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9일 토요일

기록하고 싶은 날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놀이터에서 줄넘기하면서 노는 영우를 보면서, 참 좋은 날이다 느꼈다. 그리고 영우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오늘 정말 좋은 날이다. 바둑도 하고 체스도 하고 현수랑 밥도 같이 먹어서 좋았고, 영어 숙제 하면서 영우가 그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고 엄마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렇게 놀이터 나와서 아빠가 구해 준 트라이더도 타고, 줄넘기 배운 것도 보여주고 하니까 너무 좋다. 좋은 날이다. 이야기하였다.
저녁은 영우가 몇 주 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던 김밥을 만들었다. 물론 재료는 마트에서 파는 재료를 샀지만 신랑이 이 더위에 김발을 사러 갔다 오기도 했다. 그리고 김밥 열 줄을 온전히 영우가 쌌다. 이런 날이 오다니. 모두가 너무나 즐겁게 김밥을 싸고, 자르고, 먹으면서 하하호호 시간을 보냈다. 너무 좋았던 시간. 기록하고 싶은 날이다.
놀이터에서 무릎에 앉은 영우를 안고, 언젠가 이 좋았던 여름날이 기억에 날테지 생각했는데 다같이 김밥을 만들어 먹은 저녁까지, 온전히 행복한 날이다.

2022년 7월 5일 화요일

방치중

복직을 하는 바람에 영우는 방치되고 있다. 보통 5시쯤이면 영우의 학원 일과가 마무리 되는데, 그때부터 내가 퇴근하는 7시까지는 유튜브 삼매경이다.

엄마가 회사 복귀해서 유튜브 맘대로 보니까 좋냐니까 대답하기 곤란해하다가도 좋긴 좋단다. 얼마 전에는 신랑이랑 나의 해방일지 이야기를 하는데 영우가 거든다. 어떻게 아느냐고 하니까 넷플릭스에 뭐 볼거 없나 싶어서 보는데 오늘의 드라마 3위라고 아는체를 한다.

평일에 방치 되니 주말에 더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나는 너무나 피곤하다.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영우 어록

오랜만에 영우 어록을 쓰려고 메모장을 열어보니 짧은 키워드는 기억이 안난다. 몹쓸 기억력 ㅜㅜ


유튜브에서 초등학생들의 웃긴 답안지 이런 류의 영상을 보다가 '엄마의 웅장한 배'가 나왔는데 그 뒤로 나의 웅장한 배가 놀림감이 되고 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엄마의 웅장한 배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어야지 했더니 깜짝 놀라며 '그 배를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요' 한다.

작년에는 내 몸무게를 42kg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엄마 몸무게는 52kg이고 키에 비하면 저체중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저체중인데 배는 어떻게 그렇게 통통한걸까 의아해 하길래 사실 엄마는 52kg보다 많이 나간다고 했다. 내 몸무게를 너무나 궁금해 하길래 여성의 몸무게를 궁금해 해서는 안되며, 사회가 여성에게 외모에 대한 압박을 많이 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여자들이 살아가기 힘들겠지? 했더니 '네, 그런데 앞으로는 더 힘들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한다. 아이 앞에서 정치 이야기는 자제해야겠다.

방학때부터 가기로 한 미술학원을 계속 안 가겠다고 미루길래 그럼 언제 갈거냐고 했더니 5월부터 다니겠단다. 왜 하필 5월부터냐고 했더니 '대통령 바뀌는 5월부터 학원이 많아져야 바빠서 TV 보는 시간이 줄어들 거 아니예요.' 한다. 우리는 아이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나.

직업이 사라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죽지 않는 연구는 하고 있나? 매드 사이언티스트 분들이?' 라고 해서 빵 터졌으나 자세한 앞뒤 상황이 기억나지 않네.

우리 집에는 흔한 남매 책이 없는데 친구들이나 학교에는 흔한 남매 책이 다 있다고 한다. '내가 요즘 세대 형이나 동생들이나 중에서 제일 늦게 흔한 남매 안 거 같아요.' 라며 유행을 좇지 못해 아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