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9일 월요일

기록하고 싶은 일

영우가 Dall-E를 활용하여 신랑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이미지들을 생성해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라는 것이 그냥 뚝딱일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나려면 계속 수정을 거쳐야 해서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재택하면서 괴로움을 토로했더니 영우가 해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시간 가량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이미지가 꽤나 완성도가 높은데다, 고민하고 있던 포인트에 스토리까지 짜 주었다고 한다. 큰 도움이 되어서 한 시간치 수당까지 받은 영우. 2024년 1월 24일 만족할만한 업무 퍼포먼스로 보상을 받아내다.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보면 영우가 와서 해보고 싶어할 때가 있다. 첫번째로 만든 음식은 에그 스크램블. 처음 만들고 나서는 너무 신나서 친구 초대해서도 에그 스크램블 만들어 주고, 엄마아빠한테도 자주 에그 스크램블을 해주었다. 떡갈비를 구울 때도 있고, 김밥을 말 때도 있고, 이번 주에는 계란초밥을 만들기도 했는데, 1월 26일에는 소고기를 구웠다. 맛 없게 구워도 군소리 없이 잘 먹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적당히 잘 구워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법이다.

1월 29일. 신랑이 탄산수가 마시고 싶다고 하였다. 보통은 내가 일어나서 탄산수를 가져다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우가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영우에게 탄산수 좀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이 와중에 영우한테 시키니 신랑이 자기가 가져오겠다며 몸을 움직인다. 괘씸한 포인트가 있지만 넘어가겠다. 내 기대대로 영우가 탄산수를 가지고 와서 아빠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사람 구실 해나가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구나. 기쁘다.                      

2024년 1월 20일 토요일

뉴질랜드 한 달살이 10일 전

어영부영 하다보니 뉴질랜드 출국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티켓팅, 숙소, 학교 등록은 8월에 다 해 둔 터라 특별히 더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가, 이번 달 들어서 비자 발급 받고, 유심 알아보고, 차량 이동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해외근무 결재를 올릴 때 주간업무계획을 써냈는데 그것이 계속 압박이다. 다음 주에는 리더님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 그것이 압박이 되어서 뉴질랜드 가는 것에 대한 기대나 즐거움이 거의 없다. 배부른 소리라고들 하겠지.

토요일 저녁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환송모임을 해주었다. 12월 초에도 만났는데 굳이? 한 달 나가 있는데 그렇게까지? 좀 귀찮기도 하다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학교 다닐 때는 접점이 많지도 않았고, 특히 나는 그 모임에 뒤늦게 합류하여 공유하는 추억들이 적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벌써 30년째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친구들이고 그 시절 친했었는지보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만 갖고 있었나보다.

내 태도가 매사에 그렇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미리 하는 걱정이 더 앞서면서 나를 갉아먹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 함께 해주는 친구들, 일할 수 있는 직장, 현재에 감사하면서 작은 행복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애써보자. 우선은 뉴질랜드 가서 즐겁게 보낼 생각부터 해보자.

만10세를 한 달여 남겨두고

 기록할 만한 일은

알약을 처음 삼켰다. 비염이 점점 심해지고 약간 감기 기운도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처방전에 가루약 표기가 있길래 알약으로 달라고 했다. 꿀떡 잘 삼키네. 킁킁대는걸 듣고 있자니 너무 괴롭다. 

반성문을 썼다. 연산은 안 시키고 싶었는데 실수가 너무 잦아서 습관이 될까봐 결국 연산을 시키고 있다. 지루하겠다는건 이해가 되지만 얼마나 성의 없게 푸는지 글씨, 숫자를 알아볼 수도 없고 정말 화를 돋군다. 이번 주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도 빠지고 종일 집콕하고 있으니 내 스트레스가 많아 더 화가 난 것일수도 있겠지만 줄줄이 비가 내리던 중에 알아볼 수 없는 숫자를 마주하고 나니 대폭발을 했다.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반성문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잘난체 하는 것만 좋아하고 기본을 소홀히 하는 태도가 습관이 될까봐 걱정이 된다. 어렵다.

가검을 받는다. 지난 10월 검도 검은띠를 따고 유단자가 되었지만 가검을 받기 전까지는 품띠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 심사를 하고 가검을 받게 될 예정이다. 그간 심사할 때마다 관장님께서 영우의 집중하지 못함, 절제하지 못함에 대해 지적을 하셨고 우리도 매번 심사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야단을 쳤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좋은 태도를 보였다. 관장님도 칭찬해 주셨고, 우리가 보기에도 태도가 좋아져서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본인도 유단자로서, 예비 고학년로서 자각이 생긴 것일까. 이러한 태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4년 1월 8일 월요일

영우 성장기

 요즘은 잘 때 영우 성장기를 이야기하곤한다. 1월 1일에 10년 전 이 때 엄마는 영우가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입원했었어!라고 과거 이야기를 해서인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 궁금해서인가, 태어나기 10개월 전부터를 이야기해달라고 하여 시작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이제 4살까지 왔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살기 시작한 4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헤어져 살아야 했었던 그 때. 어린이집 다니면서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기억 난다며, 왜 내가 여기 있는건지 잘 이해가 안됐고, 초록숲 어린이집이 그리웠고, 푸르니 반찬은 좋아하는게 하나도 없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고 저녁까지 먹고 7시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4살 아이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래도 그 때는 아무 걱정 없고 놀기만 해서 좋았다며 지금은 힘든 일들이 많다며 또 운다. 할머니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엄마는 잘 못 도와줬다며 할머니 생각하며 또 운다. 

오늘 밤에는 5살 이야기를 하게 될텐데 며칠 전 영우가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 4살에서 5살로 넘어갈 때 엄마가 ‘영우 이제 5살이네~ 축하해’ 라고 말했던 것이 생생한데, 그 때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1월 1일이 되어도 나이가 변하지 않으니까 싫다며 이렇게 헷갈리게 만든 누군가를 탓한다. 아직은 나이 많이 먹는게 좋은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