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3일 일요일

2018년 12월의 영우

아이가 크면 혼자 잘 놀겠지 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 점점 더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는게 심해지고 놀이도 다양해진다. 영우는 너무 심심해를 입에 달고 있다. 신랑은 영우를 이해한다며, 어렸을 적에 자기도 심심해서 드라이버 들고 온 집안의 가전을 다 뜯었었단다. 그 말을 듣고 꺄르르 빵 터진 영우는 이제 '안놀아주면 집 다 뜯을거야, 드라이버 들고' 라고 협박을 한다.
색종이 접기를 많이 한다. 이제 제법 잘 만들기는 하지만 끝부분을 딱 맞추어 접는 것이 아직 힘들다보니 완성도는 떨어진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 더 맞춰서 접을 수 있게 지도를 해주었더니..표정이 영 안 좋다. 딱지 만드는거 재미없냐고 했더니 '응, 딱지 만드는데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해가지고'란다. 졸지에 간섭쟁이 엄마가 되었다. 종이접기는 아직 미숙하지만 그림은 스토리까지 넣는 레벨이 되었다.

겨울이라 그런가 목욕하기 싫다고 난리다. 생각해보면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물 받아서 목욕하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매일 샤워를 하는구나. 어제도 목욕 안했다고 하니 아니라고, 어제는 했다고, 영우는 다 기억한다며 '나 세 살 때도 다 기억한다'란다.
진섭이형을 만나고 온 후, 아이패드로 게임을 해보고싶다고 했나보다. 신랑이 저녁에 게임설치 해주기로 했더니 하원 시간에 거의 매일 5분만 더 놀겠다고 실랑이를 하는데, 선생님께 인사도 안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쌩 달려나간다. 이렇게 기대를 안고 게임을 설치했으나 하는 방법을 잘 모르니, 자꾸 실패하니 바로 유튜브로 전환.
다 쓴 스케치북을 받아왔다. 집의 구조와 구성품들의 디테일, 말풍선으로 표현한 스토리, 드디어 배경까지 채색하게 된 완성도. 혼자 감동받고 감탄하였다. 그러나 스케치북의 대부분의 단짝친구 황주원에 대한 사랑고백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국 출장가기 전 날, 엄마 가지 말라며 눈물바람을 하길래 엄마 오면 크리스마스 선물사러 가자고 했더니 눈물을 그쳤더랬다. 그러나 아빠랑 있으면서는 다른 친구들은 어린이집 안가는 날 많은데 자기는 맨날 간다면서 오늘 안가고싶다고 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실랑이를 하기도 했단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마트로 향하였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럭키펀치인데 마트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마트에 없으면 다음으로 갖고싶은 것을 살래 인터넷으로 살래 했더니 '인터넷으로. 로켓배송하면 내일 올거잖아' 한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나영우일세. 럭키펀치는 제일 앞에 진열되어 있어서 직접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온라인 가격보다 2만원이나 비싸게 사서 바로 사는 즐거움은 이것이 마지막인걸로.

대구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 사주라고 용돈을 주셨는데 우리가 또 안 사줄 것 같았는지 몇 번이나 장난감 사라고 상기시키셨다. 럭키펀치는 할머니가 사 주신 것으로 하고, 영우가 예전부터 그토록 원하던 플레이도를 두 세트 사서 이모들이 보내준 것으로 하였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은 다이노코어 울트라 디세이버였는데, 작년보다 갯수는 줄었지만 장난감 박스의 위용 덕분에 매우 좋아라했다.
12월은 24일도 28일도 저녁 먹기 전 일찍 데리러 가고, 중간중간 휴일도 있고, 31일은 낮잠자기 전에 데리러 갔더니 '왜 이렇게 좋은 날이 이어져?' 라고 한다. 영우도 1년 내내 쉼 없이 어린이집 다니느라, 저녁 먹고 늦게까지 머무느라 고생이 많다. 집에 일찍 간다고 좋은 날이 이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짠하네.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데 밥먹다가 갑자기 영우는 쓸모가 없다며 운다. '밥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고..' 하면서 운다. 누가 보면 집안일 도우라고 타박하는 엄마인줄 알겠네. 그러나 영우는 가끔 빨래 개는 것을 돕는데 각을 잘 접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6살 되면 이제 공부를 시작하자고 했더니 갑자기 신이 나서 받아쓰기를 하겠다고 한다. 약간 수정이 들어가긴 했지만 90% 이상 영우 혼자서 쓴거다. 집안일은 됐고, 공부나 하자.

- 친구들
전부터 초대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우리집에 놀러온 율이. 율이네와 점심을 집 앞 식당에서 함께 한 후 집에서 놀기로 했는데 한 가족이 더 조인했다. 바로 예슬이네. 아침에 집 앞 편의점에 우유를 사러 갔더니 거기에 예슬이가 있지 뭔가. 그래서 오전 내내 우리집에서 같이 놀다가 오후에는 예진이까지 조인해서 함께 놀았다. 5세 남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자주 놀게 해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구나.
린이네 교회에 오나 궁금해서 연락했다가 린이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영우의 신상 장난감 트레온을 들고 갔더니 다이노코어를 좋아하는 린이와 쿵짝이 잘 맞았다. 영우에게는 없는 카봇과 플레이도를 맘껏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이것저것 너무 갖고 놀아서인지 린이가 제지를 하자 영우가 '이럴거면 나 왜 초대했어?' 라고 했단다. 이런 트러블조차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엄마를 전혀 찾지 않고 둘이 잘 놀아서이겠지.
333과의 약속이 있는 날, 영우는 진섭이형과 방방이 키즈카페에 갔다. 공차 들여온 그녀가 하는 트램폴린 키즈카페인데, (이것도 팔았다고 했던가?) 열심히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과 달리 영우는 소꼽놀이 등의 장난감이 있는 다른 공간에서만 놀았다고 한다. 역시 몸으로 노는 진섭이와 함께 놀기는 어려운 것인가. 이번에는 진섭이에게서 손밀기 기술을 배워왔다. 그리고 모바일게임에 대한 열망을 가득 안고 왔다.
세은이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 케잌도 먹고 선물도 주고 각자 그리고 함께 잘 논다. 중간에 큰 소리가 나면서 싸우고 애들 울고 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wii를 처음 접해본 영우가 계속 하고싶어 하니까 영우가 어리니까 좀 더 하게 해주려는 파와 왜 어리다고 혜택을 줘야하느냐는 파가 나뉘어서 싸웠다. 누나형들이 싸우니까 입장 곤란해서 애앵 울던 영우는 울면서도 또 열심히 wii를 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수준 안 맞는 영우 챙겨주는 아이들 참 고맙네.

- 어린이 집에서는
수과학 영역에서 새로 생긴 빙고판을 보며 '이건 뭐지?' 라면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자 진석이와 함께 여러차례 반복해보았는데 아직 모든 룰을 이해하지 못해서 모든 칸에 X를 쳐줄 때까지 놀이하며 '이건 도대체 언제 끝나는 게임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같이 한 번 해보았는데, 룰도 잘 이해했고 정정당당하게 영우가 이겼다.

롯데마트 견학을 다녀오면서 사온 재료들을 이용하여 까나페 만들기를 했다고 한다. 치즈와 바나나를 한 입 크기로 잘라주고 크래커 위에 올려서 맛있게 먹었단다.
눈이 많이 내려서 선생님과 푸른정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눈이 펑펑 쏟아지자 좋아하면서 뛰기도 하고 눈을 뭉쳐서 선생님, 벽면에 마구 던지며 즐거워하였다고 한다. 모래놀이 도구 삽으로 눈들을 뭉치고 모아보기도 하면서 놀았다고 한다.
송년잔치를 하는데 너무나 즐겁게 관람한 영우는 모든 공연이 끝나자 일어나서 박수를 쳐준 뒤 한 쪽 손 엄지를 치켜들고 최고라고 이야기했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뒤에 계시던 선생님들도 큰 웃음 지으셨다고 한다.
겨울철놀이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하다가 도전골든벨형식으로 캡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보드판에 쓰는 방식으로 놀이했다고 한다. 영우는 왜 모자는 뒤집어 써야하냐고 물었단다. 글자를 제법 잘 써서 '스케이트, 스키, 썰메'라고 써서 썰매는 바깐으로 찍 그어주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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