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9일 화요일

요령 피우는 꼬맹이

나영우 웃긴 녀석. 요 녀석이 fake를 쓰기 시작했다.
신랑이 목격한 것과 내가 목격한 것이 있는데 세 가지는 되야 블로그에 써준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나 결국 신랑이 완벽하게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한 상황 설명은 어렵지만,
1. 영우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신랑이 말렸더니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잠깐 주의를 돌리자 다시 그 곳으로 돌진, 신랑이 화들짝 놀라서 말렸다. 아마 상 위에 못 올라가게 했을 때 생긴 일인 것 같은데 확실친 않다.
2. 영우가 자꾸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으려 한다. 처음 보는 것이 바닥에 있으니 궁금한가보다. 못 줍게 말렸더니 포기한 듯 앞으로 걸어가다가 방향을 확 전환하여, 심지어 뒤로 돌아서 다시 쓰레기로 돌진한다. 방심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빠른지 말릴 새가 없다.
3. 영우 식사 후에 마카다미아를 주는데 한꺼번에 주면 입에 다 집어넣는다며 아빠가 조금씩 잘라서 주고 계셨다. 하나씩 오물오물 다 먹으면 하나 주고 가끔 다 먹었나 확인도 하면서 주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다 주고 나서 영우 이제 다 먹었니? 했더니 아~하고 입을 벌리는데 안 먹고 다 모아놓은 것이다. 그 동안 몇 번 확인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다 숨겨놓은 건지, 잠시 후에 다시 입 안을 확인해보니 더 많아졌다. 엄마는 영우 마술 부리냐며, 혀 밑에 그게 숨겨지냐며 놀라신다.
뭔가 점점 요령을 피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 녀석!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456일 축구

대구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영우 방이 낮에는 너무 더운가보다거실에서 낮잠을 재우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초저녁부터 졸려 하는 영우를 일찍 재우지 않으려고 초저녁 산책을 나섰다고 한다집 옆의 초등학교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 중이었고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고 한다형아들이 공놀이 하는 것이 재밌어 보였는지 영우가 거기에 끼어서 공을 차고 논 모양그렇게 두 세 번 공을 찼나보다내 생각에는 뒤뚱뒤뚱 걷는 영우가 뛰어봤자 얼마나 뛰었을까공을 차면 그 공을 제대로 쫓아갈 수나 있을까 싶은데 잘 쫓아다니며 놀았는지 형아들이 공을 못 갖고 놀아서 울었다지 뭔가어떻게 놀았는지 궁금한데 아빠가 촬영한 동영상이 날아갔다고 해서 아쉽다아빠도 그 모습을 혼자만 보셔서 엄청 아쉬운 모양엄마는 공 잘 찬다며 축구선수 될건가 하는데 우리에게서 그런 유전자를 받았을리가 없지.

454일 지하철 투어

대구에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었다막내동생 내외와 지하철을 타고 수성못에 가기로 하였다지하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모노레일이고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일 앞 칸과 뒷 칸의 모양까지 도쿄의 유리카모메와 비슷한 느낌이다나름 대구의 명물이 되어서 지하철 투어를 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고 특히 제일 앞 칸 앞자리는 줄 서서 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영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사실은 서서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하며과자도 먹으며, 40여분을 비교적 얌전히 이동했다.
수성못 인근에 도착하여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영우도 우유를 마시고리코타 치즈를 맛보고피자 토핑인 구운 브로콜리를 맛보았다밥먹는 내내 이 정도만 되어도 데리고 다닐만하겠다 싶은 양호한 상태였는데역시 아이를 컨트롤하려면 먹을게 가장 좋은가보다.
동생이 돗자리를 준비해왔으나 영우가 그 좁은 공간에서 놀 수 있을리가내내 걷고 또 걸었다우리 자리 뒤쪽에 행사 준비가 한창이고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는데영우는 무대에 서보고 싶었는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다리가 짧아서 계단 오르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한 칸 한 칸 올라가더니 결국은 무대에 올라서서 걸어다닌다이맘 때 계단 오르기오르막 올라가기를 좋아한다더니 계단 올라가는건 연습을 안시켜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영우는 돌아오는 길에 낮잠을 자지 않았다원래는 갈 때만 잘 견디면 돌아올 때에는 잘 테니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는데 지하철이 산만하기도 하고 햇빛에 눈이 부셔서이기도 해서였을 것 같다그래도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잘 견디며 이동하는 것을 보니 제주도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된 나들이었다.

453일 실내 동물원 나들이

영우랑 뭐하면서 놀아줄까 고민하다 동생이 추천해준 실내 동물원 나들이지난번 동물원 갔을 때 반응이 별로였던 터라 좋아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실내 동물원이어서 더 좋았다커다란 동물들은 없지만 작은 동물들이 생각보다 여러 종류 갖추어져 있었고 만져볼 수도 있게 해놓았다아직 뭘 몰라서 가능했던 것일테지만 조그만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니까 직원들도 재미있어하며 동물들을 많이 꺼내어 주었던 것 같다.
영우는 거북이도마뱀토끼미어캣 비슷하게 생긴 포유류심지어 뱀까지 만져보았다바로 눈 앞에 움직이는 동물들이 있으니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기는 한가본데 힘 조절이 안되어서 과장을 좀 보태면 토끼는 귀가 뽑힐뻔했다새 모이 주는 체험도 있었는데 모이 먹으러 온 새들을 영우가 자꾸 잡으려하니 새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할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하다점프해서 유리벽을 계속 긁고 부딪히던 다람쥐와 좁은 나무 케이지에 갖혀서 계속 나무판을 긁어대던 거북이는 특히나 더 불쌍했다.
실내라서 시원하기도 하고볼거리도 많고, 30분 단위로 동물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있고볼풀과작은 미끄럽틀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놀다왔다영우는 카시트에 앉자마자 잠 들어서 세 시간 가까이 푹 잘 잤으니 이만하면 훌륭한 나들이이다우리가 다녀온 곳은 칠곡의 정글랜드인데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주빌리지라는 곳이 더 잘되어 있다고 한다여름에 시간보내기 마땅찮으면 가보아야겠다.

15개월 리뷰

영우와 연휴 3일을 함께 보내고 올라오는 길예전에 충분히 놀아주면 아쉬움이 덜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올라오는 길부터 영우가 보고싶어 힘들다같이 살면서 내가 키워도 힘들겠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시간도 참 힘들다.
영우는 요즘 기본 상태가 즐겁고 흥이 넘치며 호기심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이다가만히 있어도 귀여움이 넘치는데 장난까지 걸 줄 안다밥 먹을 때 동요를 틀어주는데 BaaBaa Black sheep이란 노래의 전주만 나오면 내 무릎에 손을 대고 손가락을 펼치며 꺄르르 한다무엇에 반응한 것일까이 행동이 영우에겐 무슨 의미일까 참 궁금하다.
이제 영우도 장기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예전에는 떼를 쓸 때 잠깐 주의를 돌리면 뭘 요구하던 중이었는지 잊었었는데 이제는 기억하는 것 같다영우가 신랑에게 블록을 하나씩세 번 주길래 신랑이 하나를 숨기며 아직 숫자 개념은 없겠지?라고 했다영우가 신랑에게 다시 블록을 달라고 해서 눈 앞에 보이는 두 개를 받아가더니 이어서 또 달라고 끙끙거린다아직 숫자 개념을 아는건 아닐테지만 뭔가 기억을 하는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발음은 잘 안되지만 말을 따라하려고 하는게 여간 신통방통한 것이 아니다주차해놓은 차 내부가 너무 뜨거워서 뜨끈뜨끈하네 했더니 뜨끄뜨끄한다나가서 걷고 싶을 때는 신발을 가리키며 은발이라고 한다롤러코스터 블록을 이동시키며 했다 비슷한 소리를 낸다나무를 보면 나무 비슷한 소리를 낸다이렇게 부모만 알아듣는 말이 늘어나는걸테지.
신랑은 영우를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능과 이성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한다예를 들어 영우가 새로운 걸 보고 즐거워하는 것갇혀있는걸 싫어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구나 싶단다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세상 만물에 대해 영우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볼 때 찡한 울림이 있다영우가 길을 걷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엇엔가 귀를 기울이는데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었다발바닥에 닿는 나뭇가지돌멩이의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 걸음을 멈출 때지나가는 개미나 작은 벌레를 관찰하기 위해 집중할 때 영우에겐 이 모든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겠구나 싶다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도 이야기했었지세상을 처음 보는 존재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세상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영우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어메이징하다.

격랑

입사하고 두 달이 지났다팀에 동년배들이 좀 있어서 티타임하며 부담 없이 수다떨 수 있는 동료도 생겼다출장도 다녀왔고 지난 주에는 글로벌 워크샵 덕분에 몇 사람 더 알게 되기도 했다이제 겨우 적응했나 싶었는데 다음 주에 발령이 날 예정이다분석 인력들을 모아서(구성원 면면을 보면 그다지 분석 인력들은 아닌 것 같지만대표님 직속 조직을 만든다고 한다이제 좀 정착하고 싶었는데 나의 역마살은 1년 반을 터줏대감처럼 지낸 사람도 흔들어대는건가처음엔 개발 사이드로 가는건줄 알고 역시 분석은 어느 회사든 비즈니스와 IT 사이에서 방황하는구나 싶었는데 약간은 전략 <- 여기까지 썼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장표 노가다팀인거 같다팀장이 될 분도 엄청 빡세 보이고 대표님 직속이라니 고된 나날들이 예상된다잘 버텨봐야지. <- 여기까지 쓰고 업데이트를 못한 일주일 사이또 변화가 생겼다원래는 한 팀에 두 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팀장이 될 분이 분석은 함께 못하겠다고 해서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분석은 기존의 개발 조직 내 분석 파트쪽으로 흡수된다.
지난 일주일간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도 여전하다이번 건으로 그간 드러내지 않고 혼자 걱정만 하던 것이 다 분출되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물음과 이직에 대한 후회비전에 대한 불명확일정 쪼임에 대한 압박잘하고 싶다는 강박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니 너무 힘들다거기다 옛날 일이 자꾸 생각나는데현대 다니던 시절 12월에 입사했으나 2월에 심신이 힘들다고 싸이에 끄적거렸던 일그래서 결국 적응 못하고 10개월만에 퇴사했던 일이 지금 상황에 오버랩된다정말 잘 정착하고 싶은데 이번 일만 잘 넘기면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영우 볼 때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매 순간 회사 생각을 하게 되니 너무나 힘든 나날들이다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447일 고모?

시댁 행사로 모인 김에 형님 댁에 들렀다가 영우와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다. 형님들도 고모야 하시고 엄마아빠도 고모 해봐 시켜서인지 영우가 고모 비슷한 소리를 냈다. 이후로도 몇 번씩 고모를 발음하고 있는 것 같은 입모양을 했다. 누군가 단어를 이야기해주면 따라해보고 싶긴 한가보다. 고모 발음과 함께 많이 웃어주고 귀여움 떨어준 덕분에 형님들도 즐거워하셨다.

이로써 영우가 잘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엄마, 아빠, 이모, 그리고 뜬금없는 앰버. 어부, 아니아니, 꿀꾸. 말했다고 우기고 싶은 공, 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