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6살 되면 공부하는거라고 이야기를 했었더랬다. 새해 첫 날이 되니 공부를 하겠다며 책상에 앉았다. 현재 숫자는 그럭저럭 잘 읽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6이나 8, 9는 예쁘게 쓰기가 어렵다. 계속 지우개로 지우면 '나 바보야' 하면서 울먹거리는데 나중에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이려나 싶은 생각이 든다.
6살 되면 침대에서 혼자 자기로 했는데 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우리 침대 옆에 붙일 싱글사이즈 침대를 하나 사서 붙여두었다. 하루이틀은 그럭저럭 잘 자는거 같아서 드디어 좋은 잠습관을 만드는데 성공했나 싶었으나, 이후로는 잠결에 깨게 되면 우리 침대로 올라오는 바람에 결국 지금은 어른 한 명이 영우 침대에서 잔다. 전에는 한 번 잠들면 통잠을 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선잠을 자고 옆에 누가 있는지 체크하고 안아달라고 하거나 침대를 옮겨가거나 한다. 의도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종이접기 책이 있는데 영우 수준에 안 맞는걸 사는 바람에 한동안은 활용도가 낮았지만 요즘은 어린이집에서도 종이접기를 하고 있어서 책을 보면서 꽤 잘 접는다. 영우가 선물이라며 편지를 접어서 주는데 펴 보고는 마음이 찡하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서울에 갔다. 알밥을 먹여볼까 했으나 대실패하고 맨밥에 김가루만 뿌려 먹으니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애가 탈 듯. 고모에게도 색종이를 접어주고 애교뿜뿜을 많이 하였다. 흥분 상태인 영우가 돌아다니다가 내 신발을 밟길래 뭐라했더니 '그거 좀 밟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면서' 라고 삐죽거린다. 그러게.
갑자기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는거냐고 묻는다. 전에도 몇 번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영우 작년에 받았잖아, 없으면 그거 누가 줬겠어 라고 되물으면 그런가 하고 넘어갔더랬다. 이번에도 동일하게 답했더니 '어떻게 사슴이 날 수가 있어?'라는 보다 구체적인 의심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신랑이 사슴썰매라고는 하지만 사실을 사슴이 그려진 로켓 아닐까 했더니 납득하고 넘어갔으나 머지 않은 것 같다.
요즘 교회에서 창세기를 배우고 있는데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는 영우를 보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든건 믿어지냐고 물어보았다. 아니란다. 어떻게 말로써 바다를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할 수 있냐고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것을 보고 안심하는 교회다니는 엄마;
1월 마지막 날, 근무제도 덕을 보는 날. 5시에 영우를 데리러 가고 함께 교보문고에서 아빠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도 집에 꿀 발라놨는지 잠깐 집에 가서 놀다가 아빠 만나러 가면 안되냐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영우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하고 싶어서 이번엔 미로찾기 책을 사볼까 했는데 교보문고엔 장난감이 너무나 많구나. 마주치는 모든 장난감을 다 사고하는 영우를 설득해서 미로찾기 책을 하나 사고 자동차 종이접기도 하나 사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옥토넛 미로찾기를 사기로 하였다. 며칠 전에 떡국이 먹고싶다고 해서 아빠가 자주 가는 만두전골 집에서 떡과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아티제에서 디저트로 초코케잌도 한 조각 사서 맛있게 먹었다. 좋은 저녁이네. 다음 달 말일을 기약하며.
- 친구들
유중이형 아빠가 하원길에 김밥을 사오셨다. 원래 유중이의 단짝 친구와 둘이 먹게 하려고 사오신 건데 영우가 너무 먹고싶어하니 셋이서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다음 날 유중이형 아빠가 또 김밥 사오실 수도 있으니 유중이형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연말에 몸이 안 좋아서 집 밖을 나가지 않은데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이 많아지자 집돌이가 된 영우. 주말에도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한다. 그러나 예슬이랑 노는 것은 좋아한다. 예슬이한테 우리 집에 가서 놀자고 했는데 예슬이가 너희 집에는 너무 자주 갔잖아, 그리고 너희 집에는 남자 장난감밖에 없어서 재미없어라고 하니 또 예슬이 집에 간다. 그리고 영우 생일 선물로 뭐 받고싶냐고 하니 예슬이가 갖고놀 수 있는 여자 장난감을 받고싶단다. 어쩜. 물론, 후에 약국에서 빛의 검을 파는 것을 본 후로는 빛의 검을 사겠다고 당장 사달라고 난리이지만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 한 것이 대단하다 싶다.
명절 뒷 날이 짧아서 전 주에 대구에 다녀왔다. 금요일에 대구간다고 했더니, 또 저녁 먹고 대구가냐고 하길래 휴가내서 어린이집 안 갈거라 했더니 어찌나 기뻐하는지. 금요일에는 성민이가 할머니댁으로 놀러오고 토요일에는 성민이네 집에 가서 놀았다. 서로 다이노코어를 교환해가며 얼마나 잘 노는지. 성민이의 다이노코어 검도 좀 부러웠던 것 같긴하다.
- 어린이 집에서는
시우와 새해인사 영상을 보다가 영우가 깜짝 등장하는 부분에서 '으악!'이라고 하며 깔깔 웃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에게도 '선생님~ 여기 재미있는거 나와요. 봐바요~'라며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노랑놀이터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서있다가 뒷걸음질치며 다가오는 다른 친구의 뒷통수에 눈가를 크게 부딪혔단다. 어떻게 뒷걸음질쳐야 그렇게 세게 박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으로는 꽤나 붓고 멍이 들 것만 같았는데 하룻밤 보내고 나니 괜찮아졌다.
요즘 도구에 대해 배우고 있어서 쓱싹쓱싹 자를 수 있는 칼은 날카롭고 줄자는 길이를 잴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영우가 줄자로 키를 재어보고는 '영우 키는 104예요'라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키를 알고 있는 것에 감탄하시지만 104라는 숫자를 들으면 언제 크나 하는 생각만 가득하다.
영우에게 침대에서 혼자 잤냐고 물으니 '네~ 근데 혼자 자니까 심심해서 다시 엄마아빠한테 갔어요'라고 하며 귀엽게 웃어보였다고 한다.
신구대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께서 준비하신 '동물 음악대 음악극'과 '혹부리 영감 동극'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악극에 사용되는 다양한 악기들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아는 노래가 나올 때에는 함께 따라불러보았다고 한다. 극을 보기 전 선생님과 공연 중 일어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친구들이 일어나자 '얘들아 일어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라고 외쳐서 뒤에서 보고 계시던 선생님들이 모두 빵 터지셨단다.
어린이집 계단 손잡이가 나무로 되어있는데 연결부위의 나무껍질이 까져있어서 그걸 잡고 내려오던 아이들이 손을 다쳤다. 그 중에서도 영우는 살이 들릴 정도로 깊이 패여서 또 많이 울었다고 한다. 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살이 들려 있으니 너무 무서워해서 이틀 정도 밴드를 붙여두었는데 자는 사이에 껍질을 잘라주었더니 감쪽같이 나았다고 신기해한다.
한 주간 쿠키와 관련된 놀이를 하고, 직접 초코쿠키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다 만든 쿠키는 전자렌지에 돌려주었는데 영우는 그 앞에서 쿠키가 다 구워질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완성된 쿠키는 점심식사 후 하나씩 맛보았는데 '자 어디 한 번 먹어볼까~'라고 이야기하여서 선생님들께 큰 웃음을 선사하였다고 한다. 쿠키를 집에 갖고 와서 나누어먹었는데 늦게 퇴근한 엄마를 위해 하나를 남겨놓아서 감동이었다. 레시피북도 한 장 한 장 읽어주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쿠키만든 과정을 말해주었다.
종이컵이 달린 노리개에 딱지를 접어서 붙여준 뒤 멋진 노리개가 완성되자 한복을 차려 입고 가슴팍에 붙여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차려입은 뒤에 명절놀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복을 승우형한테 받아서 따로 사주지 않았는데 아직 입기에는 너무 크다.
교실 앞에서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어쩐지 조짐이 좋지 않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날은 일찍 가자고 달랬지만 결국 우는 영우를 남겨두고 출근하였다. 영우가 1년동안 늦게 하원하면서 엄마아빠와 함께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것 같다며 목요일에 일찍 하원하면 많은 시간 함께 보내달라고 하신다. 하원 후에는 왜그리 울었냐 물었더니 슬퍼서 울었다고 하면서 이제 그 이야기는 더 하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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