬니버 판넬은 쓰러뜨려 보고, 동물 인형들에는 올라타서 놀고 아주 신났다. 크레파스로 색칠도 할 수 있고 레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좀 더 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카페에서 영우 몫으로 오렌지 주스를 받았는데 처음엔 안 먹겠다고 하다가 새콤달콤 오렌지 주스에 반해버렸다.
네이버 1층에는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오픈되는 도서관이 있는데, 진귀한 책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고, 1층 카페에서는 다양한 잡지도 볼 수 있다. 엄마아빠한테 도서관 보여드리려고 들어갔는데 영우가 입구에 놓여있는 팝업북에 관심을 보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북을 함께 보는데 나는 영우가 찢을까봐 내내 긴장했는데 이제 그 단계는 지났나보다. 엄마랑 아침마다 팝업북을 보는데 책에 달려들지 않고 잘 본다고 한다. 이렇게 크긴 크는구나.
엄마아빠는 집에 모셔다 드리고 봄봄네가 오픈한 카페로 333을 만나러 간다. 허아인님은 영우를 거의 2년만에 보시는 것 같고, 333은 지난 11월에 만나긴 했지만 몇 개월 사이에 영우가 부쩍 컸으니 다들 기대 가득~ 신랑에게 안겨서 등장한 나영우, 내려놨더니 허아인님과 눈을 맞추는데 이 아저씨 누구지 하는 표정이 너무 웃기다. 그 표정이 딱 사진이 찍혔는데 제목도 있다. 아저씨가 울아빠 디구친구예요? ㅎㅎ
엄마가 영우 알파벳 읽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알파벳 비스킷을 몇 개나 갖고 오셨는데 그걸 집에 놓고 왔지 뭔가. 그러나 영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커피잔의 숫자와 알파벳을 읽기 시작한다. 이모들이 열렬히 호응해주니 신이 나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뽐낸다. Pal Coffee였는데 봄 조교의 도움을 받아 Pal Coffee의 알파벳은 다 읽을 수 있는걸로 자랑 끝.
곧 내 생일이어서 333이 생일 케잌을 준비해주었는데 영우가 손뼉 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하고 촛불도 후 끄고 엄마 생일 축하해~도 해주었다. 자기가 뭘 해도 이모들이 이뻐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악어떼, 곰세마리, 거미에 이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도 할 줄 아네? 정말 모든 개인기를 다 선보이는구나.
저녁은 영우가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만한 메뉴, 최근에 맛을 본 신세계, 자장면으로 선정하였다. 영우에게 자장면을 먹이는데 양을 제대로 가늠을 못해서 한숟가락 가득 밀어넣었더니 꽥 하며 뱉어낸다. 끄으응 엄마 왜이러니? 양을 좀 줄여서 다시 먹였더니 오물오물 먹고 나서는 어? 꽥 안하네? 하면 환희의 비명을 지른다. 엄마가 참 미안하구나.
리미가 가족과 약속이 생겨 저녁 시간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영우 요녀석 아림 이모는 어딨지, 아림이모 없네 하며 아는 척을 한다.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리미는 감동감동. 자장면을 먹고 난 영우는 온 가게를 휘젖고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돌아다니다가 수지형 다리에 걸려서 넘어졌는데 수지형이 미안해~ 하니 눈을 내리깔며 새초롬히 괜찮아 했단다. 아 얘 왜 이렇게 웃긴걸까.
이렇게 네이버 방문과 333 팬미팅으로 분당 방문 첫 날을 마무리. 시간 가는게 아까웠던 그 날의 기억.

760일 영우 오는 날

명절때 영우가 올라오지 않아서 시부모님이 영우 얼굴 보신지 1년이 넘었다. 명절에는 너무 막히고 춥기도 해서 안 데리고 왔었는데 엄마가 계속 마음이 쓰이셨는지 한 번 데리고 올라가서 얼굴 보여드리자고 했다. 한 달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영우의 방문이었지만 막상 그 날이 오니 엄청 설렌다. 분당으로 이사하고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우리 집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 영우가 될 줄이야.
온종일 일이 손에 안잡혀서 5시 퇴근 찬스를 쓰고 집에 갔다. 엄마~하고 달려오는 영우, 우리 집에 영우가 있다니 참 현실감 없다. 엄마는 저녁을 준비해 놓으시고, 나는 퇴근길에 과일을 사서 들어가고, 엄마아빠랑 영우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영우를 위해 준비해 놓은 블럭과 장난감, 책을 갖고 잘 논다. 여의도에 살 때에도 집에 있었던 토마스를 드디어 알아보고 반가워해준다. 3박 4일이나 되니 물컵과 베개도 다 준비해 오셨다. 3박 4일간 재미있게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