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9일 토요일

2018년 10월의 영우

10월 초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 결과는 대만족. 베트남 정말 좋다.
출발할 때에는 낮 비행기를 타서, 영우가 내내 깨어 있었다. 4시간을 깨어 있다보니 언제 도착하냐고 지겨워하며 비행기타기 생각보다 쉽지 않네라고 한다. 돌아올 때는 자정 넘어 출발하고 새벽에 도착하는 스케쥴이어서 영우는 잘 잤지만 어른들은 너무너무 피곤한 일정이었다.
모든 스케쥴을 동생이 준비하였는데, 대구에서 오전에 출발할 예정이었던 동생네와 부모님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오후 5시에나 겨우 출발하게 되었고, 갑작스레 생긴 빈 일정을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덕분에 리조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온종일 수영하고, 저렴한 물가 덕분에 풀에서 음식이며 음료수며 막 시켜먹어도 부담없고, 나는 잠시 리조트의 스파에 가서 발마사지도 받았다.
다음 날은 리조트에서 준비한 배를 타고 호이안 시가지를 구경하고 가족들과 합류하여 올드타운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 식구만 배를 타니 영우는 지겨웠는지 조용히 하라며, 생각이랑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숫자를 190까지 셌는데, 아직도 배라며 언제 도착하냐고 지겨워한다. 올드타운 투어 후에는 리조트로 돌아와 성민이와 함께 수영을 한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둘이서 깔깔. 밤에는 올드타운 나가서 소원배 타면서 초 띄우는 것도 해보았다.
다음 날 다낭으로 이동하기 전 바나힐에 가기로 했는데, 체크아웃하기 전에 또 수영장에서 논다. 그래, 이럴 때 실컷 물놀이해야지. 바나힐은 큰 기대 없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보는 풍경만으로도 한 번 가볼만한 것 같다. 아이들이 크면 더 놀거리가 많겠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놀다왔다. 그리고 다낭은 동생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숙소인 하얏트 리젠시가 열일했다.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는 곳곳에 작은 수영장들이 갖추어져 있고, 작은 슬라이드가 있는 메인풀과, 모래가 함께 있는 영유아풀도 있어서 한국인이 정말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심지어는 영우 어린이집 친구까지 만났을 정도이다. 점심도 시켜먹으며 해 떨어질 때까지 온종일 물에서 놀았더니 영우는 제법 수영 비슷한 것을 한다. 튜브나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손 발을 움직여 이동을 할 수 있다. 4일 연속 물놀이 했더니 보람차구나.
마지막 날은 체크아웃 전에 키즈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는데 깜짝 놀랄만한 결과물을 갖고왔다. 영우가 도안을 따라 보며 그리고, 색칠하고, 붙여서 만든 액자라고 한다. 그리고 사다리타기 놀이를 가르쳤더니, 정확히 룰을 알고 선을 몇 개 더 긋는 등의 구체적인 액션을 하기도 한다.


체크아웃 후에는 몇 군데 관광코스를 돌고, 해변에 가서 한참동안 모래놀이를 하였다. 성민이랑 많이 툭탁거리며 싸우기도 했지만 베트남에 오길 정말 잘했다며 즐거워했다. 길게 휴가를 보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선생님 보고싶고 특히 황주원보고싶다고 한다. 새벽 비행기로 도착한 후, 우리는 지쳐 쓰러지고 싶은데 영우는 너무나 쌩쌩해서 윗집에 SOS를 쳤다. 영우가 지우형과 노는 사이 우리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사가 버려서 어찌나 아쉬운지.
어느 날은 아침 등원길에 원희형을 만났는데 영우가 원희형은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 원희 할머니도 들으시는데 좀 민망했는데 곧이어 사건도 발생하였다. 영우가 수수께끼를 내는데 원희가 계속 옆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시끄럽게 했나보다. 영우가 듣기 싫다며 원희 입을 막는 바람에 원희가 뒤로 넘어졌고 넘어지면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한다. 화가 난 원희가 영우를 마구 때렸다고 하는데, 영우는 반격도 하지 않고 그냥 맞고 있었다고 한다. 때리는 것보다는 맞는게 낫긴 하지만 막상 맞고 오니까 심경이 복잡하다.
현대백화점에 티파니가 있어서 들러보았다. 페이퍼 플라워는 이쁘기는 하지만 나의 짧은 손가락에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영우가 페이퍼 플라워 말고 파란색이 섞인 다른 반지를 추천해주어서 껴봤는데, 내가 이쁘다고 반응해주지 않자 울어버린다.
여행을 다녀온 주의 일요일 밤, 미열이 있고 두통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약을 받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는데 분수토를 한다. 급히 수습을 하고 다시 병원에 가서 구토약을 받은 후 일단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토한 덕분인지 상태는 좀 진정된 것 같았다. 오후에도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길래 조퇴를 하고 일찍 하원시켰는데 집에서는 잘 놀고, 다행히 금세 회복했다. 아프고 난 후에는 잠깐동안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엄마 출장 가는데 생각만해도 슬프다고 울기까지.
블럭으로 상상을 해서 개별 로봇을 만들고 이것으로 합체도 시킨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합체되는 것까지 설계하는 것일까 굉장히 신기했는데 사진을 찍어둔 게 없네.
교회 유아반에서 대예배 시간에 특송을 하였는데, 확실히 작년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것이 보인다. 귀여운 녀석들. 그리고 교회 예품학교가 시작되었다. 부모도 참여하는 시간이 있어서 5주는 너무 짧다. 와중에 영우가 만든 작품, 다른 아이들은 다 꽉꽉 채워서 색칠을 했는데 영우만 비늘을 그리며 세밀한 표현을 해주었다. 관찰력이 남다른 것 같다.

- 친구들
영훈이 형과 오랜만에 만골근린공원에서 놀려고 했는데 문제가 있는지 임시휴장이라고 한다. 급하게 용인자연휴양림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넓은 잔디밭도 있고 아이들 놀기에 꽤 좋아보인다. 이제는 밤도 익어서 뚝뚝 떨어지는데 밤 떨어지는 소리 처음 들어봤네 그려.
오후에는 수아, 주희와 쿠킹클래스를 참여하러 갔다. 그리고 또 키즈카페행. 이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하다.
주희와 신한카드에서 주최하는 꼬마피카소 미술대회에 갔다. 17회째라고 하더니, 정말 엄청난 규모의 행사였다. 두 가지 주제 중 선택해서 그리는 것인데 영우는 행복한 우리 가족을 그렸다. 요즘 그림을 잘 그려서 좀 기대를 했지만 사람 몇 명 그리고 끝, 저기 저 사람들은  왜 작게 그렸냐니까 멀리 있어서 작게 그렸단다. 그리고는 곧 여기저기 놀러다니기 시작한다. 뮤지컬 공연도 보고, 마술쇼도 보고, 비누방울놀이도 하고, 블럭놀이도 하고, 정말 다채로운 행사였다. 과천 과학관에서 하는 행사라 끝나고 과학관에 가보아도 되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들러본게 아쉽다.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은 좋은 행사!

이종사촌들이 판교 사는 오빠 집에서 모인다길래 우리도 조인하였다. 테라스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여서 어른들은 좋았지만 영우는 형아들이 안 놀아줘서 속상한 저녁이었다.
교회에서 수목원에 소풍을 갔다. 다행히 좋은 날씨라 5세 남아 친구들과 흙장난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흙장난한 손으로 과자를 집어먹는 모습이 심란하지만 그렇게 크는거지 뭐.

- 어린이 집에서는
옛날에는 가스레인지도 없었다는 이야기에 나무판을 벽돌블록 위에 오려놓고 그 밑에 불이 나온다고 하였단다. 선생님은 기발한 생각이라고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캠핑에서 본 것을 이야기한 듯.
견학가는 버스에서 선생님에게 '선생님 잠이 오려면 디카페인커피를 마셔야 해요'라고 해서 선생님들 모두 웃으시며 디카페인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묻자 '아빠가 잠이 오려면 디카페인이 들어있는 것을 먹어야 한대요'라고 했단다.
윷놀이를 하는데 초반에는 선생님이 앞서나가다가 영우가 던진 윷가락들이 많이 뒤집히면서 선생님 말을 따라잡다가 잡게 되니까 '잡았다! 한 번 더~'를 외쳐서 너무 귀여웠다고 한다.
영우가 저녁 시간에 오늘은 아빠 생일이라고 선생님께 이야기해서 카드를 썼냐는 물음에 집에 가서 쓸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 얼른 먹고 교실 가서 쓴 다음에 아빠한테 몰래 주면 어때? 그럼 더 좋아하실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니 정말 너무나도 환하게 웃으며 써주던 영우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며 알림장에 써주셨다. 아빠도 뜻밖의 카드 선물에 정말 감동받았다.

나뭇잎 점토 작품에 이름표를 달아서 전시장을 꾸며주고, 작품명에는 '호이안'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여행의 즐거웠던 기억이 자꾸 생각나나보다.
요즘 주원이랑 아주 친해져서 낮잠 전에 '우리 꿈 속에서 만나~'라고 인사하고 잠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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